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시장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아니 정확하게 문학작품과 상업영화의 거리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원작자인 줄리언 반스가 ‘영화는 소설로부터 멀리 갈수록 좋다’고 말했다는데 이건 원작과 달라진 영화에 대한 찬사일까? 아니면 영화가 책과 다르니 소설을 읽으라는 야유일까? 아무튼, 각기 다른 장르이니 무어라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할 때가 있다. 하얀 거짓말을 하는 경우와 같다. 인간관계는 대화가 주요 수단이다. 상대방이 신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음 씀씀이가 필요하다. 분위기를 돋우기 위하여 어떤 유머를 하면 개중엔 이렇게 반응하는 사람이 나온다. “그거 알고 있는 이야기야!” 말을 한 사람은 맥이 풀리고 만다. 필자는 스마트폰 카
문자가 왔다.
“ 내가 오늘 좀 늦을 것 같아. 기다리지 말고 먼저 저녁 먹어. 다음에 좋은 데 데리고 갈게.”
뭐지? 그냥 무시했다. ‘잘못 왔다고 얘기를 해 줘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으나 무시하기로 했다. 그리곤 한 사건이 떠올랐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남편과 안 좋게 집을 나선 날이었다. 그 날 처리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도 그의
망망대해에 고깃배 한 척이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떠 있다. 주변에는 강렬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바다에 튕겨 하늘로 솟아오르는 빛의 잔치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 배를 때리는 파도소리만이 심해와 같은 적막에 미세한 균열을 내고 있을 뿐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 바다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팽팽한 긴장감으로 서늘한 느낌마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 요즘 ‘청산별곡’을 부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지난해 귀농·귀촌한 사람도 50만 명에 달한다. 자연과 농촌, 어촌, 산촌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TV 화면 속으로 옮겨졌다. 자연·자연인 열풍이 TV를 강
얼마 전에도 우리는 ‘잠깐 다녀올까?’ 하면서 한 마디씩 나누고 강원도로 냅다 달려 북쪽의 끝머리 고성의 통일전망대를 향해 치달았지요. 거진항에서 찝찔한 갯내음을 맡으며 싱싱한 생선회를 먹고 일상에서 묻힌 마음의 먼지를 바닷바람에 훌훌 날리고 새벽을 달려서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가보아도 동해의 푸른빛은 변함이 없는데 우리네 삶은 왜 그리도 잘 변하는 빛깔을
국민의 평생월급 국민연금 운용자산이 처음 600조 원을 돌파하였다. 일본 공적펀드·노르웨이 국부펀드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하지만 지도부 공석에 운용 차질 불가피 우려도 크다. 국민연금공단이 국정농단 스캔들에 휘말려든 것은 오래 전 이야기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도 몇 달이 지났다. 국가예산 규모보다 훨씬 큰 국민의 평생월급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겠는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이불 속에서 뭉개다 일어나 TV를 보는 고등학생 아들 가오(량진룡 분). 그 시각 어머니 정 여사(포기정 분)는 동네 ‘Wellcome’ 슈퍼마켓에서 일하느라 바쁘다. 도입부만 보면 게으른 망나니 아들을 둔 홀어머니 고생담 아닐까 싶지만, 점차 관객은 가오가 HKCEE(홍콩 중등교육검정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학생이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영화와 공간: 홍콩’이라는 주제로 홍콩 영화 수작들을 상영했다. 상영작 중 두 편이 허안화 작품이었다. 홍콩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허안화(쉬안화, 許鞍華)의 작품들은, 일상을 통해 인생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여백과 깊이를 안겨준다. 현실에 발 디디고 사는 서민의 삶을 그려내는 감독 중 허안화만큼 진실한 감독도 드물다
한때 홍콩 감독 허안화(1947년~)에 관한 국내 평가는 “여러 장르를 아우르며 실망과 환희를 동시에 안겨주는, 높낮이가 심한 연출자”였다. 그러나 필자는 (1997)과 같은 범작에서도 실망한 적이 없다. 서극, 담가명 등과 함께 1980년대 홍콩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허안화는 진중한 사회파 드라마에서부터 액션, 시대극, 멜로를 아우르며 홍콩과 홍콩인이 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