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전으로 떡볶이를 사 먹고, 방 탈출을 즐기고, 시장 재료로 만든 밀키트를 사 간다. MZ세대부터 중장년까지 전 세대가 어울려 시간을 보낸다. 전통시장은 더이상 장보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온갖 제품과 식재료가 즐비한 좌판 사이를 헤치며 소소한 체험을 즐기는 곳이다.
◇경동시장
“오래된 공간을 활용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느낌을 줘요.” 미국 시민권자 앨리스 김(40대) 씨가 말했다. 외국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경동시장을 꼭 들른단다. 함께 온 칭 리(대만, 40대) 씨는 방금 체험을 마치고 받은 친환경 화분을 들고 있다. 이제 옛 극장 분위기를 살린 스타벅스 경동1960점으로 가 시간을 보낼 참이란다.
1958년 창업한 LG전자가 1960년에 문을 연 경동시장을 활성화하고자 만든 금성전파사는 열자마자 입소문을 타 하루 3000여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오픈 1년 남짓 되었지만 여전히 인기가 많다. 금성전파사 직원은 “MZ세대가 전통시장을 더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과거를 추억하는 중장년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했다. 다양한 체험을 즐기고 싶다면 경동시장으로 가보자.
※금성전파사 체험 운영시간 11:00~19:00
(고민탈출은 사전 예약해야 이용 가능)
◇수유시장
“수유시장의 식재료로 당일 생산, 당일 판매해서 ‘당당한셰프’예요. 가족이 즐기기 좋은, 술 안주하기 좋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메뉴들을 개발했죠. 1년 남짓 됐는데 아주 인기가 좋습니다.” 김대원 당당한셰프 사무국장이 설명하는 동안 한쪽에서는 머리카락이 새하얀 할머니가 밀키트를 고르고 있었다.
수유시장 내 당당한셰프 오프라인 매장에는 냉장 밀키트 4종과 냉동 밀키트 6종이 준비돼 있다.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도록 양을 늘린 꽈배기 핫도그도 있다. 하루에 얼마나 팔리는지 묻자 김 사무국장은 ‘영업비밀’ 이라며 웃었다. 밀키트는 쿠팡이츠, 네이버동네시장 장보기, 놀장 등 온라인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하지만 시장을 직접 방문해 북적북적한 분위기를 한껏 즐긴 뒤, 마음에 드는 밀키트를 양손에 들고 전통시장의 신선함을 집까지 가져가 보는 건 어떨까.
※당당한셰프 오프라인 매장 운영시간 09:00~18:00
◇통인시장
“엄마, 엽전 주세요! 제가 낼래요!” 가족들이 엽전을 들고 통인시장 곳곳을 누빈다. 커플, 친구들과 놀러 온 이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한 상인은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말했다. 경복궁 근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통인시장 내 ‘도시락카페’에서는 1만 원을 내면 엽전 20개와 빈 도시락을 준다.
엽전은 가맹 가게에서만 쓸 수 있다. 가맹점에는 통(通)이라는 글씨와 함께 엽전 모양의 간판이 입구에 달려 있다. 카페에서 QR코드로 지도를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만두 4냥, 떡볶이 4냥, 김밥 2냥이다. 길거리 음식뿐인가. 연잎밥, 구절판도 있다. 도시락을 채웠다면 카페로 돌아와 음식을 즐기면 된다. 남은 엽전은 환불받을 수 있다. 카페에서는 컵라면, 음료 등도 엽전으로 구매 가능하다. 수저는 무상 제공. 전자레인지도 비치돼 있다. 엽전을 들고 시장의 정취를 물씬 느껴보자.
※엽전·도시락카페 이용시간 11:00~15:00 (주말·공휴일은 16시까지)
매주 월요일·셋째 주 일요일 휴무
'국가인권위원회 혐오차별 국민인식 조사'(2019)의 '대상별 혐오 표현 과거 대비 변화' 조사를 살펴 보면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에 비해 ‘노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과거보다 심화됐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아울러 같은 조사에서 60세 이상 응답자 중 자신을 향한 혐오 표현이 ‘맞는 말’이라고 대답한 이는 17.6%로, 대다수 노인이 이러한 현상에 반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노인들은 혐오에 떠밀려 그들만의 퇴적 공간에 모이기 시작했다.
