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과 소비기한

기사입력 2018-02-09 11:21 기사수정 2018-02-09 11:21

냉장고를 정리하다 보니 언젠가 코스트코에서 묶음으로 산 스테이크 소스가 개봉도 하지 않은 채 4개나 나왔다. 6개 묶음이었으니 2개만 먹고 남은 것이었다. 삼겹살이나 쇠고기 구이에도 뿌려 먹으려고 묶음을 사온 생각이 났다. 그런데 6개를 다 뿌려 먹을 만큼 고기를 먹진 않았나보다.

소스가 냉장고 문 쪽에 넣어져 있어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물론 유통기한은 벌써 넘긴 상태였다. 뭐, 계속 냉장고 안에 있었으니 상했을 것 같진 않지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에는 아깝고 갈등이 생겼지만 필자는 과감하게 버리고 다시는 묶음 제품을 사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다용도실의 라면이 필자를 또 괴롭혔다. 될 수 있는 대로 라면은 먹지 말자 했더니 유통기한이 넘은 라면이 10여 개나 되었다. 그래도 라면은 버리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상하거나 맛이 변질되지 않아도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들은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다. 한국식품공업협회는 이런 식으로 버려지는 음식이 수천 톤에 달하며 발생하는 손실 비용이 6500억 원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유통기한을 놓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문제와 낭비되는 쓰레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몇 년 전에 도입되었는데 바로 ‘소비기한 표시제도’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같이 표시하는 제도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를 때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유통기한이다. 유통기한이 넘은 것은 먹으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유통기한이란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한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과 달리 보관 기준을 잘 지킬 경우 식품의 안전에 이상이 없어 섭취가 가능한 기간을 말한다고 한다. 즉 유통기한이 지나면 판매는 할 수 없지만 소비기한이 초과되지 않은 제품은 먹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제도인 것이다.

소비기한 표시제도는 유통기한의 만료가 꼭 식품의 변질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줬다. 그러니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무작정 버릴 일이 아니다. 소비기한도 챙겨보자. 그런데 아직은 소비기한 선정 제품이 면이나 과자 등 몇몇 상품뿐이라고 하니 빨리 모든 먹거리 제품에 표시되면 좋겠다.

장을 볼 때 값이 싸다고 묶음 제품에 현혹되지 말고 꼭 필요한 만큼만 사는 지혜를 발휘해서 현명한 소비생활을 해야겠다. 아는 게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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