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에 3일 나가는 동네 당구장에서는 3 쿠션을 치는 당구대가 하나 있고 나머지는 모두 4구 경기용이다. 4구 경기는 공 4개를 사용하며 빨간 공만 맞추는 게임이다. 3구는 공 3개를 사용하며 제1목적구와 제2목적구를 쿠션 3군데 이상 맞춘 후 맞춰야 하는 게임이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200이하인 동호인들은 대부분 4구 경기를 즐긴다. 보통 80, 100, 120, 150 수준에 많다. 3 쿠션 경기를 즐기려면 당구의 요령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하므로 200점 이상은 되어야 도전할 수 있다.
4구 경기는 대부분 스트로크를 부드럽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빨간 공이 가까이 있어서 치기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3쿠션 게임은 쿠션 3군데 이상을 맞춰야 하므로 파워 스트로크가 필요할 때가 많다.
필자는 4구 경기는 성격상 잘 못한다. 공을 살살 다뤄야 하는데 가까이 있는 공을 아주 살짝 건드리자면 더 힘들다. 입스도 자주 발생한다. 반면에 3 쿠션 경기는 대회전을 비롯하여 파워 스트로크로 당구대를 넓게 사용하므로 체질에 맞는 것 같다.
4구 경기는 어찌 보면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체질에 맞는 것 같다. 힘을 덜 들이고 정교하게 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자들이 3구 경기를 못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역시 섬세한 터치가 남자들보다 유리할 때가 많다. 남자들이 4구 경기를 하면서 공을 너무 살살 다루면 답답하게 느껴진다. 프로 선수들은 ‘세리’라는 위치에 공이 모이게 되면 살살 건드리며 수없이 친다. 이론적으로 초구를 친 사람이 그렇게 하면 경쟁자는 후구 경기가 없으면 스트로크 한번 못해보고 그대로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4구 경기는 재미없다며 국제 경기에서 제외되고 3쿠션 경기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고수와 치게 되면 상대방은 한참을 앉아서 기다려야 하니 지루하다.
4구 경기에서 플레이가 느린 사람은 싫어한다.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4구 경기는 척 보면 어떻게 쳐야 할지 바로 답이 나오는데 이리저리 궁리하고 재느라고 꾸물거리면 꼴불견인 것이다. 그러나 3구 경기는 어떻게 쳐야할지 그림을 그려야 하고 빈 쿠션을 시도할 때에는 각도를 계산해야 한다. 해법을 같이 고민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좀 느리게 플레이를 해도 지루한 줄 모르고 이해도 해준다.
3구 경기는 보통 당구대보다 큰 중대나 대대를 사용한다. 보통 당구장에는 4구 용 당구대가 대부분이고 가끔 3 쿠션용 중대를 놓은 곳이 있다. 그러나 대대가 있는 당구장은 일부러 찾아가야할 정도로 희소성이 높다. 이번에 우리 동네 당구장에 대대가 한 대 설치되었다. 사장이 당구대를 아끼느라고 회원들은 사용하지 못하게 했었다. 대대 사용료는 일반 손님들에게도 더 비싸게 받기 때문이다. 회원 중 고점자들이 월 3만원 회비에서 1만원을 추가로 내기로 하고 대대 사용을 허락 받았다.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대대 당구대 사용권을 갖는 것이다. 대대에서는 3 쿠션 경기만 할 수 있고 그간 3 쿠션을 독점하던 사람들도 추가로 1만원을 낸 사람과 같이 3 쿠션을 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제 경기는 대대에서 하기 때문에 진정한 3쿠션을 익히려면 대대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 한 차원 높은 3 쿠션을 즐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