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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에게 흔한 질환 하지정맥류, 족욕, 반신욕은 되레 부작용 불러
-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의 판막 기능 이상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 질환을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하지정맥류 환자는 24만 8000명으로 집계됐으며, 40~60대 여성이 전체 환자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중장년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 하지정맥류에 대한 궁금증을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와 함께 풀어봤다. 일반적으로 하지정맥류라고 하면, 다리 혈관이 꼬불꼬불하게 튀어나온 증상을 생각하기 쉽다. 이외에도 다리가 붓는 부종, 다리의 심한 피로감, 야간에 쥐가 나는 증상 등이 거론된다. 심하면 다리 피부색이 변화하거나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정맥류 증상은 피곤할 때도 나타나기 때문에 발병을 의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해 진단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가족력, 비만, 운동 부족, 흡연,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한다. 보통 40대 이상,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여성은 임신 중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정맥류는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일 경우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 요법 등의 보존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병이 진행된 상황이라면 수술 또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 비용은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실손의료보험(실비)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단, 미용 목적이 아닌 치료 목적임을 입증하는 의사의 소견서가 꼭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매년 6~8월은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가 유독 많아지는 시기다. 짧은 하의 착용이 늘어 하지정맥류 증상을 발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정맥류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악화되는 질환인 만큼, 가급적 빨리 병원 문을 두드릴 것을 추천한다. Q. 하지정맥류가 위험성이 높은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합병증을 유발한다고 하는데, 사망까지 이를 수도 있나요? A. 하지정맥류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정맥류를 방치해 병이 진행되면 다리에 변색이 오고 궤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치료가 매우 어렵고, 환자의 삶의 질 또한 굉장히 떨어집니다. 추가로 감염이라도 발생한다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하지정맥류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진단을 위한 검사를 신속히 받아야 합니다. Q. 하지정맥류가 진행됐을 경우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치료 방법은 크게 수술과 시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술적 치료에만 의존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시술 방법이 발전하면서 시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시술은 기존의 수술적 치료와 달리 피부를 직접 절개하지 않고, 문제 정맥을 바늘로 뚫어서 진입한 후 해당 정맥의 폐쇄를 꾀하는 방법입니다. 열을 가해 혈관 내벽을 파괴하고 혈전에 의해 정맥을 폐쇄하는 레이저 폐쇄술, 이와 유사한 고주파 폐쇄술, 접착제를 이용한 폐쇄술(베나실), 기계화학 폐쇄술(클라리베인) 등이 있습니다. 모두 초음파를 시행해 이루어지며, 다양한 방법으로 정맥을 치료합니다. 수술과 시술은 정맥을 폐쇄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는 같으며, 재발률의 차이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치료 후 통증,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간, 삶의 질적 측면 등을 고려해볼 때 시술이 수술보다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족욕, 반신욕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정맥은 벽이 얇아서 고온의 욕조에 오래 있으면 혈관이 확장됩니다. 하지정맥류가 있는 환자는 정맥 혈류가 심장 방향이 아니라 발 쪽으로 역류하는 상태입니다. 때문에 따뜻한 물에 오래 있어 혈관이 확장되면 역류를 더욱 조장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하지정맥류 환자가 족욕이나 반신욕을 하면, 평소에 갖고 있던 증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등산은 하지정맥류에 도움이 되는 운동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도움이 되는 운동은 무엇인가요?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하지정맥류 환자는 등산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걷기와 달리기는 대표적으로 하지정맥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운동입니다. 등산도 같은 의미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운동입니다. 종아리 근육을 사용함으로써 정맥 혈류가 심장 방향으로 원활하게 가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하지정맥류 환자가 등산을 하면 혈류의 역류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지정맥류 환자는 운동을 통해 질환을 치료하거나 증상 호전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치료 후 회복과 재발 방지 목적으로는 운동을 권장합니다. 도움말 :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 2023-06-2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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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하고 또 친절하면, 행복해지는 것은 ‘나 자신’
- 대접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존중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인정받고 싶습니까? 친절하십시오. 성공하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반드시 친절해야지요. 건강하고 싶습니까? 당연히 친절해야지요. 행복하고 싶습니까? 친절하고 친절하고 또 친절해야지요. 연기가 옆으로 기어가는 굴뚝 우리나라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 부자로 첫손에 꼽히는 이는 아마 경주 최부잣집일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일화와 뒷이야기가 무성하지만 그 가운데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수평 굴뚝’ 이야기입니다. 보통 굴뚝은 지붕 꼭대기에 만들어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먼발치에서도 밥 짓는 연기가 하늘로 솟는 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반면 최부잣집은 마루 아래 섬돌 밑에 가로로 굴뚝을 냈는데, 아궁이에 불 때서 밥하는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기어가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끼니를 잇지 못하는 배곯는 이웃들에게 설움이 되고 상처가 될까 봐 배려하는 마음에서였다고 합니다. 끊임없이 복 짓는 경주 최부잣집 만물이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 보통 양력 5월 21일쯤으로 추운 겨울 견딘 보리 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시기지만, 정작 일반 서민들은 먹을 양식이 떨어져 ‘한 많은 보릿고개’니 ‘춘궁기’(春窮期)니 하며 목숨 부지하기 힘들었던 때였습니다. 딱 그런 때 누군가 새벽에 최부잣집 문 앞을 말끔히 쓸고 돌아가면 안주인이 아침에 일어나 “뉘 집 빗질 자국인가?” 하고 물어보고 먹을 양식을 보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살림이지만 양식 구하러 다니기 곤란했을 가장의 체면도 세워주고 자존심도 구기지 않도록 세심히 배려했던 최부잣집 전통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덕을 베풀더라도 상대를 함부로 하지 않는 친절하고 다정한 마음이 대를 이어 부를 축적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비책이 아니었을까요. 경주 최부잣집이 자리 잡은 터가 명당(明堂)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음택(陰宅)인 묘지가 아닌 양택(陽宅)인 집이 명당일 경우 복이 당대에 그친다고 하는데, 최부잣집은 스스로 복을 짓고 또 지어오면서 그 기운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짐작됩니다. 남이 버린 행운 줍는 오타니 쇼헤이 3월 22일 열린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결승전에서 3번 지명타자로 맹활약한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9회 초 다시 마무리 투수로 나와 야구 종주국 미국을 물리치고 우승컵과 대회 MVP까지 차지했습니다. 대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오타니는 훤칠한 키와 출중한 외모뿐 아니라 평소 몸에 밴 특별한 태도와 행동으로 더욱 관심을 끌었습니다. 1994년생인 그는 운동장에서 ‘쓰레기 줍는 야구선수’로 불립니다. 경기 중에 출루하거나 투구(投球) 사이에 담배꽁초나 휴지가 눈에 띄면 바로 주워 유니폼 주머니에 태연히 집어넣습니다. “다른 사람이 무심코 버린 운(運)을 줍는 겁니다.” 오타니가 강조한 운은 그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직접 만든 ‘만다라트(Mandal-Art : 목표를 달성하는 발상 기법) 계획표’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최종 목표인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를 달성하기 위한 9가지 세부 목표 중 하나인 ‘운’을 이루기 위해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청소, 심판에게 공손한 태도, 물건을 소중히 쓰자 등을 적어놓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룬 성공의 밑바탕엔 작은 친절이 쌓이고 쌓여 대운으로 작용한 비밀이 숨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종교는 무엇입니까? 불교도 기독교도 유대교도 회교도 아닙니다. 가장 위대한 종교는 바로 친절입니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친절입니다. 친절은 자비의 구체적인 모습입니다. 