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하는 것을 좋아한 개구쟁이가 어느새 환갑이 넘어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있다. 거울을 보면 머리숱은 적지만 하얗게 셌으며 눈가에는 주름이 지고 검버섯도 핀 얼굴이 푸석푸석한, 익숙하지만 낯선 모습의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요즘 백 세 인생을 누리려면 이제부터 인생 이모작을 차분히 그리고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베이비붐 세대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사회를 숨 돌릴 새 없이 겪고 인공지능 시대를 앞둔 채 노년기에 접어든 어르신의 헌신과 고충, 그리고 불만과 불안을 이해한다.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의 창고이자 살아 있는 교과서였다. 날씨를 가늠해 씨앗을 뿌리는 것부터 농사짓는 기술과 도구 사용 방법에 대한 경험이 풍부해서,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그 시대에 통용되었다. 오랜 인생 역정을 통해 터득한 경륜과 지혜는 후손에게 존중받았다. 또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전통과 유교의 효 사상을 결합하여 장유유서, 즉 연장자가 존중받는 문화가 당연시되었다. 대가족제는 이러한 어른 존중 사상이 강화되는 장치로 작용했다.
그러나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자본이 위력을 발휘하고 경쟁이 심화되자 공동체 정신이나 가족주의는 쇠퇴했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면서 연장자 우선이나 노인 우대 사상은 우리 사회에서 서서히 영향력을 잃어갔다. 더구나 정보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은 정보기기 작동이 서툴고 정보에 어두워 속이기 쉬운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저출산·고령화가 고착되는 사회구조에서 자식 양육과 부모 봉양에 힘쓰느라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을 ‘연금충’이라 하고, 할머니들이 시끄럽게 떠든다며 ‘할매미’라고 비유하는 현실에 노인은 먹먹함과 배신감을 느낀다. 또한 노인이 젊은이의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허구적인 사실에 근거해 노인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을 갖거나, 노년층을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정치집단으로 인식해 태극기부대라고 비하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경로 사회에서 벗어나 혐로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약 30년 동안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그 나라의 노인 비율(65세 이상)과 연관 지어 분석한 결과, 고령화율이 높을수록 노인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나 존경이 줄어든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이 고령화사회로 갈수록 부양해야 할 노인의 증가에 대해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현대사회의 빠른 변화에 노인을 별다른 효용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라고 짐작된다.
한편 한국에서 노인이 조롱과 차별 그리고 혐오의 대상이 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보다 급속하게 시대 변화를 겪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이 저마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시대가 변해서 젊은이가 노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핵가족 시대 혹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는 시대에 조부모의 지혜와 경험은 듣기 어렵고 들을 수도 없다. 더구나 사회구조와 인식 변화로 인해 소통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노인과 개인주의에 익숙한 젊은 층의 대화는 자칫 갈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상황적 변화 속에서 우리는 모두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소통 부족 그리고 소외와 무시 등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바라지 말고…’로 시작되는 케네디의 명언처럼 노인이 먼저 나서서 이웃과 주변을 살피고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겨울에 눈이 오면 아파트에 사는 노인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음 맞는 노인과 함께 아파트에 쌓인 눈을 청소하고 경로당에 모여서 차라도 한잔하며 한담을 나누면 신체 및 정신 건강에도 좋고, 노인에 대한 주민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나이 먹은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벼슬도 아니다. 젊은 세대가 노인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노인이 자기 책임은 다하지 않으면서 대접받으려고만 한다든지, 나이를 내세우며 권위적으로 무엇인가를 강요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질서를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등 부정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 손가락질받는 이런 모습을 개선하지 않으면 노인은 꼰대 혹은 꼴통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따라서 노인도 대우받기 위해서는 어른답게 배려심을 보여주고, 경로우대를 해주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실수를 하면 미안하다고 하는 등 지킬 것은 지키고 가릴 것은 가려서 행동해야 한다. 아무런 이유 없이 젊은이라고 하대하거나 하찮은 일로 싸가지 없다며 갑질하거나 억지 부리는 것은 치기 어리고 못난 노인의 모습일 뿐이다.
노인은 세상을 웬만큼 살아본 만큼 누구보다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제대로 분별할 수 있다. 자존심과 품격은 본인이 가꾸고 유지해야 한다. 노인 혐오를 극복하는 첫걸음은 어른답게 체면을 차리면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실천을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일본의 치매 환자는 2020년 기준 약 630만 명. 2050년에는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국민총자산의 약 10%인 약 200조 엔이 치매 환자의 자산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 자산이 동결되면 자금이 흐르지 않아 일본 경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치매에 의한 자산동결’은 사회 문제로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치매 환자의 가족들은 자산동결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미래 대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리니티 테크놀로지는 2000만 엔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부모가 있는 45~65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치매에 의한 자산동결 위험성과 가족 신탁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자녀들은 부모님의 미래에 관해 불안하다고 여겨지는 요소 1순위로 치매(57.7%)를 꼽았다. 이어 개호 시간(51.9%), 개호 비용(42.4%), 상속(39.6%), 자산관리(35.4%) 순이었다.
