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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화 거스르는 ‘슈퍼에이저’의 뇌, “무엇이 다를까?”
- 슈퍼에이저(Super Agers).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40대와 같은 인지기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뇌의 기능이 퇴화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신체 기능도 뛰어나고 사회활동도 왕성하게 하는 사람이다. 슈퍼에이저는 타고나는 걸까? ‘80에도 뇌가 늙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의 저자 니시 다케유키는 슈퍼에이저를 ‘뇌와 몸이 늙지 않은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이 중에서도 100세 이상 사는 사람을 ‘백세인’이라고 하는데, 2021년 일본의 백세인은 8만 6510명에 달했다고 한다. 슈퍼에이저는 끊임없이 배우고, 호기심이 왕성하며, 양질의 인간관계를 맺고, 스스로 제약을 두지 않으며,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고 니시 다케유키는 분석했다. 장수 유전자를 갖고 있어 나이보다 젊게 오래 산다기보다는 이들의 생활 습관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뇌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뇌 노화 주의보 슈퍼에이저와 같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뇌 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대한신경과학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기는 ‘뇌’(85%)이며, 뇌졸중·치매와 같은 뇌질환이 가장 걱정된다(63.5%)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신체적 노화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해도, 뇌에 문제가 생겨 자아가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일 테다. 뇌질환은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뇌혈관질환(뇌졸중, 뇌출혈 등)이나 뇌종양, 정신질환 등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퇴행성 뇌질환이다. 알츠하이머, 파킨슨, 루게릭 등으로 통상 치매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뇌 노화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고령화로 이전보다 오래 살게 되면서 온전한 나로서 노년기를 건강하게 보내고 싶은 욕구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눈·심장 등 모든 신체기관과 뇌의 세포가 노화를 겪는다. 줄기세포와 함께 세포 간 연결 능력이 떨어지며,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유발되는 염증 등이 퇴행성 뇌질환에도 영향을 준다.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신체 활동 저하는 노년기 뇌세포 퇴행의 주된 원인이다. 물론 뇌가 노화됐다고 해서 기능이 바로 저하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이야기나 질문을 반복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나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면 뇌의 노화를 의심해봐야 한다. 최근에는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치매는 아닌 ‘브레인포그’, ‘팝콘브레인’ 등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머리에 마치 안개가 낀 것과 같다는 의미의 브레인포그는 질병은 아니지만 집중력과 학습 능력이 떨어지고 이유 없는 만성 피로가 몰려 우울하고 멍한 상태를 말한다. 팝콘브레인은 최근 유행하는 짧은 영상인 숏폼 등을 자주 보는 등 디지털 기기의 강력하고 빠른 자극에 익숙해져, 현실의 약한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현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기력이나 우울증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년기에 가장 흔한 정신질환은 우울증이다. 은퇴하거나 사별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등 노년기에 발생하는 스트레스 요인이 있는 데다 각종 신체질환에 노출되면서 우울 증상이 많이 동반된다. 또한 노화에 따른 뇌의 신경학적인 변화도 우울, 불안, 강박 같은 정신 증상 확률을 높인다.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은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90세에도 자라는 뇌신경 뇌 노화와 함께 뇌 건강 또한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건강한 성인의 뇌에는 1000억 개에 이르는 신경세포가 있고, 이 세포들이 주변 신경세포와 최대 1만 개에 이르는 연결부가 있어 시냅스만 해도 1000조 개에 달한다. 뇌가 노화한다는 것은 이렇게 많은 뇌세포들의 연결망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성인이 되면 뇌신경이 생성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1970년대 스웨덴 학자들에 의해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해마 등에서 새로운 세포가 생긴다는 연구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70세가 넘어서도, 심지어 90세에도 뇌신경세포가 새롭게 생성된다는, 신경세포도 특정 자극이나 활동을 통해 근육처럼 변화할 수 있다는 ‘뇌가소성’에 관한 여러 연구가 이어졌다. 특히 해마는 경우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길을 외우는 게 일상인 택시 기사의 해마가 더 크더라는 영국의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뇌에서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는 경우는 한정적인 상황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뇌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개념은 노년기에도 뇌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면 슈퍼에이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평소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망가진 뇌라도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뇌 건강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혈관’이다. 뇌를 혈관 덩어리라고 볼 만큼 혈류 순환이 중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운동을 추천하는 이유다.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이 뇌로 향하는 혈액량을 늘려 전반적인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 운동을 하면 뇌세포가 살아나고 뇌혈관이 깨끗해져 나이 들어서도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유산소 운동을 우선적으로 해보자.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크기를 늘리고, 인지기능 저하와 뇌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가 많다. 뇌의 인지기능을 높이고 싶다면 평균대와 같이 균형 잡는 운동을 하거나, 여러 동작을 동시에 하는 협응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여럿이 함께 짝을 지으며 춤을 추는 행위는 최고의 협응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나이 들어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새로운 악기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외국어 공부를 해보자. 뇌도 근육처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요리나 취미 생활을 하고, 남에게 맡기기보다 스스로 하고, 잘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 뇌세포의 연결망 유지에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끊임없는 사회생활도 필요하다. 타인과의 관계가 좋은 사람일수록 건강하고 행복하다. 긍정적인 관계는 뇌 건강의 필수 요소다. 사회적 관계에서 오는 유대감이나 친밀감에서 나오는 도파민과 옥시토신 덕분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흡연은 뇌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라고 할 만큼 뇌 건강에 영향을 주며, 술은 아주 소량으로도 뇌세포를 손상시켜 뇌질환 발생률을 높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흡연과 음주를 가장 먼저 멈추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뇌혈관을 공격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청력을 보존해야 한다. 귀가 안 들리면 관계가 단절되고 인지기능이 저하되며, 평형 기능 감소로 낙상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청각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되지 않으므로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의 화가 고토 하쓰노는 73세에 문화센터에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82세에 현대동화전 신인상을, 96세에 현대동화전 교육부 장관 장려상을 받았다. 113세에 생을 마감한 그녀는 112세에 일본의 전통 카드놀이인 가루타 초단을 취득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고토 하쓰노의 사례처럼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늦은 때란 없다. 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이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건강하게 먹고, 움직이고, 생활하면 된다. 지금부터 뇌를 관리하며 슈퍼에이저처럼 나이보다 젊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도움말 김영보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손유리 서울정형외과신경과의원 원장(‘평생 젊은 뇌’ 저자)
