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최고령자의 고산병 이야기

기사입력 2019-01-28 10:09 기사수정 2019-01-28 10:09

1월 초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 때 가장 걱정했던 일은 고산병이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4130m. 내 생애 가장 높은 곳에 도전하는 등산이라서 고산병에 대해 미리 알아봤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전문 산악인과 젊은 의사가 고산병으로 죽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히말라야에 간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말렸다. 고산병으로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가지 않겠다고 통보를 했는데 더 늦으면 정말 못 갈 것 같아 결국에는 다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트레킹을 하고 저녁에 롯지에 도착하면 할 일이 없었다. 저녁식사 후 8시에 취침을 해서 다음 날 오전 6시에 기상했다. 무려 10시간이나 잤다. 한국에서는 평소 6시간 정도 자는데 그 시간에 비하면 긴 잠이다. 그러나 트레킹이 워낙 힘들다 보니 잠자리에 들면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첫날 밤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큰형님 꿈을 꿨다. 죽은 큰동서도 꿈에 나타났다. 세 사람 모두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이라서 기분이 찝찝했다. 죽을 때가 되면 저승으로 먼저 간 사람들이 부른다는 얘기가 생각 나 잠을 떨쳐내고 일어나 앉기도 했다.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가 가까워오자 기대감과 두려움이 앞섰다. 처음 가는 곳이라 설렘도 있었지만 고산병 걱정도 돼서 신경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현지 가이드는 고산병에 걸릴지는 미리 알 수 없고 끝까지 올라가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고산병 예방을 위해 샤워는 물론 머리도 감지 말라고 조언했다. 잘 때도 털모자를 쓰고 머리를 따뜻하게 하라고 했다. 트레킹할 때마다 땀을 비 오듯 흘렸지만 일주일 동안 씻지 못했다. 몸이 근질거리고 답답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물티슈로 간편 세수를 하고 면도는 아예 포기하니 편하기도 했다.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해서 하루에 2ℓ짜리 병에 든 물을 다 마셨다. 막걸리나 맥주를 마시면 간단히 해결될 일을 다음 날 행보를 위해 그럴 수 없으니 아쉬웠다.

최종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찍고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에서 자던 날이 최악이었다. 사람들 얼굴이 풍선처럼 부었고 가져간 커피믹스 봉지도 부풀었다. 저기압 탓이었다. 머리가 아프다는 사람, 어지럽다는 사람, 입맛이 없다는 사람, 똑바로 걷지 못하겠다는 사람, 소화가 안 된다며 체면 불구하고 방귀를 뀌는 사람 등 다양한 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도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고산병은 보통 해발 2400m 이상의 높이에서 발생한다는데 트레킹 3일 차에 3000m급 푼힐 전망대에 올랐을 때도 괜찮았다. 높은 곳에서는 산소가 부족해 호흡수가 늘어나고 혈액의 점성도 떨어져 혈액이 산소를 신체 곳곳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그래서 남성 발기 부전 치료약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나이가 들면 뇌와 뇌를 둘러싼 뼈 사이에 공간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나이 때문에 제일 걱정했던 최고령자가 가장 팔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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