그럼에도 “치매로 인해 자산이 동결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잘 안다”는 응답은 24.1%에 불과했다. “어느 정도 들어봤다”는 응답이 43.6%, “몰랐다”는 응답은 32.3%였다. 즉 대부분이 치매로 인한 자산동결에 관해 잘 모른다는 의미다.
자산동결에 관해 부모와 상담하기도 쉽지 않았다. 응답자의 36.3%는 “치매로 인한 자산동결의 위험성에 관해 부모와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했으며, 31%는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40.1%는 부모의 미래에 관해서 부모와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자산동결을 해결할 방법으로는 주로 성년후견제도와 가족신탁이 꼽힌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이나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지난 2000년부터 성년후견제도가 도입 됐지만, 최근 5년간 이용자 수는 14%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치매 환자 수는 20%가 늘었다.
조사에 따르면 “성년후견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45.9%가 “들어봤지만 어떤 제도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들어본 적 없다”(8.9%)는 답변까지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이 제도에 관해 잘 몰랐다.
또한 “제도를 알고 있지만 이용한 적은 없다”고 응답한 이들 중 74.6%가 ‘후견인이 자산 관리를 하므로 가족이나 본인이 자유롭게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이후 2016년 새롭게 등장한 대책인 가족신탁은 26.7%만이 알고 있었다. 73.3%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어떤 제도인지는 모르거나 들어본 적도 없었다.
일본의 치매 유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치매 환자로 인해 자금이 동결되면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이 감소하거나 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는 등 GDP 감소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치매 환자의 금융 자산을 젊은 층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2년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남성 81.64세, 여성 87.74세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수명은 매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후생노동성에서는 2040년 일본인의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돈 때문에 100세 시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어떻게 노후 자금을 마련해야 할지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머니 캐리어’를 운영하는 위즈립(Wizleap)이 20~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산 형성에 대한 의식 조사’에 따르면 ‘100세 시대라고 하면 불안한가’라는 질문에 90%가 그렇다고 답했다.
불안한 이유로는 돈(수입·저축·자산)이 91.4%로 1위를 차지했고 건강·병이 87.9%, 일·경력이 74.5%로 뒤를 이었다.
불안한 이유로 돈을 선택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어떤 점이 가장 불안한지를 물었더니 ‘노후생활 자금·연금’(43.4%)을 꼽았다. ‘수입이 늘지 않는 것’(15.8%)이 다음이었다.
노후 자금에 대한 걱정은 여성이 58.6%로 더 많았다.
‘노후 2000만 엔 문제’에 대해서는 78.4%가 위기감을 느낀다면서, 70.6%는 연금 이외의 노후 자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58.3%)가 40~50대(41.7%)보다 노후 자산 계획을 세워야 한다(세우고 있다)는 위기감을 더 가지고 있었다.
지난 2019년 일본 금융청은 2019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남성과 60세 이상 여성인 부부가 2049년까지 30년을 더 산다고 가정하고 재테크 보고서를 내면서 다른 수입 없이 연금으로만 생활하면 매 월 약 5만 엔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약 2000만 엔을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연금만으로는 노후 자금이 부족하니 100세까지 살려면 2억 원을 더 모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되면서 일본 내에서 ‘2000만 엔 문제’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특히 아베 총리가 2004년 연금 제도를 개혁하면서 ‘100년 안심’이라는 홍보를 했던 터라 국민들의 반발이 컸다.
실제로 응답자의 80.9%는 65세부터 100세까지를 사는데 2000만 엔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절반 이상은 노후에 3000만 엔 이상이 필요하다고 봤다. 물가가 오르고, 연금이 적어지고, 연간 수명이 늘어나고 있어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위즈립은 “‘100세 시대’, ‘노후 2000만 엔 문제’, ‘연금 문제’ 등 노후에 관한 단어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저금을 할 수 없다’거나 ‘수입이 늘지 않는다’는 근시안적 고민보다 자산 형성이라는 미래 고민을 하게 된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생을 즐기고 유산을 남기기 위해 노후 자금을 꼭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 등의 자산 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어떤 것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덧붙였다.
저소득층일수록 노후 자산을 마련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크게 느끼면서도 실제로 자산을 형성하기 위한 행동을 옮기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을 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응답자의 59.3%는 ‘자산에 관심은 높아졌지만 투자 등을 실제로 할 수 없다’고 답했으며, 특히 50대 여성의 경우 자산 형성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위즈립은 “‘100세 시대’가 단순히 수명이 연장된다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일하는 방법, 인생의 타이밍 등을 선택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유연한 삶의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언제나 그렇듯 추모공원 입구에 차를 세웠다. 1년마다 어김없이 해온 일이다. 특별히 나들이 철도 아니고 성묘객이 몰리는 명절도 아닌데 길이 막히는 것이 짜증스러웠지만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내색조차 못 했다. 평소에는 앞차가 시야를 가리고 브레이크를 자주 밟게 되면 구시렁거리며 불평을 내뱉곤 하지만 아내의 성묫길에는 교통체증에도 입을 꾹 다문다. 옹졸한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늘 통 큰 남편인 척하는 것도 솔직히 지겹다. 아내는 내가 통 큰 척하고 있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내가 통이 크든 작든 아내에게는 아무 상관도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나. 내가 왜 이래야 하나. 벌써 20년째다. 이제는 그만둬도 되지 않나. 그런데 왜 나는 아내에게 이제 그만둘 수 없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걸까.
