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런 거 땜에 의 상한다] 친구야 잘 지내렴

기사입력 2016-07-11 09:22 기사수정 2016-07-11 09:22

필자에게는 아주 오랫동안 함께한 친구가 있다. 중학교 1학년 짝으로 만난 이후 중고등학교 6년을 같은 반이었고, 대학도 과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다. 그만큼 마음이 맞는 친구라고 믿었다. 위로 오빠들만 있어 선머슴처럼 자란 필자의 눈에 언니가 둘이나 있는 친구의 언행은 신기했고, 그의 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 워낙 의사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필자는 그의 말에 따르는 편이었다.

뒤늦게 친구가 남편과 함께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를 했고, 곧이어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가서 20여 년을 목회자의 아내로 살았다. 그래도 평균 1-2년 간격으로 부모님이 계신 이곳을 다녀갔기 때문에 문화의 차이를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다 3년 전 은퇴하고 이곳에서 살겠다고 왔다.

그런데 막상 친구를 만나면서 필자는 아주 생소한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았다. 예전에 몰랐던 모습에 깜짝깜짝 놀랐다. 관심사가 필자와는 전혀 다르고, 인정받는 것에 목마른 친구를 보면서 딴 사람을 보는 듯했다. 이곳의 친구들과 문화의 충격을 느끼며 불평이 많아졌다. 자신의 생각에 갇혀 있는 친구가 우리들과 많이 괴리감을 느끼며 좀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조용한 미국 소도시에서 살다 이곳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편의 건강을 이유로 결국 미국으로 돌아갔다. 가기 전에 친구가 그간의 심정을 털어놓았고, 필자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필자를 만나기 전에 다른 친구에게 필자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고, 듣던 친구는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그 친구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필자를 비난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던 터라 필자의 마음은 닫혀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푸근해지고 싶은데 굳이 그 일을 꺼내고 싶지 않아 혼자 삭였다.

어린 시절이나 중년이 될 때까지 잘 어울린다고 여긴 것은 일방적인 그의 의견을 필자가 다 수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필자의 눈이 달라졌는지 친구와의 공통점보다 다른 점이 아주 많이 보인다. 다름을 수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늙어가면서 깨닫는다.

“친구야, 그래도 우리가 친구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건강하게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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