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창간 이후 11년간 실린 시니어 인터뷰를 살펴봤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나이 들어 가장 크게 남는 후회는 다섯 가지다. 첫째, 타인의 기대에 맞추느라 정작 내가 원한 삶을 살지 못한 것. 둘째,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 셋째, 생계와 성공에 매달려 오직 일만 하며 산 것. 넷째, 건강을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달은 것. 다섯째, ‘늦었다’는 생각과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 것이다.
‘후회(後悔)’는 잘못을 깨닫고 고치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회한(悔恨)’은 이미 지나간 세월을 되돌릴 수 없다는 깊은 탄식이다. 가슴속에 오래 맺힌 응어리다. 시니어들이 한결같이 토로한 감정의 본질은 회한에 가깝다. 그러나 젊은 날 그렇게 살았던 이유를 개인의 나약함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세대에게 일과 생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남들 다 그렇게 산다’는 사회적 압력도 컸다. 다른 삶을 시도했다 실패하는 것보다 익숙한 삶을 견디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생계와 의무에서 조금 비켜선 만큼, 이제는 내 의지로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회한만 붙들고 주저앉기에는 앞으로 남은 시간 또한 길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수십 년간 쌓은 경험을 얼마든지 나눌 수 있다. 관계의 적자를 메우는 일도 늦지 않았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고맙다’, ‘미안했다’는 문자 한 통 보내는 것만으로도 회한은 조금씩 녹는다.
한자 ‘일곱 칠(七)’자는 본래 칼로 무언가를 끊는 형상에서 나왔다. 七에는 ‘단절’과 ‘전환’의 의미가 담겨 있다. 7월이 그렇다. 상반기를 지나 삶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이다. 지난 세월의 후회를 붙들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는 그것을 툭 끊고 새로운 방향으로 돌아설 때다.
‘이미 늦었다’는 생각부터 잘라내야 한다. 후회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요란한 결심이 아니라 ‘반걸음’만 내딛는 것이다. 책을 쓰고 싶다면 오늘 한 페이지를 쓰면 된다. 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낙원상가에 한번 가보면 된다. 운동을 하고 싶다면 집 앞을 10분만 걸어도 된다. 시작하면 두려움은 줄어든다. 시니어의 발목을 붙드는 가장 큰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 있다. ‘이 나이에 무슨…’이라는 자아 낙인이다. 과거의 지위와 체면은 시작을 가로막는다. ‘내가 왕년에…’라는 생각은 현재의 가능성을 지워버린다.
회한이 극에 달했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돌아설 차례다. 7월은 31일, 744시간, 4만 4640분, 267만 8400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흘려보내면 남의 시간이 되지만, 붙들면 내 삶의 방향이 된다. 7월은 버티는 달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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