작은 친절과 따뜻한 몇 마디 말이 지구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필자는 문득 법정스님이 그립습니다. ‘무소유’(無所有)라는 어려운 가르침보다 훨씬 쉬운 ‘친절’(親切) 한마디에 사랑과 자비, 인(仁)과 존중을 담았으니까요. “사람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대해서 보다 따뜻하게 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법정스님. 스님은 친절과 따뜻한 보살핌이 진정한 대한민국을 이루며 믿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2004년 하안거(夏安居) 해제 법문과 집필한 책(‘아름다운 마무리’)을 통해서 누누이 가르쳐주었습니다. 친절의 반대말은? 친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모든 비난을 해결한다. 얽힌 것을 풀어헤치고, 곤란한 일을 수월하게 하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 레프 톨스토이 도대체 친절은 뭘까요?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한 것을 친절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친절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보통 ‘불친절’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필자는 ‘갑(甲)질’이 친절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나 권력 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오만하고 무례하게 행동하고 육체적·정신적 폭력을 행하거나 괴롭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갑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만나든 친절하게 대하고 존중하라는 법정스님의 가르침과는 딴판입니다. 운행 중인 항공기를 억지 회항시킨 희대의 ‘땅콩 유턴’ 사건부터, 고용주가 저지르는 끔찍한 폭행과 욕설,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으로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무수한 사례까지, 열거하기 고통스러울 만큼 갑질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안(童顏)의 비결, 친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연구팀이 코로나19 기간에 10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긍정 공명’(Positive Resonance)이 높을수록 신체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긍정 공명’은 타인을 보살피고 배려하고 관심을 갖는 친절한 마음과 태도를 말합니다. 친절을 실천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23% 낮다고 합니다. 나아가 친절함은 염색체가 분열할 때마다 닳아 없어지는 ‘텔로미어’(Telomere)의 감소 속도를 느리게 하면서 노화를 늦춰 어려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니, 돈 안 드는 동안(童顏) 수술이 바로 친절입니다. 뇌 속에 새기는 ‘건행선’ 우리가 진심으로 감사를 표현하고 친절을 꾸준히 실천할 때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이 뇌 속에서 분비된다고 합니다.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함은 물론, 심장 박동 수를 느리게 하고 관상동맥 질환 위험도 줄여줍니다. 전에 느꼈던 기분 좋은 경험을 다시 느끼려고 우리는 친절한 행동을 계속하게 된다는군요. 친절과 관대함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인간관계를 다정하게 묶어주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드는 데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친절하고 관대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산다고 합니다. 이뿐 아니라 친절은 전염성이 강해 다른 사람의 친절한 행위를 목격할 경우 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고 합니다. 일종의 ‘친절 피드백’이자 ‘친절 부메랑’ 효과입니다. 건강과 행복을 주는 급행열차, ‘건행선’이라 부를 만합니다. 길을 새로 놓았으니 누구든 그 길을 이용할 수 있답니다. 그것도 공짜로 말입니다. 아직도 친절이 어려운 당신에게 타인에게 공감과 관심이 잘 생기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친절을 베푸는 사람한테도 ‘왜 굳이’ 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절을 꺼리는 사람이라면, ‘Awe Walk’라고 불리는 ‘의식적인 산책’을 권해드립니다. 광활하고 웅장한 대자연뿐 아니라 동네 천변(川邊)을 산책하면서 해 질 녘 붉게 물든 노을을 보면 자신이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친절함으로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합니다(버클리대학교 폴 피프의 2015년 연구). 또 ‘자비 명상’(Compassion Meditation)도 좋습니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의 헬렌 웡(Helen Weng)은 2013년 연구에서 사랑하는 사람, 자기 자신, 낯선 사람, 심지어 적에게조차 호흡을 신경 쓰며 선한 감정을 흘려보낸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타인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뇌 영역이 활발해졌다고 합니다. 친절 근육, 친절력(親切力) 키우기 러닝머신 20분, 스트레칭 40분씩, 주 3~4일 필자가 아파트 단지 안 커뮤니티센터를 이용하면서 목욕 후 반드시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로커룸 머리카락 치우기입니다. 제 머리카락이 굵고 까만 데다 숱도 많은 편이라 머리 말리고 나면 바닥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로커룸 청소를 시작해 오늘 아침에도 대걸레로 머리카락을 치웠습니다. 경주 최부잣집만큼은 어림없어도 날마다 할 수 있는 필자만의 행복한 일상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걸레질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습니다. 치우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고 흉보는 대신 치우는 사람을 칭찬하고 덕담으로 하루를 열 수 있으니, 그야말로 너나없이 좋은 일입니다. 척추기립근만 키울 게 아니라 친절 근육도 키워봅시다. 또 짬 날 때면 ‘자비 명상’으로 주변 모든 생명에게 행복과 안녕을 빌어주는 마음을 가집시다. 필자는 무생물한테도 자주 말을 건넵니다. 네 식구 벗어놓은 더러워진 빨래를 20년 넘도록 거품 내고 헹구고 짜주느라 고생한 통돌이 세탁기한테 머리도 쓰다듬고, 엉덩이도 톡톡 치며 고맙다 말합니다. 밀린 겨울 이불 빨래까지 하루에 세 번쯤 돌린 날엔 미안하다 사죄도 합니다. 그 덕분인지 고장 한 번 안 나고 식구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루 1친절 운동’ 같이 하실 거죠?
- 2023-06-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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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세시대 백년해로는 헛된 꿈, “금실 좋은 부부만 살아 남아”
-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부부로 함께하는 세월 또한 늘어났다. 예언대로 120세 시대가 온다면, 길면 100년 가까이 배우자와 살게 될지도 모른다. 때문에 부부 관계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따져보면 우리는 부모도 선택할 수 없고, 자식도 선택할 수 없다. 오롯이 선택 가능한 가족은 ‘배우자’뿐이다. 평생의 동반자로 택한 사람과 오랜 여생을 행복하게 사는 일, 노력 없이는 쉽지 않다. 이에 가정의 달을 맞아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원장을 만나 중장년기 부부 관계 해법에 대해 물어봤다. 김숙기 원장이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을 설립한 건 2000년. 그 시절만 해도 공공연하게 가족 갈등이나 부부 문제를 드러내는 문화는 아니었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일쑤였고, 가족의 치부라도 드러내는 양 숨기고 회피하기 바빴다. 한창 결혼 생활에 대한 회의와 고민이 깊어갔던 김 원장은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그는 직접 부부 갈등의 해결책을 모색해보기로 했다. “당시 우리 가정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가족 해체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어요. IMF 직후였는데, 매스컴에서는 경제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지만 그 내면에 가족 구성원들이 병들어가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저는 결혼을 스물두 살에 일찍 한 편인데 ‘결혼 생활이 이런 건가?’라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어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놔도 ‘다들 그러고 살아’, ‘애 보면서 참고 지내면 좋은 날 올 거야’라는 식으로 조언하더라고요. 제가 유난스럽다고들 했죠. 그런데 도저히 참고만 지낼 수가 없었어요. 나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이 터놓고 이야기할 장이 필요하다 느꼈죠. 그렇게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을 열게 됐습니다.” 부부 갈등, 자녀의 상처로 번지지 않도록 김 원장은 그렇게 20여 년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을 이끌며 가족 갈등, 그중에서도 특히 부부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당초 본인의 문제에서 시작했기에,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신이 겪은 아픔도 치유하고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 일을 하며 나중에 알게 된 건데, 제가 원가족(김 원장의 부모와 형제) 관계에서 상처가 있었더라고요. 오롯이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었는데, 그 사랑은 주로 오빠를 향해 있었고 저는 ‘착한 딸’, ‘말 잘 듣는 아이’가 돼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거예요. 조건부 사랑인 거죠. 그런 결핍이 있었던지라, 남편을 만났을 때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해지겠지’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신혼살림 장만하고 물질적인 준비는 열심히 했는데, 정작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마음가짐은 결여돼 있었죠.” 막연히 시작한 결혼 생활은 막막함으로 다가왔다. 지금 생각하면 결혼 생활이 험난하게 느껴졌던 건 남편 개인의 잘못은 아니었다고. 그런데도 당시엔 이런저런 갈등으로 부부 싸움이 일어나기 일쑤였다. 그 상황에서 피해를 본 건 다름 아닌 자녀들이었다. “가족 관계에서 핵심은 부부예요. 부부 관계가 안정적이라야 자녀들도 편안함을 느끼죠.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눈치를 보고, 불안감을 안고 살 수밖에 없어요. 자존감도 결여되고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로 가족 상담 시간을 마련했어요. 아빠, 엄마, 아들, 딸 넷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서로의 상담사가 되어주었죠. 