- 2024-09-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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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노인도 즐기는 보드게임, 놀이 문화 전파하는 ‘아스모디’
- 보드게임 문화가 널리 퍼진 유럽과 달리 마니아층만 형성돼 있던 국내에 보드게임이 가진 순기능을 전하고자 2021년 1월 설립된 아스모디코리아. 기능성 보드게임 ‘엑세스 플러스’는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다. 프랑스에 본사가 있는 아스모디 그룹은 보드게임 출판·유통, 보드게임 기반 디지털 게임 개발·배급, 보드게임 IP 기반 만화·영화·소설 등 콘텐츠 개발, 교육·치료용 보드게임 개발을 하고 있다. 대표작인 ‘도블’은 전 세계에서 2000만 개 이상 팔렸으며 스플렌더, 티켓 투 라이드, 딕싯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지장애 있어도 “괜찮아요” 2000년대 초 온라인 게임 과몰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에서 보드게임을 권장했다. 이후 국내에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보드게임이 배포되었고 이를 활용한 교육이 활발해졌다. 보드게임은 기본적으로 게임 규칙을 이해하고 전략을 고민하며, 손을 사용하면서 구성원과 대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집중력·판단력·기억력 향상을 촉진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여러 사람이 대면하는 게임이다 보니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아스모디 그룹은 이런 보드게임의 긍정적 영향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랐다. 지적장애나 경계성 장애가 있거나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의 경우 여러 사람과 모여 보드게임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인지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어울려 즐거움과 행복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능성 보드게임 ‘엑세스 플러스’를 개발한 배경이다. 엑세스 플러스는 아스모디의 베스트셀러인 ‘도블’, ‘타임라인’, ‘코텍스’ 세 가지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구성물과 난이도를 조절한 버전이다. 기존 게임보다 카드 크기를 키우고, 오염에 강한 재질로 보완했으며, 대상에 따라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니스의 대학병원과 임상을 통해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치매를 가속화하는 환경 중 하나가 사회적 단절인데, 보드게임을 통해 사회적 교류가 일어나고 삶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예방센터와 충남대학교의 연구에서도 경증 치매 환자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복지관, 재가노인센터, 요양시설 등에 150세트를 기증했는데,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던 이용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등 기관 종사자와 이용자의 라포(친밀한 유대관계) 형성에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온 가족이 즐기는 놀이 문화 베스트셀러로 액세스 플러스를 개발한 이유는 ‘가족 놀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아직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보드게임을 즐긴다. 이들이 잘 알고 있는 보드게임이면서 인지장애 있는 사람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구성이라면 게임 참여 장벽이 낮아져 할머니부터 손주까지 어울려 놀 기회가 늘어나리라고 봤다. 엑세스 플러스의 네 번째 게임도 곧 출시 예정이다. 아스모디의 베스트셀러 ‘딕싯’은 프랑스의 상담 교사가 개발하고 화가와 함께 작업한 게임으로, 전 세계에서 100만 개 넘게 판매됐다. 카드를 보고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맞히는 게임인데, 어떤 그림이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속마음을 나누는 데 어려움이 있는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스모디코리아는 자사 제품 외에도 규칙이 간단하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보드게임을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중요하지 않고 져도 불쾌하지 않은, 참여자들이 배꼽 잡고 웃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임들이 있다. 지난 1년간 약 8만 개가 판매된 ‘꼬치의 달인’은 어르신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게임이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윷놀이를 하던 것처럼 보드게임을 즐기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그런 게임들을 찾아 소개할 예정이다. 김기찬 아스모디코리아 대표는 “인기 있는 보드게임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다. 각 나라의 문화가 담겨 있거나, 소설을 주제로 한 게임들도 있어 독서만큼 풍부한 문화적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면서 “자연스러운 놀이 문화를 통해 더 많은 분이 행복과 기쁨을 얻고 행복한 시니어 라이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 엑세스 플러스 코텍스 두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하는 문제 해결 게임으로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두뇌 자극, 신체 협응에 도움이 된다. 2 엑세스 플러스 도블 두 장의 카드를 비교해 한 쌍의 같은 그림을 찾는 게임으로 감정 조절, 단기 기억,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 3 엑세스 플러스 타임라인 역사적 사건의 발생 순서를 배열하는 게임으로 ‘인생 추억하기’는 엑세스 타임라인만의 규칙이다. 지남력, 기억력,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 2024-09-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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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에 홀로 된 나, 유연하게 나이 드는 방법은?
- 북인북은 브라보 독자들께 영감이 될 만한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도 함께 즐겨보세요. 둘이 살다가도 혼자가 되고, 해로해도 두 사람이 같은 날 죽지 않는다. 배우자 중 한 사람이 병으로 먼저 죽으면 나머지 한 사람은 혼자 남겨지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나탈리 말대로 삶이 끝난 게 아니다. 결혼 생활이 끝났을 뿐이고,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뿐이다. 즉 혼자 살 시간이 다시 주어졌다. -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30p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혼자 산다. 비혼, 이혼, 사별, 자녀의 독립, 경제활동 등 이유는 제각각이다. 1인 가구가 늘고 있으나 몇몇은 여전히 하나보다 둘이 안정적이고 행복하다 믿는다. 혼자 사는 노인은 ‘빈곤하고 외로운 상태’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김남금 작가는 혼자 나이 드는 삶이 불완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기와 더 면밀히 만날 소중한 기회라 말한다.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서른 편의 영화를 통해 혼자 사는 삶을 깊이 있게 탐구한 책이다. 여러 사정으로 홀로 서게 된 이들이 맞닥뜨리는 풍경과 극복 과정을 영화 속 사건과 인물로 보여준다. 외로움, 생계와 주거 문제, 관계의 어려움, 불확실한 노후,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밀려올 때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정서적 지원을 어디서 찾을지, 사회 변화와 과제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나이 듦과 죽음에 어떻게 대비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영화 ‘다가오는 것들’에서 주인공 나탈리는 어느 날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남편의 고백 이후 아무런 준비 없이 ‘혼자 살기’에 내던져진다. 그저럭 보람찬 시간을 보냈고, 잘 굴러가는 인생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두 발 동동거리며 기름칠하고 조였던 일상의 톱니바퀴 하나를 남편이 빼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갑자기 엎어지고, 잘 따르던 제자마저 그의 사상이 죽은 것이라 비판한다. 한밤중 전화로 귀찮게 하던 엄마는 요양원에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나탈리에게는 온전한 자유만 남아 마음을 들쑤신다. 하지만 그는 “현실 부정은 어디에도 도움이 안 돼. 고정관념에 동조하는 결과를 낳을 뿐. 별일 아니야. 삶이 끝난 것도 아니야. 지적으로 충만하게 살잖아”라며 털어내려 한다. 이런 일은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그래도 나탈리의 말처럼 가구 형태가 어떠하든 일상을 지탱하는 요소는 없어지지 않는다. 가족, 일, 사회 활동에서 맺은 인연은 여전히 우리의 위성이다. 은퇴해도 고유한 경험은 사라지지 않고, 자녀가 품을 떠나도 가족이다. 혼자라는 사실이 매 순간 무섭고 아프기만 하진 않을 테다. 궁극적 문제는 ‘혼자 산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다. 두려움의 포로가 될지, 두 팔 벌려 자유를 품에 안을지는 나의 선택이다. 환영하기로 마음먹으면 다른 세계가 기다릴지 모른다. 