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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갑시다
- 백수가 과로사 했다는 말을 들으며 멋진 농담이라고 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은 든다. 직장에 나갈 때는 직장이란 조직이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의 힘으로 움직이는 집단이었다. 정해진 회사의 작업스케줄 대로 업무에 종사하면 되었다. 지나고 보니 그때가 단순해서 좋았다. 출근하고 일상 업무보고 퇴근하면 끝이었다. 집안일이나 어느 모임에 참석을 하지 못
- 2018-02-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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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뱃돈의 추억
- 8살 손녀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하더란다. “할머니 이번 설에는 요! 세뱃돈 주지 말고 선물을 사서 주세요.”라고. 손녀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세뱃돈을 받기는 손녀가 받아도 손녀가 갖고 있으면 잃어버린다고 그 돈은 다시 며느리 수중으로 들어가는 메카니즘에 대한 손녀의 반발로 보인다. 손녀에게 “그럼 무슨 선물을 사 줄까?”라고 물었다. 이런 되물음에 미리 준
- 2018-02-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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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장님 덕분에 잘 살았습니다”
- 평사원 때였다. 직속상관으로는 주임, 계장, 과장, 지점장이 있었다. 체력단련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야유회를 갔던 날, 족구도 하고 배드민턴도 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낸 뒤 오후에는 부서별 술판이 벌어졌다. 술은 친목을 도모하는 윤활유 역할도 하지만 지나치면 싸움판이 되기도 한다. 그날도 삼삼오오 나뉘어 술을 먹다가 다른 곳에서 온 행락객과 시비가 붙어
- 2018-02-0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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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 속에서 더 오래 더 살래
- 100세 시대라고 한다. 과연 100세를 산다는 것은 모든 이에게 축복일까. 저출산과 맞물린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여러 면에서 불안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주거 문제도 마찬가지다. 라이프사이클이 바뀌면서 시니어들에게 집은 더 크고 빈 공간이 된다. ‘노후에 어디서 살고 싶은가?’라는 설문에 많은 시니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답을
- 2018-02-0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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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박물관에서 총을 쏴보다
- 한 해 동안 활동한 정책기자단에서 매우 흥미로운 팸투어가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경찰박물관을 견학하는데 112 종합상황실과 종합교통 정보센터도 볼 수 있고 마지막 순서로 경찰박물관에서 38구경 권총을 시뮬레이션 사격해 볼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첩보영화나 CSI 시리즈물을 매우 좋아해서 총격장면은 이미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나도 총을 발사해 본다면 명사수
- 2018-01-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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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만의 재회
- 새벽에 차 시동을 걸었다. 한탄강이 흐르는 전곡 원불교 교당을 찾아가는 길. 가는 내내 40년 전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추수가 끝난 논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거대한 독수리들이 검은 무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생소하고 두려웠다. 논길을 지나고 작은 마을의 고불고불한 길을 빠져나와 언덕을 넘으니 옅은 안개 속에 아담한 교당이 나타났다
- 2018-01-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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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가 있는 그녀
- 동물이 어미를 기억하는 방법은 냄새일 것 같다. 잊을 수 없는 냄새. 가장 원초적인 냄새. 엄마의 냄새는 향기와 그리움, 그리고 평화로 일치되곤 한다. 가장 안전하고 따스하며 부드러운 느낌. 친구를 그렇게 기억해낸다면 과장으로 들릴까. 어렸을 때는 예쁜 친구가 좋았다. 좋은 냄새가 나고 예쁜 옷을 입은 아이가 좋은 친구라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 2018-01-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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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지랖 넓은 여자의 어느 여름 날
- 보라색 드레스를 가봉하기 위해 압구정역으로 가던 길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젊은 남성 둘이 서로를 툭툭 건드렸다.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장난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장난이 아니라 시비가 붙은 거였다. 분위기는 점차 험악해졌고 필자는 그냥 두고만 볼 수가 없었다. 이런 일을 중재하는 것은 여성 시니어가 적임자다(사실은 자만심이 작용했다. 지들이
- 2017-12-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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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상(虛像)의 배려(配慮)
- 이제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월요일 날 아침에 당구장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사락사락 내리던 눈이 5분여를 걸어가니 엄청나게 퍼부었습니다. 금년 들어 서울지역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늘은 어둠침침...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걸었는데, 기분은 좋았지요. 문득, 군 복무시절이 생각났습니다. 현역으로 군복무 하던 시절에
- 2017-12-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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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디바’ 임수정
- 취기가 오른 탓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피아노 선제공격이 먹혔다. 임수정이 바로 옆에서 노래하고 내가 피아노 반주를 했다. 이슬 같은 여자 임수정과 참이슬을 마주하고 흥이 돋는 밤을 보냈다. “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이대로 옆에 있어주세요~” 이 노래가 TV에서 흘러나올 때 나는 가사 그대로 무작정 임수정이 좋아 죽었었다. 이 노래가 하루에도 몇 번씩
- 2017-12-26 1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