“조심해서 다녀와. 같이 갈까?”
“아니에요. 혼자 갈게요. 운전해줘서 고마워요. 쉬고 계세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무거울 텐데… 제수(祭需)만 들어다주고 난 내려올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늘 하던 일인데요, 뭐.”
그래, 늘 하던 일이지. 20년을 한결같이. 추모공원 앞에서 나누는 우리의 대화도 늘 똑같고. 그런데 왜 오늘따라 짜증 나고 답답하고 억울한가 말이다. 아니 억울할 것까진 없지만.
전남편 제사 지내는 아내
아내와 나는 20년 전에 재혼했다. 아내와 나 둘 다 30대 중반에 배우자와 사별했다. 혼자 지낸 지 3년쯤 지나 지인의 소개로 만났을 때 동병상련이 서로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만 해도 이혼보다 사별이 재혼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별은 불가항력이니까. 그러나 이혼은 선택이니 사정이야 어쨌든 자기주장이 강하고 드센 사람이란 인상을 준다. 특히 여자에게는. 이렇게 생각하는 나를 보수적이라고 비난해도 하는 수 없다. 어쨌든 나는 그랬다.
혹자는 이혼은 자기 의지로 관계를 끊었기 때문에 전 배우자에 대한 미련이 더 이상 없지만, 사별은 생전에 사이가 나빴던 부부조차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이유로 애틋한 환상에 빠져 없던 사랑도 만들어내서 내내 잊지 못한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아내의 경우가 그랬던 것이다.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것도 모자라 매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그럼 나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때 죽은 아내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리고 이따금 꿈에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아이들 엄마로서 아이들을 볼 때 떠오를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 내 삶에서는 이미 떠나간 사람이었다.
아무튼 재혼 상대로 나온 여자가 전남편과 사별했다는 것이 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결혼 전 아내가 들고 나온 약간 이상한 조건도 상대에 대한 나의 호감을 더했으면 더했지 감하지는 않았다. 그 조건이란 재혼을 하더라도 전남편의 기일을 지키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집에서 제사를 지내겠다는 건 아니고 성묘를 가고 싶다고 했다.
죽은 사람 못 이기는 산 사람
아내가 좋았기 때문에 무슨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제안을 할 줄이야! 그토록 지고지순한 사람일 줄이야! 세상 떠난 남편에게 그 정도의 순정이라면 살아 있는 내게는 얼마나 정성스러우랴. 죽은 남편을 못 잊어 하는 것은 남이 들어도 그 자체로 칭찬받을 갸륵한 마음씨 아닌가. 그런 여자를 흔쾌히 받아들인 나는 더 넓은 마음씨의 소유자고. 이 모든 것이 나의 상상 속 이야기이자 착각이었다 해도 나는 통 큰 남자가 되기로 하고 그렇게 해온 지 20년째다. 그랬던 내가 뒤늦은 심술이 동한 것일까. 설마 죽은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는 것일까. 왜 내 심사가 이리 꼬이냔 말이다. ‘죽은 남편을 죽도록 사랑했나 보지. 그렇다 해도 세월 앞에 장사 있나. 몇 년 그러다 말겠지.’ 처음부터 이런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랬다면야 예상이 빗나간 게 약올라서 심통을 부릴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왜 전남편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전남편과 산 기간보다 나와 함께 산 기간이 두 배나 긴데도. 세월조차 지우지 못하는 둘의 추억은 무엇일까. 물론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런 걸 물어볼 정도로 얼간이는 아니다. 자존심이 있지. 그렇다고 아내와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다. 우리 둘은 잘 지낸다. 둘 사이에 자녀는 없지만 재혼할 때 각자 데리고 온 남매들끼리도 무난하게 잘 지낸다. 이젠 모두 성인이 되어 자주 만날 일이 없지만 나도 아내도 내 자식, 네 자식 나눠서 서운한 마음이나 갈등을 겪은 일이 없다. 오히려 상대의 자녀들을 서로 잘 챙긴다.
우리는 건강한 편이며 돈도 아주 없지 않고 주변의 관계도 원만하다. 이만하면 노후를 대비해 부족함 없는 복 받은 중년 부부다.
문제는 아내의 전남편이다. 전남편이 우리 사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니, 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허,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죽은 사람이 산 사람 일에 끼어든다고? 하긴 산 사람은 결코 죽은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 아내는 죽기 전까진 ‘저 짓’을 그만둘 의향이 없는 듯하다. 저러다 내가 먼저 죽으면 아내는 내 제사는 안 지내고 저 인간만 챙기는 거 아냐?