슬기로운 홀로 라이프 “제 정체성이 아무래도 ‘혼자’이다 보니 이 단어를 둘러싼 사회적인 구조나 시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비혼이라서 그래’, ‘이혼해서 그래’, ‘혼자 살아서 그래’라는 말이 익숙한 세상이라고 느껴요. 1인 가구라고 꼭 외롭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건 아니거든요. 고민의 주제나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 다를 뿐이죠. 다름을 규정하고 분류하기보다 서로를 그저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같은 50대여도 가사 노동에 힘쓰는 사람, 은퇴 후 다시 자신을 탐구하는 사람, 1인분의 몫을 오래 살아서 이미 본인을 파악한 사람이 있는 거니까요.”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혼자 살면 정말 외로울까?’라는 김 작가의 사소한 의심에서부터 시작됐다. 삶을 누구보다 열심히, 즐겁게 꾸려왔다고 믿었지만 여전히 가족을 기준으로 재단하는 말을 종종 들었다. 평생 네 편은 한 명쯤 있어야 한다든가, 가족과 함께여야 일상이 심심하지 않고 다채롭다든가. 혼자는 외롭다는 선입견과 둘은 완전하다는 환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걸 여실히 깨달았다. 김 작가는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속 영화들을 통해 그 가치관을 깰 만한 다양한 혼삶 방식을 제안하고, 같은 상황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나이 듦을 응원하고 싶었다고 한다. 혼자 늙어가는 것에 왜 부정적 이미지가 따라다닐까? 혼자 독립적으로 나이 들어가는 다양한 노인을 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본 적이 없으니 상상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혼인과 혈연 바깥에서 이루어진 가족 모델이 턱없이 부족하다.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197p 지속 가능한 혼삶에 필요한 요소 1인 가구로서 잘 나이 들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나를 잘 부양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일’은 삶의 습관과 방식을 만들어가는 채널이자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는 통로다. 이 채널을 통해 내 모습을 찾아내고 다듬을 수 있다. 생계 해결만큼 정서적 돌봄 역시 중요하다. 경제활동에 쏟은 노력은 공식적으로 응원과 보상을 받아도, 감정을 이해하고 보살피는 행위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개인의 몫으로 남겨진다. 진짜 위기는 감정을 잘 몰라서 자신을 돌보지 못할 때 겪는다. 영화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는 주거도 생계도 안정된 노년에 접어든 남성이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를 잃은 듯 혼자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다. 바깥세상과 통로 역할을 하던 배우자가 없어지니 스스로가 쓸모없어진 녹슨 고철 덩어리라 여긴다. 성격은 변해버려 깐깐함을 넘어 까칠하기 이를 데 없다. 옆집 남자가 자기 차보다 좋은 차를 새로 살 때마다 자랑해서 말을 안 섞은 지 수년째다. 다정하기는커녕 냉소적이고, 이웃과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 오베라는 인물은 오랫동안 일과 관련한 언어를 사용하는 데만 익숙해서 사적인 관계 맺기와 소통에 서툴다. 주변에서 흔히 있는 경우다. 사이좋은 부부였더라도 어느 날 혼자 남겨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을 가꾸는 기술을 갈고닦는 데 적극적이어야 한다. 오베처럼 외로움에 사무치고, 무쓸모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일부러 다른 사람과 섞일 기회를 찾아 나서지 않으면 관계 맺을 기회가 적어요. 온라인으로 편하게 쇼핑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눈인사나 느슨한 치댐이 사라졌죠. 나이 들수록 낯선 자리를 꺼리고 친구를 찾는 데 수고로운 기분이 들겠지만, 혼삶을 지속하려면 오히려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끈끈했던 단 한 사람이나 가족을 잃을 경우 생의 의미를 함께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더불어 살기 1인분의 일상에서는 다른 사람 의견을 구하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되는 상황이 많아진다. 하지만 내 마음의 소리에만 지나치게 귀를 기울이면 타인의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다. 영화 ‘멋진 하루’의 희수는 자기가 그린 일상 그림이 있다. 그 선 밖으로 물감이 번지지 않게 하려고 미간을 잔뜩 찡그린다. 만들어둔 원칙을 고수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다. 도움을 주고받는 것도 피해라고 여기는 편이다. 김 작가는 희수처럼 폐쇄적인 생활이 길어지면 ‘정신적 노화’를 막기 힘들다고 말한다. “저는 신체적 노화보다 정신적 노화가 더 두려워요. 자칫하면 꼰대로 가는 특급 열차를 타게 되겠죠. 본인의 가치관과 신념이 곧 법이 되면 말 안 통하는 고집 센 노인이 되는 거예요. 내 몫을 살뜰하게 챙기되 필요하다면 상대방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해요. 더불어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유연함,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호기심, 배움에 대한 욕구, 남을 배려하는 태도를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요. 다림질한 것처럼 주름 하나 없는 피부에 최신 유행하는 코트를 걸쳤다고 무조건 젊은 건 아니니까요. 새로운 가치와 악수할 줄 아는 사람이 젊음을 유지하면서 혼자 잘 나이 들 거라 생각해요.”
- 2024-08-2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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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쉬코리아, 시니어 스마트폰 사진 대회‧어반스케치 페스타 개최
- 로쉬코리아가 액티브 시니어 대상 ‘오뉴스마트폰 출사대회’, ‘오뉴어반스케치페스타’를 개최한다. 문화‧여가 큐레이션 서비스 ‘오뉴’를 운영하는 로쉬코리아는 액티브 시니어의 다양한 취미‧여가 프로그램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8월 두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오뉴 스마트폰 출사대회’는 ‘북촌의 여름’이란 주제로 이달 24일 안국역 일대에서 진행한다. 45세 이상 스마트폰 카메라 소지자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대회 참가자들은 안국역에서부터 소격동에 위치한 오뉴하우스까지 걸으며 만날 수 있는 북촌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면 된다. 총 상금은 40만 원(대상 1명 20만 원)으로 수상한 작품은 오뉴하우스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달 31일에는 북촌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그림에 담는 ‘오뉴어반스케치페스타’가 열린다. 주제는 북촌 풍경(표현 자유)으로 역시 45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총 상금은 40만 원(대상 1명 20만 원)이다. 대회 당일에는 어반스케치를 처음 경험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오전 10시부터 워크숍 프로그램도 열릴 예정이며 수강생 모두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로쉬코리아는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두 프로그램을 선정했다며 오뉴에서 준비한 두 대회의 모든 참가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며 멋진 추억을 남기기 바란다고 밝혔다. 대회 참가비는 1만 원이며 자세한 사항은 오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24-08-0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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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체로 개성 발산”… ‘폰트자키’의 시대 꿈꾸는 최치영 대표
- 1990년대 뮤직비디오가 등장하면서 ‘비디오자키’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2020년대, 이번에는 ‘폰트자키’를 탄생시키려는 사람이 있다. 서체(폰트)를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가지고 노는 새로운 대중문화를 이끌 사람, 엉뚱상상 스튜디오의 최치영 대표 이야기다. “제 DNA에는 ‘변화’가 깊이 새겨진 것 같아요.”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돌연 윤디자인에 합류한 이유를 묻자 최치영 대표가 답했다. 이미 궤도에 올라온 것을 유지하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이전에 안 해본 일을 하고 싶었던 그다. 윤디자인은 시중 은행을 비롯해 알 만한 기업들의 서체를 만들었으며, ‘윤고딕’이라는 정체성이 확고한 회사다. “사람들은 파스타는 파스타 가게에서, 김밥은 김밥 가게에서 먹으려고 해요. 윤디자인에 서체 디자인을 원하는 이유죠. 어떤 회사든 20년이 넘어가면 다음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막상 변화가 필요하다지만 의지를 갖고 실행하는 회사는 많지 않아요. 저는 역사가 있는 회사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2017년 윤디자인에 합류하게 된 계기입니다.” 일상을 디자인하다 2007년 윤디자인은 ‘서울서체’를 만들었다. 서울남산체와 서울한강체인데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및 산하기관, 서울시 교육청, 서울교통공사,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을 비롯해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시민들까지, 많은 사람이 이 서체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서울서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당시 서울시 기획 의도 자체가 ‘도시를 어떻게 브랜딩할 수 있을까’였다고 해요. 서체는 결과물일 뿐이었고, 도시가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계기가 되었죠. 