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카드’ 한 달 체험기

기사입력 2017-07-13 10:04 기사수정 2017-07-13 10:04

서울시 어르신 카드를 발급 받은 지 한 달이 되었다. 이제는 전철을 타도 떳떳이 무료 혜택을 받고 경로석에도 앉는다. 노인들이 많지 않을 때는 혼자 경로석에 앉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들 젊은데 필자만 어느덧 노인이 되었다는 실감을 한다. 습관처럼 일반석에 앉았다가 젊은 사람들이 오면 깜짝 놀라 경로석으로 이동한다. 젊은 사람들은 필자 때문에 일반석에도 자리가 없어 못 앉고 경로석에는 원래 못 앉으니 필자가 일반석에 앉으면 안 되는 것이다.

경로석에 앉아보니 그전에 못 느끼던 것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한다. 노인들은 앉을 때 엉덩이를 던지듯 의자에 앉는다. 순간적으로 남의 몸이 닿으니 기분이 상한다. 그러나 노인들은 하체의 힘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다. 다리가 약하니 엉덩이를 조심스럽게 의자에 들이 밀지 못하고 털썩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이해를 해야 편하다.

경로석에 앉으면 맞은 편 3자리도 역시 경로석이다. 노인들이 앉아 있는 것이다. 얼굴이 주름지고 힘들어 보인다. 일반석에 앉으면 젊고 발랄한 젊은 사람들이 보였는데 경로석에는 온통 노인들뿐인 것이다.

노인들은 말 걸기를 좋아한다. 정치 얘기부터 자식들 얘기까지 애기를 건다, 안 받아주자니 무시하는 것 같고 맞장구를 쳐 주면 목소리가 마구 올라가 일반석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가끔 할머니들은 보따리를 들고 탄다. 뭔가 꼬리한 냄새가 난다. 음식을 쌌기 때문이다. 어디서 얻었든지 아니면 자녀들 갖다 주기위해 집에서 싸온 것일 게다. 같은 한국 사람끼리 음식물 냄새 난다고 이해 못해주면 안 될 것 같다.

가끔 젊은 임산부가 필자 앞에 서 있는 경우가 있다. 배가 부른 것을 보고 금새 알아챈다. 다른 노인들은 꿈쩍도 안한다. 임산부는 나이가 있으니 차마 입이 안 떨어져서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임산부는 괜찮다며 사양하지만, 필자는 곧 내린다며 임산부를 앉게 한다.

경로석에도 서열이 있다. 어르신 카드가 있다고 해서 똑 같은 것은 아니다. 65세 이상 60대도 있고, 70대도 있고, 80대도 있는 것이다. 70대까지는 몰라도 80대 노인이 타면 경로석에 먼저 앉았더라도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분명 경로석 앉을 나이가 안 되어 보이는데도 버젓이 경로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노인이 오면 비켜줄 생각으로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거나 조는 척하는 사람도 많다.

어르신카드 덕분에 전철역 엘리베이터도 눈치 안 보고 탄다. 누가 보자고하는 것도 아닌데 그 카드 덕분에 당당해진 것이다. 고궁에 입장할 때도 어르신 카드를 보여주니 프리 패스였다. 영화관에도 곧 갈 것이다. 영화관에 갈 때마다 직원이 어르신 할인 대상 여부를 물어 봤었다. 그러나 생일이 안 지나 자격이 없었다. 어르신 카드는 세상에 여기저기 두루 통하는 마패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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