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한복판. 도무지 한국인지 외국인지 알 수 없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곳에 한적하고 낭만 넘치는 영화 공간이 있다. 이런 곳을 아는 사람 과연 몇이나 될까? 명동역CGV의 책과 영화가 함께하는 씨네 라이브러리. 영화도 보고 한적하게 책도 볼 수 있는 아늑한 공간 속으로 들어가 보자.
CGV씨네 라이브러리(이하 씨네 라이브러리)는 상영관으로 운영되던 공간을 2015년 5월 국내 최초 영화 전문 도서관으로 꾸몄다. 전문가 집단을 통해 엄선한 1만5000여 권의 장서가 한가득 넘쳐난다. 소설, 만화, 논픽션 등 영화 원작을 비롯해 실제 영화 현장에서 쓰였던 콘티북과 아트북, 시나리오, 다양한 이론서 등을 구비하고 있다. 이외에 주요 출판사가 펴낸 세계문학전집과 다양한 영화 잡지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기타 예술, 인문학 서적 등 영화와 관련 깊은 책들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이들의 놀이터이자 시네마 천국 같은 곳이 바로 씨네 라이브러리.
영화를 좋아하는 시니어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 옛 영화의 향수를 자극하는 책들이 넘쳐난다. 조용하고 널찍한 객석에서 친구 혹은 연인(?)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해보시길. 데이트 장소가 필요하다면 꼭 이곳에 가보시라. 도서관과 영화관의 형태를 함께 갖춘 씨네 라이브러리는 모임이나 강연 장소로도 쓰인다. 특히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장소로 자주 이용된다. 단상에 마련된 스크린과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간담회 혹은 설명회 장소로도 활용된다. 호주 영화 의 경우 스크린을 이용해 호주 현지와 이원 생중계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개봉되는 영화와 관련해 라이브러리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보통 오후 7시 반쯤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뒤 씨네 라이브러리로 자리를 옮겨 관객과 영화 전문가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월요일은 책을 정리하는 시간을 위해 휴관일로 정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2시부터 9시까지 문을 열어놓고 있다. 간단한 이용 조건만 갖추면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다.
이용 조건
•명동역CGV 씨네 라이브러리 혹은 명동CGV 관람 티켓 소지자(관람일 전후 15일 유효)
•CGV VIP나 CGV아트하우스 클럽회원(월 4회 무료입장)
•CJ ONE 회원 1000점 차감 후 이용 가능
※씨네 라이브러리 입구 안내데스크에서 신분증 및 티켓 등을 제시한 뒤 소지품을 맡기고 출입증을 받아 입장하면 된다. 명동역CGV 씨네 라이브러리는 명동역 7번 출구 쪽에 있다. 명동CGV와 혼동하지 말 것
남을 위해 사는 것은 쉽다. 오히려 나를 위해 사는 게 더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를 위해 살지 않으면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이제라도 시작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美베이비부머들의 ‘나를 사랑하는 길’을 들여다봤다.
정리 남진우 뉴욕주재기자
◇ 작가, 캐런 마이잔 밀러 : 정원 가꾸기는 나의 천직
20년 전 나는 25분 단위로 수당이 책정되던 직업을 포기했다. 그때 40세였으나 완전 기진맥진했다. 동료들이 왜 그리 급하게 현실에서 벗어나려 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모험적인 인생 2막으로 과감히 뛰어들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새 남편과 함께 서부로 와서 유서는 깊지만 버려진 헐값의 집을 사는 데 저축한 돈을 몽땅 털어넣었다. L.A. 교외에 있는, 80년 전에 조성돼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반 에이커(약 2023㎡) 규모의 일본식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악취가 나는 연못과 무성한 잡초와 산더미 같은 낙엽이 가득한 정원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상적인 곳이라는 확신이 섰다.
남편은 좋아하는 우주공학 관련 일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이사로 내 진로는 막혀버렸다. 1년간 이력서를 보내고 인터뷰를 하면서 허송세월했다. 학교로 돌아가야 하나? 교사나 간호사 자격증을 따야 하나? 시간을 현명하게 쓰고 싶었지만 언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될지 고민이었다.
공백이 길어지면서 대답은 분명해졌다. 바로 여기가 시작이란 것을. 수년간 땀내 나는 밀짚모자를 쓰고 낡은 바지를 입고 무릎 굽혀 작업을 하면서 그 생활을 좋아하게 된 것을 깨달았다. 아무런 경험이 없었지만 남는 시간에 머리를 비우고 해왔던 정원 가꾸기가 천직이었던 것이다. 정원 가꾸기로 하루가 가고 수년을 보내면서 이보다 값진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땅 지킴이로 인생 2막의 꽃을 피우고 있다. 정원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다 보니 잡초가 연못과 오솔길로 나를 인도하고 가을에는 낙엽이 나를 호출한다. 노력해도 금전적인 보상은 없지만 정원은 가장 이상적인 일자리다. 고요하고 끈기 있고 믿음직하며 창조적인 일자리다. 내가 실수를 해도 그들 스스로 바로잡는다.
부족한 내가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아무도 내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 남편 혼자 버는 돈으로 살지만 적은 돈으로도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많은 것을 탐하지 않으며 만족스럽고 행복한 결혼생활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정원에서 자라나는 것은 풀만이 아니다. 42세에 첫아기를 낳고 50세에 작가가 되었으며 선종 불교의 수련을 쌓아 그 결실도 얻었다. 계절의 느린 반복 속에 야망과 후회에서 벗어나 시간에 쫓기지 않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됐다. 환갑을 자축하면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준 정원에 감사하며 항상 정원에서 살아갈 작정이다.
◇ 배우, 린다 카터 : 스컬, 잔잔한 강물 위에서의 명상
스컬(좌우의 노를 한 사람이 젓는 가벼운 보트)은 배우기는 쉽지만 마스터하기는 매우 어렵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스포츠를 배우는 것 자체가 즐겁다. 워싱턴 DC의 포토맥 강은 공연 연습을 하는 데 이상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나는 공연을 위한 신곡을 준비할 때면 스컬을 하면서 가사와 리듬을 내 몸속으로 완전 체화시킨다.
처음에 친구가 스컬을 권유했을 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포토맥 강을 따라 사이클링을 하다가 조정을 하는 모습에 끌려 요트클럽을 찾게 됐고 바로 좋아하게 됐다.
워싱턴 DC에 사는 사람이면 포토맥 강이 바로 옆에 있어서 쉽게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단련에도 좋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강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을 것이다. 보트가 좁고 길어 균형 잡기가 힘들며 뒤집어지면 올라오기 어려운 것이 최악이다.
어느 날은 스컬을 하다가 자살한 여자 시체를 발견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때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가족들은 행방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별로 무섭지 않았고 장례식에 참석해 조사(弔辭)도 낭독했다.