폰트라는 건 공기 같은 존재예요. 이제는 공간의 사이니지(상업 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 역할까지 하게 됐죠.” 윤디자인의 이런 정체성은 이후 엉뚱상상으로 이어진다. 30주년을 맞아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었던 편석훈 윤디자인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 윤디자인은 2019년 ‘서체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즐기게 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윤디자인 30주년 기념 ‘꼴깝쇼’를 열었다. 글꼴을 다르게 보여주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서체는 가독성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관념을 깨고 그래픽 요소를 넣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같은 해 설립된 윤디자인 자회사 엉뚱상상 스튜디오(이하 엉뚱상상) 수장이 된 최지영 대표는 ‘서체는 디자인의 도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타이포 브랜딩’ 개념을 제시했다. 서체의 기능은 ‘소통’ “대부분은 서체의 기능적인 부분에 집중해요. 웹사이트, 폰트 디자인, 영상 등 어떤 매체를 만들 수 있냐고 묻죠. 하지만 저는 우리의 모든 시작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핵심이 있다고 보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서체를 활용한다고 말합니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야기를 붙이고, 가장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매체로 보여주는 거죠.” 그가 추구하는 타이포 브랜딩이 잘 녹아든 예시가 있다. 곰표다. 밀가루를 만드는 회사였던 곰표는 2020년 수제 맥주를 출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리브랜딩에 성공했다. 70년 역사를 가진 곰표가 엉뚱상상을 찾았을 때 최 대표는 다른 관점을 제안했다. ‘칠순 곰표, 늦은 나이에 입을 떼고 곰표체로 고객과 대화를 시작하다’라는 슬로건이었다. “단순히 새로운 폰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대표 캐릭터인 표곰이가 칠순을 맞아 고객과 어떤 대화를 할 건지부터 시작하는 거죠.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한제분 트럭에 ‘안전운전 캠페인’을 싣기도 했고, 70주년 칠순 잔치도 열었죠. 도구는 서체지만, 브랜드가 수다쟁이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소통의 도구로 서체를 활용하고 브랜드 이야기를 보여준 사례는 또 있다. 노브랜드다. 노브랜드 역시 새로운 변화를 고민하던 참이었다. 최 대표는 소비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부터 마트 인테리어까지 전 과정을 기획했다. 이때 만든 슬로건은 ‘쓸데없는 소비는 없다, 새로운 작품이 가득한 뉴지엄’이다. 마트를 박물관에 비유해 제품은 곧 작품이고 가격이 붙어 있는 도록이라고 상상했다. 폰트를 비롯해 문구, 영상, 전단지, 영수증까지 ‘새로운 박물관’(new+seum)이라는 콘셉트를 적용해 리브랜딩했다. 합리적인 소비를 강조했던 노브랜드이기에, 최근 가치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에게 ‘멋있게 소비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마트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사례다. “대부분 사진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가장 쉬운 언어는 텍스트예요. 프로젝트를 맡으면 기획부터 메시지와 결과물 제작까지 하는데요. 100여 개의 아이디어를 모아 ‘슬로건’을 먼저 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다양하게 표현하죠. 마치 브랜드 퍼포먼스 에이전시처럼 일하고 있는데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어떻게 보면 콘텐츠를 만드는 거예요.” 서체, 읽지 말고 놀자 최치영 대표가 추구하는 건 ‘폰트의 대중문화’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조합하며 가지고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로서 서체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누구나 폰트를 만들 수 있고, 폰트는 도구가 아닌 문화로 발전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진행한 프로젝트로 ‘티키타카체’가 탄생했다. 2021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청년 장애예술가들과 글자에 관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만들었다. 이 서체로 티셔츠, 모자, 가방, 신발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2023년에는 고양어린이박물관과 ‘와글와글 서체’를 만들었다. 고양시 어린이와 가족들이 모여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해 그린 글자를 활용했다. 토끼, 무당벌레, 수박 등 아이들의 개성이 담긴 ‘지구상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폰트, 와글와글체’는 컬러와 질감을 살린 서체가 됐다. 글자로 노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최 대표의 가치관은 과거 ‘비디오자키’의 탄생을 모티브로 한다. “뮤직비디오를 탄생시킨 MTV 채널이 1980년대에 ‘음악을 완전히 다르게 즐기게 해주겠다’며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당시에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었죠. 뮤직비디오를 통해 음악을 눈으로 즐긴다는 개념이 생겼고, 비디오자키 같은 새로운 직업이 탄생했죠. 현재의 음악 소비문화를 만든 시초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엉뚱상상을 통해 ‘폰트자키’를 만들고 싶어요.” 그가 ‘폰트를 브랜딩한다’는 개념을 제안했을 때 많은 사람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 대표는 ‘기묘한 창조자’로서 폰트를 브랜딩하고 ‘콘트’라는 상품을 만들었다. 만들면 무료로 배포하기에 급급했던 서체에 이야기를 붙이는 과정이었다. 이미 만들어진 이미지로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는 게 이모티콘이라면, 콘트는 문자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직접 입력하고 수정할 수 있다. 흰 종이에 적힌 검은 선으로 글자를 보는 게 아니라 위트 있는 그림이자 움직이는 영상으로 리브랜딩했다. ‘콘투나잇’을 슬로건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소통하는 파티와 축제를 연상하며 만들었다. 이모티콘이 아니라 ‘글자티콘’인 셈이다. 콘트는 윤디자인에서 운영하는 폰트 온라인 스토어 폰코(FONCO)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폰트자키’ 애플리케이션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음악 산업을 보면 레이블이라는 회사에 아티스트가 소속된 것처럼, 우리는 엉뚱상상이라는 회사에 레터빌런이라는 서체 디자이너들이 있죠. 음악 회사에서 MP3라는 디지털 파일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는 폰트라는 OTF 확장자를 만드는 거예요. 음악 파일을 가지고 앨범도 만들고, 안무와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공연·티켓·굿즈를 디자인해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도 폰트를 중심으로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죠.” 최 대표는 서체를 활용해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다. 2023년 일렉트로닉 뮤지션 키라라의 ‘숫자’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2023년 꼴값쇼에서 특별 공연도 열었다. ‘뮤직&폰트 비디오’라 규정하고 ‘MTV에 대한 오마주’였다 표현한다. 이 곡은 2024년 대중음악상 최우수 일렉트로닉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최 대표는 “글자의 역할은 읽히는 것을 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엉뚱상상을 시작으로 윤디자인의 다음 세대를 준비해온 지 6년째다. 도전 DNA가 깊이 박힌 그이기에 슬슬 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을까 싶어 물었다. 역시나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디자인 크리에이터 육성 엔터테인먼트를 고민하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등 여러 학교와 제휴를 맺어 학생 멘토링을 하고 있는데요. 그저 아마추어로 그치는 게 아니라 예비 크리에이터로서 제작물을 만들고, 저희는 그들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TS파트너즈’ 활동인데요. 이제는 멘토링을 넘어서 크리에이티브 학교를 목표로 새로운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정체성이 확고한 회사에서 익숙한 일을 해오던 직원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이전에 없던 ‘서체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실체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최 대표는 “많이 해보고 그중 하나가 얻어걸리면 됩니다!”라고 표현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일단 실행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그의 말처럼 ‘얻어걸리려면’ 그만큼 많은 양의 작업물을 내놔야 한다. 그가 음악가라면 다작을 하는 셈이다. 지난 6년간 해온 그의 작업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단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자’는 그의 말은 얼핏 순리를 거스르는 말 같지만, 관념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방식을 적용하려는 최 대표의 철학에는 꼭 맞는 과정이다. “서체를 가지고 노는 행위가 누군가의 소꿉놀이로 끝나지 않고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울림을 주는 문화가 되길 바랍니다.”
