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물 머리와 세미원의 만남

기사입력 2016-07-20 11:06 기사수정 2016-07-29 10:37

▲입구에 세미원의 뜻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입구에 세미원의 뜻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옛 정취를 살린 돌 빨래판이 길게 깔려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옛 정취를 살린 돌 빨래판이 길게 깔려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필자와 남편이 액자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필자와 남편이 액자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 즉, '물을 보면서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세미원.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만나 하나의 물 머리가 되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 두 물 머리. 그 유유하게 흐르는

넓은 강줄기와 화사하게 피어난 연꽃들로 조화롭게 탄생된 물의 정원은 참으로 경이로 왔다.

월요일 아침, 필자는 말로만 듣던 세 미원을 향해 남편과 함께 길을 나섰다. 블로그 모임의 화려한 외출이었다. 오랜만에 설레는 경춘선 전철을 타고 호평 역이라는 곳에서 내려 합류를 했다. 처음 맞이하는 호평, 평내라는 도시는 완전한 신도시의 자리매김으로 신선한 호감이었다. 국도를 따라 양평 쪽으로 향해 달리는 길은 멋들어진 카페 촌과 먹거리와 맛 거리의 축제였고, 바람 속으로 달려가는 자전거를 탄 남녀의 합창은 낭만으로 가득 찬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일행은 양수리 시장이라고 커다랗게 써 있는 간판 앞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섰다. 연꽃 잎으로 꼭꼭 쌓여진 영양찰밥과 각종의 먹거리로 가득한 시골 음식잔치의 진지상이라는 곳으로 갔다. 처음으로 맛보는 각양각색의 전통적 음식들은 필자 부부에게 대만족이었다. 남산만큼 부풀어 오른 무거운 배를 안고 곧바로 세미 원으로 향했다. 주위 사람들이 수시로 올려대는 사진 속의 연꽃 현장을 빨리 눈으로 맛보고 싶어서였다. 월요일의 한가로움에도 주차할 곳은 넉넉지가 않았다.

두 물 머리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예전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로 가득한 곳이었다고 한다. 척박한 불모지, 수몰지역으로 버려진 하천부지를 개조하면서, 주민과 정부 환경단체가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시킨 별천지 같은 곳이었다. 주민들은 가장 먼저 두 물 머리에서 냄새나는 각종의 오물들을 수거하고 그곳에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난 연꽃들을 심었다고 한다.

넓은 호수에는 연꽃과 수련, 창포를 심었다. 여기저기 6개의 연못을 만들었고, 그곳을 거쳐 흘러 들어가는 한강물은 자연히 정화가 되었다.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이나 부유물질들을 거의 제거시켜 주었고, 그 후에는 깨끗하게 팔당댐으로 다시 흘러 들어가도록 재구성이 되었다고 한다. 인간이 수생식물을 이용한 수질개선으로 기막히게 만들어진 인공의 자연정화공원이 탄생된 것이다.

두 물 머리와 연꽃 가득한 세미 원을 이어주는 첫 번째 다리는 작은 배로 이어진 배다리였다. 출렁거리는 다리 위로 몸을 흔들어대는 젊은 남녀는 신기함에 웃음이 만발한다. 다리를 건너 곧바로 이어지는 흙 길에도 돌 빨래판들이 길게 나열되어 참으로 이색적이다. 눈에 들어오는 세미 원의 넓은 공원에는 수많은 새색시 같은 연꽃들이 고고한 자태로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불교의 상징이기도 한, 연꽃은 아무리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도 오염에 물들지 않고, 청결하고 고귀하게 맑고 깨끗한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이 꽃은 7월에 피어나서 무더운 8월이 되면 고개를 숙이는 한 여름의 꽃이라고도 한다. 연꽃들은 은은하게 뿜어내는 향기마저도 멀어지면 질수록 더욱 향기로워 그야말로 꽃 중의 꽃이라는 말도 있었다.

낮 동안에 활짝 꽃잎을 열었던 연꽃은 오후가 되면 수줍은 듯 살짝 잎을 오므린다. 분홍색 백색 의 꽃봉오리는 단아한 자태로 뭇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꽃말도 순결 또는 청아한 마음이라고 하는가 보다. 어떤 유혹에도 물들지 않고 구슬처럼 영롱하게 물방울을 잎에 맺히며, 그 향기로 찌든 중생들은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세미 원을 탄생시킨, 두 물 머리의 일출과 일몰 광경은 사진 작가들에게 아주 유명하다고 했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절묘한 만남으로 이어져, 이른 아침에 피어나는 물 안개와 연인들의 사랑이 가득 담긴 사진촬영들은 그 진가를 더한다. 옛 영화의 스토리가 얽힌 나루터와 호젓하게 떠있는 황토 돛단배, 늘어진 수양버들의 정취는 강가 마을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반영해 내고 있어, 지친 삶의 힐링 장소가 되기에 아주 충만한 시간이었다.

더럽고 쓸모없는, 냄새가 가득했던 곳을 인간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창조물은 참으로 위대한 탄생이었다. 많은 대중들에게 더러워진 마음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혼탁한 세상에서 꽃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창출해주는 인간의 의지는 대단한 것이었다.

요즈음같이 정신없는 세상에 여유롭게 흐르는 두 물 머리의 강물처럼 넉넉하고, 세미 원의 연꽃과 같은 청아한 향기가 묻어나기를 기대해본다.

필자 부부는 보람찬 하루를 남겼다. 진정으로 힐링이 가득 넘치는 시간이었다.

▲도도하게 피어난 세미원 연꽃의 자태. (양복희 동년기자)
▲도도하게 피어난 세미원 연꽃의 자태. (양복희 동년기자)
▲수양버들 늘어진 연못의 길가에서. (양복희 동년기자
▲수양버들 늘어진 연못의 길가에서. (양복희 동년기자
▲두물머리에 떠있는 황토 돗단배. (양복희 동년기자)
▲두물머리에 떠있는 황토 돗단배. (양복희 동년기자)
▲소원을 이루어주는 나무가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소원을 이루어주는 나무가 있다. (양복희 동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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