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닐 때는 명절 선물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했다. 명절 때만 되면 무슨 선물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많았다. 선물은 하는 사람의 정성이라고 하지만 받는 사람이 좋아할 선물을 찾아야 했다. 잘못하면 주고도 욕 얻어먹는데 그런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무슨 선물 할까요 라고 물어보기도 어렵지만 가격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받으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선물은 양주 선물이었다. 양주를 좋아하지 않는 기질도 있지만 집에서는 술을 먹지 않기에 받으면 남들에게 주는 것으로 항시 끝장이 났다. 퇴직을 하니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은 홀가분하지만 그래도 선물할 곳은 늘 상 있지만 그 대상은 대폭 줄었다.
작년에는 요리 강습을 받았는데 요리 선생님이 선물을 직접 만들어 보자고 제안을 했다. 그것도 황제의 보약이라는 공진단(拱辰丹)을 만들자고 했다. 재료를 구하는데서 부터 만드는 비법은 전부 선생님이 책임지기로 하고 수강생은 비용과 함께 만드는 근로지원만 하기로 했다. 공진단의 원료는 사향, 녹용, 당귀, 산수유로 만드는데 사향이 엄청나게 비싸서 가격 또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싼 보약이다. 귀한 것을 직접 만들어보며 보약에 대해 눈을 조금 떴다.
비싼 값어치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내 것으로 30알을 만들었다. 한 달간 복용을 해 봤는데 눈에 뛰는 효과는 발견하지 못했다. 보약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 내 몸이 건강해서 잘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만들어 먹은 공진단이 몸 어느 구석구석에 보약으로 똬리를 틀고 앉아 면역력 증강에 지금까지 기여했고 앞으로도 기여를 할 것으로 아직도 믿고 있다.
공진단을 만들었다는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아들이 아버지가 보약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이번 추석에는 보약 선물을 해왔다. 건강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비중 있는 한의사가 재료를 엄선하여 만들었다는 보약이다. 아내 것과 내 것 두 상자씩이나 사 온 것이다. 설명서를 읽어보니 녹용과 홍삼을 비롯하여 산수유와 복령 등 15가지의 한약재를 넣어 만든 좋은 보약이라고 한다.
먹어보니 한약 특유의 맛과 향기가 난다. 보약이란 치료약이 아니므로 병이 없는 사람에게는 당장의 효과는 없다. 다만 면역력을 증가시켜 질병에 대한 저항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면역력이 커졌는지는 저울로 직접 달아 볼 수도 없다. 보약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마음이 편해지고 효과도 본다.
아내의 기분을 좋게 하고 보약의 약효를 돋우기 위해
‘여보 우리아들 효자지! 어째 이런 보약을 사 올 생각을 다했을까!’
아내의 대답이 또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아버지가 누군데 그 정도 효도는 당연하지요!’
아내와 나는 서로 마주보고 웃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 한다. 자식이 보내오는 선물에도 고마워하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