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가 가득 고인 시골길을 걷노라면, 산비둘기 소리도 베이스로 가라앉는다. 늦사리가 한창인 밭머리에, 부룩소 한 마리 잠자리 따라 뛰놀고, 건듯 바람이 지나가면 잠시 마른 풀 먼지가 일어난다. 소루쟁이 금빛 씨알도 후루루 흩어져 발등을 덮는다. 미루나무 잎에 어느새 가을빛이 스며들어 가지 끝은 설핏 채색이 시작되었다.
이제 산과 들에 가을을 거역하는 것
이웃집 새댁이 취업했다며 싱글벙글했다. 그런데 직종이 좀 특이하다. 우리 동네 통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통장은 동네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어려운 주민을 돌보는 일이 매우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필자는 여태까지 통장은 아저씨만 하는 일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나이가 갓 사십인 이렇게 젊은 여자가 통장을 맡은 건 처음 보는 일이라 대견하기도 하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살아온 삶을 뒤돌아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자신이 성취한 일이나 행복했던 때를 많이 떠올린다면 말 그대로 행복한 인생일 것이다. 그러나 지나온 삶을 부정하거나 공포 또는 분노, 후회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호주에서 오랫동안 호스피스 활동을 하던 한 작가 겸 작사가 브로니 웨어가 라는 책을 펴냈다. 사람들은 죽을 때가 되
장인어른은 올해 연세가 아흔이시다. 자식들이 하나둘 둥지를 떠나 도심에 살림을 차리고 여든다섯의 장모님과 두 분만 남아 시골집을 지키신 지 수십 년이 되었다. 막내 처제가 오십이 넘었으니 30년 가까이 된 셈이다. 두 분이 텃밭에 참깨며 고구마, 그리고 배추를 심으셔서 가을엔 김장도 함께 모여서 하곤 했는데 몇 해 전부터는 자식들의 만류로 겨우 배추 몇
이규현(교육학 박사, 행정학 박사)
인간은 올 때도 혼자 왔고 갈 때도 홀로 갑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동안은 혼자 살 수 없는 가냘프고 나약한 것이 인간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남자를 만들어놓고 홀로 있는 것이 보기에도 안 좋고 불안해서 남자를 재운 뒤 그의 갈비뼈 하나를 취해서 여자를 만들어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knbae24@hanmail.net)
산업구조와 사회 상황의 변모,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 이혼·비혼 증가 등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으로 혼자 사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최근 발표한 ‘2016년 9월 주민등록 인구 통계 현황’에 따르면 전체 2121만4428세대 중에서 1인가구가 738만8906세대(34.8%
우리나라 청·장년은 취·창업 ‘장벽’을 넘어 ‘절벽’에 갇혔다. 한 줄기 빛처럼 청·장년 창업을 지원하는 비영리 임의단체 희망설계재능기부연구소 손문규 사무국장(60)을 만나 활동상과 장래의 계획을 살폈다.
-희망설계재능기부연구소는?
희망설계재능기부연구소(박주순 소장)는 2013년도 11월에 설립하여, 현재 회원 130여 명이 재능기부 활동을 한다. 회
방학 하는 날 큰 애는 뭐가 그렇게 신 나는지 학교로부터 집으로 오는 골목을 엄마를 불러대며 뛰어오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뭔가 상자로 보이는 걸 들고 뛰어왔다.
‘엄마 토끼 데리고 왔어~~’ 웬 토끼지? 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숨이 턱에 닿아 헉헉 거렸다. 현관에 들어서면서 설명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없는 동안에 토끼가 굶어 죽으면 안 되니까 누가
한동안 뜸했는데 오늘 또 마주칠 게 뭐람. 그는 잡상인들의 목청을 흉내 내어 소리친다. “예수를 믿으면 천당에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 불에 떨어집니다.”라고. 일순 지하철 객실 안에 불편한 기운이 감돈다. 크리스천인 나도 애써 창밖을 보며 민망한 시간을 견딘다. 도대체 저 사람은 자신의 외침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하긴 믿지 않는
어느 날 갑자기 화순(전라남도)에서 사는 어머니가 자살을 시도했다. 아흔 넘은 노모의 충격적인 행위는 다큐멘터리 영화 의 모티브가 됐다. 이승을 떠나고 싶은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는 딸, 아직은 할머니와 헤어질 때가 아니라는 손녀를 중심으로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세대 간의 입장 차이를 조명한 . 관객과의 대화 현장을 찾아 영화에 담긴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