- 2024-07-1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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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생활로 무더위 탈출”…7월 문화소식
- ●Exhibition ◇한국 근현대 자수 :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 일정 8월 4일까지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19세기 말 이후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 상황과 미술계의 흐름 속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한국 자수를 조명하는 전시다. 근현대 자수, 회화, 자수본 170여 점, 아카이브 50여 점이 출품됐으며, 전시는 4부로 구성됐다. 1부 ‘백번 단련한 바늘로 수놓고’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제작된 ‘전통 자수’를 소개한다. 생활 자수, 복식 자수, 병풍 등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2부 ‘그림 갓흔 자수’는 20세기 초 미술공예로 거듭난 자수 실천의 변화를 살펴본다. 일본 ‘여자미술전문학교’(이하 조시비(女子美)) 유학생들을 통해 자수가 전파됐다. 3부 ‘우주를 수건으로 삼고’에서는 광복 이후 이화여자대학교에 국내 최초로 자수과가 설치되는 등 조시비 자수의 영향에서 벗어나 성장한 한국 자수의 면모를 살핀다. 4부 ‘전통미의 현대화’에서는 한국전쟁 후 자수가 근대화·산업화 시대에 산업공예로, 그리고 보존·계승해야 할 전통공예로 부각되는 과정을 알아본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자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촉발하고, 자수가 지닌 동시대적 의미를 미술사적으로 살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스튜디오 지브리-타카하타이사오전 일정 8월 3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애니메이션 거장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에 관한 전시다. 그는 1970년대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 등을 제작·연출했으며,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 후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가구야 공주 이야기’ 등을 만들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된 그의 자필 제작 노트와 스토리보드, 레이아웃과 콘티 등 1300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과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마니아뿐 아니라 작품을 보고 자란 어른들이 아이들과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Book ◇67년생 김영수와 02년생 이보람의 같은 장소 다른 추억(김찬휘, 김형진, 정치영·인라우드) 대한민국의 1970년대 과거와 2020년대 현대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과거 모습은 1971년에 출간된 고(故) 조성봉 선생의 ‘이것이 한국이다’라는 사진집의 사진을 도판 작업한 것이다. 현대 사진은 콘텐츠 무상공유 운동을 펼치고 있는 ‘셀수스협동조합’의 조합원이자 이 책의 저자인 김찬휘, 김형진, 정치영이 한국을 누비며 찍은 사진들이다. 그들은 과거 사진의 구도와 최대한 비슷하게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했으며, 역사·정치·경제·문화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흥미를 유발한다. 책은 총 5장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첫 번째는 덕수궁 돌담길에서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과거와 현대의 모습이 크게 바뀌지 않은 장소들로 구성했다. 두 번째는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간직한 곳을 조명했다. 인천 어시장, 부산 광복동 등이다. 세 번째는 서울 삼일빌딩, 세종대로 사거리 등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거나 바뀌어, 마치 타임슬립하는 듯한 흐름으로 구성했다. 네 번째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수원 팔달문 등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문화재의 이야기를 담았다. 마지막 장은 더 이상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거나 과거 속으로 사라진 풍경들을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역 고가도로, 군산 내항 뜬다리 부두 등 추억의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은퇴 후에는 재미있게 살기로 결심했다(서병철·두드림미디어) 30년 직장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연구소를 설립한 저자는 39가지 준비법을 소개한다. 일, 재미, 인간관계, 건강수명, 경제력 5개 영역을 포함했다. ◇어쩌죠? 사는 게 점점 재밌어져요!(김옥란·미다스북스) 중년의 저자는 스스로를 ‘즐거운 단독자’라고 표현하며 ‘나 혼자 폼 나게 산다’고 말한다. 그의 책, 그림, 사랑으로 가득한 일상은 긍정 에너지를 전한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정덕현·페이지2북스) 대중문화평론가인 저자가 드라마 속 45개의 명대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에세이북이다. 김은숙·박지은 등 유명 작가들이 추천사를 남겼다. ●Stage ◇젠틀맨스 가이드 일정 7월 6일 ~ 10월 20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김동연 출연 송원근, 김범, 손우현, 정상훈,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 등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그린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줄거리, 아름다운 음악을 인정받아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외부비평가상 등을 휩쓸었다. 주인공 몬티 나바로 역은 송원근, 김범, 손우현이 맡았으며, 1인 9역을 소화하는 다이스퀴스 역에는 정상훈, 정문성, 이규형, 안세하가 캐스팅됐다. 몬티 나바로의 연인 시벨라 홀워드 역은 허혜진, 류인아가, 몬티 나바로를 사랑하게 되는 다이스퀴스 가문의 피비 다이스퀴스 역은 김아선, 이지수가 함께한다. ◇맥베스 일정 7월 13일 ~ 8월 18일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출 양정웅 출연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송영창, 남윤호, 홍성원 등 배우 황정민이 ‘리처드 3세’ 이후 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장군 맥베스가 마녀의 예언을 듣고 국왕을 살해한 뒤 서서히 타락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맥베스 역을 맡은 황정민은 “제게 연극 무대는 힐링하는 시간이자 공간”이라면서 “‘맥베스’ 원작이 수많은 작품으로 오마주·재창작됐는데, 저도 무대 위에서 예술하는 배우로서 꼭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맥베스가 왕이 되도록 부추기는 아내 레이디 맥베스 역은 김소진이 연기하며, 맥베스의 부관이자 동료 뱅코우 역에는 송일국이 캐스팅됐다. ◇베르사유의 장미 일정 7월 16일 ~ 10월 13일 장소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왕용범 출연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 등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가 역사적인 초연 무대를 갖는다. 이케다 리요코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자유, 사랑, 인간애를 프랑스혁명이라는 장중한 역사의 흐름과 함께 담아낸다. 앙투아네트를 호위하는 왕실 근위대 장교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 역은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가 연기한다. 신분의 차이 때문에 오스칼을 향한 마음을 숨긴 채 그녀를 지키는 ‘앙드레 그랑디에’ 역은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이 맡는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7-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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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0만 부 베스트셀러, '바다 100층짜리 집' 뮤지컬로 재탄생
- 베스트셀러 도서, '바다 100층짜리 집'이 가족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이 작품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린 시리즈로, 출간 15주년, 최근 6번째 신간이 나오면서 국내에서 사랑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작으로 세계 최초로 창작되는 뮤지컬이다. 유람선을 타고 여행 중이던 소녀가 사랑하는 인형 콩이를 바다에 빠뜨리며, 콩이가 소녀를 만나기 위해 바다 100층짜리 집을 여행하며 펼쳐지는 바다 속 판타지와 어드벤처가 담긴 진정한 성장 로드 가족뮤지컬이다. 원작 도서 작가이자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인 ‘이와이 도시오’의 방한이 확정된 것도 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내달 13일 토요일에는 ‘이와이 도시오’가 공연장을 직접 찾아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사인회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이 도시오’는 100층짜리집 시리즈 원작자로 국내에 알려져 있지만, 지브리박물관의 줄넘기 뛰는 토토로로 알려진 이웃집 토토로 스트로보스코프 작품에도 관여하는 등 게임, 인터렉티브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며, 아스 일렉트로니카 그랑프리 수상 등 다양한 미디어 아티스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머시브 뮤지컬로 제작되는 뮤지컬 '바다 100층짜리 집'은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이 공연 중 등장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식의 객석플레이와 사전 엽서 이벤트를 통해 극 중 당첨되면 선물도 받으며 공연장 로비에서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공연 전후로 다양하게 관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아트큐브 컴퍼니 엄윤기 대표는 “보통은 공연만 보고 바로 가기 바쁘셨지만 뮤지컬 '바다 100층짜리 집'은 공연 전, 후 그리고 공연내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공연을 포함하여 2시간 이상은 충분히 사진도 찍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한 새로운 경험들을 꼭 느껴보시길 권한다"고 밝혔다. 뮤지컬 '바다 100층짜리 집'은 7월 6일부터 8월 15일까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공연하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다.