그렇게 회복하는 모습이 보이면 2주에 한 번, 그러다 한 달에 한 번, 이제는 분기별로 한 번 정도 진행해요. 치유가 되고 회복이 되는구나 느꼈던 건 10년 정도 됐을 때예요. 우리 가족은 상처가 참 많았거든요. 그만큼 오래 걸리지만 가족이라면 꼭 해야 할 일이죠.” 두 자녀가 30대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청소년기에 있었던 일화나 감정을 살피며 치유에 힘쓴다는 김 원장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부모의 태도. 자식일지라도, 오래된 일이더라도 사과할 일이 있다면 꼭 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고 가족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단다.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 어릴 때 부부 싸움하고 집을 나간 일 같은 걸 생생히 기억하더라고요. 그것도 어른이 된 이후에나 들었죠. 물론 우리 부부도 나름 사정이 있었지만, 그런 건 차치하고 아이들이 겪었던 감정에 대해 충분히 들어주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아직 그런 경험이 없으시다면 ‘가족 대화의 날’ 같은 걸 만들어보셨으면 해요. 특별한 안건이 없어도 됩니다. 처음엔 어색해서 겉도는 말만 하게 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하나씩 자연스럽게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죠. 어떤 분들은 자녀가 옛날 얘기를 꺼내면 ‘엄마가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식으로 반응하는데, 그러면 소통이 단절되고 말아요. 끝까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함께 울기도 하며 보듬어줘야 치유됩니다.” 비난하지 않는 입, 경청하는 귀 자녀뿐 아니라 부부끼리도 서로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 부부 갈등으로 상담을 청하는 이들을 보면, 대체로 일방적 소통이나 방어적인 태도 등이 문제가 된다고. 중장년 부부의 경우 ‘수십 년 이렇게 살았는데 고칠 수 있나’ 싶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훈련을 통해 개선 가능하단다. “두 가지가 중요해요. 먼저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를 비난하지 않아야 합니다. 만약 배우자 때문에 속이 상한다면, 결국 그 감정의 주체는 나예요. ‘내가’ 속상한 거잖아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고 ‘당신은 사람이 왜 그따위야’라는 식으로 말하면, 벌써 비난이 들어간 거예요. 그럼 상대는 ‘내가 뭘 어쨌다고?’라며 맞받아치고,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되죠. 그러니 주어를 ‘나’로 두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렵다면 말 앞에 늘 ‘내가 생각할 때는’, ‘내가 느끼기에는’이라는 토시를 달아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렇다면 듣는 입장에서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김 원장은 가급적 말하는 배우자의 감정을 헤아리려 노력하되, 선뜻 이해가 안 되더라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방어적인 태도가 문제예요. 그저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80%는 해결된다고 봅니다. 내 의견은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 입장에서 경청하는 거죠. 내 관점만 인식하면 상대가 하는 말이 잘 안 들리고 따지려 들 수 있어요. 그렇게 한번 브레이크가 걸리면, 상대는 대화가 안 된다고 여기고 ‘아, 백날 얘기해봐야 소용없구나’라며 포기하죠. 그렇게 입을 닫게 되고 마음도 닫는 거예요. 다 들은 후에는 ‘이런 얘기를 해줘서 고마워’, ‘그동안 당신 심정이 어땠을까’라며 상대를 배려하는 한마디를 해주면 좋습니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부부 생활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바탕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설사 갈등이 오래된 부부라도 해결의 실마리를 얻어 차차 좋은 관계로 거듭나게 된다. 김 원장은 “백세시대에는 결국 관계가 좋은 부부만이 살아남는다”고 언급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 황혼이혼, 졸혼, 별거 등 부부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고. 과거에 비해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 활발해지는 추세라고 한다. “부부 갈등이 있더라도 자녀가 있을 땐 그럭저럭 관계를 유지하려 해요. 그러다 자녀들이 출가하면 상황이 달라지죠. 60대 전후로 그런 시기를 맞게 되는데, 예전보다 수명이 훨씬 늘어났잖아요. 웬만큼 참고 살기엔 여생이 너무나 긴 거죠. 그러니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이혼을 택하는 거예요. 문제는 보통 이 시기쯤 남성들은 퇴직을 겪으며 사회적으로 소외를 느껴요.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도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융화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편이죠. 고독하고 고립된 존재로 노년기를 보내게 됩니다. 요즘은 이런 위기감을 느끼는 남편분들이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너무 늦게 찾아오셔서 이미 아내의 마음이 떠난 상태가 적지 않아 안타깝죠.” 늘어난 황혼기, 제2의 신혼 맞이하길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김 원장이 우려하는 사안 중 하나는 비혼 인구 증가 문제다. 자신이 그랬듯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채 섣불리 결정하는 것은 반대한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문제로 인해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쌓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그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부모 세대에게 달렸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저출산, 비혼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죠. 단순히 자가 마련이나 양육비 같은 경제적인 차원에서만 볼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령 부모의 불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결혼 후 삶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기 힘들죠. 행복한 부부, 단란한 가정에 대한 롤모델은 바로 자신의 가족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것이 부재하니 결혼 생활이나 양육이 두려운 거예요. 만약 자녀가 결혼할 마음이 없다고 한다면 ‘너는 왜 결혼을 안 하느냐’며 독촉하고 윽박지르기보다는 우리 부부가 좋은 본보기가 됐는지, 가족 안에서 아이가 상처 입은 부분은 없는지 돌이켜보셔야 합니다.” 그는 가족이나 부부 관계를 점검해볼 수 있도록 건강검진 같은 형태의 사회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동시에 가정에서는 중장년 부부들이 관계를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녀들이 출가하면 가정 안에서 의무를 다했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부부도 오랜 세월 함께하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을 테죠. 상대의 비인간적인 모습이나 되돌릴 수 없는 실수에도 마지못해 살아온 지경이 아니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어요. 돌이켜보면 부부가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하며 살았던 순간은 거의 없어요. 신혼 때는 양가 어른들 눈치도 보고, 효도한다고 신경 쓰고, 아이를 낳으면 키우느라 정신없고. 비로소 이제야 다른 것에서 놓여나 서로를 바라보는 위치가 된 거죠. 그런 면에서 제2의 신혼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가족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존재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가정의 달엔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시간을 꼭 한 번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 2023-05-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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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잡:담회② 이력서편] "이력 나열은 그만, 나의 쓸모를 어필하세요"
- 퇴직 후 재취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경력이 무색할 만큼 퇴짜 맞은 이력서가 쌓여가고, 면접 기회는 좀처럼 잡기 힘들다. 그마저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 일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인데 뭐가 잘못된 걸까. 그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없다면,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단계다. 이에 재취업 상황별 전문 컨설턴트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장년 구직자의 행태를 짚어보고, 그 해결점을 모색해보려 한다. ‘시니어 잡:담회(Job:談會)’ 그 두 번째 순서는 ‘이력서편’이다. Episode_1 “OO 씨 몇 대손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이력서에는 지원 동기, 성장 과정, 장단점 등 자신에 대해 소개하는 항목이 있다. 이때 중장년들은 직무와 무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연대기식으로 늘어놓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진행자 한 직장에 오래 다니거나 이직 경험이 없는 경우라면 지금의 온라인 이력서 형태가 생소할 수 있겠어요. 다들 어떤 점을 어려워하시나요? 권미경 커리어컨설팅 대표(이하 미경) 최근에는 이력서보다는 ‘입사 지원서’라 해서 자기소개서나 경력기술서 등을 포함해 서류를 마련해요. 아무래도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자기소개 부분을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황성철 상상우리 수석컨설턴트(이하 성철) 이력서는 크게 연대기형과 기능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유사 업종에 취직한다면 연대기형 이력서도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새로운 업종이나 직업에 도전하려면 기능형 이력서가 필요한데, 이때도 연대기형으로 작성한다는 거죠. 최성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성희) 연대기형 이력서를 작성할 때 주로 본인을 직책으로만 표현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원부터 시작해 과장, 차장, 부장이 됐다는 식으로요. 직책을 쓰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핵심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어려워하시더라고요. 