스컬을 시작한 2008년부터는 공연을 위한 신곡 연습을 보트를 타면서 했다. 아이팟만 있으면 연습을 할 수 있다. 바람이 없는 잔잔한 강물 위로 노를 저을 때는 물과 혼연일체가 되고 명상에 빠지기도 한다.
◇ 여행작가, 키티 빈 얀세이 : 멕시코 산 미구엘에서의 일주일
나는 데킬라 술잔을 들고 예술가들의 멕시코 메카에서 오랜 친구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나의 동반자 배리와 친구 론니, 제인과 함께 이국적인 꽃들이 활짝 핀 파티오와 벽난로가 있는 세 개의 마스터 스위트룸을 갖춘 기막힌 빌라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산 미구엘의 임대 방식이 다 그렇듯, 일주간 반나절씩 일하는 가사도우미도 있다. 구릉진 자갈 깔린 길로 10분 정도를 걸어 다채로운 색상의 집을 지나면 고딕양식의 파로키아 성당과 광장이 있는 도심에 도착한다.
현지 주민과 관광객들은 잘 정리된 월계수 아래 벤치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거나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한다. 낮에는 어린 학생들이 광장을 돌며 서로를 쫓아가기도 하고 저녁에는 연인들을 유혹하는 마리아치 세레나데가 흘러나온다. 나는 제인과 함께 노천시장에서 요가 수업과 쇼핑을 즐기고 부티크, 공방, 갤러리 등을 돌아본다. 식당에서는 채식주의자용 요리와 스시 그리고 군침 돌게 하는 멕시코 요리가 나온다.
예정된 일주일이 끝날 무렵 론니는 임대 아파트를 찾아 나섰고 나는 배리를 이끌고 부동산소개소로 갔다. 애틀랜타에서 만났던 한 여인이 산 미구엘은 마술의 소용돌이라고 묘사했는데 나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 가수, 달린 러브 : 삶의 전부가 된 킥복싱
딸 로즈가 대단한 킥복싱 수업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미친 짓이라 생각했다. 킥복싱 동작을 배운 딸이 나와 몇몇 부인들에게 킥복싱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그 후 6년이 지나 76세가 된 나에게 킥복싱은 삶의 전부가 됐다. 운동과 노래는 젊은 시절 가장 중요한 일상이었다. 나는 항상 무언가 활기찬 것을 원했고 아버지가 목사로 있었던 샌안토니오의 교회 합창단에서 노래했다.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우리 합창단이 할리우드 볼에서 냇 킹 콜과 공연을 한 것은 위대한 순간이었다.
L.A.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야구와 배구를 했다. 1958년에는 블로섬스 걸그룹에 합류했고 몇 년 후 필 스펙터와 계약을 하면서 ‘He’s a Rebel’로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마침내 싱글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도 제인 폰다의 비디오를 보면서 운동을 계속했지만 너무 많은 당분을 먹어 체중이 자꾸 불었다. 먹으면 운동을 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상황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킥복싱이 너무 힘들었지만 팔, 다리, 허리 등에 너무 좋았다. 남편이 딸의 교실에 데려다줬고 수업이 끝난 후 차를 탈 때는 눈썹 이외의 모든 곳이 쑤셨다. 그러나 점차 익숙해졌고 내 목표는 전보다 더 잘하는 것이었다. 지금 딸 교실의 수강생은 30명으로 늘었고 그중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 그래서 수강생들은 “저 늙은이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곤 한다.
일주일에 5일, 오전 5시에서 한 시간 동안 킥복싱을 하지만 수업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다리 근육운동을 할 때는 서로 도와준다. 이제는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서로 기합을 넣으면서 동료애를 느낀다.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된다. 특히 공연을 할 때 그렇다.
이제 나는 더 많은 에너지로 충만해졌고 15파운드나 빠졌다. 하지만 때로는 승용차에서 넘어지고 정크푸드를 먹기도 한다. 이럴 때 꿈을 되새긴다. 물과 비타민을 섭취하고 운동을 하러 간다. 우리 몸은 인생이다. 몸을 돌봐야 마음이 몸과 함께 작동한다. 무대에서 노래할 때처럼. 나는 내 느낌을 청중들도 느낄 수 있기를 원한다. 그래서 한자리에서 노래하기보다는 청중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노래를 한다.
세월 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마는 크리스마스 날이 예전과 다르게 이렇게 조용하게 변할지는 몰랐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이브는 무조건 교회 가는 날이었다. 교회 가는 목적은 단 하나, 종이봉투 속에 빵과 사탕 몇 개를 담은 선물 봉지를 받고 싶어서다. 그 당시 시골 아이가 크림이 들어 있는 단맛 나는 빵과 알록달록한 사탕과 과자를 얻어먹는다는 것은 횡재라고 부를 만큼 기쁜 일이었다. 제삿날 밤늦게 기다리다 얻어먹던 하얀 쌀밥에 참기름 넣은 나물 무침과 상어고기 한 토막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예전에는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온 동네가 시끌벅적했다. 전자제품 A/S센터가 없던 시절이라 골목마다 라디오 고치는 전파사가 있었는데 하루 종일 징글벨 노래가 울려 펴졌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루돌프 사슴코 노래도 엄청 들었고 창밖을 보라, 실버 벨, 기쁘다 구주 오셨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메들리 캐럴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교회에서는 긴 망토를 입은 세 명의 동방박사가 예수님 탄신을 경배하기 위해 찾아가고 예수님은 구유에서 태어나시는 모습을 주제로 한 연극을 했고 어린이 관객은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필자가 고등학생일 무렵에도 떠들썩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변함이 없었다. 교회 다니는 신도들보다 교회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더 야단이었다. ‘광란의 올나이트’라고 이름 붙이고 밤새 춤추고 노래 부르며 놀았다. 그날만큼은 통행금지도 없었고 교인들의 행렬도 장관이었다. 특히 연인들은 그날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나야 하는 날이었다.
필자가 초년 직장인이었던 시절에는 경제 부흥의 여파로 세상이 역동적이고 경기도 좋았다. 크리스마스를 시발점으로 하여 연말연시는 늘 시끌벅적했다. ‘Ma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라는, 즉 크리스마스와 새해 신년인사를 함께 하는 카드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이었다. 일 년 내내 소식 한 번 전하지 않고 지내다가도 이때 다양한 카드를 주고받으면 모든 죄(?)가 용서되었다. 그림 솜씨가 좋은 학생들은 직접 그린 수제 카드를 길거리에서 팔았다. 그림이나 글귀가 좋은 것은 책상 유리 밑에 끼워두고 오래 보기도 했다.
요즘은 크리스마스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넘어간다. 길거리에서도 캐럴송을 들어본 지 오래다. 캐럴송이 사라진 이유는 저적권법에 걸려 고액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노랫소리가 듣기 싫은 사람들이 소음공해로 민원을 제기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TV 방송이나 라디오에서도 예전만큼의 캐럴송이나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가슴 훈훈한 이야기들을 특별히 소개해주지 않는다.