- 2024-06-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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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혜의 관광지로 둘러싸인 말레이시아 골프의 정점
- 말레이시아 북서쪽에 위치한 랑카위는 아름다운 섬으로, 세 개의 독특한 골프 코스를 보유하고 있다. 필자는 조호르바루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20분 이동해 이곳에 도착했다. 랑카위의 대표적인 골프 코스로 엘스클럽, 구능라야 골프리조트, 99 이스트(East)골프클럽 등이 있다. 구능라야 골프장(파72, 6377m/ 5879m)은 미국의 저명한 골프 건축가 맥스 웩슬러가 설계했다. 1998년에 9홀이 먼저 완공되었고, 2001년에 18홀로 확장되었다. 웩슬러는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유라시아 대회를 개최했던 말레이시아의 글렌마리GC와 조호르바루의 풀라이스프링스(Pulai Springs)CC, 코타키나발루의 다타이베이CC 등을 디자인한 바 있다. 구능라야의 ‘Gunung’은 산을, ‘Raya’는 축제를 의미하며, 이름 그대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코스는 다양한 나무와 깊은 러프로 이루어져 있으며, 넓은 페어웨이와 최근 비로 인해 다소 느려진 그린 스피드를 자랑한다. 그린은 티프드워프 잔디, 페어웨이는 조이시아 잔디를 사용하고 있다. 퍼블릭 코스로 운영되며, 250m 길이의 연습장은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1년 회원권을 1820링깃(약 55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회원이 되면 카트비와 소액의 보험료만 지불하고 무료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현지 주민들은 월간 회원권도 가능하지만, 외국인은 1년 단위로만 가능하다. 캐디 서비스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며, 카트는 페어웨이로 직접 이동할 수 있어 편리하다. 구능라야 골프장의 대표적인 홀은 2번 홀(파5, 499m/471m)로, 내리막 티 샷과 S자형 페어웨이로 인해 정확한 샷이 요구된다. 필자가 이곳에서 여러 번 볼을 잃어버렸을 정도로 도전적인 코스였다. 10번 홀(파5, 500m/478m)은 멋진 호수와 커다란 산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경관을 제공하며, 11번 홀(파3, 158m/154m)은 시그니처 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자는 2번 홀이나 10번 홀이 시그니처 홀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36홀 라운드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다행히도 라운드 중에는 날씨가 좋았다. 이후 필자는 골프장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다따란 랑(독수리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곳은 랑카위의 상징인 독수리 동상이 있는 곳으로, 많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찾는 명소다. 랑카위섬 주변에는 총 99개의 섬이 있으며, 그중 랑카위섬과 풀라우투바(Pulau Tuba)섬에만 사람이 거주한다. 나머지 97개의 섬은 무인도로 남아 있다. 이곳은 한국에서도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필자는 주로 골프에 집중했지만, 다따란 랑에서의 잠깐의 관광은 기억에 오래 남을 멋진 경험이었다. 랑카위는 골프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광 명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면세 지역으로, 쇼핑을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이다. 쿠아타운(Kuah Town)에는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곳에서 면세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랑카위 케이블카는 또 다른 인기 명소로, 마친창산(Machincang Mountain) 정상에 올라가면 랑카위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스카이브리지(Sky Bridge)는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다리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또한 랑카위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이 있다. 판타이 체낭(Pantai Cenang) 해변은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맹그로브 숲 투어도 추천할 만하다.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숲을 탐험하며 다양한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관광 명소를 자랑하는 랑카위는 골프 여행은 물론 휴양지로도 최적의 장소다. 구능라야 골프리조트에서의 라운드와 더불어 랑카위의 매력을 만끽해보길 권한다.
