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녹지 공간이 부족한 도시에 겨울이 깊어지면 그야말로 잿빛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나마 눈이라도 내리면 잠시 낭만에 빠져보지만, 촘촘히 늘어선 시멘트 빌딩과 앙상한 겨울나무는 이내 삶의 활기를 앗아가기 일쑤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제주는 보석 같은 섬입니다. 한겨울에도 상록의 싱그러움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라산 정상이 흰 눈으로 덮여 있는 1
2016년이다. 좋은 것들을 보고, 맛보고, 즐기기에도 인생은 모자라다. 잭 니콜슨(Jack Nicholson)과 모건 프리먼(Morgan Freeman)이 주연한 영화 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 이라고. 마음 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모험심을 끌어 모아 생에서 가장 설레는
유난히 겨울이 아름다운 도시가 있다. 그중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태백시다. 고원의 도시 태백의 겨울은 지루할 만큼 길다. 겨울밤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밤새 사락사락 눈이 내리는 날, 석탄가루에 뒤범벅된 도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흰 설원에 감싸인다. 설원은 고산 밑에 납작납작 엎드려 있는, 지붕 낮은 집들의 때 묻은 몸을 잠시 숨겨준다.
글·사진
독일에 한 소년이 있었다. 호메로스의 를 사실이라고 믿어버린 아이는 언젠가 신화 속 도시 트로이를 발견해낼 것이라고 마음먹었다. 어른이 되어 러시아에서 사업으로 큰돈을 손에 쥔 소년은 어릴 적 꿈을 잊지 않고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고고학을 공부했고, 그리스로 건너가 고대 유물 발굴에 평생을 바쳤다. 그리고 터키 히사를르크 언덕에서 꿈에 그리던 고대도시 트
최근 들어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황혼의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함께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두 세대 이상의 더부살이는 우선 경제적으로 지출을 줄여준다. 자녀가 맞벌이를 한다면 양육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신 크고 작은 갈등도 함께 많아진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현명한 ‘더부살이 방법론’이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최
얼마 전, 필자는 지난 50년간 패션계에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를 해외의 한 패션 디자이너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아마 ‘미니스커트’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런데 예상 외의 답이 돌아왔다. “블루진(blue jeans).”
의상 패션은 예로부터 왕족이나 귀족사회, 즉 상류사회를 상징하는 점유물처럼 자리매김해왔고 어떤 의미에서 지금도 그 맥을 이어가고 있
이재준
안네 소피 무터(Anne Sophie Mutter, 1963~ )의 바이올린 독주회 맨 앞자리에 김영태 시인과 나란히 앉아,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e단조 k.304를 들었다. 41개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한 단조의 선율은, 봄밤을 깊은 심연의 사색에 잠기게 하였다.
연주가 끝나고 울퉁불퉁한 돌길을 휘적휘적 걸으며 잠시 하늘을 보았다. 아
김영희(金英姬) 前 대사
우리 동네에는 우물이 세 개 있었다. 동네 한가운데 마을 공동 우물이 있고 방앗간 집과 우리 집에 우물이 있었다. 1949년 한글날 태어난 나는 6·25전쟁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 집 우물에 던져져 죽을 뻔했다는 얘기는 알고 있다. 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 집에다 큰아들이 국군 장교로 참전 중이어서, 인민군이
필자가 기억하는 첫 탱고는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1959)’에서 여자로 변장한 잭 레먼이 코미디언 조 E. 브라운과 함께 입에 물고 있는 꽃을 바꾸어 물어가며 춤추던 불후의 명곡 ‘라 쿰파르시타’이다. 그 후 카테리나 발렌테가 부르는 ‘불의 키스(Kiss of Fire/El Choclo)’에 매료되어 여러 장의 탱고 판을 사서 듣
1970년대를 살았던 국민이라면 밤 12시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기억한다. 24년 전인
1982년 1월 5일, 광복 후 줄곧 갇혀 있었던 대한민국의 밤이 세상에 풀려났다. 밤 12시~새벽 4시의 야간 통행금지(통금)가 해제된 날이다. 전국 도시의 거리에 사람이 오가게 된 것도, 새벽까지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술자리 습관도 모두 이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