부처님 오신 날이든 예수님 탄신일이든 정부에서 경축 기념일로 정한 날은 세상이 좋은 쪽으로 조금은 시끌벅적하면 좋겠다. 해당 종교를 안 믿는 사람에게도 공휴일의 혜택은 다 같이 주어지기 때문에 종교 기념일이라고 굳이 색안경을 끼고 반대할 명분도 약하다. 해당 종교를 믿든 안 믿든 기쁜 날로 생각하며 시끌벅적 사람 사는 냄새가 나면 좋겠다.
브라질의 삼바 춤 축제는 열흘이나 이어진다고 한다. 일본에도 지역별로 진행되는 다수의 ‘마츠리’ 축제가 있다. 건강, 사업 번창 등을 기원하는 일종의 종교행사다. 우리나라도 예전부터 농한기가 되면 풍악을 울리고 명절 때는 마을마다 다양한 놀이가 있었다. 이런 자발적인 축제는 이제 다 없어지고 얼토당토않은 관 주도의 행사에 뒷말만 많다. 크리스마스 날만이라도 저작권료나 소음공해민원 걱정 없이 신나는 캐럴송이 온 나라에 울려 퍼지는 좀 시끌벅적한 날이 되면 좋겠다.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knbae24@hanmail.net)
산업구조와 사회 상황의 변모,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 이혼·비혼 증가 등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9월 주민등록 인구 통계 현황’에 따르면 전체 2121만4428세대 중에서 1인가구가 738만8906세대(34.8%)로 가장 많다. 2인가구는 452만1792세대(21.3%)로 그 뒤를 이었고, 4인가구 397만1333세대(18.7%), 3인가구 391만8335세대(18.5%) 순이었다.
1인가구의 증가세는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솔로 생활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사는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1인가구 생활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트렌드를 제공하고 솔로 생활 풍속도를 보여줘 눈길을 끌고 있다.
연예인 역시 이혼, 비혼, 사별, 직업적인 특성 등의 이유로 1인가구가 많이 늘었다. 방송사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앞다퉈 혼자 사는 연예인, 특히 중·장년 연예인 1인가구의 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MBC의 , SBS의 , , 채널A의 등의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연예인의 생활을 통해 1인가구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의식주와 생활 전반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트렌드를 전달하고 있다.
1인가구 시청자들은 혼자 사는 연예인의 생활과 정보를 접하면서 실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는 방송인 전현무, 개그우먼 이국주 등 혼자 사는 유명인의 솔로 생활과 풍속도를 통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의식주와 인간관계 형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요령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의 출연자 중 이혼 후 혼자 지내면서 1인가구 생활을 하는 중견 탤런트 김용건(70)은 많은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김용건은 의식주를 비롯한 기본 생활에서부터 취미, 사교활동, 문화생활, 건강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의상 구입에서부터 착용 방법에 이르기까지 패션감각이 뛰어난 패션니스타로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장·노년의 건강관리에 영향을 주는 음식 구매와 식사 잘하는 요령까지 알려준다. 또 행복한 장·노년 솔로 생활의 필수요소인 드라이브, 패러글라이딩, 록페스티벌 관람을 비롯한 취미생활과 지인들과의 정기적인 모임 등 사교활동과 인간관계 유지법 등도 제공한다.
김용건은 “시대와 상황이 변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혼자 살아도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살 때보다 혼자 살면서부터 패션에서 식사까지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혼자여서 외롭다는 생각보다는 혼자여서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동안 못해본 것을 해보며 생활한다. 긍정적인 생각이 행복한 1인가구 생활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예능인 김국진(51), 가수 강수지(49) 커플의 오작교 역할을 해 관심을 모은 SBS 은 중·장년 솔로 연예인들이 여행 등을 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혼자 생활하는 중·장년과 노년층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인간관계 단절에서 초래되는 외로움이다. 이 외로움을 여행과 이성 혹은 동성 친구와의 교제를 통해 잘 극복하고 즐거운 1인 솔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이다. 김동규(51), 이연수(46), 김광규(49), 김완선(47), 김도균(52), 김국진, 강수지 등 이혼을 했거나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아 혼자 사는 중·장년 연예인들은 제주, 강원 등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서로 마음을 나눈다. 또한 솔로 생활의 어려움이나 외부의 시선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더 즐거운 1인가구 생활의 해법을 찾아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김완선 등 솔로 생활을 하는 연예인들은 결혼하지 않더라도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에 출연하면서 연인이 된 김국진-강수지 커플은 “이혼 후 혼자 사는 생활을 오래 해왔다. 을 통해 서로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게 됐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도 연애나 교제 등을 통해 이성 친구를 만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외로움 극복은 물론이고 행복과 즐거움, 건강함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동성 혹은 이성과의 교제 외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극복하거나 가족이라는 연대감을 느끼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바로 반려견 등 동물 키우기다. 주병진(57)은 종편 채널A의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개를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활의 변화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병진은 방송에서 “애완견을 키우고 함께 생활하면서 내 삶이 달라졌다. 식사하는 것부터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까지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애완견 등 동물을 키우면 삶과 1인가구 생활이 더 행복해질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JTBC의 , tvN의 등 쿡방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김국진 등 혼자 사는 일부 연예인들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1인가구 생활에서 가장 소홀히 하기 쉬운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건강 증진을 위한 요리법을 터득한다. 김국진은 “혼자 살면서 요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요리 만들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법을 배웠다. 혼자 사는 사람들도 요리법을 배우면 여러 가지 요리를 하며 건강을 챙기는 식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건모(48) 박수홍(46) 등 혼자 사는 중년 연예인의 생활과 이를 바라보는 어머니들의 심경을 듣는 프로그램도 있다. 바로 SBS에서 방송하는 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심경,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솔로 연예인들의 심경과 결혼 적령기를 넘기고도 솔로 생활을 하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경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과 오해가 존재하는 것이 보인다.
1인가구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부모 등 가족들이 오해나 편견, 고정관념이 많아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토로한다. 솔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혼자 살면 외롭다거나 불행할 것이라고 예단하는 가족들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는 1인가구 생활자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박수홍은 “부모들은 자식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 행복하고 혼자 살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가족과 가족 형태에 대한 생각과 인식도 많이 바뀌고 혼자 생활해도 결혼한 사람 못지않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1인가구로 혼자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이들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연예인들의 솔로 생활을 보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Exhibition
1) 태양의 화가 반 고흐: 빛, 색채 그리고 영혼 전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apM CUEX홀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새롭게 연출한 전시다. 고흐의 수작들을 디지털 영상 기술과 접목한 최첨단 전시 기법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체험하도록 했다. 인상파와의 교류, 대자연, 고흐의 방, 동양의 색채, 초상, 동생 테오와의 편지 등 8개의 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와치아웃 시스템을 이용한 멀티채널과 1만 픽셀 이상의 초대형 화면의 이머시브(Immersive) 시네마 등을 마련했다.