노인들의 핫플 ‘무료 급식소’
탑골공원의 피크타임은 무료 급식소 개방 전후다. 관계자 말에 의하면 요즘은 거의 무료 급식을 목적으로 방문하고 식사 후엔 공원이 한산하다고. 서울의 또 다른 무료 급식소 ‘밥퍼’(밥퍼나눔운동본부), 하루 500여 명의 어르신이 다녀간다. 청량리역에서 거리가 꽤 있음에도 이곳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내비게이션처럼 노인들을 이정표 삼아 따라가면 된다. 식사를 마친 노인들은 인근 경동시장이나 동묘공원 등으로 향한다. 이날 메뉴로 나온 ‘카레’가 만족스러웠다는 80대 노인은 이제 모란역에 가야 한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가 있는데 늦지 않게 가야 도시락을 받는다고. 40년 전 남편과 사별 후 그녀는 점심은 청량리 무료 급식소에서, 저녁은 모란역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했다. 고독하지만 자식들의 식사 대접을 스스로 거절한단다. “효도랍시고 못 이겨서 밥 사주는 거지. 다들 억지로 그럴 필요 없다 이거야. 애들이 싫다는데 나도 싫어.”
노노(老老) 혐오도 적지 않아
“남편 밥도 안 해주고 할망구들이 뭐 한다고 와?” 급식소에서 작은 소란이 벌어졌다. 남성 노인이 여성 노인을 향해 거친 말을 내뱉은 것. 이를 맞받아치는 할머니의 입에서도 육두문자가 쏟아진다. 다른 이들이 말을 더하고 편을 갈랐다면 싸움이 커졌겠지만, 주변의 냉랭한 분위기에 두 사람도 주섬주섬 말을 삼켰다. 일종의 즉석만남처럼 동년배가 함께 식사하며 넉살 좋게 대화하는 풍경을 상상했건만, 노인들은 서로 거리를 두고 있었다. 친구를 사귈 목적으로 온다는 이는 드물었다. 말을 걸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지저분하다’, ‘냄새난다’, ‘무섭다’ 등 부정적 이유가 많았다.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은 말한다. “나는 저들과 다르다”고. 그렇게 노인들은 서로를 타자화하며 거리를 두고 있었다.
혐오는 덤? ‘공짜 지하철’
급식소에서 만난 노인 중 해당 지역 주민은 드물었다. 강 건너 동네에서 오기도 하고, 외곽에서 찾아오기도 했다. 시간적 여유도 있지만, 그것이 가능한 기저에는 ‘공짜 지하철’이 한몫했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유랑하듯 지하철을 타고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문제는 노인 우대 차원의 복지 혜택이 오히려 청년 세대의 반감을 사는 구실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경로 승객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만 2000억 원 이상이다. 최근 경주 불국사에서 관람료 경로우대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며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처럼 지하철 요금 역시 기준 나이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청년 응답자의 77.1%가 ‘노인복지 확대로 청년층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 지하철에서 고함을 지르거나 임신부 배려석에 앉는 노인 등 일종의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노인의 모습에 청년들의 시선이 달가울 리 없는 것이다.
거침 없이 쏟아내는 온라인 속 혐오
지난해 말 부산 동해선 열차 개통 후 한 온라인 게시판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문제의 중심에는 노인이 있었다. 게시물을 올린 이는 두 가지 주장을 펼쳤다. 하나는 ‘경로우대로 인해 동해선이 실버 관광열차가 되어 다른 이용객의 불편을 초래한다’, 다른 하나는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의 활발한 외부 활동에 도움이 되어 좋다. 노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면 좋은 것 아닌가’라는 것이다. “서로 앉으려 뛰고 소리 지르는 노인들… 최악의 경험이었다.” “나도 늙어가지만 전자바우처로 지급해야 한다.” “노인 탑승 시간이나 횟수를 조절해야 한다.” 이에 달린 댓글은 거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후자의 입장은 거의 없었다.
