육아의 방식과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가물가물해진 자녀 육아 경험을 되짚어보지만, 육아 정보로 철저히 중무장한 자녀 세대에게 타박을 듣기 일쑤. 그러나 세태는 달라졌어도 아이를 향한 조부모의 애정 어린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복작복작 대가족 vs 사촌 없는 요즘 아이
동네에 가까운 친인척이 모여 살며 다양한 가족 형태와 관계 속에서 자라던 과거는 핵가족화와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사라지고 있다.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1960~70년대 산아 제안 표어가 1980년대 “둘도 많다!”고 하더니 이제는 합계 출산율이 0.77명에 이르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이모·고모·삼촌이 없거나, 있어도 이들의 자녀가 없어 집안의 ‘온리 차일드’인 경우가 많다.
대형 연회장에 사돈의 팔촌, 직장 동료까지 초대해 치르던 돌잔치 풍경도 변했다. 가까운 가족·친지만 모여 소규모로 오붓하게 보내는 것이 추세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집에서 간단하게 돌상을 차릴 수 있도록 파티용품을 대여하거나 판매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동네 사진관에서 남자아이 하반신을 나체로 내어놓고 ‘첫돌기념’이라고 새겨 넣던 기념사진의 개념은 확장됐다. 스튜디오나 장소를 대관하고 전문 사진가를 고용해 특별한 사진을 남긴다. 태어난 직후마다 주기적으로 사진을 찍어 ‘성장 앨범’을 만들기도 한다.

제3의 시선, 이웃의 눈과 CCTV
예전에는 아이 키울 때 가장 무서운 것이 이웃의 시선이었다. 아이들 입성이 말끔하지 않거나 예의 바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으레 “저 집은 애를 어떻게 키우길래 저러고 다니냐”는 입말이 따라붙곤 했다. 그러나 대부분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 사는 지금은 이웃과 대면할 일이 많지 않다. 아이들이 뛰어 층간소음이 발생하더라도 직접 찾아가 문을 두드리기보다 관리사무소를 통하는 것이 관례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요즘 육아를 지켜보는 또 다른 시선은 홈캠이라고 하는 ‘CCTV’다. 신생아 시기 아이들의 수면 패턴을 파악하는 데 쓰이던 카메라는 아이들이 자라며 거실을 가장 넓게 비추는 공간에 자리 잡았다. 지켜보는 용도뿐 아니라 무전기처럼 목소리까지 전달하는 기능을 갖췄다.
돌봄을 위탁할 때나 보호자가 없는 순간에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지만, 감시 대상이 된 이들에게는 심리적 위축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해킹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호호 불기, 물고 빨기, 뽀뽀도 금지령
과거에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침이 섞이는 일이 흔했다. 오동통한 볼살을 물거나, 작은 손발을 입에 넣어보기도 하고, 빵빵해진 뱃살에 배방구를 하며 아이를 놀리는 일이 흔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 입으로 후후 불어서 먹이거나, 질긴 음식을 할머니나 엄마가 이로 직접 잘라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어른의 침에 충치균이 있다는 위생 관념이 생기면서 요즘 부모는 음식을 선풍기로 식혀 먹이고, 뽀뽀까지 금지령을 내리는 추세다. SNS에는 아이에게 뽀뽀하고 싶은 충동과 충치균을 옮기기 싫은 마음으로 갈등하는 이들이 비닐 랩을 사이에 두고 뽀뽀하는 모습을 올리기도 한다.
이처럼 각종 민간요법과 구전에 의지했던 조부모 세대의 육아 노하우는 각종 육아서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구태의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이들의 체온, 연령에 따른 음식과 교육 방식 등에서 자녀 세대와 마찰을 겪는 경우도 흔하다. 동네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예뻐하고 맛있는 것을 먹이며 관심을 보이기도 어렵다. 범죄에 대비해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교육을 받을뿐더러, 알레르기 있는 아이도 많아 보호자의 확인 없이는 간식을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등교는 나홀로 vs 함께 등교하는 초품아
시니어들이 학교 다니던 시절, 산 넘고 물 건너는 일은 예사였다. 단양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1962년생 최 씨는 산짐승을 피하라고 어머니가 쥐여준 담배쌈지를 들고 다녔다. 중학교는 더 멀어 1시간이던 통학 시간이 3시간으로 늘었다. 무섬증을 떨치고 어둠을 헤치며 학교를 가야 했다.
요즘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초품아’를 찾는다.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뜻이다. 단지 내 학교가 없고, 횡단보도를 하나라도 건너야 하는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낮다. 신축이나 구축이나 단지 내 어린이집도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집에서 몇 발짝 나서지 않아도 학교와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환경이다.
조부모도 아이들의 학교행사와 학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이들을 일컫는 ‘학조부모’라는 용어도 생겼으며, 학교 측에서도 3대가 함께하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하교 시간이면 미리 도착한 보호자들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부모나 조부모가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등·하원 도우미를 구한다. 구인은 중고 거래 및 동네 생활 플랫폼인 ‘당근’ 앱을 이용한다.
예전에는 한글 포스터를 붙여두고 ㄱㄴㄷ을 가르치고 가정방문 학습지와 동네 학원에 보냈다면, 요즘에는 모바일기기를 활용한 태블릿 교재가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국어교육보다 영어교육을 먼저 시키기도 한다. 먼 동네 학원은 차로 ‘라이딩’하며 학원을 보낸다.
한편 요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백화점 문화센터에 ‘데뷔’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여기서 마음이 맞고 관계가 깊어지면 키즈카페로 장소를 옮겨가는 식이다. 비슷하게 물놀이는 계곡이나 바다 대신 워터파크와 풀빌라 펜션으로 향한다.