2) 최순우가 사랑한 전시품 전(CHOI SUNU’S FAVORITE)
일정 12월 31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미술학자 최순우(1916~1984)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로, 그가 생전에 아끼고 좋아했던 작품들을 글과 함께 소개한다. 평생 한국의 미를 탐색하고 박물관을 발전시키는 데 헌신한 최순우의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1층 통일신라실에서는 돌함과 뼈단지 등 일제강점기에 약탈됐다가 돌아온 문화재를, 2층 서화관에서는 김홍도서첩, 달마도 등을, 3층 조각·공예관에는 반가사유상, 달항아리 등 15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3) 코디최 개인전 CODY CHOI Color Painting: Frustration is Beautiful
일정 10월 28일~11월 20일 장소 PKM 갤러리(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40)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 작가인 코디최(Cody Choi)의 개인전이 10월 28일부터 11월 30일까지 PKM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으로 회화와 설치 작업 약 20 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 준비를 위한 기금마련 전시라는 점에서 뜻 깊은 자리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가이자 문화이론가로서 활동하는 코디최는 현대사회의 문화정체성과 권력관계에 관해 탐구한다. 현시대 다양한 문화가 빚어내는 충돌과 간극에서 태어난 제3의 문화 혹은 혼종문화, 동시대 사회현상에 주목하며 회화·조각·설치 등의 작업으로 표현하고 있다.
LA 아트센터 칼리지를 졸업한 코디최는 LA 현대미술관, 타이페이 현대미술관, 토탈미술관 등 국내외의 주요전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독일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와 프랑스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등 유럽에서 순회 회고전을 진행하고 있다. 20세기 문화 지형도 (2010), 동시대 문화 지형도(2010) 등 현대문화에 관한 전문비평서를 출간했다.
◇ Book
1) 초혼 (고은 저 · 창비)
고은 시인의 3년 만의 신작 시집이다. ‘때’와 ‘곳’에 얽매이지 않는 ‘자가지무(自歌自舞)’ 정신으로 우주와 소통하는 대자유의 세계를 펼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삶을 아우르는 우주적 상상력과 예리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2) 보고 시픈 당신에게 (김광자 외 86명 공저 · 한빛비즈)
전국 한글학교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시와 산문을 엮었다. 글자를 익히면서 느끼는 기쁨, 가족에 대한 사랑, 삶의 애환 등이 돋보인다. 손글씨의 느낌을 살려 원문을 그대로 옮기고, 저시력자를 위해 큰 글자로 다시 정리했다.
◇ Movie
1) 기적을 증명한 두 남자 이야기
개봉 11월 3일 장르 드라마
감독 맷 브라운 출연 데브 파텔, 제레미 아이언스, 토비 존스 등
인도 빈민가의 한 수학 천재와 그의 가능성을 알아본 영국 수학자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숫자가 유일한 친구였던 순수한 수학 천재 ‘라마누잔’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해 그의 열정적인 천재성과 삶의 고뇌 등을 담았다. 라마누잔 역을 맡은 배우 데브 파텔이 해외 유수 언론에서 “실존 인물 라마누잔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받는 등 작품성 못지않게 그의 연기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개봉 11월 10일 장르 드라마
감독 나가이 아키라 출연 사토 타케루, 미야자키 아오이, 하마다 가쿠 등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가 하루를 더 사는 대신, 세상에서 무언가를 한 가지씩 없애야 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전 세계적으로 130만부 이상 판매량을 올린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제작했다.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진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요?’라는 포스터 속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선한 스토리 전개로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인생의 행복을 선사한다.
◇ Stage
1) 연극 재공연, 이웃사촌들의 수상한 진실게임
일정 10월 27일~11월 20일 장소 대학로 선돌극장
연출 이동선 출연 이황의, 김수보, 리우진, 곽지숙 등
지난 3월 초연돼 뜨겁게 주목받았던 극단 몽씨어터의 (작가 석지윤, 연출 이동선)가 11월 20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재공연 된다. 연극 는 치밀한 구성과 전개, 팽팽한 긴장감과 반전, 그 사이를 비집고 터지는 폭소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웃 혹은 사람 간 의심이 한순간에 누구든지 싸이코패스로 몰아갈 수 있는 현대인의 각박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예작가 석지윤의 독특한 언어, 이동선 연출가의 감각적인 연출에 힘입어 씁쓸하면서도 웃음 터지는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과 마주하게 한다.
빌라의 고양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죽어나간다. 주민들은 벌어지는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하고자 대책회의를 연다. 그런데 301호의 혼자 사는 남자가 수상하다. 사람들은 그가 분명 고양이를 죽인 싸이코패스가 틀림없다고 믿게 된다. 싸이코패스를 잡기 위한 평범한 이웃들의 위험하고 묘하게 웃긴 진실게임, 바로 연극이다.
2) 천재 시인의 삶과 사랑을 노래하다
일정 11월 5일~1월 22일 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오세혁 출연 강필석, 오종혁,이상이, 정인지, 최주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모던보이였던 시인 백석의 시가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으로 백석과 그의 연인이었던 김영한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의 시 노랫말로 표현했다.
3) 꿈과 희망을 위해 링 위에 서다
일정 11월 1일~1월 15일 장소 디큐브아트센터
연출 노우성 출연 신성우, 송창의, 신구, 김진태, 김지우 등
영화 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실베스터 스탤론이 직접 제작에 참여하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박진감 넘치는 권투시합 장면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그려내며 2014년 토니어워드와 드라마데스크어워드에서 무대디자인상을 받았다.
4) 고모와 조카의 예측 불허 동거
일정 11월 22일~12월 11일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출 구태환 출연 하성광, 정영숙
세상을 곧 떠날 것 같다는 고모의 편지 하나에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30년 만에 고모를 찾아가는 조카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인생 첫 2인극 도전이라는 중견 배우 정영숙이 고모 그레이스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연기를 펼친다.
5)인간의 죄의식과 예술가의 고뇌
일정 11월 20일까지 장소 아트원씨어터 3관
연출 김동수 출연 남명렬, 이명호, 박지일, 김병철, 손성호 등
1995년 제26회 동인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정찬의 소설을 연극화한 작품이다. 같은 해 11월 첫 공연한 이래로 상업성이 짙은 작품들이 주목받는 공연계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통의 밀도를 담아내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함께 있다 보면 닮게 된다. 같은 관심사가 생기고 비슷한 부분에서 웃고, 울고, 기억을 저장하고 추억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한성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수이자 (사)글로벌발전연구원장(ReDI) 이태주(李泰周·54)의 서재가 그렇다. 함께해 온 흔적과 이야기, 좋아하는 것, 사랑했던 모든 것들이 책 사이이 남자의 서재, 책 말고 다른 물건(?)도 많다와 책상 위에 있다. 멀리 한국으로 여행 온 남태평양의 조각들 하나하나가 호탕한 웃음, 장난 가득한 이태주의 눈 코 입과 사뭇 닮았다.
