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은 보통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고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신용도나 담보 문제, 급한 자금 수요 등으로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 법인은 대표이사나 임원 등 특수관계자인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자 없이 빌린 자금을 흔히 ‘가수금’이라고 부른다. 가수금은 회계상 자주 등장하는 항목이지만, 거래 구조에 따라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법인의 차입금, 즉 가수금의 개념과 함께 세무상 유의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살펴본다.
특수관계 법인 간 무이자 대여, 세금은 어떻게 될까?
법인끼리도 서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 특히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 사이에서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자금을 빌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때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경우다. 세법은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한 편법을 막기 위해, 일정한 기준 이자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세법상 인정되는 이자율은 연 4.6%다.
예를 들어 법인 A가 특수관계에 있는 법인 B에게 연 4.6%의 이자를 받지 않고 10억 원을 빌려줬다면, 세법은 이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세법상으로는 법인 A가 법인 B에게 연 4600만 원(10억 × 4.6%)의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실제로 이자를 받지 않았더라도 법인 A가 4600만 원의 이자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법인 A는 실제 수입이 없어도 4600만 원의 이자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법인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를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돈을 빌린 법인 B는 어떻게 될까? 법인 B는 세법상 법인 A로부터 연 4600만 원의 이익을 받은 것으로 보지만 동시에 그만큼의 이자를 지급한 것으로도 간주한다. 즉 받은 이익(4600만 원)과 이자비용(4600만 원)이 서로 상쇄돼 결과적으로 법인 B에는 추가로 발생하는 이익이 없다.
개인이 자기 법인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면 세금이 붙을까?
개인 A가 특수관계자인 법인 B에게 4.6%의 이자를 받지 않고 10억 원을 빌려준 경우, 앞서 살펴본 법인 간 거래처럼 세금 문제가 생길까? 개인 A가 실제로 이자를 받지 않았더라도 세법상 이자를 받은 것으로 보고 수득세가 과세되는지, 또는 법인 B에 법인세 부담이 생기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이 많다.
결론은 개인 A에게 추가로 부과되는 소득세도 없고, 법인 B에 추가로 발생하는 법인세도 없다. 대여자인 개인과 차입자인 법인 모두에게 특별한 세무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법인 간 거래와 적용되는 세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선 법인 간 사례는 법인세법이 적용된 경우로, 특수관계법인 간 거래에서 이자를 받지 않았더라도 받은 것처럼 계산해 세금을 매기는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있다. 하지만 개인이 관련된 경우에는 소득세법이 적용된다. 소득세법의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은 개인의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에만 적용되고,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인 A가 사업자가 아닌 상태에서 법인 B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줬다면, 이자를 받은 것으로 보아 소득세를 과세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법인 B 역시 이자를 실제로 지급하지 않았고, 세법상 법인의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법인세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
무이자 차입에서 꼭 확인해야 하는 증여세 문제
앞서 살펴본 법인 간, 개인과 법인 간 사례는 법인세나 소득세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반드시 확인해야 할 세금이 있다. 바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5, ‘특정 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 규정이다. 단, 실제 적용 여부는 개별 사안별로 검토가 필요하다.
이 규정은 누군가가 특정 법인에 이익을 제공하고, 그 결과 주주의 주식 가치가 상승하면 이를 ‘주주에 대한 증여’로 본다는 내용이다. 이익은 법인에 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혜택이 주주에게 귀속된다면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단, 이익을 준 사람과 주주 사이에 특수관계가 있어야 적용된다.
예를 들어 특정 법인 B의 대표이사인 아버지 A가 아들 C(법인 B 주식 100% 보유)에게 귀속되는 법인 B에 30억 원을 무이자로 대여한 경우, 세법상 이자율 4.6%를 적용하면 연 1억 3800만 원의 이익을 법인에 제공한 것으로 본다. 이 이익은 법인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아들 C의 주식 가치가 올라가므로, 세법은 이를 아버지가 아들에게 간접 증여한 것으로 보아 일정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
실무에서 특히 확인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주주 1인에게 귀속되는 연간 이익이 1억 원 미만이면 과세되지 않는다. 둘째, 증여자와 수증자가 동일한 경우에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예컨대 개인 A가 법인 B의 대표이사이자 주식을 100% 보유한 주주라면, 개인 A가 법인 B에 이익을 제공하더라도 증여세는 성립하지 않는다.
주의할 점도 있다. 개인 A가 100% 지분을 가진 법인 D가, 개인 A가 100% 지분을 가진 법인 B에 이익을 제공한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법인 D와 개인 A는 법적으로 동일인이 아니므로, 개인 A에게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 실질은 비슷해 보여도 세법상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과세가 인정된 조세심 판례도 있다(조심2020중0019, 2020년 3월 12일).
이상 법인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무이자 차입을 했을 경우 세무 처리 내용에 대해 개념 위주로 알아봤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증여의제 규정 개념이 이해된다면, 역으로 이를 활용한 절세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