성철 성장 과정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지원 직무와 관련해 어떤 전문성을 키워왔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말 그대로 본인의 성장사를 적는 경우죠. 어느 가문의 몇 대손으로 태어나, 형제 관계가 어땠고, 초등학교 시절은 이렇고… 이력서에 이런 진부한 내용이 들어가면 채용 담당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어렵죠. 황영희 노사발전재단 중장년내일센터 책임컨설턴트(이하 영희) 또 어려워하시는 것 중 하나가 ‘지원 동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어요.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한 동기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야 하니까요. 그러려면 먼저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정보와 내가 지원하는 직군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기업 홈페이지나 관련 뉴스 등을 살펴보면 좋죠. 성희 생각보다 중장년들이 직업이나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요. 워크넷 홈페이지의 직업 사전 페이지에서 검색하면 관련 정보를 쉽게 보실 수 있어요. 그런 내용을 이력서에 녹여내는 과정도 중요해요. 영희 채용 공고 분석도 해보면 좋아요. 지원하는 기업에 내가 희망하는 직무 외에도 다른 채용 공고는 어떤 것들이 올라와 있는지, 또는 내가 원하는 직군에 대해 다른 회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뽑는지 등을 분석하는 거죠. 그러면 덤으로 그 회사의 인력 구조나 상황, 업계 트렌드도 얻을 수 있어요. 성철 채용 공고에 있는 자격 조건이나 우대 항목도 꼼꼼히 살펴야 해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나 합격 전략도 살펴보면 좋고요. 최근 이슈인 챗GPT에 ‘OO 기업 채용 핵심 전략 알려달라’, ‘자기소개서를 써달라’ 이런 내용을 입력해봤는데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단,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기란 뜻은 아니에요. 몇몇 단어나 문장을 참고하되 결국 자기 언어로 쓰셔야죠. 이력서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형식이나 양식에 대한 도움은 될 것 같아요. 진행자 자사 이력서 양식을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때론 자유 형식을 요구하기도 하잖아요. 청년들은 채용 플랫폼 서식을 활용하던데요. 중장년들은 어떤가요? 성희 저는 컨설팅할 때 채용 플랫폼에 등록된 서식은 쓰지 마시라고 해요. 퇴직한 분들 중에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허수로 이력서를 넣는 경우가 많거든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노력 없이 플랫폼에 등록된 서식 그대로 보내는 건 ‘실업급여용이구나’라고 판단해 선호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가급적 별도 양식으로 작성해 메일로 보내시길 권해드려요. 영희 그래서 마스터 이력서를 하나 준비해두면 좋습니다. 마스터 이력서에 핵심 역량과 이력을 잘 정리해뒀다가, 지원 기업에 알맞은 쪽으로 수정, 보완하는 거죠. 같은 이력서를 여러 회사에 돌리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면 경쟁력이 없어요. 그 회사와 직무만을 위한 포인트가 담겨 있어야하죠. 미경 맞아요. 같은 이력서를 회사 이름이나 직무만 바꿔 내는 분들이 있는데요. 기업명 같은 고유명사를 틀리는 실수를 범하기도 하죠. 그런 이력서는 바로 아웃이에요. Episode_2 “MBTI 교육도 들어놨어요.이만하면 스펙 괜찮겠죠?” 이력서 공백을 채우려 직무와 무관한 자격증이나 이수 교육 등을 과하게 써넣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겸손해(?) 주요 성과나 핵심 역량을 축소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진행자 청년들의 경우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열중하잖아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넣으려고요. 중장년들도 그런가요? 미경 아무래도 청년들보다는 경력이 있다 보니 더 쓸 게 많은 편이죠. 이때 어떤 역량을 넣을 것이냐가 중요해요. 모조리 다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전에 공공기관 이력서에 직무와 전혀 무관한 바텐더 자격증을 쓰신 분을 봤어요. 그런 식으로 불필요한 자격증이나 이력을 나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성희 맞아요. 일단 양적으로 승부하려는 분들도 있죠. 미경 특히 고학력 분들은 자신이 낸 논문 같은 것도 올리더군요. 직무와 동떨어진 내용인데도 말이죠. 바쁜 채용 담당자들이 굳이 그 긴 논문을 읽어볼까요? 아니라고 봐요. 성철 관점의 오류라고 생각해요.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것을 써야 하는데, 내 입장에서 어필하려는 것들을 쓰니까요. 영희 이런저런 자격증을 정말 많이 따신 분들도 있는데요. 10개든 20개든 다 써내지 마시라고 해요. 지원 분야에 꼭 필요한 5개 정도로 추려서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게 좋죠. 미경 이력서 쓸 때 웬만하면 ‘MBTI 교육 이수’ 같은 것은 넣지 마시라 합니다. 요즘은 중장년을 위한 교육기관이 많고 프로그램도 다양하잖아요. 정말 안 받아본 교육 없이 다 들으러 다니는 분도 있더라고요. 영희 교육을 위한 교육을 받는 분도 상당하죠. 성철 교육 쇼핑이라고 하죠. 그리고 요즘 블로그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력서에 넣는 게 큰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영희 대외 활동 이런 걸 쓰실 때도 가려 쓰시는 게 좋아요. 항상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생각해보고 작성하시면 좋겠어요. 진행자 혹시 이력을 과장해서 스펙 부풀리기를 한다거나 거짓 스펙을 적는 경우는 없나요? 미경 중장년은 과대포장은 잘 안 해요. 있는 그대로 쓰는데 그게 과했다면 모를까. 역으로 자신의 업무 성과 같은 걸 축소하시려 하더군요. 성희 아무래도 중장년들은 자신을 어필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시절과 문화를 살아오셨고요. 괜찮은 성과가 있어서 그걸 돋보이게 쓰시라 하면 ‘이건 내가 혼자 한 게 아닌데’라며 주저하세요. 보통 팀원들과 함께 이룬 성과에 대해 그러시죠. 그런 과한 겸손이 이력서 문장에서도 드러나곤 해요. 계속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는) 전제가 붙고, 확신 없는 문장이 되고,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지거든요. 영희 맞아요. 업무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데도 그런 부분까지 축소하시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성철 한편으론 우려도 있는 것 같아요. 이 성과는 이전 직장의 백그라운드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했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을까? 이력서에 적으면 내가 할 줄 알 거라고 기대해서 뽑으면 어쩌지? 그런 부담을 느끼는 거죠. 영희 이직이 잦았던 경우 이런 부분을 축소하는 분들은 있어요. 해외에서는 덜한데 한국 기업은 이직을 많이 한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성철 역으로 한 회사만 오래 다닌 분들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영희 실상 중소기업에 취직하거나 규모가 작은 곳에 가면 두루두루 일당백을 하는 사람을 원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직무에 적합한 이직을 하면서 자기 역량을 키운 사람이면 오히려 환영하는 것 같아요. 이직을 많이 한 게 마이너스라 느낀다면, 그 안에서 긍정적으로 어필할 부분을 잘 찾아보시면 좋겠어요. 이직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는데, 단순히 팩트로만 나열하시면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거든요. Episode_3 “사진이 어려 보인다고요? 젊었을 때 찍은 건데요” 잘 작성한 이력서도 한 끗 차이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증명사진은 물론 이력서와 구직자의 매력을 함축하는 커버레터 작성, 첨부파일 형식 등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게 좋다. 진행자 같은 내용이라도 채용 직무에 맞는 자신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밖에 구직자들이 간과하는 이력서 작성 시 주의 사항이 있을까요? 성철 맞춤법 확인은 기본이고요. 과도하게 전문용어나 영어, 한자를 사용하는 것도 지양해야 해요. 또 요즘은 디지털 문해력이나 컴퓨터 활용 능력도 이력서 단계에서 묻는 경우가 많거든요. 흔히 상·중·하로 선택하게 돼 있는데, 창피하니까 ‘중’ 정도로 해두시더라고요. 면접에서는 드러나지 않아 채용에 성공했지만, 결국 실무에서 들통이 나 이틀 만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봤어요. 미경 저는 항상 사진을 신경 쓰시라 말씀드려요. 간혹 증명사진인데도 남자분들은 화려한 나비넥타이를 했다든지, 여자분들은 민소매에 커다란 귀걸이를 했다든지 격식에 어울리지 않은 모습으로 찍은 분들이 있더라고요. 직무에 따라 좋게 보는 곳도 있겠지만, 웬만해서는 좋은 인상을 얻기 힘들죠. 정말 스펙이 좋은데도 사진 때문에 반감을 사는 이력서도 많아요. 성철 젊은 시절 사진을 내는 분도 있어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사진 속 인물을 기대했는데 막상 그게 아니라면 당황스럽죠. 성희 저도 그런 고객이 계셔서 여쭤봤어요. 왜 자꾸 옛날 사진을 고수하시냐고요. 그랬더니 자신의 늙은 모습이 싫고 불편하시대요. 재취업 활동에서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과정도 필요한데, 아직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경 요즘은 사진관에서 옷도 대여해주고, 3만 원 정도면 하나 찍거든요. 오래된 증명사진을 갖고 계시다면 이참에 업데이트하셨으면 해요. 성철 그런 점에서 오래된 사진을 그대로 내민다는 건 성의가 결여된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어요. 구직 활동을 할 때 최소한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인데, 그걸 안 했다는 거죠. 결과적으로 좋게 보이지 않아요. 성희 생각보다 비즈니스 매너를 잘 모르는 중장년이 많더군요. 보내는 사람 이름이나 이력서 파일명, 메일 제목 등을 무성의하게 처리하는 경향도 있고요. 성철 맞아요. 메일 보내실 때 정중한 첫인사와 끝인사를 잘 쓰셔야 한다고 당부하죠. 이력서 커버레터도 상당히 중요하고요. 미경 메일로 보내지 않고 취업 플랫폼에 올릴 때는 헤드라인이 관건이에요. ‘제2의 인생을 여기서 시작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런 표현은 진부하죠. 성희 제가 느끼는 진부한 단어는 ‘성실’이에요. 성실이라는 요소는 어떻게 보면 기본 덕목과 같거든요. 성실이라는 단어 대신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드는 게 더 도움이 돼요. 영희 이력서가 곧 ‘마케팅 레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막연히 ‘날 채용해주세요’라는 것보다는 제대로 준비하고, 그걸 담은 표현을 통해 나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드러내는 작업이죠. 성희 맞아요. 이력서를 이렇게 비유해보면 어떨까 해요. ‘나’라는 제품의 사용설명서를 작성하는 것. 제품 사용설명서가 잘 쓰여 있어야 구매력이 올라가듯, 나를 잘 설명하는 글이라야 채택될 확률이 높아지죠.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나’를 잘 정리해보시길 바랍니다.