한성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태주 교수는 그밖에도 하는 일이 많다.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의 불씨를 키웠으며 눈에 잘 띄지 않는 해외지원 자금이 잘 쓰이는지 감시하는 시민운동단체의 대표로 10년간 일해 왔다. 코이카, 문화관광부, 외교부 등 정부기관 정책자문과 관련한 서류작업은 늘 끊이지 않는다.
이태주 교수의 서재 이야기를 해 보자. 한성대 연구관에 있는 그의 서재는 서재라기보다 놀이터 같은 느낌을 풍긴다.
“여름방학 동안 서재 중앙에 있었던 탁상을 치웠어요. 피곤하면 바닥에 눕기도 하고, 물구나무도 서고 혼자 별짓 다 합니다.”
이 교수의 서재는 작은 공간에 미닫이로 된 책꽂이를 원래의 서가 앞에 덧대어 실용성을 높였다. 해외지원, 정책, 공적 자금 감시 관리 관련 서류들이 미닫이 책꽂이 뒤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책이 몇 권 정도가 되느냐 혹은 책을 분리하는 기준이 있냐는 질문에 “할 일 없냐!”며 웃어 제낀다.
“분리할 수준을 넘어섰어요. 빈 공간만 있으면 아무 곳에나 처박아 놔. 오래된 책은 잘 보지는 않지만 버리지는 못하고 있어요. 20년 된 책들은 미닫이 안쪽으로 보내 버렸어요. 최근에는 국제개발 쪽 일을 많이 하니까 그 옆에는 최근 관련 서류들이죠. 감당 못해요. 좋아하는 책을 따로 모아놓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책을 보유한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사회적으로 지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적당하게 가지고 있다가 어느 시점이 됐을 때 기증하든가 나누어 써야 하는 공유재산이란 생각 때문이다.
책, 사서 보는 나이가 따로 있다
요즘은 기증받는 책들이 많지만 5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100% 돈을 주고 사서 봤다.
“그러고 보니까 책 사는 나이가 있는 거 같아요. 한참 연구할 때요. 교수도 정교수가 되기 전까지 해마다 논문 몇 편을 써야 해요. 논문 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계속 자료도 봐야 합니다. 필요하면 아마존닷컴(외국인터넷서점)에서 외국서적도 사야 하고 꾸준히 도서를 구매했죠. 뭐 요즘은 남들이 책을 냈다 그러면 주는 거만 받아요(웃음). 곧바로 책꽂이로 들어가요.”
이 교수의 책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무난하고 말랑한 것들을 찾아볼 수 없다. 가령 소설이라든지 만화책 말이다. 문화인류학에 관련된 책도 많고 국제개발 분야가 서재 한가득하다.
“개발, 발전문제 그게 한 분류입니다. 한참 내가 공부할 때는 남태평양에서 연구했어요. 사모아, 피지, 통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이런 곳에서요. 한쪽 서가 서너 개 정도는 전부 남태평양과 관련된 책들입니다. 또 20대 때, 대학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관심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20대부터 50대까지 관심 영역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책을 보면 알 수 있어요. 굉장히 많이 달라졌죠.”
이태주의 서재에는 세계가 있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의미를 찾으라면 우리에게 생소한 국가나 지역에서 직접 사들인 책들이 많다는 점.
“아프리카 여행할 때 아프리카 책, 인도 책, 유럽 책, 이집트에 가면 이집트 사람이 쓴 책 등. 나는 인류학자이기 때문에 그 지역 문명과 인류, 문화 다양성 등을 알 수 있는 책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책은 국내 도서관 어디에 가도 없어요.”
이 교수의 첫 직장이 유네스코였기에 유네스코 관련된 책들도 많다. 베트남어로 된 책들도 여러 권 보였다. 1992년 베트남과 수교를 맺은 뒤 이 교수는 한국인 최초 베트남 연구자가 되겠다는 생각에 베트남에서 6개월여 생활했다.
“시클로를 타고 구석구석 다니고 베트남어도 좀 그때는 했습니다. 여기 있는 책이 현지에서도 얼마 안 되는 베트남 책을 모은 것입니다. 뒤 칸에 보면 베트남 관련된 서가가 또 있어요. 현지어로 된 건데 제목하고 목차 정도는 읽을 줄 압니다.”
서재에서 주로 놉니다
이태주 교수가 제일 잘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공적 개발 원조를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가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다.
“어떻게 통합해서 효과적으로 할 것이냐. 국민 세금 낭비하지 않고 개발도상국을 제대로 도울 것이냐. 이런 것을 정리해서 정부에 만들어 줍니다.”
정년이 보장된 편한 교수 생활을 하는 줄 알았더니 서류 작업이 끊이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그는 이게 바로 진짜 제대로 노는 것이라고 말한다.
“놀지 않는 게 아니고 종일 놀아요. 사실 노는 거하고 일하는 게 구분이 안 돼야 성숙한 사람입니다. 젊었을 때는 일하느라고 ‘아! 맘에 안 든다’ 그럴 때가 있어요. 그런데 나는 한 번도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글 쓸 때는 밤도 새울 수도 있고, 밤을 새워도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 내가 하고 싶은 글 쓰는 건데 뭐. 몰입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서재에서 그는 글 쓰는 것 외에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서재 말고 놀이터란 말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이 남자의 서재는 ‘삶의 이력서’
사실 이 교수의 서재에서 책 다음으로 눈길이 가는 것은 외국을 다니며 전리품처럼 모아 놓은 가면을 비롯한 기념품이다. 아프리카에서 사 온 전통 북을 보고 신기하게 봤더니 직접 북을 멋지게 연주한다.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하나씩 가져다 놓은 것들이에요. 처음 이 방에 들어오는 사람들 누구나 신기해하죠. 서가 위와 창문 주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에 정신을 놓더라고요.”
아프리카나 서태평양에서 가지고 온 가면뿐만 아니라 중국 진시황릉 병마용 조각도 눈에 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있어 서재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이력서지”라고 운을 뗀다.
“삶의 이력서지. 그때그때 나의 흔적을 뒤져볼 수 있잖아요? 물론 내가 쓴 노트나 메모가 흔적일 수 있지만 ‘아, 내가 80년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30대에는 이런 책을 봤구나’ 그런 거죠. 그때는 몰입해서 살았던 거 같아요. 치열했죠. 요즘은 책을 잘 읽지 않는데 그때는 밑줄을 그어 가면서 봤어요. 언젠가는 버리겠죠? 내가 은퇴할 때쯤 되면 좋은 책들은 좀 정리를 하고 보고서 같은 건 다 버릴 생각입니다. 리포트는 평생 간직할 책은 아니잖아요. 서류 모아 놓은 것은 언젠가는 책 쓸 때 써 먹으려고요.”
