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 관련 예산이 914억 원으로 확정되자, 돌봄 현장과 시민사회에서 “첫해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재단법인 돌봄과 미래 등 보건의료·복지 관련 60개 단체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첫해에 사업 추진을 불가능하게 하는 충격적 수준의 예산”이라고 밝혔다.
부족한 예산에 한시적 전담 인력 지원도 문제
이들 단체에 따르면 정부가 당초 편성한 예산은 777억 원이었다. 이들은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2132억 원 책정을 요구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1771억 원을 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지만, 최종 확정액은 정부안에서 137억 원 늘어난 914억 원에 그쳤다.
공동성명은 예산 배분 구조도 문제로 지목했다. 정부가 처음에는 재정자립도가 높은 46개 지자체를 예산 배정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지자체에 평균 2억9000만 원(국고 기준) 수준의 사업비를 책정했다가, 최종적으로는 사업비를 529억 원에서 620억 원으로 91억 원 늘린 뒤 이를 모든 지자체에 나누도록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자체당 평균 사업비(국고 기준)가 2억9000만 원에서 2억7000만 원으로 오히려 2000만 원 줄어드는 결과가 됐다고 단체들은 주장했다.
전담 인력 지원이 한시적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성명서에는 정부가 통합돌봄 전담 인력 2400명의 인건비를 6개월간 한시 지원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단체들은 읍면동 단위에서 노인·장애인 돌봄 사례관리를 시작하려면 최소 복지팀장과 사회복지직·간호직 등 3명이 필요하다고 보고, 전국적으로 필요한 기본 인력이 3250명이라며 증원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월 2500원 가능한 돌봄, 간식 값 밖에 안돼”
현장에서는 확정 예산 규모를 법 시행 대상 규모에 대입해볼 때 ‘체감 가능한 서비스’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계산도 나온다. 정부가 국회에 보고한 통합돌봄 관련 예산이 총 914억 원가량이고, 시행령 기준 돌봄대상자는 65세 이상, 심한 장애인, 취약계층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000만 명을 넘는다는 점을 들어서다. 이 가운데 매우 보수적으로 300만 명만 대상으로 계산하더라도 1인당 연간 예산은 3만 원, 월 2500원 수준에 그친다는 주장이다.
12일 국회의사당을 방문한 임지준 건강수명5080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은 “바나나우유 하나 가격에 불과한 월 2500원, 하루 83원으로 돌봄을 하라는 것은 정부가 돌봄을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통합돌봄은 의료·요양·사회서비스가 결합된 국가적 기반 정책인데, 이 정도 수준이면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구강관리, 식사 지원, 정신건강 관리 같은 핵심 서비스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며 “제도는 출범하지만 현장에서는 ‘통합’이 아니라 ‘명목’으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그는 예산을 둘러싼 우려가 단순한 ‘부족’ 문제가 아니라, 돌봄을 정책 우선순위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고 봤다. 임 이사장은 “돌봄이 ‘있으면 좋은 복지 항목’처럼 취급되면, 결국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된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재정 구조 전환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회계 중심의 단년도 예산으로는 지역 단위에서 지속 가능한 통합돌봄 체계를 만들기 어렵다”며 “부동산세 구조개편, 고향사랑기부금의 지역 건강·돌봄 용도 확대, 복권기금·경마수익금·사회복지기금 등 다양한 재원을 돌봄 재정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돌봄재원마련추진연대’를 출범시켜 돌봄·건강수명 정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국가 구조를 만들겠다”며 “월 2500원으로 시작되는 통합돌봄이 ‘시작’으로 남으려면, 숫자에 맞춘 제도 운영이 아니라 제도에 맞춘 재원 설계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화로 보는 시니어 뉴스] 노인일자리 115만 개 열린대요](https://img.etoday.co.kr/crop/85/60/226132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