노인 혐오, 그저 눈감는 수밖에
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의 생애사를 통해서 본 인권상황 실태조사’(2022)에는 ‘노인 혐오와 차별’에 대해 이렇게 풀이한다. “무상교통 등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사회 서비스에 대해 지나치게 시혜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음. 이러한 인식은 대중 공간에서 노인 혐오와 차별이 발생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함. 경제활동 인구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노인들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쳐 스스로를 ‘하찮은 존재’로 비하해 젊은 세대의 노인의 향한 혐오와 차별도 스스로 감내하고 심지어 동조하기도 함.” 알면서도 눈감을 수밖에 없는 노인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한 단락이다.
서울시가 지하철역과 지역상권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고령자 보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높이고 자동차 제한속도를 낮추며 과속단속카메라를 집중해서 설치한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시 65세 이상 고령자 보행사고 사망자는 2017년 102명, 2018년 97명, 2019년 72명으로 매년 감소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전체 보행 사망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고령자 보행사고 다발지역 7곳에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실시한 결과 청량리 경동시장로, 돈암 제일시장 앞 두로, 영등포시장 사거리 등에서 사고율이 크게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업 시행 전인 지난해 1~5월에는 총 13건의 고령자 보행사고가 발생했으나, 사업 시행 후 같은 기간에는 7건(46.1%)이 줄었다.
이에 시는 고령자 보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경사로 구간의 제한속도를 낮추고 과속단속카메라와 과속방지턱 높이를 적용한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한다. 특히 지하철역, 지역상권 등과 인접한 고령자 보행인구 집중지역을 대상으로 진단과 설계에 나설 방침이다.
시는 이달 중으로 기본설계를 완료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과 협의 중이다. 이달까지 규제심의를 완료한 뒤 다음달부터 착공에 들어가 오는 10월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동대문구 신이문역과 성북구 정릉우체국, 순천향대학병원 앞, 금천구 시흥대로 시흥사거리 등이 대상이다.
황보연 시 도시교통실장은 ”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어르신들을 위한 안전한 보행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어르신 교통사고 위험이 없는 선진 보행안전 도시를 조속히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빨간색 체크남방, 모자, 장갑, 그리고 빨간 무늬가 돋보이는 허름한 백팩은 세상 밖으로 나서는 노인의 ‘전투 복장’이다. 매일 아침 86세 노인은 누가 떠밀기라도 하듯 밖으로 나간다. 그가 집에 있는 날은 1년에 두 번, 구정과 추석 당일뿐이다.
노인은 이른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보고 그날의 행선지를 결정한다. 마침 5월이라 이곳저곳 축제와 행사가 많아 갈 곳이 많다. 광화문, 서울역, 기차 타고 춘천, 인천에 있는 섬 등. 물론 일주일 중 일정을 정해둔 요일도 있다. 수요일은 싱싱한 생선을 사기 위해 소래 포구를 가고 금요일은 약재를 사러 부인과 경동시장을 간다. 토요일은 쇼핑 하러 마트에 가고 일요일은 산을 찾는다.
걸음도 힘들고 위암 수술 휴유증으로 조금만 배가 고파도 쓰러질 듯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나가는 이유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서’다. 노인은 “아직도 볼 것이 너무 많고 가봐야 할 곳이 너무 많다”고 한다. “아까운 시간에 집에 왜 있냐?”고 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늙어감에 적응을 하는 것 같다. 어느덧 ‘시니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인 나도 삶을 아주 진지하게 마주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용기있고 열정적으로 매일 세상 밖으로 나서는 저 노인의 딸이기 때문이다.
내년 노인들의 무임승차로 인한 전국의 지하철 손실액이 7000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노인 인구가 점점 늘어나니 그에 따른 적자 증가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에 둔 상황이라 누구도 자칫 표를 잃을 이 정책에 손을 대려고 하지 않을 것같다.
노인 무임승차 시행 35년을 지나면서 노인들의 교통비 절약 뿐만 아니라, 이것으로 혜택을 본 지역과 동네가 생기고(온양 온천, 경동 시장, 춘천 등등), 이를 이용한 직업(실버 택배: 지하철 퀵서비스)까지도 생겼다.
그러니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합당한 결론을 내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화합의 시대 아닌가.