그의 서재 현관에는 2019년 9월이라고 쓰여 있다. 그때는 연구년으로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다. 예전에는 네덜란드의 국경도시 마스트리트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동구 분쟁지역, 발칸반도, 사라예보 등지를 다녔다. 이번에는 중국의 상하이 혹은 브라질의 리우를 연구년 베이스 캠프로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2027년 2월 28일이라고도 쓰여 있다. 그날이 바로 정년이라고. 매일 매일을 즐기며 살지만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 그의 서재에는 세계와 함께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살고 있다. 하루하루 모래시계를 바라보듯.
“저기 책꽂이에 걸어놓은 건 콜롬비아에서 사온 것입니다. 콜롬비아에 갔다가 정말 놀랐어요. 일반 레스토랑인데 연인이 딱 들어와서 주문하자마자 바로 테이블에서 춤추더라고요. 밥 먹고 춤추고 그러더라고요.”
필자는 외국 여행은 많이 한 편이지만 정작 국내 여행은 별로 가 본 곳이 없다. 물론 부산 같은 대도시는 업무상 몇 번 가봤지만, 여행이라고 하기보다는 출장이었다. 가족과 함께 피서 차 동해안이나 서해안 해변에 놀러가 본 적은 있다. 그러나 혼자의 여행이 아니라 먹고 마신 기억밖에 없다. 그래서 순천만을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고 벼르고 있었다. 아름다운 해안과 석양, 철새들의 군무를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는 먹거리가 풍부하고 맛있기 때문에 먹는 즐거움도 빼 놓을 수 없다. 그래서 순천으로 여행지를 정한 것이다. 주변에 물어보니 벌써 몇 번씩 갔다 왔다고 했다. 그러니 혼자 갈 수밖에 없었다.
자세한 정보가 없이 순천에 도착하다 보니 순천만 국가정원이 따로 있는 줄 몰랐다. 마침 9월30일부터 10월16일까지 17일 동안 ‘순천만국가정원산업디자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입장료로 8천원을 받았다. 볼거리가 많고 넓어서 하마터면 이곳이 순천만의 전부인 줄 알고 그냥 갈 뻔 했다. 가을을 맞아 국화꽃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꽃을 볼 수 있었다. 진짜 볼거리는 ‘꿈의 다리’를 건너 각 나라 국별 정원들이었다. 호수 정원 안에 있는 동산도 빙빙 돌아 걸어올라 갔다 올 수 있게 해 놓았다. 뉴스나 인터넷에 자주 올라오는 장면이다. 점심으로 행사장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짱뚱어탕을 먹었다. 걱정했던 냄새는 없었고 추어탕과 비슷한 맛이었다. 짱뚱어탕 한 그릇에 8천원을 받았다. 여기서 순천만 습지까지 다시 8천원을 내면 스카이큐브라는 무인전동차로 습지까지 갈 수 있다.
순천만 습지 입구에 도착하자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 갈대밭에 들어 섰다 나무로 만든 나지막한 통로를 따라 사람들이 걸었다. 가족단위, 연인들의 발길이 나란히 서서 길을 막고 가는 바람에 걸음이 빠른 필자는 여러 사람을 헤치고 가야 했다. 갈대는 억새와 달리 볼품은 없는 식물이다. 다만, 염분이 많은 갯벌에 적응해서 살고 있는 몇 안 되는 식물이다. 군집하여 있으니 볼만 한 것이다. 1m 정도 아래에 짱뚱어와 게가 많이 보였다. 갈대를 꺾어 쿡쿡 찔러보는 사람들도 있고 호기 있는 사람은 바지를 걷어 부치고 내려서려는 사람도 있었다. 중간에 회차로가 있어 절반 쯤은 거기서 돌아서는 것 같았다. 계속 앞으로 가니 용산전망대 표지가 나왔다. 뉴스 사진을 기억해 보니 높은 곳에 올라가 찍은 것으로 앞에 보이는 산 위에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과연 그랬다. 올라갔다 오려면 한 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갈대 밭 뒤로 올라가는 통로가 있었다. 오르막이라 노약자들은 무리일 것 같았다. 중간마다 전망대가 있다. 백미는 역시 용산 전망대로 순천만의 바다 쪽이 다 보였다. 과연 툭터진 시야도 좋았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었다. 기대했던 철새 떼는 보지 못했다. 겨울철에나 볼 수 있단다. 단풍도 아직 철이 이르다. 그렇게 하루 종일 걷고 나니 만보기가 3만보를 가리키고 있었다. 걷기로 단련된 체력이라 거뜬히 소화하기는 했으나 보통 사람들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재화가 이중섭의 삶을 조명한 연극 지난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이중섭 탄생 100주년과 연희단거리패 30주년 기념, 올봄 세상을 떠난 의 극작가 김의경을 추모하는 무대였다. 김갑수(1991년), 지현준(2014년)에 이어 연희단거리패의 새로운 간판 남자배우로 자리 잡은 윤정섭이 이중섭 역을 맡았다. 윤정섭은 말 그대로 ‘무대 위에 이중섭을 올려놓았다’는 평을 들으며 매 공연을 흥분과 슬픔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의 동년기자단은 공연 첫날 공연을 관람하고 관극 소감을 나눴다. 비전문가 시니어의 입장에서 공연에 관해 순수하게 나눈 대화 내용임을 밝힌다. 편집자 주
동년기자단 김종억, 백외섭, 최원국, 전용욱, 장영희
이중섭의 생애와 화가로서의 활동에 드리운 한국 현대사의 비극, 가난, 이데올로기 문제가 교직된다. 고향 원산에서 조선의 황소를 민족 혼으로 여기며 소나 한국의 자연을 그리던 중섭은 스승의 권유로 동경 유학을 떠난다. 그는 일본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만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고향으로 돌아온다. 연인 마사코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찾아와 결혼식을 올린다. 6·25전쟁이 발발하고 형이 공산당에 끌려가 처형당하자 어머니와 헤어져 가족들을 데리고 월남한다. 궁핍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예술정신을 고집하는 중섭 때문에 가족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게 되고, 마사코는 애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중섭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억누르며 그림에 몰두하지만 가난에 시달리고,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죽음을 맞는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장영희 연극 시작할 때 화가 이중섭이 언제 태어났고, 어떤 일이 있을 겪고 살아왔다는 것을 극 초반에 보여주는 장면이 멋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중섭 일대기를 표현하게 위해 사용된 소품과 음악 등이 감동이었습니다. 이윤택 연출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연극 곳곳에서 느꼈어요. 아주 작은 것들도 이렇게 세심하게 볼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김종억 맨 처음에 연극 제목인 과 연극 내용이 서로 맞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연출이 관객과의 대화에서 말했을 때 이중섭 화가의 그림을 보고 제목을 정했다고 해서 고민해 봤는데 저는 그 제목의 의미를 마지막 장면에서 찾았습니다. ‘길을 떠나는 것’은 이중섭의 죽은 영혼이 먼저 간 첫째 아들의 손을 잡고 먼 길을 떠난다. 그래서 길 떠나는 가족이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전용욱 저는 이 연극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중섭의 가족이 다 나타났다가 일제강점기 유학생활로 한국을 떠나는가 싶더니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태어나 살아왔던 원산을 어머니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이 모두 떠나가잖아요? 이중섭 삶 자체를 가족이 흩어지고 모이는 상황을 하이라이트로 묶은 것 같습니다. 가족이 헤어지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추고 아이를 만나서 이승을 떠나 가족들한테 떠나는 과정 아닐까요?
