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가 그렇게 나쁜 건가요?

기사입력 2017-01-23 09:37 기사수정 2017-01-23 09:37

▲영화 <공조> 사이트 (박미령 동년기자)
▲영화 <공조> 사이트 (박미령 동년기자)
영화라는 장르가 애초 그렇다.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들을 녹여 내며 각자 취향에 맞게 찾아서 보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봐도 졸작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영화가 다름은 있을지언정 우열을 말할 수는 없을 듯싶다. 딸이 이벤트에 당첨되어 같이 가자고 하기 전까지 이 영화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단지 필자의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관심이 없다 보니 어떤 선입관도 있을 리 없다. 다만 우월하게 멋진 현빈이 출연한다는 것이 조금 기대되기는 했다. 그밖에 유해진과 김주혁이 동반 출연하는데 최근 그들이 방송 연예 프로에 자주 얼굴을 내밀어 자칫 몰입을 방해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영화는 생각 이상으로 진지했다. 두 배우의 내공이 영화를 완성도 높게 이끌었다.

주요 줄거리는 남북의 공조 수사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이야기다. 북한의 특수요원 차기성(김주혁)은 북한이 은밀히 제작하는 위조달러의 동판을 차지하려 부하 림철령(현빈)을 대기시킨다. 차기성의 지시를 어기는 바람에 사랑하는 아내와 동료를 모두 잃은 림철령은 동판을 탈취하여 남한으로 도주한 차기성을 잡으러 남한에 공조 수사 요원으로 파견된다.

* 사진 - 공조2

한편 하는 일마다 말썽이 끊이지 않는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는 상사의 주선으로 이 공조 수사에 남측 파트너로 참여하게 된다. 북한 형사 림철령은 차기성을 찾아 복수하고 동판을 회수하려 하며, 남한 형사 강진태는 그것을 저지하여 국정원이 차기성을 체포하고 동판을 압수하는데 시간을 벌어 주는 역할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일이다.

둘이 공조 수사라는 목표는 같지만 서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르다는 역설적 상황에서 갈등구조가 만들어지고 재미가 탄생한다. 과거에도 형사물 버디무비는 제법 만들어졌다.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꽤 되는데 우선 <투캅스>가 떠오르고 유사한 설정의 <의형제>가 있었다. 그러나 같은 목적이 아닌 동상이몽을 지향하는 영화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이 영화는 현빈과 유해진을 먼저 전제로 해놓고 영화를 제작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둘의 역할과 캐릭터는 선명하다. 이들에 의해 동상이몽이 제대로 작동하고 절묘하게 표현되었다. 유해진의 장기인 유머는 적시에 치고 들어오고 현빈의 과묵한 액션은 현란하다. 특히 도로 추적 장면과 총격신은 우리 영화 수준이 이미 할리우드에 근접해 있음을 보여준다.

* 사진 - 공조 1

그러나 한 가지 보는 내내 떨치기 힘든 찜찜함은 기시감(旣視感)이었다. 대부분의 장면이 거의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표현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영화 전체적으로는 브루스 윌리스의 영화 <다이하드>의 문법을 따른 느낌이다. 유해진의 능글능글한 유머는 브루스 윌리스를 닮았으며, 마지막 발전소 총격 장면은 <다이하드>에서 익숙하게 보던 설정이 아닌가.

우리나라의 영화 제작 환경이 할리우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약하여 시나리오에 큰돈을 들이지 못하는 사정이 비슷비슷한 영화가 짜깁기 형태로 등장하는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공조>도 그런 혐의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그러나 그런 환경에서도 이런 정도의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평가해 줄만 하다.

김성훈 감독은 자기가 의도한 것은 모두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듯이 과잉 의지로 스릴러, 액션, 코미디뿐만 아니라 심지어 눈물 나는 가족애까지 남김없이 쏟아부었으나 그것들을 반죽하는 공을 들이지 못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어설픈 느낌을 주었다. 그렇지만 재미라는 영역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엄숙한 평론가들은 의미만 강조할지 모르나 재미가 큰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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