"난 경로석에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더라도 일반석의 빈 자리에는 앉지 않아. 그건 젊은 사람들 자리를 뺏는 거니까"라던 어느 분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런 양보와 배려의 마음이 세대 간 화합의 장을 여는 기본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10년만 엄마의 상태가 지금처럼 유지되도록 도와주세요.’ 2007년 겨울 엄마의 치매 판정이 내려진 날, 하윤재(河侖材·47) 감독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당시 일흔이 넘은 노모에게 10년은 막연히 긴 시간이라 여겼다. 그러나 만 10년이 지난 현재, 절망으로 휩싸였던 그날의 기억이 무색하리만큼 모녀는 여전히 인생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알콩달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 감독은 엄마와 딸의 애틋한 일상을 추억하면서도 같은 처지의 치매 가족에게 작은 위안이 되길 바라며 에세이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를 펴냈다. 엄마의 기억이 사라지는 순으로 구성한 책이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모정은 결코 기억과 비례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나는 잊지 말아요’라는 책 제목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직접 제목을 지은 하윤재 감독은 “엄마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손을 놓는다는 의미다”라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섯 남매 중 막내인 하 감독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남다르다. 막내딸이 먹고 싶은 거라면 달나라에 가서라도 구해올 엄마인데, 언제부턴가 음식이 하기 싫다며 의아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찬 투정을 하며 졸라 겨우 엄마의 요리를 맛보게 된 순간, 하 감독은 간이 맞지 않은 음식과 함께 두려운 기운을 한가득 머금었다. 심상치 않다는 생각에 “무료 건강검진”이라 거짓말까지 하며 병원에 모시고 가면서도 내심 단순한 노화 현상이길 바랐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치매’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하 감독의 예민한 성격 덕분에 아주 초기 단계에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당시에는 ‘치매’라는 말에 온 정신이 쏠려 절망감만 앞섰다.
“우선 치매에 대해 알아야겠더라고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너무 많은 정보가 뒤섞여 있었는데, 결론은 하나였어요. ‘사람마다, 집안마다 다르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엄마를 보살필 수 없잖아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며 공부도 하고, 나중에는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게 됐죠. 대부분 치매 관련 책에는 환자를 어떻게 위로하고 보살펴야 하는지 잘 쓰여 있어요. 그러나 치매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어떻게 위로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글은 찾기 힘들더라고요.”
엄마의 치매가 가져온 선물
처음 치매 진단을 받고, 점차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하 감독은 치매가 진행되는 속도를 살피다가 한 4~5년 정도 됐을 때 어머니에게 당신의 상태를 알려야겠다고 판단했다. 막상 시기가 되었지만 오히려 사실을 알고 나면 그 충격으로 후폭풍이 클 것만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9년 차에 접어들었고,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힘든 고백을 결심하며 말로만 하기보다는 그동안 잘 지내준 엄마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싶었다. 엄마의 사진으로 만든 앨범과 용돈을 함께 드리며 치매라는 단어를 조심스레 끄집어냈다.
“저희 친할머니, 외할머니께서도 치매를 앓으셨는데 엄마는 두 분을 보살피면서 치매를 굉장히 두려워하셨어요. 그런 엄마가 자신이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 절망감에 빠지실까봐 걱정스러웠죠. 누군가는 어차피 잊어버릴 텐데 말하면 어떠냐고 하지만, 가끔 멀쩡하실 때 보면 기억이 돌아오기도 하고, 당신의 인생도 생각하곤 하거든요. 다행히 치매라는 사실을 아시고도 염려스러운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어쩌다 모든 걸 다 기억해낼 때 제게 ‘그동안 나를 지켜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엄마도 자신의 상태를 느끼고, 제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다 인식하고 계신 거죠.”
하 감독은 머리로는 기억 못할지라도 마음으로 나눈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때문에 매 순간 소홀하지 않고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리려 촉각을 곤두세우는 그다. 어머니를 향한 깊은 관심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까지 따스하게 변화시켰다.
