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인가 추석 즈음 닭실마을에 간 적이 있다. 푸른 논 너머로 기와집들이 보였다. 기와지붕 뒤로는 나지막한 산이 봉긋 솟았다. 마을 앞에는 계곡이 흘렀다. 풍수지리를 몰라도 이곳이 명당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을 아낙네들은 부녀회관에 모여 추석 한과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한 할머니가 손에 쥐여준 한과를 맛봤다. 500년 전통을 이어온 닭실한과였다.
이번 추석, 의미를 부여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순식간에 지나갔다. 올해 추석 연휴가 짧기도 했지만, 이른 추석이라 가을의 풍성한 감성을 누리기엔 너무 더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갈수록 명절의 전형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있기도 하다. 하긴 추석을 비롯한 전통 명절의 의미가 연휴 이상의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명절마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모습은
62년 전통 ‘상주식당’
대구의 명동이라 불리는 중앙로역 인근, 화려한 빌딩 사이 좁다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아담한 옛 가옥 한 채가 나타난다. 바로 ‘상주식당’이다. 문 앞에는 ‘금주, 금연, 영업기간 3월 1일~12월 15일’이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어머니 故 천대겸 여사에 이어 상주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차상남(73) 주인장에게 그에
그는 망가진 몸을 고치기 위해 귀농했다. 죽을 길에서 벗어나 살길을 찾기 위해 산골에 들어왔다. 그 외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봤다. 결과는?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서리 맞은 호박잎처럼 시들어가던 그의 구슬픈 신체가 완연히 회생했으니. 산골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 아름답고 기묘한 지구별과 이미 작별했을 거란다. 현명한 귀농이었다는
9월 9일 '귀의 날'을 맞아, 중장년이 겪을 수 있는 노인성 난청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강우석 교수의 도움말을 담아봤다.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발생하는 청력 손실이다. 60세 이상 3명 중 1명이 이러한 증상을 겪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75세 이상은 40~50%). 노화로 청력이 감소하면 일상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
69년 전통 ‘성일집’
옛 부산시청 뒷골목, 현존하는 곰장어 가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성일집은 2대 주인장 최영순 씨와 그의 아들인 김성용 씨가 함께한다. 올해 68세인 최 씨는 여전히 하루 꼬박 4시간씩 곰장어 손질에 온 정성을 기울인다. 흔히 안주로 먹는 손가락 굵기의 곰장어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먹으로 한껏 움켜쥐어야 할 정도
인천 무의도에 딸린 섬, 소무의도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2012년에 소무의도 둘레길인 무의바다누리길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소무의도는 해안선 길이가 2.5k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섬 여행의 매력을 다 갖췄으니 가성비 좋은 섬이라고나 할까. 섬 둘레를 걸으며 고깃배가 들락거리는 아담한 포구와 정겨운 섬마을 풍경, 74m 높이의 아담한 산과 푸른 바
“마, 잡상인은 저리 가이소!” 아무리 농이 섞였다 해도 지인의 한마디는 그를 슬프게 했다. 23년간 나라를 위해 일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경상도 사내로서는 분을 삭이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빙긋이 웃는다. 사소한 냉대쯤은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거절도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보람
심리학자들은 “행복하고 싶으면 친구와 여행을 가 맛있는 것을 먹으라”고 말한다. 이보다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장기여행을 하다 보면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오죽하면 ‘친구를 알고자 하면 사흘만 같이 여행해보라’는 말이 있을까. 여행 중엔 본성이 숨김없이 드러난다. 일정에 지치고, 취향과
“언니, 거기에 간장 좀 더 넣어야겠다.” “언니, 일단 양파 먼저 넣고 볶아.” ‘동생’의 지시에 ‘언니’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다른 주방의 모습과는 뭔가 달라 보인다. 주방 경력이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 중년 여성들이지만 중심에 선 조리장의 한마디 지시에 모두 집중한다. 만들어내는 것은 간단한 반찬이지만, 이들은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 주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