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박수 받은 중절모 신사

기사입력 2019-01-25 10:40 기사수정 2019-01-25 10:40

아침 출근 시간대. 서울 한복판 도로에서 갑자기 시내버스가 멈춰섰다. 얼마 후 승객들이 차창 밖을 내다보고는 일제히 손뼉을 친다. 운전기사와 승객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시내버스는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강의 장소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운전기사가 빨리 가려고 선로를 바꾸는 순간 미처 보지 못한 외제 승용차 옆면과 살짝 부딪쳤다. 승용차 운전기사가 버스 기사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큰 소리를 지르며 항의한다.

일반인이 보기엔 별것 아닌 사고였으나 비싼 외제 차라 잘못을 한 버스 기사가 물어 줘야 할 금액이 만만찮아 보였다. 버스 기사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바쁜 승객들도 사건이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때였다. 중절모를 쓴 나이 지긋한 노인이 외제 차 뒷좌석에서 내려 운전기사를 나무라더니 버스 기사에게 “괜찮으니 어서 손님들 모시고 그냥 가세요”라고 말한다. 버스 안의 승객들에게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다시 승용차를 탔다. 그러자 버스 승객들이 일시에 “와아~”하며 박수를 보냈다. 대인(大人)의 면모에 모두들 존경심이 일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 인구는 750만 명에 이른다. 나이 듦의 상징은 여유로움과 배려하는 마음이다. 그래야 존경을 받는다. 아무리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때그때 지혜로 발휘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 버스 승객들의 박수를 받은 중절모의 노인과 같은 분이 있는가 하면 소인(小人)의 행동거지를 보여주는 사람도 더러 본다. 그분이 탄 고급 외제 승용차마저 더 친밀해 보였다. 나이가 더 들어도 그 노인의 행동과 생각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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