- 2024-06-2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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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침범한 AI 시대... 삶의 이유 질문하는 소설가 된 변호사
- 인공지능(AI)이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 인간 고유의 재능으로 여겨졌던 ‘창작’이라는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AI가 더욱 고도화될 거라는 건 정해진 미래다. 사람들이 ‘어떻게 AI를 활용할 것인가’ 고민할 때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변호사가 있다. 아니, 그는 소설가다. 장편소설 ‘밤의, 소설가’는 “AI와 공동 집필에 몰두했던 소설가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한 작가는 이 책을 읽고 ‘저자의 상징적 죽음’이라는 평을 내놨다. AI의 발달로 인간 고유의 영역을 빼앗기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위태로운 저자의 지위’와 ‘왜 창작하는가’ 같은 뿌리에 가까운 질문이 담겨 있다. 저자 조광희 변호사는 왜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됐을까? 영화에서 소설까지 ‘올라운더’ 법무법인 원에서 근무하는 조광희 변호사는 ‘올라운더’라 불린다. 올라운더는 스포츠 등에서 모든 역할을 골고루 하는 선수를 가리키는 말로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이 별명이 이해가 된다.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영화사 봄의 대표이사를 지내며 ‘밤과 낮’, ‘해변의 여인’, ‘멋진 하루’ 등을 제작했다. 그리고 선거캠프에서 세 차례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씨네21’, ‘한겨레’, ‘경향신문’의 칼럼니스트로 글을 썼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2003년에는 영화인들의 필독서로 유명한 ‘영화인들을 위한 법률가이드’를 펴냈다. 이후 ‘그래봐야 인생, 그래도 인생’ 산문집 한 권과 ‘리셋’, ‘인간의 법정’, ‘밤의, 소설가’까지 세 권의 소설을 냈다. 이뿐인가. 소설 ‘인간의 법정’은 뮤지컬로도 제작됐는데, 조 변호사는 이 뮤지컬의 각본까지 맡아 각본가로도 데뷔했다. “변호사 일은 30년째 하고 있어요.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관련 업무를 주로 합니다. ‘평판 관리’라고 하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분야도 담당하고요.” 이 정도 이력이면 작가로 전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조 변호사는 변호사로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전업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굉장히 중요한 이유죠.(웃음) 두 번째로 변호사는 마음만 먹으면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 일이 결국 소설의 토양이 됩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간접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거든요.” 버스에서 설계하는 소설 조광희 변호사는 뮤지컬 각본 작업도 소설 집필도 변호사 일을 하며 병행했다. 무척 바쁜 일상이었을 텐데 어떻게 일의 균형을 잡았을까? 작품들이 그의 일상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것은 소설을 쓰는 그의 방식과도 관련 있었다. 조 변호사는 ‘필 꽂히는’ 대로 써 내려가면서 수정을 거듭하기보다, 처음부터 구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한 뒤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쓴다. 소설을 설계하는 셈이다. “처음에는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아이디어와 콘셉트 차원에서 생각합니다. ‘밤의, 소설가’는 ‘10여 년 전 알았던 여성이 소설가가 돼 법률사무소에 나타나 일을 맡긴다’는 내용으로 시작했어요. 아이디어는 버스 타고 출퇴근할 때, 산책할 때,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실 때 등 일상에서 떠올리는 편입니다.” 다음으로 시놉시스를 쓰고 트리트먼트를 만든다.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조 변호사는 영화에서 쓰는 개념을 가져와 설명했다.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 역시 산책하다가 휴대폰에 메모하거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작성하는 방식으로 채워나간다. “시놉시스는 한 페이지 정도의 줄거리를 쓰는 일이에요. 인물과 사건을 그럴듯한 구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페이지지만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시놉시스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20~30장짜리 트리트먼트를 씁니다. 좀 더 자세한 줄거리죠. 인물이나 사건 설명이 더 상세하게 나와야 합니다. 저는 트리트먼트 작업을 할 때 챕터를 나누어서 써요. 트리트먼트가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하는 셈이에요. 여기까지 완성되면 이제 조금은 기계적인 작업이 됩니다. 살을 붙이는 과정이죠. 이때는 책상에 딱 붙어 앉아 쓰는데요. 주로 집에서 하지만 자주 가는 카페도 있고, 어떤 때는 2~3일 정도 여행을 떠나 작업하기도 합니다.” 소설을 처음부터 설계한다는 건 꽤나 논리적인 작업이다. 변호사라는 그의 직업적 특성이 소설 쓰기에도 반영된 듯한 방식이다. 하지만 ‘밤의, 소설가’는 기존과는 좀 다르게 완성됐다. 처음에는 한 문예지에서 작품 요청을 받아 쓰게 됐는데, AI는 비서 역할로만 등장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작품을 완성한 후 문우들과 대화하다가 생각이 확장됐다. “발상의 전환이 되면서 ‘소설 쓰기에 관한 소설’이라는 주제까지 다루게 됐어요. 소설 속에 소설 집필 과정 자체를 노출시키는 일종의 메타 소설이 된 셈인데요. AI에게 창작의 영토를 빼앗기는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러면 소설이라는 장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이 꼬리를 물더라고요.” ‘왜 사는가’에 대한 고찰 AI ‘레비’와 함께 소설을 써 내려가던 소설가 건우의 고민을 따라가다 보면 조광희 변호사가 작품을 통해 던지고 싶었던 질문을 만나게 된다. ‘저자의 위태로움’이다.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지만, 동시에 ‘대중과 시장이 요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요즘 사람들은 고전문학을 잘 안 읽잖아요. 그렇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 쓰면 달콤한 글만 쓰게 되죠. 저자라는 지위 자체가 위태롭다고 보는 지점이에요. 그걸 AI가 가속화하는 거죠. 심지어 AI와 소설 쓰기를 경쟁합니다.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는 AI라니, 그렇다면 저자로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민에 빠지게 되겠죠. 차라리 AI에 기대는 노예가 될까 고민도 하게 되고요.” 벌써 AI는 단순노동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변호사 업무에도 쓰이니 말이다. 조광희 변호사가 처음 변호사가 됐을 때만 해도 판례가 전산화되지 않아 법원도서관에서 종이 파일을 뒤져야 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든 판례를 검색할 수 있고 AI에게 말하면 대신 검색해줄 수 있는 지경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로 AI가 영문 계약서를 번역해주는 일은 제법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소설 속 소설가는 AI와 소설 쓰기에 관해 경쟁하지만 현실에서는 변호사가 AI와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소송 기록을 주면 논점이 뭔지 분석해내는 것까지 AI가 해낼 거예요. 그렇다면 변호사의 주요 업무는 재판에서 어떻게 전략적인 접근을 할 것인가, 법정에서 증인의 말을 신뢰할 것인가 아닌가 등의 인간적이고 섬세한 일에 집중하는 형태로 바뀔 거라 봅니다. ‘일’이라는 영역에 AI가 계속 침식해 들어오니까요. 결국 인간은 어떤 일을 도대체 ‘왜’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예술, 문학, 바둑, 체스 등 많은 분야에서 AI는 인간의 창조성과 지적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 조광희 변호사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을 이루고 싶다’는 목표에 도달하리라는 희망을 AI라는 존재가 단 몇 초 만에 허물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 활동을 왜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고민에 빠지게 돼요. 그걸 고민하다 보면 ‘산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까지 이어지겠죠. 글쓰기도 그렇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행위가 단순히 책을 팔고자 하는 일은 아닙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설로 토로해내는 일종의 쾌감과도 연관된 일이거든요. 자신의 미학적인 정열 때문에 글을 쓰는 건데, AI가 소설을 더 잘 써내는 시대가 온다면 미학적인 쾌감을 빼앗기는 거죠.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위협받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 조광희 변호사의 이런 고찰과 경험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첫 소설 ‘리셋’은 주인공인 변호사 강동호가 현직 서울시장의 의뢰를 받아 미스터리한 정치적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돈과 권력, 그것을 쫓는 정치 세력 간의 블랙 커넥션을 파헤치는 내용인데, 아무래도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을 테다. 두 번째 소설 ‘인간의 법정’은 주인을 살해한 AI ‘아오’가 재판을 받는 이야기다. AI와 인간의 관계, 생명과 소수자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제시한다. 이 책이 뮤지컬로 탄생한 것은 뮤지컬 ‘그날들’을 작업했던 장소영 음악감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무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영화 각본처럼 썼고, 장 감독의 도움으로 극에 맞춰 수정을 거듭해 완성할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시를 습작했던 경험이 아리아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됐고, 영화사 대표로 일하며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를 본 것이 체득되어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도 반영됐다. 