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장마철은 노인들에겐 특히 위험한 시기다. 고령층은 신체 균형 감각과 유연성, 골밀도, 근력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갑자기 발생하는 낙상사고 대응이 어렵다. 게다가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는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손에 우산이 들려 있어 균형잡기가 어려워, 작은 부주의에도 넘어지기 쉽다. 뿐만 아니라 비에 젖은 보도블록과 횡단보도, 경사진 도로, 습한 집안 환경 등은 장마철 낙상사고를 유발시키는 주요인이다.
엉덩방아가 부른 척추 압박골절
빗길에서 미끄러지면 몸은 대개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이때 바닥에 부딪힌 충격은 골반을 거쳐 척추에 그대로 전달된다. 뼈가 충격을 버티지 못하면 척추가 납작하게 주저앉는 척추 압박골절이 발생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요추 골절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4년 7월 3만 3507명으로 가장 많았고, 2025년 7월에도 환자가 3만 4190명으로 집계돼 2년 연속 7월에 가장 많았다. 반면 2025년 1월엔 환자수가 3만 437명으로 7월과 약 4000명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이라 하면 추운 겨울을 떠올리기 쉽지만, 정작 요추 골절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장마철이 포함된 한여름이었다.
같은 충격을 받아도 뼈가 약할수록 골절 위험은 커진다. 특히 골밀도가 낮은 골다공증 환자와 고령층은 척추 압박골절에 더욱 취약하다. 지난해 요추 골절 환자 16만 4537명 가운데 50세 이상이 약 95%를 차지해 열에 아홉 이상이 고령층이었다.
더불어 압박골절은 골절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초기에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통증이 잦아들어 단순 근육통으로 넘기기 쉬운 탓이다. 그렇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척추가 굽는 변형이나 만성 통증으로 번질 수 있어, 낙상 후 허리 통증이 며칠씩 이어진다면 전문적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척추 압박골절 발현 시 통증이 심하거나 불안정성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시멘트 수술(경피적 척추성형술이나 척추후굴풍선성형술)을 고려할 수 있지만, 수술적 치료는 시멘트 누출·연조직 손상·신경근 압박 및 인접 척추 골절 위험 등이 수반돼 시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에 많은 경우 침상안정·허리 보조기·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가 권고된다. 그러나 장기간 침상안정은 허리 주변 근육 및 인대의 약화를 야기할 수 있어 가능한 한 조기에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에 환자들은 침상 안정 기간을 최소화하고 빠른 일상생활 복귀를 돕는 한의통합치료를 선택하기도 한다.
실제 척추 압박골절의 한의통합치료 효과는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되기도 했다. 그중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메디신(Medicine)’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척추 압박골절 진단을 받은 환자의 통증숫자평가척도(NRS; 0~10)는 입원 시 5.75점에서 치료 후 3.90점으로 1.85점 낮아졌고, 허리 기능장애지수(ODI; 0~100) 역시 48.92점에서 27.67점으로 21.25점이 개선됐다. NRS와 ODI는 점수가 낮을수록 허리 통증과 기능이 양호하다는 의미다.

넘어질 때 손부터 짚는 경우도 많아
넘어지는 순간 허리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몸의 균형을 잃으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바닥을 짚는데, 이때 손목에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 특히 전신의 무게와 낙하 충격이 손목에 집중되며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손목 염좌가 발생할 수 있다.
장마철에 요추 골절 환자가 늘어났듯, 손목 염좌 또한 마찬가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 손목 염좌 환자는 2024년 7월 8만 5281명, 2025년 7월에는 8만 4231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5년 1월 환자가 6만 3371명, 2024년 1월 환자가 7만 483명으로 겨울철 손목 염좌 역시, 여름철 환자가 약 1만 명 이상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손목 염좌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통증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기 쉽다. 그러나 인대가 제대로 아물지 않으면 만성 통증이나 반복적인 손목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낙상 뒤 손목이 붓거나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무리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강인 안산자생한방병원 척추압박골절클리닉 원장은 "장마철에는 젖은 노면으로 낙상 위험이 커지고,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의 영향으로 관절과 근육 통증도 심해져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늘어난다"며 "특히 골밀도와 근력이 저하된 고령층은 낙상 후 허리나 손목 통증을 단순한 타박상으로 여기지 말고, 척추압박골절이나 골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 오는 날에는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젖은 계단이나 보도블록에서는 보폭을 줄여 천천히 걷는 등 낙상을 예방하는 생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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