아내가 전남편을 못 잊는 이유
아내의 전남편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늦은 밤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었다고 했다. 빨간색 보행자 신호등에서 건너간 남편 쪽 과실이었다고. 딴생각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자투리 초록 신호등에서 무리하게 뛰어 건너다 변을 당한 것일지도. 남편은 즉사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재혼 후 5년쯤 되었을 때 아내의 친구에게서 사고 당일 밤 부부가 크게 다투었다고 들었다. 화가 난 남편은 술이라도 마실 생각으로 집을 뛰쳐나간 것 같은데 진정되지 않은 마음에 보행자 신호등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다고.
그러면서 아내의 친구는 그 순간은 일부러라도 차에 뛰어들어 죽고 싶지 않았겠냐는 야릇한 여운을 남겼다. 아내의 전남편이 죽고 싶을 정도로 격렬했던 싸움의 원인은 뭐였을까. 내 얼굴에 어쩔 수 없는 궁금증이 피어오르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의 친구는 당시 아내가 잠깐 한눈을 판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아내의 외도 사실이 남편 귀에 들어가 부부가 대판 싸움을 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구태여 내게 말하는 이유를 따져 묻고 싶었지만 그만두고 말았다. 그 사실 자체로 불쾌했고, 무슨 속내인지는 몰라도 친구의 치부를 폭로하는 그 여자에게도 불쾌했다. 안달이 난 쪽은 아내의 친구, 그 여자였다. 하지만 나는 그 입을 더 이상 열게 하지 않았다. 불쾌를 넘어 불안했다. 아내에 대해 내가 모르는 무슨 말이 더 나올까 싶어서.
그냥 아내에 대한 시기 질투로 이해하기로 하고 마음을 정리했다. 그 친구는 아내가 사별한 비슷한 시기에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안정된 재혼 생활을 하는 아내가 부러울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더구나 캐묻고 싶지 않았다. 물론 아내는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걸 모른다. 자존심을 지켜주고 오히려 아내를 이해하는 쪽으로 작용한 나머지 전남편의 기일 성묘를 이제 그만둘 수 없냐는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영혼은 누구에게?
그랬다. 지난번 결혼에서 아내는 남편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죄의식으로 20년간 남편의 기일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나하고는 아무 상관 없는 일에, 그것도 아름답지 않은 일에, 따라서 보람도 없는 일에 나까지 발을 담그고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남들이 이 일을 알면 나를 바보라고 할 테지. 무엇보다 저 여자는 너무 뻔뻔하지 않나. 아무리 내가 허락했고 약속했다고 해도 20년을 한결같이 그의 기일을 챙기고 있으니. 나를 무시하고 깔보는 마음이 없고서야 미안해서라도 스스로 알아서 그만뒀어야 하지 않나.
더구나 아내는 한 번도 나를 성묘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 나를 위한 배려라고 하지만 현 남편인 나를 전남편에게 한 번쯤 인사를 시켜줄 법도 하건만. 이쯤 되면 전남편과 오붓한 시간을 갖겠다는 심사가 아니고 뭔가. 아내는 죽은 남편의 묘 앞에서 매해 무슨 말을 할까.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또 사과하며 용서를 비는 걸까. 만약 그날 그 사고가 없었다면 저 사람이 아닌 당신과 해로할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눈물을 찍어내는 걸까. 그나저나 조신한 아내가 어쩌다 그런 실수를 저질렀을까.
자동차 사이드미러 저 멀리서 성묘를 마치고 내려오는 아내가 보인다. 가까워올수록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이 드러난다. 아까 올라갈 때의 스산한 표정이 아니다. 상념에서 깨어나, 시동을 걸어놓고 아내의 손에 들린 제사 음식 보따리를 받아들기 위해 차에서 내린다. 이제 아내는 다시 내게로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내가 차지하고 산 건 아내의 몸뚱이뿐이고 아내의 영혼은 늘 저곳, 저 남자에게 있었던 게 아닐까. 아니 몸조차 거기에 있고 지금 내게 오고 있는 여자는 아내의 모습을 한 허깨비가 아닐까. 내 아내는 여전히 묘 앞에서 전남편과 도란도란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건 아닐까.
✽브라보 마이 러브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지난해 기초연금 수급자 열 명 중 아홉 명이 기초연금으로 생활에 도움을 받고 있으며, 수급자 네 명 중 세 명이 수급액에 만족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해 실시한 ‘2021년 기초연금 수급자 실태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위의 내용을 포함, 기초연금 수급에 따른 심리상태 조사항목에서 긍정적인 응답이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은 기초연금 수급자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기초연금을 받음으로서 ‘우리나라가 노인을 존중하는구나’라고 느낀 수급자가 64.4%p로 전년도 대비 1.2%p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수급자는 53.2%로, 지난해에 비해 큰 폭(8.3%p)으로 증가했다. 그 밖에 ‘생활에 여유가 생기겠구나’(63.3%),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겠구나’(52.6%)라고 생각한 수급자도 각각 지난해에 비해 8.9%p, 7.5%p 증가했다.