“엄마의 치매가 아니었다면 굉장히 오만한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잘나가는 또래 친구들이랑 백화점에 명품 보러 다니고 소위 상류층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삶의 만족도가 굉장히 낮았겠죠. 예전에 환자들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때론 병이 감사하다’라고 하는 게 전혀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말이 이해돼요. 얼마 전에는 공중화장실을 갔다가, 쓰레기통에 휴지를 던졌는데 안 들어갔어요. 예전의 나였다면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계시니 알아서 치우겠지 하고 휙 나갔을 텐데, 그날은 내가 버린 휴지랑 옆에 떨어진 것까지 다 주워서 넣고 나왔어요.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일이지만, 제겐 상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잊히지 않는 엄마의 얼굴
하 감독은 단편영화 ‘봄날의 약속’으로 제33회 프랑스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 단편 쇼케이스 등에 초청되었고 청룡영화상, 필름 카라반 단편영화제 등에 진출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깊은 여운과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삶’을 모티브로 한 시나리오의 힘이었다. 한편으로 보면 이 역시 어머니가 딸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았다. 어머니는 당신의 삶을 담은 딸의 영화를 보고는 하 감독에게 “그래서 네가 뭘 했다는 건데?”라고 물었다. 무심한 듯한 어머니의 질문은 평소 막내딸을 향한 염려에서 비롯됐다.
“엄마는 제가 언니들처럼 선생님이 되거나 월급 받는 직장에 다니시길 바라셨어요. ‘봄날의 약속’이 나오기 전까지는 영화 기획PD 일을 했는데,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느냐고 자주 물으셨죠.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는다거나, 연기를 한다거나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답답해했어요. 직접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한 이유는 엄마에게 ‘이거 다 내가 만든 거야’라고 속 시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 뒤로는 뭘 하느냐고 잘 묻지 않으셔요. 최근에는 장편영화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진흥사업에 채택돼서 촬영할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장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저런 설명은 안 하셨지만, 그 한마디에도 막연히 내 딸이 원하는 바를 이뤘다고 인지하시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준비 중인 차기작은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 아니지만, 나중에라도 어머니와의 일상 중 시나리오에 쓰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는지 궁금했다. 하 감독은 어떠한 일화보다도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고 말했다.
“자식은 부모에게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게 가슴에 남잖아요. 매일 밤 자기 전 기도를 하는데 그때마다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학창 시절 일인데, 전에 살던 방배동에 아주 가파른 언덕길이 있거든요. 하루는 엄마가 경동시장에 갔다가 찜통이랑 장바구니를 이고 그 언덕을 내려오고 계셨어요. 마침 언덕 아랫골목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엄마가 저를 보고는 반가워하며 부르셨죠. 아마 짐이 무거워서 그러셨을 텐데, 봤으면서도 모른 척 지나가고 말았어요. 그때 엄마의 얼굴이 정확하게 각인돼서 기도할 때마다 생각나요. 아무리 남들이 효녀라고 잘한다고 해도 그날 일이 자꾸만 채찍질하듯 떠올라서 죄스러운 마음이 커요.”
다음 생엔 엄마의 딸이 아닌 엄마로
어머니의 치매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간다는 하 감독은 소중한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한 채 헤어지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물론 소중한 사람들에는 어머니가 가장 중심에 있다.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상황을 떠올리며 그는 마지막 인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고마웠어요”라는 과거형 인사나 “사랑합니다”라는 현재형 인사는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이지만, 또 다른 시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그가 찾은 인사말은 “다음 세상에서 또 만나자”였다. 하 감독은 언젠가 그 말을 해야 할 때쯤이면 어머니가 자기 의지대로 인사를 못하시리라는 생각에 미리 인사를 해두기로 했다.
“엄마가 컨디션 좋은 날 미리 인사드렸어요. ‘엄마, 우리는 참 좋은 인연인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 다음 세상에서도 다시 꼭 만나자’라고 했는데, 엄마가 ‘만나지 말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야 꼭 만나고 싶지만 지금도 네게 짐이 되는데 싫다. 다음에는 좋은 부모 만나서 편히 살아라’ 하시는데, 순간 눈물이 확 쏟아지더라고요. 그동안 제게 해주신 게 얼마나 많은데, 어째서 당신이 짐이라고만 생각하시는지….”
