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S예요. 선생님 저 곧 결혼할 거예요. 고마웠어요, 선생님"
"S야 정말 오랜만이구나. 참으로 축하한다. 이제는 힘든 일은 다 잊어버리고 좋은 사람과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
S를 만난 것은 그녀가 평택여고 2학년인 1998년도 봄학기였다. 어느날 컴퓨터실에 갔던 나는 작은 소동을 목격했다. 보육원에서 살고 있던 S가 같은 보육원의 다른 친구와 둘이서 소풍비 청구서를 그곳에서 인쇄하다가 그만 그들의 담임 선생님께 들켜버린 것이었다. 혼나고 있는 아이들의 사연을 알고 나니 가슴 아팠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온순한 성격의 학생들이 얼마나 용돈이 쓰고 싶으면 가짜 청구서까지 만들었을까. 그달부터였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두 학생에게 한 달에 각각 만 원씩 용돈을 줬다. 다른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비밀로 하고 쓰고 싶은 곳에 쓰라고 했다. 이일은 그들이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여름 어느 날
2층에서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가던 나를 본 S가 재빨리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뒤로 감췄다. 때마침 S는 아래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던 중이었다. 다달이 자신에게 용돈을 주던 내 눈치가 보여 맛있게 먹던 아이스크림을 숨기는 행동에 다시 마음이 내려앉았다.
"S야 괜찮아 그 돈은 뭐든지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쓰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쓰라고 준 것이거든."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내 눈치를 보며 주눅 들어있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며 긴장한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S는 졸업 무렵, 나에게 주석으로 된 연주하는 소녀 인테리어 소품을 선물했다. 자신이 쓰고 싶은 곳에 쓰라고 줬는데 나한테 쓰다니.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불편했다. 허나 내 선물을 산 것도 그녀가 쓰고 싶은 곳에 돈을 사용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고맙게 받기로 했다.
그녀가 전화로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린 것은 고등학교 졸업 후 3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다음이었다. 학교를 나가서도 나를 잊지 않고 소식을 알려준 S가 고마웠다. 먼 지방에서 결혼하는 그녀의 결혼식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행복을 마음껏 빌어주었다. 외롭게 자랐던 그녀가 사랑하는 이와 서로 믿고 존경하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참으로 간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