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7

[알기 쉬운 생활금융⑤] “엄마 카드 써” 가족이면 내 카드 써도 괜찮을까?

입력 2026-09-17 06:00

가족카드와는 달라…카드 사용 책임과 증여세까지 알아보기

60대 A 씨는 취업 준비 중인 자녀에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건넸다. “필요한 거 있으면 이 카드로 사.” 배우자가 급하게 자동차 수리비를 결제해야 할 때도 자신의 카드를 쓰도록 했다. 가족끼리인데 이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이름으로 발급된 신용카드를 가족이 사용하는 것과 카드사가 가족에게 정식으로 발급한 ‘가족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가족이 쓰는데 뭐가 문제죠?”

신용카드는 현금이나 일반적인 물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카드에는 발급을 받은 명의자가 있고, 카드사는 그 명의자를 기준으로 회원과 이용계약을 맺는다. 따라서 본인 명의의 카드를 배우자나 자녀, 부모에게 건네주고 사용하게 하는 것은 카드의 분실 ·도난이나 부정사용 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실제 사용자가 카드 명의자와 다르다는 사실이 분쟁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카드사가 적용받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5조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양도하거나 양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도 회원은 본인 이외의 배우자, 가족 등 다른 사람이 카드를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자유롭게 빌려주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이미지=AI 생성)
(이미지=AI 생성)

내 카드와 ‘가족카드’는 어떻게 다를까?

여기서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 가족카드다. 가족카드는 카드 명의자인 주 회원이 가족의 카드 이용을 위해 카드사에 별도 신청해 발급받는 카드다. 가족회원은 자신의 이름으로 발급된 카드를 사용하고, 주 회원과 가족회원의 관계 및 이용대금에 관한 책임은 카드사의 약관에 따라 정해진다.

반면 부모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자녀에게 건네거나 배우자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정식으로 발급된 가족카드가 아니다. 따라서 성년인 가족에게 카드를 함께 쓰게 하고 싶다면 자신의 카드를 빌려주기보다 카드사에 가족카드 발급이 가능한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가족이 쓴 카드값, 누가 갚을까?

내 명의로 발급된 신용카드를 가족이 사용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나한테 있다. 가족카드도 내 신용을 바탕으로 발급되므로 이용 금액에 대한 책임은 주 회원이 가진다. 예를 들어 배우자에게 카드를 맡겨 사용하게 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가족이라고 해도 카드 사용 한도와 범위 등을 미리 정해둬야 가족 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기본적인 책임은 카드를 발급받은 주 회원인 명의자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

“가족인데 굳이 가족카드까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양도할 수 없다는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 가족카드는 카드사가 가족회원을 등록해 별도의 카드를 발급하는 만큼 누가 카드를 사용하는지 명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드사에 따라 가족회원의 이용 한도를 별도 설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주 회원의 한도가 500만 원이라면 가족회원의 이용 한도를 70만 원으로 별도로 설정하는 식이다. 다만 구체적인 한도 설정 방식은 카드사와 상품에 따라 다르므로 발급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녀가 부모 카드를 쓰면 증여로 볼까?

부모가 자녀에게 현금으로 돈을 건네는 경우만 증여로 보지 않는다. 부모가 자녀의 소비를 대신 부담해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경우에도 증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초년생인 자녀가 부모 카드를 받아 해외여행이나 고가의 물건 등을 산다면 실질적으로 ‘현금 증여’와 동일하게 취급돼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핵심은 단순히 부모 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일률적으로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지출의 성격과 금액, 자녀의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자신의 소득이나 재산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고액의 소비를 부모 카드로 하고 있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액의 재산을 취득하거나 채무를 상환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가 문제가 될 경우 부모가 대신 부담한 금액이 증여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 카드로 300만 원을 썼다면 무조건 증여일까?

금액만으로 증여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자녀의 생활비나 교육비 등 통상적인 비용을 부담한 것인지, 자녀가 자신의 소득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고액 소비를 부모가 대신한 것인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금액만으로 증여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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