- 2023-05-18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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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항쟁의 역사, 국내의 다크 투어리즘 명소들
- 다크 투어리즘은 여러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전 세계적인 핵심 테마는 전쟁과 항쟁(식민지)이다.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들 수 있다. 아직 생소한 개념인 다크 투어리즘을 어떻게 계획하고 즐길지 모르겠다면, 위의 두 역사를 중심으로 명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PART1. 항쟁의 역사 : 일제강점기 [1] 남산 국치의 길 남산은 낭만적인 야경이 돋보이는 명소로 유명하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를 드러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강화도조약(1876) 이후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남산 자락에 조선 통치를 위한 시설들이 자리 잡았다. 당시의 상흔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길이 바로 ‘남산 국치의 길’이다.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한국통감관저 터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기억의 터’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거꾸로 세운 동상’이 눈에 띈다. 과거 일제는 을사늑약을 체결한 공을 인정해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을 통감관저 앞에 설치했다. 해방 후 당시의 치욕스러움을 기억하고자 사라진 동상의 잔해를 모아 거꾸로 세운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이어 리라초교와 숭의여대로 향해 노기신사와 경성신사 터를 둘러본 뒤에는 케이블카 탑승장 인근 한양공원을 찾는다. 1910년 일본인들이 조성한 곳으로, 당시 공원 입구에 세웠던 비석도 볼 수 있다. 계속해서 남산을 향해 걷다 보면 옛 조선신궁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일부가 나온다. 조선신궁은 조선총독부가 조성한 신사로, 해방 후 일본인들의 손에 의해 철거되며 현재 우리가 아는 남산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한때 연인과의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로 남산을 찾았다면, 한 번쯤 이러한 역사를 한발 한발 따라가 보길 추천한다. [코스] 명동역 1번 출구 ▶ 한국통감관저 터·기억의 터(현 서울유스호스텔 아래) ▶ 한국통감부(서울애니메이션센터) ▶ 노기신사(리라초교 내 남산원) ▶ 경성신사(숭의여대) ▶ 한양공원 ▶ 조선신궁(한양도성 발굴지) *상당 구간이 언덕길이니 이 점 참고하자. 반대 방향으로 돌아봐도 괜찮다. [2]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하 서대문형무소)은 일제강점기 시절 4만여 명에 달하는 독립운동가가 수감됐던 곳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철거 논의도 이뤄졌으나, 교육의 현장으로 기능하기 위해 현재의 역사관 형태로 복원됐다. 서대문형무소 하면 붉은 벽돌로 이뤄진 외관이 상징적이다. 계절마다 바뀌는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도 따스한 봄볕 아래 그림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외관과 비교해 내부는 삭막하고 음울한 기운이 느껴진다. 독방과 고문실, 시구문 등을 복원해 당시의 참혹한 현실을 생생히 드러냈다. 당시의 수형기록표나 사진들을 보노라면, 독립투사들의 모진 세월이 전해져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서대문형무소는 올 한 해 ‘이달의 독립운동가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면 된다. 방문 당시에는 ‘한국 독립운동을 이끈 청년 독립운동가들의 외교’를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이날 소개된 독립운동가는 황기환, 이희경, 나용균이었다. 강의에 참여한 한 시민은 “김구나 윤봉길처럼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처음엔 생소했다. 세 분의 역사를 들으면서 나의 무지함을 깨달았고, 반성하는 마음도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강의를 준비한 김철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학예사는 “과거 서대문형무소는 인왕산, 안산, 무악재 고개로 둘러싸여 있어 수감자들의 탈출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 현저동에 자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산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 때문에 중장년 방문객들이 등산을 겸해 오시기도 한다. 아울러 실제 수감자들의 후손이나 가족들이 오기도 하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모임을 꾸려 자체적으로 투어를 즐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교훈여행(다크 투어리즘의 우리말)의 측면에서 볼 때, 많은 분들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추구했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신념을 느껴보셨으면 한다. 또한,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신 후에는 근처의 독립문,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 등도 찾아도 좋겠다”고 조언했다. [코스] 독립문역 5번 출구 ▶ 서대문독립공원 입구 ▶ 독립문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집(독립문 맞은편) *독립문을 기점으로 왕복하는 코스로, 역사적 사건 순으로 둘러볼 수 있다. PART2. 전쟁의 역사 : 한국전쟁 [1] 피란수도 부산 소막마을 지난해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가 확정됐다. 현재 부산시는 2028년 등재를 목표로 지속 연구와 관리에 힘쓰고 있다. 부산에는 유독 가파른 언덕에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광경이 눈에 띄는데, 이 또한 피란기의 흔적이다. 한국전쟁 후 40만 명이던 부산 인구는 100만 명까지 늘어났다. 몰려든 피란민들은 생존과 생계를 위해 높은 언덕까지 판잣집을 지어 올렸던 것이다. 선별된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총 9곳으로, 그중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도 피란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2018,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 제715호 지정) 소막마을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으로 소를 수출하기 위한 검역소와 소막사가 있었던 곳이다. 1960년대 이후에는 공업화·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여러 형태의 집들로 변모해 현재에 이르렀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한국의 근대화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산물인 셈이다. [코스] ‘피란수도 부산 유산’은 경무대(임시수도 대통령 관저), 임시중앙청(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국립중앙관상대(옛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 기지(부산시민공원), 유엔묘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 등 총 9곳이다. 하루에 몽땅 급하게 둘러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피란민들의 삶을 음미하며 살펴보길 바란다. [2] DMZ 평화의 길 시간을 두고 여러 날에 걸쳐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한다면, ‘DMZ 평화의 길’을 추천한다. 도보 여행가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테마 코스 중 하나로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조성한 길이다.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꼬박 1년 뒤인 2019년 4월 27일 강원도 고성 구간이 처음으로 개방됐다. 이로써 일반 시민들도 DMZ(비무장지대)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철원, 파주, 양구 등 구간이 속속 개방되며 현재 총 11개 코스가 마련됐다. 전 구간 예약탐방제(두루누비 사이트 이용)로 운영되며, 올해는 대체로 4월 하순부터 예약을 시작해 11월 전후로 마감될 예정이다.(여름 혹서기 및 장마 기간 임시중단) [코스] 강화 코스, 김포 코스, 고양 코스, 파주 코스, 연천 코스, 철원 코스, 화천 코스, 양구 코스, 인제 코스, 고성 A코스, 고성 B코스 *현재 고성B코스는 탐방객의 안전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중단됐다. [Interview]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어두운 역사의 흔적에서 오늘의 교훈을 얻길” 최근 유행인 ‘다크 투어리즘’을 오래 전부터 주목하해온 이가 있다. 2017년 출간 도서 ‘다크투어’의 저자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다. 서울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는 책을 쓴다는 핑계로 곳곳을 여행하다 다크 투어리즘에 눈을 떴다. 현재 그는 역사문화 여행 모임 ‘컬처클럽’을 7년째 운영 중이다. 모임을 통해 국내외를 누비며 직접 도보여행 길도 발굴한다. 저서에 소개된 '대한 제국의 길', '서대문의 길', '용산의 길' 등도 직접 개발한 다크 투어리즘 루트다. 그런 김 대표를 통해 다크 투어리즘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봤다. Q. 중장년들에게 다크 투어리즘을 권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A. 사람은 나이가 들며 자연스럽게 역사가가 됩니다. 각자 역사의 증인이고, 역사평론가가 되며, 아마추어 역사가가 되지요. 어떤 의미에서든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역사관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관광을 하면 화려한 곳, 훌륭한 곳, 멋진 곳을 가기 쉽습니다. 이런 것을 그랜드투어(grand tour)라고 하죠. 하지만 다소 불편하더라도 과거의 어두운 곳을 찾아 역사의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dark tour)도 필요합니다. 이런 곳에서 피해자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자신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기도 합니다. 또, 역사의 교훈을 얻어 앞으로 다시는 되풀이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실패에서 얻는 교훈, 재발방지 다짐을 하게 되는 거죠. Q. 다크 투어리즘 현장에서 유념해야 할 에티켓이 있을까요? A.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모르면 자신의 단견으로 이해해버리거나 현지에서 가볍게 말하기 쉽니다. 즉 공부가 필요하죠. 사건과 관련된 주민들도 만날 수 있는데 역사를 모르면 섣부른 행동으로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현장에서 겸허하게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큰 목소리는 삼가는 게 좋습니다. Q. 해외와 비교해 국내 다크 투어리즘이 지니는 특징이 있나요? A. 예전에는 한국에서 다크 투어리즘 장소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현장에 가면 안내판이 없고, 유적, 유물이 제대로 보존돼 있지 않았지요. 근래에는 다크 투어리즘 관련 문화 유적을 많이 발굴하고, 기념관, 유적지, 친절한 안내판, 간단한 표지석 등을 두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현재는 외국과 수준이 비슷해졌습니다. 다만 몇몇 장소는 지나치게 엄숙하고 어둡게 만들어져 있어 과도한 긴장감을 주기도 합니다. Q. 다크 투어리즘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A. 다크 투어를 할 때에는 진정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열 군데, 스무 군데 리스트를 만들어 많이 다녀왔다한들 큰 의미는 없습니다. 현장을 제대로 알려는 호기심, 진정성이 바탕이지요. 다크 투어리즘이 좋다고 너무 연달아 가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너무 몰입하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밝은 여행지와 섞어서 다니길 권합니다. ※ 자료 제공 및 도움말 한국관광공사, 서울관광재단,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2023-05-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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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트롯1’ 정다경 “중장년 팬에게 사랑받는 비결은…”
