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ㆍ사진> 김 현 (전 KBS 연구실장, 여행연출가)
김현·조동현 부부의 '특별한 부부여행 코스' 세 번째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 일주」
기차여행 하면 유럽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프로방스 지방 일주는 우리 부부가 참 좋아하는 여행 코스다. 우리 부부가 프로방스 지방 일주를 하게 된 데에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 영국의 유명한 작가 피터 메일이 날씨가 나쁜 영국 대신 프로방스 지방에서 1년을 살았는데, 그때의 생활담을 묶은 <프로방스에서의 1년>이란 책을 출간했다. 그때 마침 우리 부부가 그 책을 구입하여 읽게 되었고, 그때부터 메일이 묵었던 집이라든가 자주 다니던 카페, 빵집 등을 가보자고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프로방스 지방에 가보니, 의외로 우리가 몰랐던 유명한 화가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곳이기도 해서, 미술관 관람까지 추가로 하게 되었다.
프로방스 지방은 프랑스의 동남부와 이탈리아와의 경계에 있는 지방인데, 론강을 끼고 있으며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프로방스란 이름에는 유래가 있는데 옛날 로마가 프랑스를 점령할 때 북쪽은 나중에 가고 프로방스 지방만 먼저 점령했다고 한다. 프로방스란 말이 영어로는 Provence인데 그게 지역이란 뜻이다. 즉 로마가 점령한 지역이란 뜻으로 프로방스가 된 것이라고.
유럽을 여러 번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예상 외로 하늘이 맑은 날이 많지 않다. 그 때문에 프로방스 지방은 유럽인들 사이에서도 선망하는 지역이 됐다. 맑고 눈부신 햇살 덕분이다. 우리 부부는 프로방스 지방 일주를 위해 우선 로마행 비행기 표부터 끊었다. 로마에 도착하여 시간여유가 되면 이탈리아의 정취도 느낄 겸 로마를 한 바퀴 도는 것도 좋다. 그 후 바로 ‘종착역’이란 의미를 갖고 있는 테르미니(Termini)역으로 가, 한국에서 미리 끊어놓은 유레일패스를 이용하면 된다. 10일 정도의 여정이면 딱 좋다.
로마에서부터 출발해서 기차를 타고 프랑스로 건너가 모나코, 니스, 칸, 툴루, 마르세유, 아를, 아비뇽 등의 도시를 차례로 거치는 것이다. 순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정해도 된다. 우리 부부는 제일 먼 아비뇽 지방부터 가서 거기서부터 아를, 마르세유 순으로 내려왔다. 한 도시에 내리면 그곳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했는데, 세잔의 고향인 엑상프로방스, 파브르가 식물과 곤충을 관찰하기 위해 자주 오르내렸다는 방투산,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로 유명한 아를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별이 빛나는 밤에>와 관련하여 우리 부부에게는 또 하나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생을 노래한 돈 맥클린의 ‘빈센트’가 그것이다. ‘Starry starry night~~~’이란 감미로운 선율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CD를 미리 준비해 가지고 가 아를에 도착했을 때 부부가 함께 들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노래에 회화성까지 어우러져 반 고흐의 자취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칸을 거쳐 도착한 니스도 빠질 수 없다. 니스에는 유독 마티스, 샤갈, 피카소 등의 그림 전시관이 많았다. 이 유명한 화가들이 하나같이 프로방스의 기가 막힌 햇볕을 원색으로 표현할 만큼 프로방스의 햇살은 눈부시다. 그림들을 통해서도 프로방스가 왜 유럽인들에게 이상향이 되었는가를 금방 알게 될 것이다.
묘한 향기와 맑고 밝은 햇살을 온몸 가득 품고 있는 프로방스. 그곳을 기차를 이용해 차례로 둘러보는 것 자체가 낭만이자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