김종억 그렇게만 설명을 하신다면 일반 평범한 사람이 다 그렇게 사는 것이지요. 특별히 이중섭이라는 화가의 삶에 집중을 하고 조명을 했다는 것은 그렇게 현실적으로 길을 떠나는 것에만 조명한 것만이 아닙니다. 그 작가의 일대기를 통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고뇌를 하고 또 그 속에서 화가로서 살아온 이중섭을 표현했다고 봅니다. 그냥 길만 떠나는 건만 생각했다면 일반이랑 똑같은 거잖아요.
장영희 저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중섭이 원산에서 어머니를 떠나오고, 부인인 남덕이 일본으로 가버리면서 상당한 외로움을 느끼죠. 그러면서 자기의 성기에 소금도 바르고 안타까운 장면들이 나왔잖아요. 마지막에 하늘로 가는 장면에서는 아들과 함께 가요. 어머니, 남덕이, 아들들과의 이별로 인해 굉장한 상처를 받았구나. 그 의미에서 길 떠나는 가족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무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연극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데 정말 가슴이 설렜어요. 이중섭이라는 영혼을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거였잖아요. 그래서 아주 기분이 묘했습니다. 두 시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연극을 기다렸습니다.
전용욱 이중섭 보다 더 많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도 있어요. 그 사람이 시대의 아픔을 간직해왔기 때문에 인지도도 높고 그 사람을 택했기 때문에 극화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던 거라고 봅니다. 사실 나이 들어보니까 젊은 시절을 살아봐서 그런 건지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장영희 첫째는 이중섭이 화가로 살면서 돈이 없었죠. 일본에 갔더니 장모는 자기 딸만 지키겠다고 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잖아요. 이중섭 평전을 읽은 뒤 연극으로 봐서 그런지 실제 이중섭에게 있었던 일들을 이해하면서 볼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에서 이윤택 연출가가 큰 아들을 목각인형으로 만들어서 표현한 마지막 장면이 최고의 명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연극이라는 특유의 매체를 통해서 우리한테 들려주고자 했던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것 같아요.
김종억 누구나 결국에는 가야하는 곳이잖아요. 이중섭이 자기 부인을 사랑해서 일본으로 가고 싶어 했지만 결국은 “나는 여기 고향, 흙이 땅이 있어야 자기 작품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막상 못가는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고향, 땅, 어머니 이런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정서를 예술가는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나도 수필을 쓰는데 결국은 글의 밑바탕에는 어린 시절 고향이 깔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어린 시절 시골집이 지금의 인천 공항이 있는 곳이에요. 지금 내 마음 속에서만 자리하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미술을 배우면 상상 속에 있는 내 어릴 적에 집을 좀 그려보고 싶어요.
전용욱 유년기 땅, 우리 동네에 대한 기억이 얼마나 소중하고 오래가는지 알 수 있는 거죠. 이중섭의 땅도 그렇게 밖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 같아요.
최원국 저는 연극이 예술가로서 이중섭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는지 알았는데 예술가라면 어떻게 하면 예술가로서 성공했다 이런 것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인간 이중섭만을 다뤘더라고요. 예술가로서 성장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지 않을 거 같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에서 딴 화가의 그림을 모방했다고 했을 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생각했습니다.
백외섭 연출가 설명 중에 미술은 연극에서 표현을 할 수 없으니까 7분 동안 그린 것이고 무대를 하나의 그림처럼 표현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연극을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사실 적응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이중섭에 대해서는 알고 있고 좀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연극에 익숙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을 위해 눈이 번쩍 뜨이는 무대가 좀 더 있었으면 했습니다. 연극을 좀 더 많이 보면 이해할까요?
장영희 저는 이 작품에서 핵심만 얘기했다고 생각해요. 연극에서 잘 표현했고 전달했어요. 그 사람의 고뇌, 사상, 왜 제목을 길 떠나는 가족이라고 지었어야 했는지 많이 공감했습니다. 이중섭의 생애에 대한 정보를 조금 알고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종억 인간적인 고뇌가 결국 어떻게 녹아서 좋은 그림을 그리게 됐다라고 이해하는 것이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천상병 시인도 말입니다. 그 분 또한 남겨진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삶을 조명해보면 술을 한시도 입에서 떼지 않으시고 사시다 생을 마감했잖아요. 하지만 예술가로서 족적 남길만한 시를 남겼잖아요. 그런 삶의 과정 속에서 글을 남길 수 있다. 예술가의 현재성이 말할 수 있죠. 맥락에서 보면 이중섭도 정말 평탄한 집안에서 잘 만나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가세가 기울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등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좋은 작품으로 승화됐다고 유추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용욱 순탄한 삶을 살아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예술가가 드물잖아요. 이중섭도 기복이 크고 힘든 삶을 살았던 거죠. 그랬기 때문에 시대에 남는 강렬한 작품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남동부, 론 강과 알프스가 합쳐진 지역을 ‘론 알프스(Rhone-Alpes)’라고 한다.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4807m)이 있고 스위스와 이탈리아의 접경지대다. 스위스 제네바와 이탈리아 토리노, 밀라노와 가깝다. 이 일원을 사부아(Savoie)라 일컫는데 안시(Annecy)는 오트 사부아(Haute-Savoie) 주의 중심 도시다. ‘안시’는 동화 속에서 꿈을 꾸는 듯한 마을이다.
