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국제 분쟁 전문기자 연옥과 저명한 역사학자 정민. 두 중년 남녀가 매주 목요일 각기 다른 주제로 토론을 이어간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작품을 창작한 황재헌 연출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년을 주인공으로, 목요일마다 토론을 한다는 설정을 연극으로 구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몇 해 전, 알베르 카뮈의 무덤 앞에서 시시포스(Sisyphus) 신화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남녀관계의 본질이 그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불어 오래전에 읽었던 프랑스 소설 한 편이 떠올랐습니다. 황혼을 바라보는 남녀의 이야기였습니다. 신화와 소설을 내용과 형식으로 삼아 작품을 구상했습니다.
초연 또는 지난 공연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극장 구조에 맞게, 관객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개성과 매력에 설득력을 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좀 더 여유롭고 부드럽게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저 역시 나이를 먹었기 때문에, 세상과 작품을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연출뿐만 아니라 직접 극본도 작업했는데요. 주인공의 대사 중 가장 공감하는 대목은 무엇인가요?
극 중에서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연옥의 모습을 바라보며 정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너한테 거짓말 좀 하지 마”라고요. 자기 자신을 안다는 것, 그리고 받아들인다는 것. 모든 불행과 행복의 근원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배우가 주인공인 연극과 비교해 중견 배우들을 중심으로 하는 연극에서 얻는 시너지가 남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소재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니까요. 더불어 중견 배우들의 연기에는 삶의 경륜이 묻어나옵니다. 그 연륜과 내공만큼 관객에게도 훨씬 더 깊은 울림을 전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 중장년이 보았을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연극인가요?
애인, 부부, 부모 자식 등등. 남자와 여자가 만들어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관계에 대한 고민에 빠진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황재헌 연출가
뮤지컬 <머더 포 투>, <태양의 노래>, <달콤한 나의 도시>, <빌리 엘리어트>, <웨딩펀드>, <클로저 댄 에버>, <나쁜 녀석들> 외 다수, 연극 <리타>, <썸걸즈>, <밑바닥에서>, <아트> 외 다수 연출
△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6월 27일~8월 20일, 윤유선, 진경, 성기윤, 조한철, 김수량 등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