기초연금은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인해 가계경제가 타격을 받는 위기 상황 속 고령층 가구의 안정적인 소득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기초연금 수급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 중 기초연금이 51.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기초연금 의존도가 높았다. 소득 하위 40~70% 응답자의 40.1%, 소득 하위 20% 이하는 61.6%가 기초연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급자 89.3%가 기초연금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라고 응답했다. ‘수급액에 만족한다’고 응답한 수급자도 75.7%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월 30만 원으로 인상된 소득 하위 40~70% 수급자의 수급액 만족도는 전체 조사대상 만족도(75.7%)보다 높은 77.8%에 달했다. 실제로 한 응답자는 “기초연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안 나온다면 엄청난 타격이 오고, 자녀들에게 손 안 벌려도 될 일까지 벌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이관석 신한은행 은퇴솔루션 컨설턴트는 “목돈 외에 기초연금 같은 고정적인 현금 흐름이 있다면 최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라며 “‘노후’가 길어진 만큼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는 연금은 보석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호원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기초연금이 어르신의 안정적 노후 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라며 “많은 어르신들이 기초연금을 통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초연금 제도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두 개의 선이 서로 의지하며 맞닿은 형태인 사람 인(人)은 책과 또 다른 책을 잇는 징검다리와 같은 모양새다. 역사만화가 박시백도 마찬가지로 시대의 기록과 독자를 생생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그와 함께하는 북人북은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등 누구도 선뜻 이뤄내지 못했던 역사의 대장정을 펴낸 사람의 자신감과 묵직한 철학을 담았다.
“브라보 독자를 위한 역사책 추천이라, 전부 제 책으로 해도 되나요?”
역사만화가가 품은 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말에 대한 대답이다. 농담 반, 진담 반일 테지만 그럴 법도 하다. 500년, 총 2077책. 차례로 쌓아 올리면 아파트 12층 높이라는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을 독파하고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스무 권을 연재하는 데 꼬박 13년이 걸렸다. 밑그림부터 펜 작업, 채색 등 모든 공정을 혼자 작업하며 각 인물의 기질과 분위기를 최대한 구현했다. ‘실록’을 기반으로 한 사실 고증과 명쾌한 박 화백만의 역사적 시각 덕일까.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2003년 첫 권 ‘개국’ 출간 후 바로 그해 대한민국 만화대상 장관상을 받았다. 이뿐이랴. 현재까지 판매 부수 350만 부를 기록하는 성과를 이뤘다.
완독의 힘이 만든 그의 역사
초등학생 때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형이 사온 갱지를 슬쩍 가져와 장편 만화책을 통째로 따라 그릴 정도였다. 특히 1970년대 유행한 만화 ‘바벨2세’, ‘주먹대장’, ‘요철발명왕’ 등에 푹 빠졌었다. 늘 ‘나는 언젠가 만화를 그릴 거다’라고 다짐했던 그는 1990년대 후반, 신문사에 만평을 연재한다. “일간지에서 시사만화를 그릴 때 재밌기도 했지만 스트레스가 컸어요. 반응이 즉각적이었거든요. 퇴근할 때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때부터 시작이었어요. 신문사 직원들이 ‘어우, 박 화백! 오늘 재미있더라’ 하면 좋아요. 그런데 아무 말도 없거나 ‘오늘 그건 무슨 얘기야?’라고 하면 ‘아, 망했다’ 싶은 거죠.”
이런저런 고민에 잠겨 있던 어느 날, 드라마를 보다 문득 조선 역사를 만화로 제작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조선 전기 정치 갈등을 그린 KBS 대하드라마 ‘왕과 비’에서 수양대군(세조)의 계유정난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세종의 손자이자 그의 조카인 단종을 비롯해 수많은 신하들을 살해했는데도 말이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바로잡으려 해도 아는 바가 없다 보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이후 신문사 도서실을 들락거리며 관련 도서를 찾아 읽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책 내용은 대부분 야사와 정사가 뒤섞여 있었다. 조선사에 흥미가 생겼고, 제대로 된 역사서의 필요성을 느껴 4년 넘게 그려오던 만평 연재를 그만뒀다.
그때까지 실록의 한 페이지조차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고,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단지 지식이나 정보를 가공하는 만화 작업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자리했다. 아마 날카로운 만화가의 촉으로 조선사의 흥미진진함을 감지해냈으리라.
“우선 국역 ‘조선왕조실록’ CD를 구해 하루 12시간씩 공부했어요. ‘실록’도 역사 기록물이니 담당 사관의 시각이 개입되고 곡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미워하는 당파 쪽의 발언이라 해도 있는 그대로 기록했더라고요. 후손이 당시의 사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다만 편년체(연대순으로 기록한 역사 서술 방식)로 그날그날 있었던 일이 중구난방으로 적혀 있어 엄청나게 정리했어요. 필기 노트만 120권 정도 돼요. 그걸 다시 보면서 연표를 그리고, 간략하게 한 권짜리 요약본을 만들기를 반복했죠. 핵심은 ‘노가다’예요.”