세 번째 소설 ‘밤의, 소설가’는 두 번째 소설을 쓰면서 AI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아봤던 것이 도움이 됐다. 어느 정도 AI에 대해 학습되어 있었기에 이야기를 확대해갈 수 있었다. 차기작으로 준비 중인 소설 ‘도시의 은자’는 대중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다.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자신은 정작 숨어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이다. 소설뿐 아니라 드라마도 준비하고 있다. 영화감독인 동료 변호사와 함께 드라마 기획을 완성하고 대본을 쓰고 있다. ‘올라운더’의 면모가 돋보이는 행보다. 분야가 무엇이든 그가 만드는 작품에는 그의 삶이 녹아 있다. 아니, 작품으로 녹아드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기작들에도 역시 변호사가 나올 것 같다. 그는 “꼭 변호사를 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지만, 경험과 인생관을 녹인 캐릭터를 고민한다면 “변호사가 자주 등장할 가능성이 높겠다”며 웃었다. 어쩌면 ‘변호사’라는 등장인물이 그의 상징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소설 쓰는 변호사 조광희가 있고, 그 소설 속에서 변호사이면서 뮤지컬을 만드는 인물이 있고, 소설 속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에서 변호사를 연기하는 배우가 있을 것만 같다. 마치 ‘밤의, 소설가’ 작가의 말에 그가 남긴 말처럼. 여기 ‘밤의, 소설가’를 쓰는 조광희가 있다. 소설 ‘밤의, 소설가’에도 소설을 쓰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가 쓰는 소설 속에서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여자도 있다. 소설 ‘먼저 상상하고 나중에 움직이다’에서도 주인공인 여자가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밤의, 소설가’ 中
- 2024-06-1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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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파 총출동 ‘햄릿’… 여름과 찾아온 6월 문화소식
- ●Exhibition ◇고인물전(古人物展) 일정 6월 30일까지 장소 화정박물관 화정박물관이 소장한 초상화나 옛사람을 소재로 한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다. 회화, 공예품 등 약 90점을 볼 수 있으며,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 ‘Portrait’(초상화)에는 한국과 중국의 초상화가 전시됐으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본다. 조선시대 문신 이정영 초상과 프랑스 화가 프라이가 그려 1899년 영국 잡지 ‘베니티 페어'에 실린 고종황제의 캐리커처 등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은 ‘Ideal Life’(이상적 삶)로 ‘서원아집도’, ‘동파입극도’ 등을 통해 속세를 떠나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알아본다. 세 번째 ‘Extraordinary Life’(특별한 삶)에서는 ‘여동빈’, ‘포화대상’ 등 신선이 된 인물이나 신비한 능력을 가진 승려 이야기를 다룬 그림을 볼 수 있다. 마지막 ‘Into the Real Life’(실생활 속으로)에서는 ‘어촌도’, ‘어제경직도’ 등 당시의 생활상을 묘사한 작품, 그리고 ‘삼국지’와 같이 당대 인기를 누렸던 대중문화 작품을 알아본다. 화정박물관 측은 “종교와 문화, 사상 등 인간의 관심사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떻게 표현됐는지 살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필립 파레노 : 보이스 일정 7월 7일까지 장소 리움미술관 전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의 국내 첫 대규모 전시회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형 신작까지 파레노의 대표작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신작 ‘막’(膜)으로 야외 데크에 설치된 높이 13.6m의 타워 구조물이다. 42개의 센서는 기온, 습도, 풍량, 소음, 대기오염 등 외부 환경 정보를 수집해 새로운 언어 ‘∂A’(델타 에이)를 만든다. 이 언어는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를 학습한 AI를 통해 전시장 곳곳에서 들린다. 전시 기획자인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파레노 개인전은 ‘보는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공연과 같다. 작품이 계속 진화하고 변화하는 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Book ◇변방에서 중심으로(문재인·김영사)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2년 만에 첫 회고록을 펴냈다. 책은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대부분을 보좌했던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질문을 던지고 그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동,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남·북·미 판문점 회동 등 재임 당시의 외교사적 사건을 문 전 대통령의 시각으로 서술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을 비롯해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관련된 주요 결정의 뒷배경 이야기도 생생하게 전한다. 더불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파트너였던 지도자들(김정은, 트럼프, 아베)와의 물밑 협상 과정과 그들에 대한 평가 또한 최초로 공개한다. 외교·안보 성과뿐 아니라 아쉬움과 한계, 성공과 실패 요인, 정책에 대한 공과 판단을 솔직하게 기록했다. 책은 ‘미국의 손을 잡고’, ‘균형 외교’, ‘평화 올림픽의 꿈을 이루다’, ‘그리고 판문점’, ‘결단의 번개 회담’ 등 총 13장으로 이뤄졌다. 출판사 김영사는 “현재 국제 및 남북 정세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희망과 조언을 담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조건에서 ‘대한민국에 외교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줄 것이다”고 밝혔다.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이서원·나무사이) 30년 동안 3만 명을 상담해온 저자는 50대에는 자신이 가장 편하고 좋아하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조언하며, 38가지 통찰을 제시한다. ◇AI 사피엔스 : 전혀 다른 세상의 인류(최재붕·쌤앤파커스) ‘포노 사피엔스’ 저자가 말하는 AI 시대 이야기로, 산업·분야별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특히 ‘팬더스트리’(팬덤+인더스트리)의 부상을 예측했다. ◇전국 맛집 가이드북(한국여행작가협회·상상출판) 한국여행작가협회 소속 작가 20명이 전국 팔도를 여행하며 직접 맛보고 엄선한 맛집 300곳의 정보가 담겼다. 맛있는 여행을 계획해보자. ●Stage ◇햄릿 일정 6월 9일 ~ 9월 1일 장소 홍익대학교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손진책 출연 전무송, 이호재, 박정자, 손숙, 정동환, 길용우, 김성녀, 길해연, 강필석, 이승주, 루나 등 연극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로,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덴마크 왕자 햄릿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해랑 선생의 연출로 1951년 첫선을 보인 뒤 관객과 꾸준히 만나고 있다. 신시컴퍼니의 ‘햄릿’은 이해랑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2016년 초연됐으며, 2022년 재연을 거쳤다. 2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공연에서도 연극계 원로 배우와 젊은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60년 경력의 최고령 전무송을 비롯해 24명의 배우가 출연하며, 연기 경력만 900년에 달한다. 손진책 연출은 “햄릿의 통시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더 감각적이고 격조 있는 현대의 햄릿을 선보이려 한다”며 “경륜 있는 배우들이 주축을 이루는 만큼 그들의 존재감과 연기력이 빛나는 무대를 만들겠다”라고 전했다. ◇메노포즈 일정 6월 13일 ~ 8월 25일 장소 한전아트센터 연출 이윤표 출연 문희경, 유보영, 조혜련, 서지오, 이아현, 김현숙, 류수화, 주아, 민채원, 신봉선 중년 여성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뮤지컬 ‘메노포즈’가 2018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메노포즈(Menopause)란 폐경을 뜻하는데, 근래에는 월경을 완성했다는 의미에서 ‘완경’으로 해석되는 추세다. 우연히 백화점 란제리 세일 코너에서 만난 네 명의 여성은 옥신각신하다 완경이라는 공통된 고민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문직 여성, 한물간 연예인 등 살아온 삶은 다르지만,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고통을 함께 나눈다. 그 과정을 통해 중년 여성에게 ‘완경기는 완성된 여자로서 또 다른 시작’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프랑켄슈타인 일정 6월 5일 ~ 8월 25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왕용범 출연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 박은태, 카이, 이해준, 고은성 등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다.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신이 되려 했던 인간과 인간을 동경했던 피조물의 이야기다. 철학과 의학의 천재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는 유준상, 신성록, 규현, 전동석이 캐스팅됐다. 박은태, 카이, 이해준, 고은성은 빅터의 조수 앙리 뒤프레와 괴물 역을 맡는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한국 공연계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공연의 완성도와 관객들의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6-03 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