글·사진 이신화(의 저자, www.sinhwada.com)
첫 방랑길에 오른 16세의 루소와 바랑부인이 만난 골목 프랑스 리옹에서 출발한 열차(ter)가 안시에 다다를 즈음, 종일 내리던 가을비는 서서히 멈추고 알프스 산맥에 걸친 구름은 빠르게 하늘로 퍼지고 있다. 안시 역에서 멈춘 기차는 더 이상 가지 않는다. 론 알프스를 기대고 사는 안시는 1860년 프랑스 영토가 되었다. 좁아진 티우(Thiou) 운하 사잇길에서 장 자크 루소 골목으로 접어든다. 생 피에르 성당(Cathe´drale Saint-Pierre) 옆 작은 마당에는 루소의 흉상이 놓여 있고 이런 문구가 있다. “Jean-Jacques Rousseau rencontrait Ici Madame de Warens(장 자크 루소가 여기에서 바랑 부인을 만났다).” 의 저자로 잘 알려진 루소(1712~1778)는 무작정 16세에 고향 스위스 제네바를 떠나 방랑길에 나선다. 그가 처음 도착한 도시가 안시였다. 그날 성당에서 하룻밤을 보낸 루소는 다음 날 운명의 여인 바랑 부인을 만난다. 그가 ‘엄마’라고 부르던 이 부인은 29세로 루소와는 13년 차이가 났다. 루소는 이리저리 방랑하다가 일이 잘 안 풀리면 바랑 부인을 찾아오던 그 관계는 13년간 이어진다. 바랑 부인은 루소의 후견인이자 연인, 스승이었다. 그의 암흑기나 다름 없던 청년기 추억을 남긴 곳이 안시였다.
티우 운하에서 만난 동화 속 올드 타운
루소 거리를 비껴 운하를 따라 이어지는 소로로 접어든다. 티우 강 구 시가지(Viellie ville) 속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에는 꽃으로 치장한 카페, 레스토랑이 이어진다. 12세기에 지은 중세풍의 건물과 작은 운하가 어우러진 골목은 마치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다. 주황색 석회암으로 지은 건물들 사이로 운하의 물결이 일렁거리면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내 마음까지 넋을 놓아 버린다. 운하 양쪽을 잇는 페리에르(Perriere) 다리 근처에는 12세기 초에 지어진 팔레 드 릴(Palais de L'lsle)이 있다. 안시를 소개하는 엽서에는 단골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다. 운하 한가운데 건축된 건물은 ‘섬의 궁전’이란 뜻이다. 제네바 공작의 거처였던 이곳은 이후 행정관청, 법원청사, 조폐국 등으로 사용되었다. 중세 시대와 2차 세계대전 때는 감옥으로도 쓰였다.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된다. 운하 끝,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헌신회가 보이면서 넓은 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 깊은 호수에서 안시를 조망하다
둘레가 약 40km인 넓디넓은 안시 호수(Lac d’Annecy) 위 저 멀리 산정의 구름들이 하늘로 향한다. 안시 호수에 알프스 산의 반영이 비친다. 유람선은 정박한 채로 있고, 시뉴 섬(Ile des Cygnes)에도 가을색이 짙어지고 있다. 큰 정원을 끼고 에둘러 난 호숫길에는 프랑스의 의사이며 화학자인 클로드 루이 베르톨레(Claude Louis Berthollet, 1748~1822)의 동상이 있다. 그는 안시 근처의 탈루아르 몽맹(Talloires-Montmin) 태생이다. 또 바스(Vasse) 운하의 시작점에는 사랑의 다리(Pont des Amours)가 있다.
마을 언덕 위에는 12~16세기에 지어진 안시 성이 있다. 제네바의 영주들과 느무르 공작들의 거주지였던 이 건물은 1953년 역사기념물로 지정되어, 현대미술과 종교미술의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인적 없는 골목을 따라 걸어 오르면 안시의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른다. 그곳에 성모 방문 수녀회(Basilique de la Visitation) 성당이 있다. 작고 조용하며 고풍스러운 안시 가옥의 지붕들을 조망하면서 사르르 상념에 빠져든다. ‘난 지금 그림책에 있는 프랑스 동화마을에 있는 거야’라고 말이다.
Travel Tip!
현지 교통편 인근 도시 리옹에서 열차를 이용하면 2시간 정도 소요 된다. 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안시행 정기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음식과 숙박 관광도시인 만큼 음식들이 맛있다. 퐁듀 등 사부아 지역의 전통 요리(사부아야르드, Savoyarde)가 특색이다. 일요일에는 노천시장이 열린다. 고급 휴양도시여서 명성 있는 국제 호텔은 물론 작은 가족적인 호텔들이 있다.
기타 정보가을에는 안시 이탈리아 영화 축제(10월), 사과와 꿀 페스티벌(11월) 등이 열린다. 겨울에는 알프스 산맥 능선에서 스키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안시의 스키 리조트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소로, 동계스포츠의 메카이도 하다.
오트 사부아주 웹사이트(www.haute-savoie.gouv.fr)
언제부터 인가 영화를 보면 당연히 팝콘 통을 끌아 안고 한손에는 콜라를 든 모습이 극장의 자연스런 풍경이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 거의 빠지지 않은 장면이 있다.
극장으로 데이트를 가서 팝콘 하나를 나눠 먹으며 영화를 보다가 서로 손이 닿는 장면이다.
첫 데이트의 설렘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거의 공식처럼 등장하곤 하는 것이다.
실제 데이트 하는 연인이 극장에서 영화 볼 때 팝콘을 안 먹는 커플은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영화 보면서 팝콘 꼭 먹어야 하나?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의 팝콘세트 가격이 8천원 내외로 영화 티켓 가격과 거의 맞먹는 금액이다. 한 끼 식사도 아닌 주전부리 값으로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형상이다.
극장의 수익이 영화보다 팝콘이 더 많다는 것은 이젠 비밀도 아니고 공공연한 사실이다.
가격 뿐 아니라 극장에서 파는 팝콘이 칼로리도 매우 심각하다.
소비자보호원의 올해 2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극장의 팝콘 세트를 성인 2명이 먹으면 열량은 1일 권장량의 42%에 달한다. 이 뿐 아니라 당류 229.8%와 포화지방 74%로 과하게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두 가지 부정적인 부분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팝콘과 콜라를 먹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라고 말을 한다.
언젠가 부터 극장에 가면 영화. 팝콘. 콜라를 패키지로 인식하는 이런 사람들의 기호를 무작정 하지 말라 할 수는 없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확 풍겨오는 고소한 팝콘 냄새의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는 않다.
꼭 먹고 싶다면 예의를 갖춰라.
천만 영화의 시대인 요즘은 중. 장년들도 많이 극장을 찾는다. 천만이 되기 위해서는 중. 장년이 극장을 찾아야 만 가능하다고 한다.
시니어 들 역시 대부분 팝콘 통을 안고 영화감상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차피 팝콘을 먹으며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한 정서가 되었다면 다른 사람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팝콘 통에서 꺼내는 부스럭 소리, 입안에서 팝콘 부서지는 소리, 콜라를 빨대로 쭉쭉 빠는 소리가 주위 사람에게는 몹시 거슬리는 소리가 될 수 있다.
코미디나 가벼운 액션 영화를 볼 때는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러나 영화가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간 또는 슬픔이 극에 달했을 때는 팝콘 먹는 소리는 몹시 몰입에 방해가 된다.
영화에 몰입한 사람에게는 작은 소음, 작은 불빛조차 방해가 되어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먹는 팝콘 소리 하나에도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작은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