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세 이상이 무료로 이용하는 지하철의 가치는 교통비 절약에만 머물지 않는다. 집 밖으로 나와 사람을 만나고 일상을 이어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어르신의 이동권을 보장할 해법으로 중앙정부의 비용 분담과 법적 지원 근거 마련이 제시됐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도시철도 무임수송, 지속가능한 교통복지를 위한 해법’ 정책토론회에서 박영훈 아주대학교 교수는 고령층 무임수송제도의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재원 분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교통학회와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노사가 공동 주관한 자리다.
박 교수는 발표에 앞서 이번 논의의 초점이 제도를 앞으로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무임수송을 운영기관의 재정 문제와 고령층의 이동·사회참여를 함께 고려하는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무료 지하철이 뒷받침하는 외출과 사회참여
박 교수는 도시철도 노인 무임수송제도로 발생하는 사회적 가치를 연간 약 6506억3000만 원으로 추정했다. 고령층의 통행과 외부활동 유지에 따른 효과를 건강, 교통·환경, 지역경제 등 9개 항목으로 나눠 산정한 결과다.
차량운행비 절감은 1585억1000만 원, 주요 질환 감소는 861억2000만 원, 지역경제 활성화는 826억5000만 원, 우울증 관련 사회적 비용 감소는 742억1000만 원으로 산정했다.
박 교수는 “가장 보수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는 부분만을 현재 산정한 가치가 이 정도”라며 추가적인 간접 효과까지 반영하면 추정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수치는 선행연구와 설문조사, 공공자료 등을 활용해 환산한 사회적 가치로, 실제 절감된 지출액과는 구분된다.
무임수송이 사라지면 외출을 줄일 수 있다는 설문 결과도 제시했다. 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도시철도 이용자 251명 중 144명인 57.4%가 무임수송 폐지 시 도시철도 이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이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자 가운데 39명은 줄어드는 통행 중 한 차례 이상을 아예 포기하겠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무임수송이 고령층의 외부활동을 유지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승용차 이용 전환을 억제하면서 교통사고와 환경오염에 따른 비용을 줄이고, 외출에 따른 소비로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요금 인상만으로 풀기 어려운 재정 문제
운영기관의 재정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전체 승차에서 무임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4%였다. 무임수송 이용 중 고령자 비중은 86.2%로 나타났다.
인구구조 변화 등을 반영한 장래 수요 추정에서는 2050년 무임수송 비중이 38.4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유료 이용 수요가 감소하고 무임수송 비중이 높아지면서 운수 수입만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를 국가 차원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금 인상이나 무임수송의 유료 전환, 부가수익 확대만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정적인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 재정 지원을 공공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임수송 비용 보전은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적자를 메워주는 지원이 아니라 국가가 설계한 공익서비스의 수행 비용을 정당하게 보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통정책이자 복지정책”…복지부도 논의 참여해야
재원 마련의 핵심 과제로는 제도를 정하는 주체와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 사이의 불일치 해소를 꼽았다. 국가가 법령으로 경로우대 기준과 도시철도 운임 감면 수준을 정하지만, 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은 지자체와 운영기관이 부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교통복지 서비스를 요구하고 제도를 설계한 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는 원칙에 주목했다. 국내에서도 중앙정부·지자체·운영기관의 역할과 비용 분담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계 부처 간 논의 확대도 주문했다. 무임수송이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정책인 만큼 국토교통부뿐 아니라 보건복지부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통정책이 아니라 복지정책으로서 보건복지부와 함께 주관 부처를 설정해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복지법 시행령과 도시철도법 등을 검토해 중앙정부 재정 지원의 근거를 보완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무임수송의 사회적 가치를 안정적인 제도로 이어가려면 구체적인 재원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 향후 논의의 과제는 관계 부처의 역할을 정하고, 국가 지원의 법적 근거와 비용 분담·정산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