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맛] 친환경 청국장, 세월의 맛을 더하다

기사입력 2016-11-04 10:12 기사수정 2016-11-04 10:12

나이가 들수록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청국장’이 아닐까 싶다. 쿰쿰한 냄새 때문에 꺼리다가도 그 참맛을 알고 나면 구수한 향에 밥 생각이 절로 난다. 청국장 특유의 맛뿐만 아니라 색다른 풍미까지 즐길 수 있는 ‘물꼬방’을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물꼬방 청국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청국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느림으로 먹는 밥상 ‘물꼬방’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터를 잡은 물꼬방은 한적한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한옥이 돋보인다. 서울시 명륜동에 있던 오래된 한옥을 통째로 뜯어와 현재의 디귿자 형태로 재조립했다고 한다. 오랜 숙성을 거쳐야 맛이 더해지는 청국장처럼 세월의 흔적이 깃든 한옥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진다. 가게 입구로 들어서자 바로 왼쪽에 ‘청국장 발효실(소정희 맛 연구소)’이 있다.

▲물꼬방 외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외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청국장 발효실 입구(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청국장 발효실 입구(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국내산 유기농 콩들이 3중 가마솥(물꼬방에서 제작)을 거쳐 맛있는 청국장으로 탄생하는 공간이다. 그 앞 카운터에서는 카페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데, 아름다운 아트라떼부터 고급 블랜딩 티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디저트는 야외 테라스에서 즐길 것을 권한다. 시원한 가을 하늘 아래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물꼬방 상차림(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상차림(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친환경 청국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친환경 청국장(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은 계절에 따라 실내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통유리를 통해 펼쳐지는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자연을 병풍처럼 둘러싼 물꼬방은 그와 어울리는 친환경 먹거리를 지향한다. 음식에 쓰이는 소금이나 된장, 채소 등은 엄선된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사용한다. 청국장은 다른 반찬보다도 함께 먹는 밥맛이 중요하다. 우렁이농법으로 농사지은 유기농 쌀을, 식당에 마련한 미니 도정기로 매일 아침 3분도 현미로 도정해 사용한다. 쌀눈이 살아 있어 영양가가 높고 맛도 좋아 이곳을 찾는 단골도 많다.

▲물꼬방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또 한 가지 특별한 것은 ‘소금’이다. 8년 전, 신안 앞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간수 뺀 천일염은 물꼬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한 식재료 중 하나다. 좋은 재료에 주인장의 정갈한 손맛이 더해지니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겐 여러 메뉴를 풍부하게 맛볼 수 있는 물꼬방정식(1만8000원)을 추천한다. 직접 띄운 청국장찌개를 비롯해 일반 요거트와 달리 우유를 사용하지 않고 청국장 균주로 8시간 이상 발효한 청국장 요거트, 청국장 쌈, 유자청·청국장 요거트를 곁들인 토마토, 떡갈비, 더덕구이, 콩불고기, 버섯탕수육 등을 골고루 즐길 수 있다. 메뉴 구성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데 새로운 메뉴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꼬방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내부 전경(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주인장 소정희씨는 “물꼬방은 단순히 밥만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옥 지하에 있는 ‘아래 갤러리(Are gallery)’에 가보면 그녀의 말에 수긍이 간다. 단절된 현대인들의 삶에 소통의 물꼬를 트고 싶다는 주인장의 바람이 담겨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갤러리 입구에는 매달 다른 장르의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상설 전시장을 마련했다. 안쪽 공간에서는 ‘젓가락의 변천사 기획전’을 열고 있다.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젓가락 유물뿐만 아니라, 3000년 젓가락의 역사와 다양한 재료로 만든 한국, 중국, 일본의 젓가락 변천사 등을 살펴볼 기회다.

▲물꼬방 ‘아래 갤러리(Are gallery)’ 입구(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아래 갤러리(Are gallery)’ 입구(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아래 갤러리(Are gallery)’ 내부(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아래 갤러리(Are gallery)’ 내부(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아래 갤러리(Are gallery)’ 내부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물꼬방 ‘아래 갤러리(Are gallery)’ 내부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obdlife@gmail.com)

전시실 내부를 가만히 둘러보면 커다란 장독이 눈에 띄는데 그 안에는 소금이 한가득 들어 있다. 현재 음식에 쓰이는, 8년 전 신안 앞바다에서 가져온 소금인데, 소금도 청국장처럼 발효 과정을 거치면 맛있어질 것 같아 넣어뒀단다. 원래는 식품저장고였던 공간을 갤러리로 바꾸면서 소금 장독도 옮기려 했으나 소금 알갱이가 서로 붙은 채 굳어 있어 퍼 담을 수도 없었고 무게도 상당해 장독 밑이 빠질 우려가 있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대로 오랜 시간 발효 과정을 거치면 훌륭한 식재료가 되거나, 젓가락처럼 유물이 될 테니 물꼬방의 보물이 될 소금임이 분명하다.


<가는 길>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고모루성길 258 (031-544-1695)

‘느림으로 먹는 밥상’이라는 물꼬방의 콘셉트처럼 느릿하게 시간을 넉넉히 두고 찾아갈 것을 권한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바라보면 곳곳에 숨겨져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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