공인된 맥락에 맞춘 강약 조절
그는 책 내용을 구성할 때 무엇보다도 정사에 기초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한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미있고 참고가 된다”며 애독했던 책 가운데 하나로 박 화백의 저서를 꼽았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바로잡아주기도 하고, 적절히 개입해 해설도 곁들인다. 예컨대 황희 정승의 경우, ‘실록’에는 속물이며 권력 지향적이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으로 묘사돼 있다. ‘너도 옳고, 너도 옳다’는 식의 두루뭉술함과는 거리가 먼데도 불구하고 신격화된 모습만 남아 있는 게 의아하다는 설명이다. 또 세종 시절을 으레 태평성대라 여기고 박 화백 역시 그를 ‘하늘이 내린 인물’로 평가하지만, 세종의 화폐 개혁은 가난한 조선 민중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 정책이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35년’, ‘친일파열전’을 포함해 최근 출간한 ‘박시백의 고려사’도 마찬가지다. 문종 때 완성된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한줄 한줄 들여다보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사실들을 캐내 바르게 전달한다. “고려시대에 들어서 비로소 우리의 존재가 이웃 나라를 넘어 지구 반대편까지 알려지게 됐어요. 코리아(Korea)가 고려에서 비롯한 것만 봐도 그렇죠. 하지만 고려 역사를 기록한 사료가 조선에 비해 많이 부실해요. 세월을 견디지 못해 소실되거나 의도적으로 지워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때때로 전후 사정을 조사하고 살을 붙일 때도 있어요.”
박 화백은 수많은 역사적 인물 중 본받을 만한 사람으로 정도전을 꼽는다. 살면서 이상을 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설계자로 알려진 정도전은 고려 말, 새 나라를 세우겠다는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매섭게 움직인다.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가던 때 이미 그의 나이 마흔이 넘었죠. 그 당시 마흔은 지금과 다르잖아요. 인생의 정점을 훨씬 지난 나이일 수도 있는데 마치 20대 청년과 같은 기세로 고려라는 틀을 부수려 했고, 결국은 성공했어요. 무모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추진력은 정말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가히 긴 시간이다. 어쩌면 현재보다 과거에 더욱 집중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책의 흐름을 따라 호흡해준 독자야말로 그가 이 마라톤을 버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열심히 했는데 반응이 없었다면 벌써 다른 일을 찾아봤을 것 같아요. 원고를 넘길 때마다 ‘이번엔 별로인 것 같다’면서 불안했지만 독자 덕에 여기까지 왔어요. 저를 이 직업으로 먹고살 수 있게 해준 셈이에요. 굉장히 감사하죠. 근대사든 현대사든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시대가 많지만 일단 오래 만화를 그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으면서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 불황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영업자 40%가 폐업을 고민하는 가운데,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경제 원유의존도 1위다. 게다가 1인당 원유 소비량은 4위에 이른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는 특히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제유가 120달러 시대
지난 8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종가 기준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다. 2020년에 비하면 3배가 올랐다. 2008년 4월~8월 1차 고유가 시기와 2011년 2월~2014년 8월 2차 고유가 시기에 이어 세 번째 고유가 시기로의 진입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의 대체재인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데다, 원유 추가 증산 가능성도 크지 않아 고유가 상황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경기 불황에 대한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유지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4% 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 물가는 1.4% 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경제 원유의존도가 높아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세계 시장으로 수출된 우리나라 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제품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 120달러 유지 시 우리나라 경상수지(국제 시장에서의 모든 경제적 거래를 말함)는 516억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종식을 일컫는 ‘엔데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 회복세로 원유 수요는 증가하는데, 원유 공급은 원활하지 않아 당분간 고유가 상황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 이제 시작?
국제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4% 급증했다. 물가 상승률이 5%가 넘은 것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물가상승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월 0.9% 수준이었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9월 3%대로 오르더니 올해 5월 5%까지 오른 것.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물가 상승은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5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13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리터당 2075.12원이다. 경유는 리터당 2075.63원으로 휘발유를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면 서울의 경우 리터당 3000원이 넘는 주유소도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상 예정이다. 7월부터는 가스요금이 오를 예정이고, 올해 3분기 전기요금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가스요금은 4월과 5월에 이미 두 차례 인상된 바 있다.
한숨 깊어지는, 고령 자영업자
물가 상승으로 인해 경기는 위축되고 소비자의 소비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영업자의 한숨은 더 커지고 있다.
2009년 41.3%였던 50대 이상 자영업자 비중은 2021년 63.7%로 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60세 이상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60세 이상이 36.4%로 가장 많았고 50대 27.3%, 40대 20.8% 순이었다. 2021년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2020년 대비 12만 명이 늘었다.
그런데 자영업자 중 40.8%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자영업자 2021년 실적 및 2022년 전망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40.8%가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
폐업을 생각하는 이유는 ▲매출·순이익 등 영업 실적 감소(28.2%) ▲자금 사정 악화 및 대출 상환 부담(17.8%) ▲임차료·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17.5%)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경기 회복 가능성 낮음(16.7%) 등이 꼽혔다.
코로나19로 2년을 간신히 버텼는데, 고유가라는 상황에 직면한 자영업자. 고령자의 경우는 폐업 이후 재취업도 쉽지 않아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더 큰 상황이다.
