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들의 최대 고민은 글감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쓰고 나면 쓸 거리가 없다고 토로한다. 필자는 30년간 봉제 계통의 월간 전문지에 필자 이름으로 된 칼럼을 쓴다. 매월 A4 2장 반 정도의 글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봉제 업종에 종사하고 있을 때는 그런대로 글감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 해외 전시회에 다녀오면 전시회 관련 글을 쓰면 되었고, 회사 내에서 일어난 일들도 기밀사항이 아니면 쓸 수 있었다. 같은 업종과의 교류도 많았다.
그러나 봉제계를 떠난 지 이미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니 봉제 관련 글을 그만 한 분량으로 매달 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만 쓰려고 몇 번이나 마음먹었으나 아직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필자의 봉제 칼럼이 나름대로 인기가 있어 단행본으로 만들어줄 계획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경영자는 필자가 쓴 글을 보고 필자를 따로 만나 취업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었다. 매월 마감일이 15일 정도인데 필자는 새 달 첫날 원고를 보내준다. 잡지사 측에서 가장 고마워하는 일이다. 그 비결은 미리 원고를 써두는 것이다.
글감은 삼라만상에서 찾을 수 있다. 필자만의 시각으로 낯설게 보는 것이 요령이다.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좀 특이하다 싶으면 글감으로 찍어둔다. 개인의 신변잡기도 글감이다. 직접 경험한 일이므로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며 나눈 얘기에서도 글감이 나온다. 그래서 글감이 되겠다 싶으면 즉시 메모를 해둔다. 필자는 스마트폰 메모장을 이용한다. ‘충격 받기’라 하여 자다가도 충격적으로 글감이 떠오르면 즉시 메모해둔다.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은 술이 깨고 나면 메모가 너무 간단해 생각이 안 날 때가 있어 비교적 자세히 뼈대까지 병기해둔다.
그런데 해외여행을 며칠 다녀와 여행기를 쓰고 나면 글감이 두절되는 현상이 온다. 해외여행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기 때문에 다른 것에는 신경을 못 썼기 때문이다. 머리도 멍하고 굳어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그런 현상이 오래간다. 그래서 여행 전에 여행기 외에 여행 갔다 온 후 쓸 글감을 미리 저장해둔다.
비교적 쉬운 글감은 영화, 공연, 행사, 여행 등에서 직접 경험한 일들이다. 영화는 인터넷에 보면 시놉시스가 있고, 행사와 공연은 안내서나 브로슈어가 있다. 거기 쓰려는 글 분량의 절반 이상의 자료가 들어 있다. 여행은 직접 경험한 것이므로 가장 자신 있게 쓸 수 있다. 책도 한 권 다 읽고 나면 반드시 글로 남기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책을 덮고 나면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독후감에 참고할 내용이 있는 페이지를 표시해둔다. 신문은 글감의 보고다. 글 잘 쓴 사람들의 글을 보며 익힐 수도 있고 같은 제목이지만, 다른 시각에서 본 필자의 시각도 글감이 된다.
글감은 스스로 찾으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고 떠오르지도 않는다. 먼저 습관으로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매일 한 편씩 글을 쓰겠다’는 과제를 자신에게 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며칠이 후딱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