휘뚜루마뚜루 포대기와 기능성 아기띠
폭 넓은 천을 둘러 아이를 보호자의 몸에 밀착시키는 포대기. 포대기로 아이를 등에 업으면 양손이 자유로워 집안일이며 밭일을 할 여력이 생긴다. 납작하게 접어 휴대가 쉬울 뿐 아니라 펼쳐놓으면 낮잠용 이부자리로도 간단하게 사용하기 좋다.
그러나 어느 순간 포대기를 쓰면 아이 다리가 휜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그 자리를 아기띠가 대체하고 있다. 주로 보호자 배 앞에 아이를 밀착해 항상 시야에 닿도록 한다. 아기가 허리를 세울 수 있을 만큼 힘이 생기면 아이 엉덩이를 얹어놓을 수 있는 히프 시트 방식의 아기띠를 쓴다. 체중 분산이나 신체 지지 능력, 통기성과 무게, 휴대성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제품을 고른다. 재미있는 현상은 앤젤리나 졸리와 줄리아 로버츠, 미란다 커 같은 해외 유명 인사들이 포대기를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외국에서 포대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또한 매번 빨아서 햇빛에 말리고, 노란 고무줄로 묶어주던 소창 기저귀도 일회용으로 변했다. 여기에 따라오는 필수품이 물티슈! 팍팍 삶아 쓰는 면직물은 아이 건강과 환경에 좋다지만, 육아의 편의성도 무시하기 힘들다. 요즘 부모들은 대용량 물티슈와 기저귀를 새벽 배송으로 주문한다.

정성 가득 육아일기는 유튜브 쇼츠로
한자 한자 써 내려간 육아일기, 접종 수첩 등은 모두 모바일 앱으로 대체되고 있다. 아이의 성장 발달 단계에 따라 꼭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접종 일정에 맞춰 알람도 울려준다. 사진을 올리면 실시간으로 아이들의 조부모나 이모·삼촌 같은 친인척이 볼 수 있는 앱, 카카오톡처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앱이 있어 가족 간의 소통을 돕기도 한다.
아이의 성장기를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의 SNS 계정에 올리는 사람도 많다. 아이의 엉뚱한 생각이나 기발한 표현, 자랑하고 싶은 순간뿐 아니라 아픔을 겪는 순간까지 온라인에 고스란히 기록한다. 이를 보고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아이와 전혀 관련 없는 이들도 ‘온라인 이모·삼촌’을 자처하며 댓글을 남기고 육아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반대로 할머니·할아버지 손에 자란 손주들이 성인이 되어 조부모의 모습을 기록하는 채널을 운영해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