-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100번째 발행을 맞이해 귀중한 손님을 초대했다. 특별한 기념일 파티에 초대받은 스타는 트로트 가수 정다경(30). 이번 촬영으로 그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통해 소개된 수많은 스타 중 ‘최연소’ 타이틀을 가져가게 됐다. 국내 트로트 열풍의 기폭제가 된 2019년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1’)의 막내에서, 이제는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는 어엿한 스타가 된 그의 매력을 만끽해보자. 정다경은 ‘미스트롯1’에서 최종 4위를 차지하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미스트롯1’ TOP5 중 나이가 제일 어린 그는 당시 유일한 20대였다. 가창력을 겸비한 것은 물론 막내다운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해 중장년 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다경은 “팬들께서 딸, 손녀딸처럼 대해주신다. 저도 살갑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팬들이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정다경은 지난해 발매한 디지털 싱글 ‘좋습니다’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긴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자르고 밝은 색으로 염색해 스타일 변신을 꾀했다. 통통했던 젖살도 빠져 미모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정다경은 “머리가 길었을 때는 차분하고 참한 느낌이 강했는데, 머리를 자르고 나니 발랄해 보여서 이전보다 친숙하게 느끼시는 것 같다. 많이 귀여워졌다고 칭찬해주신다”라고 말하면서 미소 지었다. “제 팬들은 연령층이 다양해요. 30대가 제일 많고요.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80대 팬도 몇 분 계세요. 현장에서 어르신 팬이 ‘지난번에는 몸이 좀 안 좋아서 못 왔다’고 하시면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저뿐 아니라 트로트 가수들은 팬들의 연령층이 높다 보니 ‘건강이 최고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팬들은 제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무시하는 법이 없어요. 반말도 절대 안 하시고요. 저한테 ‘다경 아씨’라고 존칭을 써주신답니다. 팬들께서 저를 많이 예뻐해주시고 존중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항상 감사해요.” ‘미스트롯1’과 트로트 가수 정다경은 “20대 초반만 해도 트로트 가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트로트 가수뿐 아니라 연예계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자신과는 관계없는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다경은 한국무용 전공자로 한길을 파왔다. 계원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양대학교에서 무용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대학원 공연예술학과에 재학 중이다. “무용만 하고 살다가 생을 마감할 줄 알았다”고 말하는 정다경. 예상하지 못했던 트로트 가수의 길은 우연히 열렸다. 대학교 4학년 때 댄스 스포츠 선생이 아는 기획사 대표에게 그를 연습생으로 추천했다. 정다경은 워낙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 넘치는 끼를 선생이 알아본 것. 그렇게 들어간 기획사는 가수 남진과 전국 투어 콘서트를 10년 동안 한 공연 기획팀이었다. 정다경은 남진과 함께 공연하러 다니면서 무대에서 무용도 하고,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로트의 매력을 깨달았다. “원래는 트로트에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노래방에서 몇 곡 부르는 정도였죠. 기획사에 들어가서 트로트를 부를 일이 생기면서 노래 연습을 하게 된 거죠. 어떻게 부르는지도 몰라서 선배님들의 창법을 무작정 따라 했어요. 그러면서 트로트에서 필요한 보컬 테크닉을 습득하게 됐고, 스스로 성장해가는 게 느껴지니까 뿌듯했죠. 무엇보다 제가 느낀 트로트의 매력은,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장르여서 효도하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에요. 제 무대를 통해 그분들에게 잠시나마 위로가 되고 기쁨을 드릴 수 있어서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정다경은 트로트 가수로서 운이 좋았다고 자평한다. 그는 2017년 10월 디지털 싱글 앨범 ‘좋아요’를 발매하고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1년여의 세월이 흘렀을 때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1’이 열렸고, 경연에 참가했다. ‘미스트롯1’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대한민국의 트로트 열풍은 ‘미스트롯1’ 전과 후로 나뉘고, ‘트로트 가수 정다경’도 ‘미스트롯1’ 전과 후로 나뉜다. 그에게 ‘미스트롯1’의 의미를 묻자 “정다경을 만들어준 프로그램”이라는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한 답이 돌아왔다. “데뷔를 하고 1년 뒤 ‘미스트롯1’에 나갔는데 사실은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했죠. 2019년 당시에는 젊은 트로트 가수가 많지 않았고, 트로트 오디션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어요. 이렇게 프로그램이 잘 될지 몰랐고, TOP5 안에 들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어요. ‘미스트롯1’ 덕분에 무명 시절도 1년으로 짧았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긴 점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데뷔 6년 차인 트로트 가수 정다경. 트로트 가수로 전국 무대를 누비며 필요하다고 느낀 자질은 무엇일까. “가수이기 때문에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중장년 팬분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신선한 답을 들려줬다. “트로트 가수는 너무 소심해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부모님 세대를 많이 상대하기 때문에 살갑게 대하거나 대화를 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님, 아버님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는 느낌, 여유로움이 필요한 거죠. 저도 평소에는 조용한 편인데 일할 때는 텐션을 올리려고 많이 노력한답니다.” ‘외유내강’ MZ세대 벌써 4년이 흘렀지만 정다경의 ‘미스트롯1’ 결승전 무대는 아직도 회자된다. 당시 인생곡 미션에서 그는 송대관, 전영란의 ‘약손’을 불렀다. 정다경의 청아한 목소리는 노래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여기에는 정다경의 개인적인 스토리도 한몫했다.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남동생과 함께 자랐다. 정다경은 자신의 끼를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젊은 시절 에어로빅 강사로 일했고, 그림도 잘 그리는 등 손재주가 뛰어나다고. 정다경은 “어머니께서 한국무용 입시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많이 힘드셨을 것”이라면서 “사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면서 저를 키워주셔서 늘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희생하신 만큼, 이제는 제가 어머니의 노후를 책임져드리고 싶어요. 손재주가 많은 어머니는 지금도 매일매일 저보다 바쁘게 지내고 계세요. 최근에 바리스타 1급 자격증도 따셨고, 취미 생활로 제과·제빵도 하시고, 캘리그래피도 하시거든요. 나중에 카페를 하고 싶다고 하시면 제가 차려드릴 겁니다. 저는 제 스스로 가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머니도 홀로 계시고, 남동생은 저보다 여덟 살이나 어리거든요. 가장으로서 어머니와 동생을 더 챙길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해야죠!” 정다경과 얘기할수록 그가 ‘외유내강’ 캐릭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있어도 꾹 참고 내색을 하지 않았다는 정다경. 장녀라는 책임감이 클 뿐 아니라 무용 입시를 치르면서 경쟁사회에서 살다 보니 성격이 단단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철이 일찍 들어버렸다. 그는 “이제는 스트레스나 힘듦을 잘 못 느끼는 무던한 성격이 됐다”고 말했다. 정다경은 트로트 가수로서 힘든 점은 없지만, 연예인이라는 신분으로 겪는 불편함은 있다고 털어놓았다. 크고 작은 소문이 늘 따르는 연예계이기 때문에 사람 만나기가 조심스러워진다고. 그는 “점점 사람을 믿기도 어려워졌다. 조금이라도 가식적으로 느껴지면 불편해진다”면서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닌데 집에만 있게 된다. 연예인들이 왜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접근해오는 사람들과 달리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 행복하다고도 덧붙였다. 정다경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MZ세대’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MZ세대답게 똑소리 나고,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중장년 팬이 많은 만큼 그들과 소통도 잘되고 사랑받는 법도 안다. 젊은 트로트 가수답게 ‘세대 통합’이라는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정다경의 목표는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무용과 트로트를 접목한 공연 예술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계단을 올라가듯이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올라가고 싶어요. 올라가는 중에 뭔가가 잘 안 되더라도 조급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저는 전공 분야나 일을 못하는 사람이 좋아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트로트 가수로서, 한국무용가로서 누가 봐도 ‘잘한다’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경지에 오르고 싶어요.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죠?”
