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자문단 칼럼]소고기를 소화시키는 효소로 화장품과 디스크수술까지

기사입력 2014-07-13 09:36 기사수정 2014-07-13 09:36

효소는 어떻게 우리 생활에 이용되는가(3)

서울여대 노봉수 교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노봉수 교수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서 가장 소화가 더디게 이루어지는 것이 고기류이다. 이러한 이유로 입안에서 부드러운 식감을 느끼기 위하여 생고기, 일명 스테이크 등에는 효소를 뿌려 잠시 재워 놓았다가 조리하곤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먹게 되면 고기의 일부 단백질이 분해돼 육질이 한결 연해져 맛이 좋아지기 때문에 연육소를 사용하고 있다.

단백질 가수분해 효소로 구성되어 연육소로 사용되는 것 중에는 파파야에 많은 파파인, 파인애플에 존재하는 브로멜레인, 무화과 열매에서 발견되는 피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효소가 함유된 연육소는 마트나 백화점 식품코너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불고기 조리 시 양파, 마늘, 파 등에 재웠다가 구워 먹었는데 양파 속에는 단백질 가수분해 효소가 많이 들어 있어 질긴 고기도 비교적 부드럽게 숙성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또 한편으로 소화제를 구성하는 효소로도 많이 이용해 왔다.

식품산업에서는 맥주 공정 중에 파파인 효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단백질은 맥주의 거품을 내는 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지 않으면 맥주 거품을 생성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단백질들이 맥주를 얼렸다 녹였다 하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병 안에는 이물질처럼 보이는 부유물질이 생성된다. 이는 단백질들이 엉키는 일종의 단백질 변성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단백질을 어느 정도 분해시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런 목적(chill proofing)으로도 단백질 가수 분해 효소인 파파인을 활용한다.

파파야 열매가 열리는 줄기나무에 상처를 가하면 하얀 즙액이 나온다. 이 즙액을 손바닥으로 비빈 후 얼굴에 살짝 발라주면 피부가 한결 깨끗해지는 현상을 발견한다. 이것은 하얀 즙액 속에 함유된 파파인 효소가 피부 표면의 각질을 제거시켜 주는 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얼굴을 비롯한 피부는 끊임없이 세포분열이 일어나 새로운 피부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지 오래된 세포로 각피 부분을 바로 제거해 줘야 하는데, 이 역할을 파파인 효소가 대신해 준다. 많은 화장품 속에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 파파인 효소 첨가 화장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단백질 분해 효소 파파인은 화장품 산업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운동량이 부족하고 앉아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현대인에게 많이 생기는 질병 중에 하나가 디스크다. 허리 주변의 근육을 발달시켜야 하는데 운동이 부족한 것은 물론 지나치게 쌓인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디스크가 생겨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심한 경우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수술의 경우 척추부분은 매우 위험한 부위로 많은 사람이 꺼려하는 수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칼로 째는 수술보다는 내시경을 이용해 일정 부분만을 제거하면서도 병원에 입원하여 며칠씩 머무르는 형태가 아닌 수술한 그 날 바로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이는 내시경을 통해 주입된 파파인과 유사한 단백질 분해효소인 카이모파파인이 단백질을 분해시켜 녹이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단백질과 수분으로 이루어진 디스크 수핵에 바늘을 찔러 넣고 카이모파파인을 주사하면 수핵이 녹아 디스크 내 압력이 감소하면서 튀어나왔던 디스크가 줄어들어 신경을 압박하던 증상이 사라지는 원리이다. 단백질만을 선택적으로 분해시키는 효소를 이용하면 다른 부위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이 없을 뿐 아니라 신경을 누르는 단백질 부분만을 가수분해하여 통증을 완화시키므로 매우 간편하면서도 부작용 없이 해결할 수 있다.

소화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알아 왔던 단백질 가수 분해 효소가 화장품은 물론 의술 분야까지 이처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분야에 효소들이 응용될 수 있을 것인지는 많은 과학자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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