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급자 집 신발장 문에 붙어 있던 출퇴근 기록용 태그를 떼어 차량에 싣고 다니며 방문요양 시간을 허위로 등록한 장기요양기관에 대해 법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3740만 5240원 환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5월 14일 울산의 한 장기요양기관 운영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장기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번호는 2024구합78023이다. 이번 판단은 1심 판결이며 항소 여부는 공개된 자료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도 7월 13일부터 불법·부당행위 가능성이 있는 장기요양기관 44곳을 대상으로 약 4개월간 기획 현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신고된 종사자의 실제 근무 여부와 방문요양 제공 기록·급여 청구 내역이 일치하는지 등을 살필 예정이다.
방문요양 부당청구는 어떻게 적발하나?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기관의 급여 청구 경향을 분석해 부당청구 의심 사례를 추출한다. 부당청구탐지시스템과 공익제보, 신고 내용을 토대로 자율점검을 요구하거나 현지조사를 진행한다.
방문요양 부당청구에는 어떤 행위가 포함되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비용을 청구하거나, 실제보다 긴 시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입력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인력 가산·감산 기준을 위반하거나 무자격자·미신고자가 서비스를 제공한 사례도 부당청구에 포함될 수 있다.
보호자가 부당청구를 의심하면 어디에 문의하나?
장기요양기관에서 받은 급여제공기록지와 실제 방문 날짜·시간을 대조한 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1577-1000이나 공단 지사에 문의할 수 있다. 공단은 부당청구 장기요양기관 신고·포상금 제도도 운영한다.
신발장 문에 붙은 출퇴근 태그까지 떼어냈다
판결에 따르면 해당 기관 소속 요양보호사는 한 수급자에게 2021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대부분의 날짜에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전산에 등록했다. 다른 수급자에게는 2021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실제보다 짧게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도 급여제공 시간을 늘려 입력했다.
이 과정에서 요양보호사는 서비스 시작·종료 기록용 태그가 붙어 있던 수급자 집의 신발장 문을 떼어 차량에 싣고 다녔다. 수급자 집이 아닌 자신의 집이나 도로 등에서 개인 용무를 보면서 태그에 휴대전화를 접촉해 서비스 시작·종료 기록을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울주군청은 해당 기관을 현지조사한 뒤 2023년 11월 장기요양급여비용 3740만 5240원을 환수한다고 통보했다.
기관 운영자는 요양보호사가 수급자와 외출할 때 종료 시간을 기록하려고 태그를 떼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지조사 당시 요양보호사가 직접 작성하고 서명·날인한 사실확인서와 태그 전송 장소 등을 근거로 허위청구가 인정된다고 봤다.
요양보호사의 자택 주변에서 서비스 종료 기록이 여러 차례 전송된 사실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치매가 심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수급자들과 늦은 시간까지 반복적으로 외출했다는 요양보호사 측 설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빅데이터로 의심 기관 추출…현지조사로 실제 근무 대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급여와 건강보험 자격 등 데이터를 활용하는 부당청구탐지시스템을 운영한다. 청구 경향을 분석해 부당청구 가능성이 있는 항목과 기관을 추출하고, 자율점검이나 현지조사 대상 선정에 활용한다.
현지조사에서는 종사자의 근무기록, 급여제공기록, 전자 태그 전송 내역, 기관이 공단에 청구한 비용 등을 대조한다. 공익제보와 신고도 현지조사 대상을 정하는 경로로 활용된다.
공단은 곧바로 현지조사를 하기 전 기관에 자체 점검과 자진신고 기회를 주기도 한다. 2024년에는 105개 장기요양기관이 자율점검 대상이 됐다. 이 가운데 38곳이 부적정 청구를 자진 신고해 2억 3400만 원이 환수됐다. 다만 이번 신발장 문 조작 사건이 부당청구탐지시스템, 공익제보, 별도의 현지조사 계획 가운데 어떤 경로를 통해 처음 포착됐는지는 공개된 판결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적발액 연간 464억~667억 원
국회예산정책처가 2025년 11월 발간한 ‘노인장기요양보험 정책·사업 평가’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 부당청구 적발 건수는 2022년 1668건, 2023년 2085건, 2024년 1786건이었다.
적발 금액은 2022년 523억 6700만 원, 2023년 666억 7600만 원, 2024년 464억 1600만 원이다. 한 기관이 여러 유형으로 적발된 경우가 있어 적발 건수에는 중복이 포함돼 있다.
주요 적발 유형은 인력 배치 등에 따른 가산·감산 기준을 위반한 청구와 허위청구였다. 허위청구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거나 실제로 제공한 것보다 시간·횟수를 늘려 비용을 청구한 경우를 의미한다. 두 유형은 2022~2024년 매년 전체 적발 건수의 80%를 넘었고, 적발 금액에서는 90% 이상을 차지했다.
2020~2024년 현지조사를 받은 장기요양기관은 5657곳이다. 이 가운데 5264곳에서 부당행위가 적발됐으며 적발 금액은 총 2347억 9300만 원이었다. 조사기관 대비 적발기관 비율은 합계 기준 93.1%였다.
이 수치를 전체 장기요양기관의 93.1%가 부당청구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현지조사는 부당청구탐지시스템 분석과 공익신고 등을 통해 부당행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관을 선별해 진행한다. 전체 급여 청구기관 가운데 현지조사를 받은 기관의 비율은 연간 3.8~5.0%였다.
10년간 조사 없던 4078곳 중 44곳 점검
보건복지부는 최근 10년간 현지조사를 받지 않은 장기요양기관 4078곳의 운영 실태와 급여 청구 유형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불법·부당행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44곳을 기획 현지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조사 대상에는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방문요양, 방문목욕, 주야간보호 기관 등이 포함됐다. 조사는 관할 지방정부가 주관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한다. 정부는 신고된 종사자가 실제로 적정하게 근무했는지, 방문요양서비스 제공 내역과 급여 청구 기록이 일치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한다.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부당하게 지급한 급여비용을 환수하고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이번 판결을 받은 울산의 장기요양기관이 정부가 조사하는 44곳에 포함됐다는 근거는 없다. 판결 사건과 기획 현지조사는 별개의 사안이다. 다만 종사자의 실제 근무 여부와 서비스 제공 기록·청구 내용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보호자는 급여제공기록지 확인해야
전자 태그에 방문 기록이 남아 있더라도 어떤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됐는지까지 자동으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수급자나 가족은 기관이 제공하는 급여제공기록지를 살펴 실제 방문 날짜와 시간, 서비스 내용이 기록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행 장기요양급여 고시에 따르면 장기요양기관은 제공한 서비스 내용을 급여제공기록지에 작성·관리하고 수급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가정방문급여 기록지는 원칙적으로 주 1회 이상 제공한다. 재가급여전자관리시스템으로 기록을 전송한 경우에는 월 1회 이상 제공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지 않은 날짜가 서비스 제공일로 기록돼 있거나 실제 방문시간보다 긴 시간이 입력돼 있다면 기관에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기록이 수정되지 않거나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1577-1000이나 공단 지사를 통해 청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방문요양 이용 가족이 확인할 세 가지① 요양보호사가 실제로 방문한 날짜·시간과 급여제공기록지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② 받지 않은 신체활동지원·가사활동지원 등이 제공된 것으로 기록돼 있지 않은지 살핀다.
③ 기록이 실제 이용 내용과 반복해서 다르면 기관에 설명을 요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확인한다.
방문요양 부당청구는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새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전산에는 돌봄이 제공된 것으로 남았지만 정작 고령 수급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공단의 데이터 분석과 현지조사뿐 아니라 수급자와 가족이 급여제공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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