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전화가 오면 운전은 계속하면서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 번에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눈은 내비게이션까지 보고 있다면 동시에 3가지를 하는 셈이다. 음악이나 뉴스까지 듣는다면 동시에 4가지를 하는 셈이다. 젊었을 때는 그래도 별문제 없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순발력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러다가 사고가 날 수 있다. 꼭 받아야 하는 전화라면 차를 정차시켜 놓고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작년 이맘때 참가했던 국제평화 마라톤 때 지인은 팔목에 시각장애인과 끈을 메고 같이 뛰었다. 그런데 어느 언론사에서 인터뷰한다며 말을 거는 바람에 몇 마디 해주다가 시각장애인과 발이 엉켜 넘어졌다. 결과는 쇄골 골절이었다. 6주 동안 깁스를 하고 다녀야 했다. 왜 인터뷰를 마라톤 끝나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언론사에서 동영상을 함께 찍는데 실감 나려면 뛰면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별생각 없이 응했다는 것이다. 지나고 보니 동시에 두 가지를 했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며 후회했다. 이미 뛰는 것과 시각장애인 리드까지 두 가지 몫을 하고 있는데 인터뷰까지는 무리였다는 회고이다.
필자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보니 마라톤을 뛰면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발은 저절로 간다고 보고 셀카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순발력이 좋은 젊은 나이라면 그럴 수 있다. 여차하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닥이 고르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사람이 한데 몰리는데 아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뛸 때는 오로지 뛰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옳다.
또 다른 지인은 성당에서 미사가 끝나고 나오면서 미사 중간에 온 문자들을 보며 나오다가 넘어졌다. 결과는 발목 골절이었다. 걸으면서 문자를 보고 답을 보내려고 한 것이 잘못이었다. 일단 어디 자리를 잡고 나서 해도 될 일인데 동시에 처리하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그래 봐야 몇 초 늦어질 뿐이다. 긴 미사 시간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이고 그 정도는 양해가 충분히 된다.
필자도 전철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역사에서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어느새 눈길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적이 많았다. 계단이 대부분 일률적인 높이이다 보니 다리가 알아서 그만큼의 보폭과 리듬으로 반복적으로 움직인다는 가정하에 딴짓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큰일 날 수도 있는 아찔한 일이다. 계단에서 실족하면 혼자도 다치기 쉽지만, 옆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커피를 포장구매로 사 들고 걸어가면서 얘기하는 것도 금물이다. 한 손에 뜨거운 커피를 들고 있으면 집중력이 손으로 간다. 걷는다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데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일행과 얘기까지 하면서 가면 더욱 위험한 행위이다. 한 번에 3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자들은 원래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하는 편이다. 여자들은 커피숍에 앉아서 같이 대화를 나누면서도 옆 테이블 손님들 얘기도 다 들을 수 있다. 남자들은 다른 사람들은 누가 앉았는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길을 건널 때는 씹던 껌도 잠시 멈춘다고 한다. 한 번에 한 가지라도 잘하면 된다.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이것저것 동시에 주문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