그런 어머니의 반응은 하 감독의 바람을 더욱 간절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인사처럼 다음 생에 어머니를 만난다면 어떤 인연으로 마주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그는 단박에 “엄마의 자식이 아닌,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평생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처럼 그 역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일 터였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해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엄마가 내 딸이 됐을 때 꼭 이야기해주고 싶은 건 ‘연애를 많이 해봐라’예요. 그 시절엔 거의 그랬지만, 연애도 제대로 못 해보고 결혼해서 맏며느리라 평생 고생만 하셨거든요. 엄마가 다시 태어나면 대학도 다니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운전도 하고, 편한 아파트에도 살아보면 좋겠어요. 그동안 나는 엄마 덕분에 그런 걸 다 누리고 살았잖아요. 다음 생에 가능하다면 엄마 덕분에 제가 경험한 모든 것을 다 해드리고 싶어요.”
일요일 오후 막냇동생이 전화를 했다. 엄마에게 전통 사찰음식을 사드리고 싶으니 모시고 나오라 한다.
엄마가 요즘 많이 의기소침해 계신다.
지난주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 저하라는 소견을 받고 지금 검사 중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는 심장이나 혈압체크만 하면서 대체적으로 아픈 곳 없이 생활하셨는데 이번에 소변검사 후 신장을 면밀히 검사받아보라는 진단과 함께 음식도 국물이나 소금기를 피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막내 제부가 이런 종류의 음식을 드셔야 한다며 ‘감로당’이라는 사찰음식점에 초대했는데 ‘감로당’이라는 음식점은 필자는 처음 들었지만, 많이 알려진 아주 유명한 곳으로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음식재료도 거의 천연으로 준비하는 곳이라 한다.
사찰음식점으로는 조계사 건너편의 ‘발우공양’이라는 곳에 가본 적이 있다.
유명한 스님요리사가 운영하는 곳인데 꼭 예약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 리처드 기어는 불교 신자이다.
리처드 기어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이 음식점에도 왔다는데 불교신자로서 한국 전통의 절 음식을 맛보고 싶었을 것이다.
음식점 벽에 필자가 좋아하는 리처드 기어의 사진이 사인과 함께 걸려있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었다.
‘감로당’의 음식도 ‘발우공양’과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
백련초로 담근 김치는 색이 곱고 맛도 좋았지만, 코스로 나오는 요리들은 짭짤한 맛을 좋아하는 필자에게는 너무나 심심한 음식들이었다.
막내 제부가 일부러 이 식당을 선택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앞으로는 국물이나 소금기를 피해야 하니 이런 음식을 드셔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마음 씀씀이가 매우 고마웠다.
먼저 연잎 차가 한잔 나왔고 부드러운 현미 죽이 나왔다. 따끈한 현미 죽은 간이 없었는데도 감칠맛이 났다.
다음은 연근과 마, 파프리카 샐러드로 필자가 좋아하는 마가 아주 아삭해서 맛있었다.
그런데 어디나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한식집의 음식량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 싶은데 다음 메뉴로 송이와 마, 연근을 구운 음식으로 일인 당 딱 한 개씩 나왔다. 아삭한 마가 좋아서 10개쯤 먹고 싶었다.
두부를 작게 썰어 찹쌀을 입혀 튀긴 후 매운 양념으로 버무린 두부조림, 숙주나물과 채소를 볶은 ‘월과 채’가 나왔고 자그마한 예쁜 색깔의 각종 전이 한 접시 나왔다.
이렇게 버섯과 채소와 전이 주재료인 요리가 끝나고 연잎에 싼 연잎 찐 밥과 된장국 수수부꾸미와 식혜로 마무리되었다.
연잎 밥은 약간 고두밥이었지만 쫀득하고 찰기가 있어 아주 맛있었다.
다시 한 번 “어머니 앞으로는 이렇게 드셔야 해요.” 라고 당부하는 막냇사위의 손을 잡은 엄마는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으셨다. 엄마 덕분에 덩달아 필자까지 좋은 음식을 맛보았다.
고기와 냉면을 좋아하시는 엄마가 앞으로는 채식 위주로 하셔야 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이런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아주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먹은 재료 중엔 마가 제일 맘에 들었다. 엄마랑 이번 주말에 경동시장에 가서 연근과 마를 사오자고 약속을 했다.