오일쇼크 공포가 온다
정부는 유류세 30% 한시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국제 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서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는 사실상 사라졌다. 문제는 앞으로 정부가 쓸 수 있는 유가 안정 정책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970년대 오일쇼크때와 같은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하면서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길어지는 시기로 접어들며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높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오일쇼크 당시처럼 경기가 침체되는 와중에도 물가는 지속해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복합위기가 시작됐고,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은 심각하다”면서 “물가는 민생경제에 가장 중요한 만큼 모든 정책 수단을 물가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정책을 총동원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는 19일 첫 번째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유가 동향 등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유류세 인하 폭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유가 환급금이 대책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을 통해 고유가 이전 수준으로 기름값을 내리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올해 '중장년 기술창업센터'를 전담 운영하는 2개 주관기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새롭게 선정한 신규 주관기관은 대구대학교 산학협력단(협력기관 경산시)과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다. 이들은 7월까지 인프라 구축 등을 마무리하고 8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중장년 기술창업센터는 풍부한 사회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성공률이 높은 중장년을 위한 맞춤형 창업 보육 공간이다.
창업 후 3년 이내 창업기업에 입주 공간,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데, 올해부터는 전국에 총 35개의 센터가 운영된다.
또한 올해부터는 창업지원 프로그램 내 맞춤형 창업과정, 선택형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운영한다.
특히 중장년의 창업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스타트업 부트캠프’를 신설했다. 캠프를 통해 퇴직 전에도 직장생활과 창업 준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창업 부트캠프는 만 40세 이상의 재직자 또는 퇴직 1년 이내의 중장년을 대상으로 추진하며, 교육을 통해 창업아이템 개발부터 실무 교육까지 다양한 창업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시니어 기술창업 실태와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은퇴 후 기술 창업을 하는 시니어 평균 나이는 51세다. 창업을 하며 어려웠던 점으로는 '창업자금 확보 어려움'이 42.3%로 가장 많았고 이어 '판로확보·안정적 수익에 대한 불안감' 25.2%, '창업 실패 두려움' 15.3% 순이었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니어 기술창업가 3000명이 창업에 성공해 5명씩만 고용해도 1만 5000명의 신규 채용이 생긴다”면서 베이비부머 중 상당수가 기술과 경험을 갖춘 만큼 이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부 노용석 창업진흥정책관은 "기술·경험이 풍부하고 경력이 많은 중장년 창업은 생존율이 높고 매출 및 고용인원, 성장성면에서 우수하다"며 "중장년의 기술·경험과 역량이 사장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도록 중장년 기술창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길고도 길었던 팬데믹의 뒤편을 바라보는 요즘이다. 갑갑한 마스크를 벗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하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을 막아서는 불청객이 있으니, 이른바 ‘롱 코비드’(long COVID)라 불리는 코로나19 후유증이다. 증상과 정도, 지속 기간까지 제각기 다르니,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이면 다행이라고 가슴 쓸어내릴 판이다. 브라보 독자들은 어떤 코로나19 후유증을 겪었을까?
장미영 65세
목이 칼칼하고 가끔 숨이 찼어요.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졌고 피로감도 심했습니다. 목은 양성 판정 후 2주일 정도 지나니 괜찮아졌어요.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한 달 동안 목소리가 안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이용열 57세
약간의 미열과 나른함이 있었어요. 목이 부은 듯이 불편하기도 했고요. 두통은 아닌데 멍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몸 전체에 에너지가 잘 돌지 않아 기력이 없었어요. 무리하지 않고 일주일 정도 잘 먹고 쉬고 나니 다행히 점차 나아졌습니다.
송은경 59세
약간의 잔기침이 있었어요. 몸살 기운도 오래갔고요. 열은 안 나는데 뭔가 몸이 쉽게 피곤하고 지치는 기분이랄까요? 목이 쉽게 건조해져서 가습기를 계속 틀고 있어야 했죠. 지금도 밤에 잘 땐 가습기를 꼭 틀고 자요. 조금만 무리해도 몸살이 난 것처럼 기운이 쭉 빠지고요. 목소리가 제대로 돌아오는 데만 한 달이 걸렸어요. 어머니도 확진 판정을 받으셨는데, 잔기침이 오래가네요.
함영미 56세
확진 판정 후 2주 정도는 가래가 많이 생겼어요. 그런 탓에 목소리도 안 좋았고요. 두통도 계속 있었는데, 한 달 정도 갔던 것 같네요.
