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가게] 서울편③ 49년 전통 ‘옛날집 낙원아구찜’

기사입력 2019-06-12 11:41:59기사수정 2019-06-12 11:41
  • 인쇄하기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49년 전통 ‘옛날집 낙원아구찜’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인근 ‘아귀찜거리’. 이 골목에서 처음 아귀찜을 시작해, 현재의 명성에 이바지한 가게가 있으니 ‘옛날집 낙원아구찜’(이하 낙원아구찜)이 그곳이다. 이제는 너도나도 ‘원조’, ‘전통’이라는 말을 쓰는 통에 간판에 아예 ‘처음집’이라고 표시해놨다.

▲'옛날집 낙원아구찜' 입구(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옛날집 낙원아구찜' 입구(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과하지 않게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살아 있는 이 집 아귀찜은 먹고 나도 텁텁함 없이 입이 개운한 것이 매력이다. 맛도 맛이지만, 처음 종로 골목에 아귀찜을 들여왔다고 하니, 혹시 주인장 고향이 마산이나 군산 쪽 아닐까 싶지만 태생은 전혀 다른 곳이다.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늘 가게 한쪽 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전낙봉(92) 씨는 이북, 그의 아내 윤청자(80) 씨는 서울 출신이다. 사실 아귀찜 장사를 시작한 것도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고 윤청자 씨는 말한다.

▲윤청자 씨(오른쪽)와 막내아들 전승근 씨(왼쪽).(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윤청자 씨(오른쪽)와 막내아들 전승근 씨(왼쪽).(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아는 분이 한번 해보라고 가르쳐줬어요. 처음엔 배운 대로 별다른 거 없이 했는데, 하다 보니까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재료를 먼저 넣어야 맛이 살고, 양념 배합은 어떻게 해야 좋고, 이런 거를 초반 몇 년간 연구했어요. 그렇게 조리법이 정리되고 나서는 지금껏 옛 방식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옛날집 낙원아구찜' 아귀찜 상차림(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옛날집 낙원아구찜' 아귀찜 상차림(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아귀찜을 먹는 동안 무 물김치가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아귀찜을 다 먹고 난 뒤에는 볶음밥을 즐기면 좋다.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아귀찜을 먹는 동안 무 물김치가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아귀찜을 다 먹고 난 뒤에는 볶음밥을 즐기면 좋다.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50년 가까이 매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들여오는 아귀를 손질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무 물김치를 담그며 변함없는 맛을 선사하고 있다. 그 옛날 낙원아귀찜에서 데이트를 즐겼던 연인이 어느새 노부부가 되어 찾아오기도 하고, 아버지와 함께 왔던 아들이 손주를 데려오기도 한단다. 오랜 시간 유지해온 아귀찜 맛도 그 이유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겹게 맞아주는 주인 내외를 보기 위해 들르는 이도 적지 않다.

▲1층 공간에서 시작한 가게. 거의 10년 터울로 확장해 이제는 3층에 이른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1층 공간에서 시작한 가게. 거의 10년 터울로 확장해 이제는 3층에 이른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몇십 년 동안 쉬지도 못하고 매일 가게에 매여 살았으니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단골들이 ‘아주머니 아직도 계시네요’, ‘할머니 보러 왔어요’ 그러면서 나를 반가워하고 찾아주면 참 고맙고 힘이 나요. 아귀찜 골목 이집 저집 다녀온 손님이 ‘그래도 여기만 한 곳이 없네요’라고 해줄 땐 자부심도 느끼고 흐뭇합니다.”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물려받은 전승근 씨가 가업을 잇고 있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물려받은 전승근 씨가 가업을 잇고 있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이젠 늙고 기력이 쇠해져 그만 나와야지 하는데도 찾아오는 단골들 얼굴이 밟혀 발걸음이 떠나질 않는다는 부부다. 그래도 막내아들 전승근(57) 씨가 가업을 물려받은 덕분에 요즘은 맘 편히 손님맞이에만 신경 쓰고 있다.

“중요한 건 손맛인데, 우리 아들이 제대로 전수받았어요. 오랜 단골들도 내가 한 거랑 똑같대요. 그래도 힘이 닿는 한은 계속 가게에 나올 겁니다. 할머니 그대로 있으니 보러들 오셔요.”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5번 출구 도보 3분 거리

주소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36

영업시간 매일 11:30~22:00

대표메뉴 아귀찜·탕, 해물찜·탕, 볶음밥


※본 기획 취재는 (사)한국잡지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브라보마이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