- 2023-04-11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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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MZ 트로트 가수의 특급 비결
- '브라보마이라이프'가 100번째 발행을 맞아 귀중한 손님을 초대했다. 그 주인공은 '미스트롯1' TOP5의 막내, 트로트 가수 정다경. 지난해 발매한 디지털 싱글 '좋습니다'로 활발히 활동 중인 정다경. 그는 인터뷰 내내 팬들에 대한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제 팬분들은 항상 '다경 아씨'라고 존칭을 써주세요. 나이가 어린데도 저를 존중해주고 많이 예뻐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항상 감사하죠." '요즘 애들'답게 똑부러지는 성격, 뛰어난 실력으로 무장한 정다경의 목표는 무엇일까? "제가 사랑하는 한국무용과 트로트를 접목해보고 싶어요. 공연 예술가로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습니다." TO. 브라보 독자들 "100호를 기념하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앞으로 저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 2023-04-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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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인 단상] 후기청년 세대 단단해지려면
- “곱고 희던 그 손으로/넥타이를 매어주던 때(중략)/인생은 그렇게 흘러/황혼에 기우는데/다시 못 올 그 먼 길을/어찌 혼자 가려 하오/여기 날 홀로 두고/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故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노랫말 중 일부입니다. 김광석은 통기타 하나로 시대의 아픔과 대중의 삶을 전달한 음유시인입니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1995년에 가수 김목경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부른 것으로, 김목경은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런던에 살 때 건너편 집 부부의 모습을 보고 노래를 완성했다”고 했습니다. 1980년대 런던에 사는 60대 부부의 이야기인 셈입니다. 요즘 60대를 인생의 황혼기로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의학의 발달 등으로 사람의 신체·건강 나이는 젊어졌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나이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10명 중 9명 이상이 “나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 나이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한 시대”라고 답했습니다. 사실 나이보다 더 어리게, 더 늙지 않게, 아이들처럼 재미있게 살고 싶어 하는 ‘어른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1년 기준 우리 국민 평균수명은 83.6세입니다. 1950년대 초반 48세(유엔통계)였으니 70년 사이 1.7배나 늘어난 셈입니다. 평균수명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2067년 평균수명은 90.1세입니다. 유전학자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인류의 평균수명이 113세에 이를 것”이라고 했고, 진화 인류학자인 카델 래스트는 “평균수명 120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법을 보면 소년을 19세 미만(소년법 2조), 청년을 19세 이상에서 34세 이하(청년기본법 3조1항), 노인을 65세 이상(노인복지법 2조5항)으로 각각 규정합니다. 중년은 35세 이상에서 65세 미만입니다. 정신·신체 나이는 늘어만 가는데, 법은 과거에 머물면서 고용·사회 안전망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합니다. 청·장·노년의 기준을 바꾸고 정년을 늘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2022-2027’의 저자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청년은 10~39세, 중년은 40~69세, 노년은 70세 이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교수는 “그래야 젊은 베이비부머가 한국 사회의 빚이 아닌 힘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그렇게만 해도 인구절벽에 직면한 대한민국은 건강한 생산연령인구 300여만 명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세대 역할의 변화도 불가피합니다. 인간의 긴 수명으로 인해 ‘나이가 곧 계급’이라는 인식은 재고돼야 합니다. 나이 어린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의 멘토가 될 수 있는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50+세대 일자리가 늘어도 일터는 정상 작동할 것입니다. 부모 자식, 선·후배 간 관계도 보다 수평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지령(誌齡) 100호를 맞아 그런 변화를 추적했습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함께 전국의 40~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을 중장년(33.8%)보다는 X세대, 낀 세대 등(62%)으로 보는 응답자가 더 많았습니다. ‘실제 나이보다 젊게 느낀다’는 응답이 65%였고, 10년 이상 젊게 느낀다는 응답자도 14.4%나 됐습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4050세대를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로 ‘후기청년’을 제시하는데, 68.4%가 자신을 후기청년으로 부르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젊어진 중년, 그래서 스스로를 청년으로 칭하는 이들의 미래가 녹록지는 않습니다.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절반 이상이 ‘걱정된다’, ‘겁난다’, ‘절망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법적으로 노인이 되는 65세 이상이 되어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73%에 달했지만 정작 ‘계획대로 노후 일자리 준비를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13%에 그쳤습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고 정년을 연장하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합니다. 정년연장•폐지에 대해선 2030세대도 80%가 동의합니다. 연금 개혁 방안도 정부 차원에서 마련 중입니다. 20년 가까이 된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의 개정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줄어든 아이 울음소리와 늙어가는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생애주기 전체를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브라보 마이 라이프’ 설문조사에서 후기청년들의 절반 이상은 자신들이 ‘정부 정책에서 소외당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청년 세대(후기청년을 포함한)야말로 출산과 육아, 고령화 부담을 직접 책임지는 세대입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 세대가 단단해지려면 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규준과 역할은 물론 교육과 보육, 주거 등 정책을 재정립해 시행해야 합니다. 그러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고통받을 수 있는 소외계층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합니다. 시기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 2023-04-0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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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해와 이해 사이 줄 타는 곡예사, 김욱동 번역가
- 어니스트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 등의 미국 고전을 즐겨 읽던 사람이라면 김욱동이라는 ‘옮긴이’가 익숙할지도 모른다. 그는 ‘노인과 바다’, ‘위대한 개츠비’, ‘허클베리 핀의 모험’, ‘주홍 글자’ 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비롯해 ‘앵무새 죽이기’, ‘그리스인 조르바’ 등 대표적인 영·미 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했다. 2013년 은퇴 후에도 번역가이자 영문학자로서 번역서와 문학 연구서를 출간해온 그는 신간 ‘번역가의 길’을 통해 번역 이론의 지평을 또 한 번 넓히고 있다. 진짜 사람처럼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한다는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영어로 쓰고, 인공지능 번역기 ‘파파고’가 한국어로 번역한 책이 최근 출간됐다. 삶을 행복하게 꾸리는 방법에 관한 자기계발서다. 집필, 번역, 교정·교열, 편집 과정을 거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30시간. 기획부터 출간까지 걸린 총 시간은 7일에 불과하다. AI 기술, 기계 번역이 산업을 넘어 사회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직업으로 번역가가 빠지지 않고 포함된다. “번역가는 정말 없어지고 말까요?” 원로 번역가인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를 만나 물었다. 어쩌면 실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더니 입을 뗐다. “기계 번역은 문법 구조가 복잡하거나 상황과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문장, 중의적 표현이나 문장, 신조어나 고유명사 같은 낱말을 번역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미묘한 감정을 다루는 문학 번역에서는 더더욱 사람을 능가할 수 없죠.” 김 교수는 기계 번역의 한계를 증명한 사례로 2017년 열린 인공지능 번역기와 인간 번역가들 간의 대결을 꼽았다. 구글, 파파고, 시스트란은 ‘The dog was rude to the blanket’(강아지가 담요에 실례를 했다)이라는 문장을 ‘강아지가 이불에 예의가 없었다’고 바꿨다. 