열 명 중 둘은 겪는 후유증, 관리가 우선
코로나19 확진자 중 상당수가 완치 판정 후에도 기억력 감퇴,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WHO는 후유증을 겪은 완치자 비율을 10~20%로 본다.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립중앙의료원, 경북대학교병원, 연세대학교의료원 등 국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실시한 후유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로감, 호흡곤란, 건망증, 수면장애, 기분장애 등의 증상이 가장 흔했다. 김윤나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병원을 방문한 확진자 대다수가 머리가 멍하고, 온몸에 힘이 없으며, 이유 없이 울적하고 초조하다는 증상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에게만 후유증이 남은 것은 아니다. 책 ‘팬데믹 브레인’의 저자 정수근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팬데믹으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한 사람의 뇌는 지하 벙커에 오래 갇혀 있다 풀려난 사람의 뇌와 닮았다”고 적었다. 독일 남극기지에 파견돼 14개월간 고립된 채 지냈던 탐험가들의 뇌를 조사해보니 기억력을 관장하는 해마의 크기가 약 7%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특이적인 치료법은 5월 기준,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단,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며, 코로나19 감염 후 새로 나타나거나 지속되는 증상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에 대응해 일시적으로 처치하는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코로나19 격리해제 후 불안, 우울증 및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건강 악화가 우려된다면 국가심리지원센터를 방문할 수 있다. 서울시 전 자치구에서 확대 운영될 예정인 ‘코로나19 후유증 상담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시는 “완치 후 최소 2개월 이상 후유증이 지속되는 시민을 대상으로, 증상 관리와 더불어 심리상담 의료기관을 연계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미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60년까지 2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노인 돌봄을 위한 VR(가상현실) 요법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도에 따르면, 많은 회사가 요양시설 노인들에게 비약물 치매치료의 일환인 VR 회상요법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치매를 비롯한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VR 요법을 통해 외상 및 만성 통증 환자를 치료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지는 추세다.
VR 회상요법, 노인에게 적합할까?
대표적인 메타버스 전문기업 ‘렌데버’(Rendever)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450여 개 시설과 협력해 노인 돌봄 및 치료 분야에 해당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특히, 치매를 비롯한 기억력 감퇴와 우울증, 고립감 등을 호소하는 노년층에게도 이러한 VR 요법이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연구팀은 VR 회상요법이 노인의 정신 활동을 자극해 우울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불안 장애 및 인지 능력 등을 향상시킨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1~2개월에 걸쳐 여러 세션을 거친 후 효과를 보기 시작했는데, 항정신병 약을 복용하던 노인들의 경우 그 사용량이 70%까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VR 회상요법이란 VR 기술을 통해 노인의 기억 속 과거 환경을 조성,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경험함으로써 행복감 증진 및 우울감 개선에 도움을 주는 비약물 치료법이다. 이러한 과정이 뇌의 기억력과 인지력을 자극해 치매 예방 및 치료에 주로 쓰인다. 이러한 VR 장치를 통해 노인들은 과거 여행했던 나라를 다시 가보기도 하고, 젊은 시절 추억의 장소로 순간 이동하기도 한다. 옷이나 스타일링도 그 당시 스타일을 재현한다. VR을 통해 고령자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경험을 회기하며 외로움을 해소하고 즐거움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단순히 과거 경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친척이나 친구의 결혼식, 장례식 등에서 녹화된 3D 비디오로 구현한 가상 행사에 참석하는 등 새로운 기억을 생성·강화하기도 한다.
이렇듯 VR 치료가 노인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치매환자 등 일부 노인에게는 부적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치매에 걸린 이들의 경우 VR 요법을 위해 헤드셋을 착용하고 눈을 가리는 등의 과정에서 신체에 불편을 호소하거나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체는 VR 회상 세션을 45분 정도로 제한하는데, 그 사이에도 개인에 따라 현기증이나 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해당 요법의 활용이나 목적 등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워 그 효과가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자칫 이러한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대면 서비스 등이 줄어 오히려 노인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내 VR 회상요법, 대중화되려면?
국내에서도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비롯한 대학병원, 요양원 등에서 VR 요법을 시도하고 있다. 또 이러한 기술을 연구하고 서비스를 보급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대면 치매 선별 기술 스타트업 ‘세븐포인트원’도 그중 한 사례로, 가상현실과 의료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케어 솔루션 ‘센텐츠’ 서비스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현재 센텐츠는 9단계로 조정된 인지 자극 콘텐츠를 35주 과정으로 선보이고 있다. 주로 요양원이나 데이케어 센터 등에서 5~10명씩 그룹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가정으로)방문 요양 서비스 패키지의 일부로 포함된다. 세븐포인트원 이현준 대표는 “센텐츠 VR 회상요법을 통해 환자의 기억 회상 단어 개수가 기존 1.2개에서 4.6개로 4배가량 상승했고, 폐 질환 관련 호흡량도 약 16% 상승하는 결과를 보였다”며 “특히 현장에서 VR요법 시행 후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효과는 어르신들의 ‘행복감’이다. 주로 아프기 전 젊은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회상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고 사용하는 말도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운영한 지는 만 3년 정도로, 보다 정밀한 결과를 도출하려면 계속해서 데이터를 축적해나가야 한다고.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셈. 앞서 해외 사례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에 대해 이 대표는 “실제 이용자(노년층) 수준에 맞춰 개발했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어려워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대부분 행복해하고 즐거워하신다”며 “그럼에도 VR 회상 요법의 경우 관련 장비를 마련해야 하는 등 비용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소규모 기관 등에서는 이용을 부담스러워한다. 현재는 대부분 프리미엄급 대형 기관 등에서 시도하고 상황이다.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는 만큼, 정부나 지차제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관련 지원책 등이 나온다면 보다 대중적인 서비스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