“홍어회 드실 줄 아세요?”
새 친구를 만나면 필자가 꼭 해보는 질문이다. 홍어도 음식이니까 다들 잘 먹을 줄 알았는데 홍어회를 못 먹는 사람이 많았고 그 냄새가 싫다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가 홍어회를 좋아한다면 여자가 그런 걸 어떻게 먹느냐며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홍어회를 진짜 좋아한다. 한 입 물었을 때 알싸하게 퍼지는 맛과 식감이 너무 좋다. 네모로 가지런하게 썰어서 내온 홍어회와 막걸리 한 사발은 굳이 삼합이 아니어도 필자를 황홀하게 만든다. 심하게 삭힌 것은 입천장이 까지고 숨을 못 쉴 정도로 톡 쏜다는데 그런 홍어는 아직까지 맛보지 못해 서운하다. 홍어 파는 음식점에서는 매번 많이 삭힌 거라고 했지만 기회가 되면 좀 더 푹 삭힌 걸 먹어보고 싶다.
홍어는 전라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TV에서 전라도에 사는 할머니가 큰 장독에 짚으로 넣고 홍어를 삭히는 것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흑산도 홍어가 제일 맛있고 귀하다는데 그래서 전라도 사람들이 더 선호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전라도 사람도 아닌데 왜 그렇게 홍어를 좋아하게 됐을까? 어릴 때부터 그 맛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친정엄마는 특히 홍어찜을 자주 해주셨다. 푹 쪄낸 홍어찜을 대나무 채반에 담아 상 위에 올려놓고 온 식구가 양념간장에 찍어 먹곤 했는데 부드럽게 결대로 찢어지는 살도 맛있었지만 오독거리는 뼈도 너무 맛났다.
결혼한 후에는 시어머니가 홍어회무침을 자주 만들어주셨다. 친정에서 먹었던 찜보다 더 맛이 좋았다. 새빨간 홍어회무침은 매우면서도 쫄깃하고 부드럽고 새콤달콤했다. 필자는 그 맛에 푹 빠져버렸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요리법을 가르쳐주지 않으셨다. 아니, 살림에 취미가 없었던 필자가 먹을 줄만 알았지 요리법 배울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곁눈질로 보니 식초에 절였다가 꼭 짜서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에 무치셨던 것 같은데 후에 홍어를 사다가 어림짐작으로 만들어보았지만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물도 흥건하게 생기고 고춧가루를 아무리 넣어도 시어머니가 해주셨던 것처럼 색이 곱지도 않았으며 꼬들꼬들한 식감도 없었다. 그때 요리법을 배워놓지 않은 걸 몹시 후회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홍어로 알고 먹는 것들은 대부분 가오리라는 생선이란다. 흑산도 근해에서 잡히는 진짜 홍어는 귀해서 그 값이 엄청 비싸다고 하는데 그래도 물량이 없단다. 가오리면 어때? 홍어랑 비슷한 맛이니 굳이 그런 걸 따지고 싶지 않다. 우리나라 홍어가 한 마리에 수십 만원 한다고 하니 비슷한 맛을 값싸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가오리가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경동시장에 갔더니 홍어가 있다. 아니 가오리이겠지만 반쪽을 사와 어릴 때 엄마가 해주셨던 홍어찜을 해봤다. 양념장을 만들어 쪄낸 가오리찜을 한입 맛보았는데 이것도 예전 맛이 아니었다. 결대로 살이 찢어지기는 했지만 부드러운 맛이 나지 않았다. 시어머니의 홍어회처럼 손맛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 맛이 안 나는 걸까?
이제부터라도 정말 필요한 건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홍어찜을 했는데 엄마가 해준 맛이 안 난다 했더니 팔순이 넘으신 엄마는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하게 “왜 그렇지?”라고만 하셔서 필자 마음이 슬펐다. 두 분께 홍어찜과 홍어회무침 요리법을 배워놓지 않은 게 영 아쉽다.
홍어찜도 좋고 매우면서도 새콤달콤한 홍어회무침도 좋지만, 날씨 좋은 날 마음 맞는 친구랑 네모반듯하게 썰어진 홍어회에 막걸리 한잔 하러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필자를 기분 좋게 한다.
