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들은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전세금을 주변 시세보다 싸게 받는다. 많이 받아봐야 보증금 정도. 결국 세입자가 나갈 때 내줘야 하는 돈이다. 2년마다 오르는 전세금으로 차액이 생기니 생활비로도 쓰고 잘 굴려서 몇 푼의 금리 덕을 보긴 한다. 그러나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일본처럼 언젠가는 집값이 폭락하고 전세금도 폭락할지 모른다. 깡통 전세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무리하게 시세대로 다 챙기려 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오를 때마다 생긴 차액을 잘 관리해 재미를 보고 있지만, 자칫하다가는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둔다.
한번은 필자가 그 아파트에 들어가 살 생각으로 세입자에게 이사할 의사가 있냐고 물어보니까 싸게 들어왔기 때문에 그 돈으로는 다른 데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싸게 전세를 준 것이 오히려 덫이 된 것이다. 매번 싼 전세금으로 계약을 하다 보니 손해 볼 때도 많다. 만기가 안 되었는데 중간에 이사 갈 사유가 생겼을 때 하루라도 빨리 나가야 하니 새로 올 세입자에게도 그 금액에 해달라고 간청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전세가 나가지, 그렇지 않으면 언제 나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만기가 되었는데 전세가 안 나갈 때도 그렇다. 시기적으로 이사 시즌이 아니거나 동시에 전세 매물이 한꺼번에 나온 경우다. 이사 갈 세입자가 급하다고 사정하면서 남들보다 싸게 내놓아야 빨리 나간다며 간청을 한다. 그러면 그렇게 해줄 수밖에 없다. 한번은 세입자들이 도배, 장판 등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 아파트에는 더 이상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아 도배, 장판 안 하는 조건으로 전세금을 많이 깎아준 적이 있다. 그때 세입자가 자기 돈으로 도배, 장판을 했는데 그런 이유로 그 동네에서 전세금이 가장 싼 아파트가 됐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신혼부부는 만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이사 가는 경우가 많았다. 둘이 다투고 나서 별거나 이혼에 들어가는 사정 때문이다. 중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니 그건 나쁘지 않다. 금융기관에서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로 들어오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는 전세금 반환을 금융기관으로 해야 해서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가장 안정적인 세입자는 신혼을 벗어난 부부인데 매번 세입자를 고를 형편이 못된다. 부동산 중개인이 다리 놓아주는 대로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부부는 만기가 되어도 연장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중개 수수료를 더 들일 필요가 없다. 좋은 조건이다. 세입자 잘 만나는 것도 집 주인의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