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3

[알기 쉬운 생활금융③] 자녀 전세자금 1억 원 보태주려는데…. 증여세 내야 할까

입력 2026-09-03 06:00

부모가 보태주는 전세자금, 생활비와는 다르다

60대 A 씨의 자녀는 최근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아둔 돈만으로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은행 대출을 받아도 돈이 부족하자 A 씨 부부는 고민 끝에 1억 원을 보태주기로 했다. “집을 사주는 것도 아니고 전세금인데, 부모가 이 정도 보태주는 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전세보증금 지원도 증여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세법에서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나 교육비 등을 비과세 대상으로 두고 있다. 반면 전세보증금은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목돈이다. 자녀의 재산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모가 무상으로 지원했다면 증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증여는 단순히 현금이나 재산을 직접 넘기는 경우만을 뜻하지 않는다.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재산이나 경제적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증여에 해당할 수 있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전세자금 1억 원을 그냥 준다면 세금은 얼마나 될까?

성년 자녀가 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을 때 적용되는 증여재산공제는 10년간 5000만 원이다. 미성년 자녀라면 2000만 원이다. 예를 들어 성년인 자녀가 지난 10년 동안 부모에게 증여받은 재산이 전혀 없다고 가정해보자. 부모가 전세자금으로 1억 원을 무상으로 준다면 5000만 원을 공제하고 남은 5000만 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현재 증여세율은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10%가 적용되므로 산출세액은 500만 원이다. 법정 신고기한 내 신고하면 신고세액공제 3%를 적용받아 납부세액은 485만 원이 된다. 이 사례는 지난 10년간 부모에게 받은 다른 증여가 없다는 단순한 경우다. 과거에 이미 현금이나 주식 등을 증여받았다면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 증여세 신고는 원칙적으로 재산을 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아빠 5000만 원, 엄마 5000만 원씩 주면 괜찮을까?

여기서 자주 생기는 오해가 있다. “아버지에게 5000만 원, 어머니에게 5000만 원씩 받으면 각각 공제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성년 자녀가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을 때 적용되는 5000만 원은 부모 한 명당 따로 주어지는 공제 한도가 아니다. 수증자인 자녀를 기준으로 직계존속에게 받은 증여를 합산해 10년간 5000만 원 한도를 적용한다. 특히 증여세 과세가액을 계산할 때 직계존속의 배우자는 동일인에 포함된다. 따라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눠 송금했다고 해서 공제액이 1억 원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자녀 대신 집주인에게 바로 보내면?

부모가 자녀 계좌를 거치지 않고 집주인에게 직접 전세보증금을 보내면 어떨까?

송금 경로만 바꿨다고 증여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세법상 증여는 직접 재산을 넘기는 경우뿐 아니라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재산이나 경제적 이익을 늘려주는 경우도 포함한다. 따라서 자녀 명의의 전세계약에 필요한 보증금 1억 원을 부모가 대신 부담했다면 자녀에게 경제적 이익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빌려준 돈입니다”… 차용증을 쓰면 될까?

1억 원을 증여하지 않고 빌려주는 방법은 어떨까? 가족 간 금전 거래가 실제 대여라면 증여와는 다르다. 국세청은 최근 가족 간 자금거래를 점검하면서 상환능력에 비해 큰돈을 빌리고 형식상 차용증만 작성한 사례에 대해 실제 증여가 아닌지 확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무로 인정된 뒤에도 실제 원금을 갚았는지, 이자를 지급했는지 등을 사후 관리한다.

그렇다면 부모에게 1억 원을 무이자로 빌리면 바로 증여세가 붙을까? 현재 세법상 금전 무상대출의 적정 이자율은 현재 연 4.6%이고, 이자를 내지 않아 얻은 이익이 연 1000만 원 미만이면 해당 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1억 원을 무이자로 빌렸다면 연간 이자 상당액은 460만 원으로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기준은 어디까지나 원금 자체가 실제 대여금으로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적용된다. 단순히 차용증만 작성해놓고 원금을 갚지 않는다면 실제 증여인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가족 간 금전소비대차 계약서(차용증)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계약서 작성시기를 증명할 수 있는 확정일자, 내용증명 등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결혼 앞둔 자녀라면 달라질 수도

전셋집을 구하는 이유가 결혼이라면 한 가지 더 확인할 제도가 있다.

현재 직계존속에게 혼인일 전후 2년 이내에 증여받은 경우 기본 증여재산공제와 별도로 1억 원 한도에서 혼인 증여재산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혼인일은 혼인관계증명서상 신고일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결혼을 앞둔 성년 자녀라면 일반적인 직계존속 증여재산공제 5000만 원에 혼인 증여재산공제 1억 원을 별도로 적용받을 수 있다. 혼인 증여재산공제를 받은 돈은 반드시 결혼식 비용에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세보증금이나 주택 마련 자금으로 사용해도 공제 적용이 가능하다.

생활을 돕는 돈과 재산을 만들어주는 돈은 다르다

지난 편에서 살펴본 식비나 월세 같은 통상적인 생활비와 이번 전세자금의 가장 큰 차이는 돈의 성격이다. 생활비는 필요한 시기에 실제 생활을 위해 소비된다. 반면 전세보증금은 계약이 끝나면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자산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모두 자녀를 도와주는 돈이지만 세법의 시선은 다르다.

자녀에게 목돈을 지원하기 전에는 먼저 무상으로 주는 돈인지, 빌려주는 돈인지부터 명확히 정하는 편이 좋다. 증여한다면 지금까지 받은 증여액과 10년간 공제 한도를 확인하고, 빌려준다면 차용증뿐 아니라 실제 상환 계획과 자금 흐름까지 남겨야 한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혼인 증여재산공제 적용 여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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