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7

“쉬러 왔는데 왜 아플까”

입력 2026-07-27 10:58

여름휴가 망치는 ‘레저 시크니스’

▲'캐리어_증후군'을 겪는 여성의 모습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캐리어_증후군'을 겪는 여성의 모습 (이미지=AI 생성 이미지)


기다리던 여름휴가. 그런데 휴가지에 도착하자마자 이유 없이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멀쩡하던 발바닥이 욱신거린다. 갑자기 피로가 밀려오거나 두통이 생기고, 심한 경우 열감까지 느껴진다. 어렵사리 떠난 여행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을 일각에서는 ‘레저 시크니스(Leisure Sickness)’라고 부른다. 의학적 질환명은 아니지만, 네덜란드 심리학 연구진이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는 업무나 학업 등 긴장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시기에 오히려 몸살이나 두통, 피로감 등과 같은 질병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몸이 느끼는 통증

레저 시크니스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몇 달간 과도한 업무나 학업, 육아로 정신적 부담이 이어지고 수면 부족까지 겹치면 우리 몸의 신경계는 오랫동안 ’경계 모드‘를 유지한다. 휴가가 시작됐다고 해서 스트레스 반응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높아진 각성 수준과 코르티솔 분비가 안정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휴식에 들어가 각성 수준이 서서히 낮아지면 그동안 긴장에 가려졌던 피로와 근육통 등이 한꺼번에 나타날 수 있다. 팽팽한 긴장으로 버티던 몸이 이완되는 과정에서 자율신경계와 면역체계의 균형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피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휴가철에는 장거리 이동이나 무거운 여행 가방 운반, 평소 하지 않던 물놀이와 등산 등으로 활동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근육과 관절이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면 허리와 어깨, 발을 비롯한 근골격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휴가지에서 커지는 ‘캐리어 증후군’과 발바닥 통증

대표적인 사례가 이른바 ‘캐리어 증후군’이다. 여행 중 무거운 캐리어를 한 손으로 오래 끌면 몸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쏠려 척추와 골반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쉽다. 손목과 팔에 가해진 부담은 어깨와 목으로 이어진다. 특히 계단이나 턱을 넘으려고 캐리어를 갑자기 들어 올리는 동작은 허리 근육과 인대에 순간적으로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평소에는 긴장과 높은 각성 상태 때문에 근육의 피로나 통증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반면 레저 시크니스 상태에서는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드러나고 신체의 회복력도 일시적으로 떨어져, 평소와 같은 자극에도 통증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휴가철에 특히 주의해야 할 부위는 ‘발’이다.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하루 보행량이 평소보다 3~4배까지 늘기도 한다. 이때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는 족저근막에 미세한 손상이 반복적으로 쌓일 수 있다. 더욱이 여름철에는 쿠션이 부족한 샌들이나 플립플롭, 슬리퍼를 장시간 착용하는 경우가 많아 발바닥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족저근막염 환자는 28만9338명이었다. 이 가운데 7월 환자가 4만6183명으로 연중 가장 많았으며, 가장 적었던 2월의 2만8157명보다 60% 이상 많았다. 휴가철의 급격한 활동량 증가와 신발 선택이 발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안전한 휴가의 시작은 '쉬는 연습'부터

휴가를 온전히 즐기려면 도착하자마자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기보다 몸의 긴장을 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동으로 지친 첫날에는 관광이나 레저 활동을 줄이고, 충분한 수면과 휴식,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굳은 근육을 이완하는 것이 좋다. 휴가는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아니라, 몸에 쌓인 피로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목이나 허리, 발바닥 등의 통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면 단순한 휴가 후유증으로 여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통증에 추나요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 일부를 이용해 척추와 관절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경직된 주변 근육을 이완하는 수기치료법이다.

통증이 심한 부위에는 침이나 약침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족저근막 통증의 경우 종아리와 발바닥의 긴장된 근육에 침 치료를 시행해 발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고, 정제한 봉독 성분을 주입하는 봉약침을 활용하기도 한다.

자생한방병원이 ‘척추신경추나의학회지’에 발표한 임상 증례에서는 봉약침 치료를 받은 족저근막염 환자의 통증 숫자평가척도(NRS)가 치료 전 10점에서 치료 후 2점으로 낮아졌다. 다만 단일 임상 증례만으로 치료 효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우며, 봉약침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치료 전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홍순성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레저 시크니스로 나타나는 통증은 단순히 휴가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몸에 누적된 피로와 긴장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며 “휴가 중에는 몸의 회복 속도에 맞춰 충분히 쉬는 것이 중요하고, 휴가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 만성 통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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