번역의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일어나는 결과다. “가령 구글로 ‘나 말리지 마’라는 문장을 영어 번역하면 어처구니없이 ‘Don´t dry me’가 나와요. 옷을 말리는 게 아닌데 말이에요. 고유명사는 이보다 더 심각해요. 경남 진주를 입력하면 ‘Gyeongnam Pearl’로 나오기도 해요. 바다의 보석 진주라니, 황당하죠.” 어떻게 번역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가 번역한 작품이 처음 활자로 찍혀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이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할 때 미국 소설가 맥스 슐먼의 단편소설 ‘사랑은 오류’를 번역해 교내 잡지에 실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에서 ‘호루라기’에 관한 일화를 번역해 당시 월간 교양 잡지 ‘샘터’에 싣기도 했다. 어린 시절 프랭클린이 호루라기를 실제 값보다 네 배나 비싸게 샀던 일을 회고하며 쓴 글이다. 이때까지도 그는 영문학자가 되려 했으나, 부실하게 중역한 작품을 새롭게 바꿔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혀보고자 번역가의 길을 택했다. 이제는 번역계에서 이름난 김 교수지만, 번역을 하면 할수록 ‘번역’과 ‘반역’ 사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단다. 정확한 의미 전달과 동시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가독성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번역은 좀처럼 이룰 수 없는 드높은 이상일지 몰라도 번역가는 ‘차선’을 향해야 합니다. 번역가는 육지와 육지 사이에 가로놓인 강을 건너게 해주는 뱃사공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나룻배를 젓는 뱃사공이 없다면 한 육지에 머물 수밖에 없듯이 번역가가 없다면 한 나라의 문학은 민족 문학의 울타리에 갇혀 있게 되겠죠. 우리가 침묵하며 변방에 살지 않고 다른 나라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며 사는 건 다름 아닌 번역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시대의 감수성을 옮기다 그는 번역에도 ‘소비기한’이 있다고 말한다. 번역은 세월의 풍화작용을 받기 때문에 적어도 10년에 한 번씩은 기존의 번역을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한 시대에 좋은 번역으로 평가받던 작품도 다른 시대에서는 그러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별에 관한 번역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냥 ‘교사’, ‘검사’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여교사’, ‘여검사’라는 말을 사용하는 거죠. 과거에는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 중 남성이 여성보다 월등히 많아 생겨난 단어라고 해도, 현재는 그 비율이 뒤집어져 ‘남교사’라는 말을 사용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도 ‘여교사’라는 말이 여전히 자연스레 쓰이는 걸 보면 그만큼 언어에 남성 중심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어요. 시대를 거듭할수록 독자의 감수성도 바뀌니, 번역가들도 능동적인 태도를 취해야죠.” 책은 독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긴다. 은퇴 후에도 김 교수는 독자에게 긍정적인 흔적을 남기고자 매일 개인 사무실에 나가 번역과 저술 작업을 하고 책을 읽는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도 거르지 않는다. 번역가는 낱말의 넓이를 키우고 깊이를 더해야 하며, 언어 감각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폭넓은 독서만큼 다양한 낱말을 익힐 방법은 없습니다. 대신 책의 내용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한 번쯤 저자의 의견을 의심하며 비판적 사고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 권이라도 천천히 내용을 음미하다 보면 깨닫는 것이 참 많죠. 지금까지 해온 만큼 앞으로도 오래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습니다.”
- 2023-03-2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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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광 받는 기업재난관리자 "현장서 중장년 경험 빛나, 자격 취득도 용이"
- 지난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으로 주목받는 기업재난관리자는 예측불허로 일어나는 기업의 각종 재난을 최소화하고 이에 대응한다. 지난 1월 본지가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 전망에서도 해당 분야의 발전을 밝게 점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료 수집이나 데이터 활용, 계획 수립 등의 업무에 자신 있는 중장년이라면 체력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효성그룹, 웅진그룹 등 굵직한 기업에서 30년간 근무 경험이 있는 봉영권(63) BCM협동조합 대표도 기업재난관리자에 도전장을 내밀어 재해경감 컨설팅을 주업으로 인생2막을 살고 있다. 그는 과거 기업체에 근무하면서 퇴직 이후를 대비해나갔다. 초반에는 준비의 일환으로 지인들과 교류하며 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컨설팅이나 외부 강의를 조금씩 진행했다. “경영 컨설팅과 더불어 산업안전 컨설팅도 준비했어요. 산업안전 컨설팅은 제조업체 사업장의 산업안전을 지도하고 안전보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죠. 그러던 중 2013년에 국내 재난 안전 관리 분야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행정안전부에서 관련 교육과 자격 취득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저 또한 눈여겨보던 산업 안전 쪽과 연관 있고, 전망 있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어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국가자격 취득, 대행분야가 고비 기업재난관리자 시험 및 교육 과정은 크게 재해경감활동 실무분야, 재해경감활동 계획 수립 대행분야, 우수기업인증 평가분야로 나뉜다. 각 분야에 맞는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해당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실무분야-대행분야-평가분야 순으로 취득해야 다음 단계 응시가 가능하다. 봉영권 대표는 2014년 실무분야 취득 후 2018년 대행분야, 2019년 인증분야까지 섭렵했다. “실무, 대행, 인증 과정 각각 교육 수료, 시험 단계를 거쳐야 해요. 실무는 35시간 대행은 70시간, 인증은 35시간 교육을 수료해야 시험 자격이 주어지죠. 다른 조건은 따로 없어요. 실무 분야 시험은 객관식이라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교육 과정만 따라가면 취득이 용이한 편이라고 봐요. 고비는 대행 분야입니다. 5과목으로 이뤄지는데 주관식으로 단답과 기술형 출제가 있어서 집중적으로 충분히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어요.” 인증분야의 경우 대행분야를 취득하면 비교적 쉽게 합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인증과정의 경우 기업재난관리사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안목과 시스템을 평가하는 능력을 갖는 단계라고. 그는 직장에 다니는 경우라면 교육기관에 따른 수강 시간을 고려해 일정 계획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 기관마다 시험에 대한 팁들을 잘 주기 때문에, 교수분들과 소통을 하면서 시험 대비를 하면 좋습니다. 취득 이후에는 컨설팅 대행기관이나 인증기관에 연락하셔서 본인 상황에 맞는 역할을 찾아가길 추천 드려요. 제 경우엔 자격증 취득 후 대행기관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재해경감활동계획수립사업이 공공기관 중심으로 많이 전개되고 있고, 2021년 하반기부터는 민간 기업들에도 확대돼 컨설팅 대행기관들이 이 일들을 담당하는 상황이에요.” 젊은이 거의 없어, 노련한 중장년이 적합 기업재난관리 컨설팅 완료 후 해당 시스템이 적정한 것으로 검증되면 재해경감 우수기업 인증서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검증 역할을 인증 대행기관에서 진행하는데 이때 인증분야 자격을 취득한 이들이 대행기관에 상임이나 비상임 위원으로 등록하면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봉영권 대표 또한 인증 대행기관의 비상임으로 소속돼 수시로 활동 중인 셈. 국가자격 시행 10년, 초창기부터 관련 분야에 몸을 담아온 그에게 기업재난관리사 자격증 취득이 중장년에게 유리할지 물었다. “현재 기업재난관리 분야 관련 학과가 많이 없는 편이라 젊은 인력도 부족한 현실입니다. 종합적으로 기업을 지도해주고 시설의 요구 사항을 해결해주려면 사회경험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여러 기업에서 실무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중장년들에게 유리한 분야라고 판단됩니다.” 현재 그는 재해경감 컨설팅 대행기관에서 여러 기업들의 재난안전 대응 관련 컨설팅과 시스템 인증평가원 업무를 병행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근래 코로나19 등 감염병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재난안전 분야는 계속해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그에 반해 현재 관련분야 시장이나 시스템 마련은 초기 단계인 상황. 역으로 그만큼 재난안전관리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도 유추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봉영권 대표 또한 남다른 자부심과 열정으로 관련 업계 성장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이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재난 안전 대비나 연속성 계획 수립의 요구는 향후에 더욱 심화되리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더 늘려 나가야 하고, 시스템 수준도 고도화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관련 분야 생태계를 담당하는 정부기관과 공공기관, 협회, 컨설팅 대행기관들이 각자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끄는 BCM협동조합 또한 이러한 부분에 이바지하고 기업의 안전문화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해나가는 전문기관으로 발돋움하고자 합니다.”
- 2023-03-13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