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따라 전통주 따라… ‘갈지자 팔도유람’

기사입력 2014-02-07 14:01 기사수정 2014-02-07 14:01

포천 이동막걸리·전남 해남 진양주 등 여행하며 즐기는 전통주 ‘홀짝’

(사진=뉴시스)

“캬, 좋~다!” 여행 중 기울이는 술 한잔엔 남다른 여유가 있다. 이보다 더 편안할 수 있을까. 여행의 흥을 돋우는 데는 역시 술이 빠질 수 없다. 특히 전통주는 그 지방의 전통과 문화를 한잔 술에 담아내고 있어 애주가들의 여행에는 필수다.

경기 포천을 여행한다면 이동막걸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이동면 도평리 백운산(해발 904m) 아래 자리한 이동막걸리 양조장은 인근 직판매장에서 도토리묵·손두부 등과 함께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 맛을 볼 수 있는 서민적 공간이다.

충남 서천군에는 소곡주가 유명하다. 현존하는 한국 전통주 중 가장 오래된 술로 연한 미색이 나고 단맛이 돌면서 끈적거림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술의 재료가 되는 잡곡의 냄새가 전혀 없는 최고급 찹쌀로 빚어 100일 동안 숙성시켜 만든다.

충북 충주에는 중원 청명주가 있다. 찹쌀과 밀 누룩으로 만든 술로 깊은 곡주 향과 맑은 황금빛이 특징이다. 조선 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이 즐겨 마셨다고 알려졌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긴 것을 1986년 충북 충주시 가금면 창동에서 여러 대에 걸쳐 터를 닦고 살아온 김영기 옹이 집안에 전하는 향전록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지금은 그의 아들 김영섭 씨가 4대째 술을 빚고 있다.

전북 완주군에는 송화백일주가 있다. 수도승들이 고산병 예방을 목적으로 즐겨 마셨다는 곡차(穀茶)에서 유례를 찾을 수 있는 송화백일주는 송홧가루, 솔잎, 산수유, 구기자, 오미자, 찹쌀, 백미, 보리 등 다양한 재료로 빚은 밑술을 증류해 얻는 증류식 소주다. 송홧가루의 황금빛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송화백일주는 38도라는 도수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목 넘김이 부드러운 것이 장점이다.

전남 해남에는 조선 임금이 구중궁궐에서 마셨다는 술이 있다. 해남 진양주다. 2011년 프랑스 OECD 회의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만찬주로 선정됐을 만큼 빼어난 맛을 자랑하는 해남 진양주는 순수하게 찹쌀과 누룩으로 빚었지만, 꿀을 섞은 듯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경북 영주를 대표하는 전통주는 오정주다. 솔잎, 구기자, 천문동, 백출, 황정 등 기운을 북돋는 한약재가 들어간다. 제주에도 전통주가 있다. 오메기술이다. 제주에서는 좁쌀막걸리라 불리며 제대로 즐기려면 성읍민속마을에 가야한다. 무속신앙이 성행하던 옛 제주도에서 사시사철 당신(堂神)에게 제사를 드리며 따르던 술이다.

그밖에 강원 홍천에서는 전통 누룩과 홍천에서 나는 찹쌀, 단호박으로 빚은 동몽과 같은 재료로 빚는 만강에 비친 달이 유명하다.

그 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한잔 술에 담은 전통주가 여행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술 하잔이 담고 있는 역사적·문화적 의미를 여행하며 알아가면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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