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노인에겐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삶의 지혜와 경륜이 있다는 의미다. 당연히 대우를 받아야겠지만, 도서관이 너무 많아 희소가치가 떨어지거나 용도가 많지 않아서인지 대우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아는 것을 말이나 글로 조리 있게 표현할 줄 몰라서 사
얼어버린 호수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의연하게 서 있는 연밥 하나가 시선을 끈다. 마지막 꽃잎을 떨어뜨리고 벌집 같은 얼굴을 내밀고 소곤소곤 이야기하던 연밥이다. 마른 줄기 하나에 의지한 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사색에 잠겨 있다. 한 점 조각품이다. 카메라 뷰파인더에 들어온 연밥의 모습을 보며 일흔 살에 접어든 내 얼굴을 떠올려본다.
40세 이후에는 자
“절에 가서 젓국 달라고 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원하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있을 리 없는 엉뚱한 곳에 가서 찾는 황당한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눈치가 있으면 절에서도 젓국을 얻어먹는다”는 상반된 속담에는 눈치가 생존의 기본이 될 만큼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준다.
눈치란 ‘일의 정황이나 남의 마음 따위를 상황으로부터 미루어 알아내는
철학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인정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를 인정투쟁(認定鬪爭)이라고 정의했다. 타인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인정하는 가치만큼 다른 이에게도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내가 당신을 인정하는 만큼 나 또한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르는 것이다. 직원은 상사에게, 부인은 남편에게, 제자
빅토르 위고 하면 ‘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 하면 ‘장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렇듯 자신의 이름에 나란히 할 만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소설가에게 크나큰 로망이라 하겠다.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 등 다작의 장편소설을 통해 실존 인물의 삶을 재조명해온 소설가 김탁환(金琸桓·50). 그는 최근 집필한 장편소설
우렁이는 우리에게 친근하다. 어릴 때 읽었던 우렁이 각시의 밥상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있다. 논이나 작은 연못에 사는데, 모내기한 벼포기가 진초록으로 바뀌는 5, 6월이면 짝짓기하는 우렁이를 발견할 수 있다.
짝짓기 시기가 지나면 논두렁의 풀이나 벼의 줄기에 선명한 분홍빛 알을 무더기로 낳는다. 농약살포를 비롯한 환경오염으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
일본 사람들의 단체생활은 남다르다. 자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친절성도 그렇다. 그 버릇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몸에 뱄음을 느끼는 계기가 있었다. 얼마 전 일본 여행에서 눈으로 직접 본 초등학생 등교 모습에서 그 이유를 발견했다. 마침 일찍 이동해야 하는 여행 일정이어서 학교에 가는 초등학생들을 버스 차창 밖으로 볼 수 있었고 우리나라와 다른 점을 쉽게 발견할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는 신간들을 소개한다.
◇ 오늘이 가기 전에 해야 하는 말
아이라 바이오크 저ㆍ위즈덤하우스
40년간 응급의학과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종사해온 웰다잉 전문가 아이라 바이오크 교수의 에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마음을 온전히 치유하는 일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령 오랜 독설, 외면, 실망으로 얼룩
세계적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라즐로 모흘리 나기(헝가리 출신)는 미래의 문맹을 “사진기와 펜을 사용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 말한다. 사진기는 꼭 다룰 줄 알아야 하는 문명의 이기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사진이 일상에 필요한 콘텐츠로 사진을 멀리할 수 없는 시대임을 강조한 말이다. 카메라와 사진은 이미 대중화했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카메라의 기능이 급속히
눈이 하얗게 쌓였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닌 길은 눈이 녹고 얼어 미끄럽다. 이웃 할머니 한 분이 길을 걷는다. 미끄러운 길인데 할머니 발걸음은 가볍다. 뒤를 따르던 필자는 미끄러지지 않으려 조심조심 걷는다. 할머니는 여전히 잘 걸어 간다. 미끄러운 길인데 어떻게 저렇게 잘 걸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여쭤보았다. “할머니! 미끄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