전국 한약 물동량의 70%가 유통되는 서울약령시. 시장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쌉쌀한 한약 내음이 솔솔 풍긴다. 한약재상을 비롯해 한의원·한약방·한약국 등 한의약 관련 업소 1000여 곳이 자리 잡고 있다. 품질 좋은 한약재를 시중가보다 30%나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방의료서비스와 건강상담까지, 그야말로 ‘한방에 한방(韓方)’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몸보신 좀 해야겠다’고 생각한 新중년이라면 약령시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약령시,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
하나. 시세를 미리 알아본다
한약재 관련 인터넷 쇼핑몰이나 동대문구전통시장 통합홈페이지(http://ddmmk.kr) 등을 통해 구입하고자 하는 품목의 시세를 미리 알아보고 가자.
둘. 자신의 체질을 진단받고 알맞은 약재를 구입한다
치료를 목적으로 약재를 구입하는 경우라면, 한의원에서 자신의 체질을 진단받고 그에 맞는 약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간단한 보약재를 구입하려면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해 주는 한약국이나 한약방을 이용하자.
셋. 시장 게이트(입구) 번호를 알아두자
제기동과 용두동 일대 약 8만여 평에 달하는 약령시. 경동시장사거리에서 제기사거리를 거쳐 종암동 방면으로 이어지는 곳곳마다 게이트 번호가 1-1번에서 11번까지 표시돼 있다. 단골가게로 점찍어 둔 곳이 있다면 근처 게이트 번호를 알아두자.
넷. 탕제원이나 제분소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직접 구입한 약재들을 달여주는 탕제원, 약재를 가루로 내거나 환약으로 만들어주는 제분소를 이용하자. 약재도 먹기 좋고, 시간도 아낄 수 있어 1석2조.
# 요즘 잘나가는 약재는?
탈모 예방에 효과, ‘어성초+자소엽+녹차’ 발모차 3종 세트
TV프로그램을 통해 탈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모은 일명 ‘발모차’의 재료인 ‘어성초, 자소엽, 녹차’가 약령시장의 대세다.
여름 보양식 단골약재, 황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인삼 못지않은 효능을 자랑하는 황기는 더위에 지쳐 피로할 때 먹으면 땀을 조절하고 기운을 돋게 해 여름철 인기 약재 중 하나다.
중년남성 정력강화에 좋은 삼지구엽초, 갱년기 여성은 백수오
천연 정력강화제로 불리는 삼지구엽초는 정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치매예방에도 좋아 구매자 대부분이 중년남성이다. 백수오는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고 흰머리·새치 예방에 좋아 중년여성이 많이 찾는다.
# 新중년이 찾는 보약은?
황제의 보약 ‘공진단(拱辰丹)’
불로장생의 명약으로도 알려진 공진단. 혈액순환개선·정력강화·자양강장·치매예방·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어 중년 이후 저하된 체력증진을 위해 찾는 고객이 많다. 그 효능이 다양한 만큼 가격(최고가 상품의 경우, 한 세트에 500만원 선)이 만만치 않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주문이 쇄도한다고 한다.
전립선비대증에 좋은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중년남성에 흔히 발생하는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육미지황탕. 숙지황· 산약·산수유·백복령·목단피·택사 등이 주 약재로 사용돼 남성의 양기를 돕는 강장제로도 쓰인다.
대표 여성한방 보약 ‘사물탕(四物湯)’
당귀·숙지황·백작약·천궁이 기본 약재로 사용되는 사물탕. 여기에 인삼·백출·백복령·감초를 넣으면 팔진탕(八珍湯)이라고도 한다. 기와 혈을 보해줘 갱년기 여성에 특히 좋은 보약이다.
# 육미지황탕, 사물탕 레시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가 연구개발(R&D)단지와 자연이 어우러지는 서울판 '대덕연구단지'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마곡지구에는 LG컨소시엄을 선두로 롯데 컨소시엄, 코오롱 컨소시엄, 이랜드 컨소시엄, 이화이료원,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스타급 기업들의 투자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서울시가 에쓰-오일, 호서텔레콤, 케이티엔에프, 유한테크노스 등 4개 기업과 마곡산업단지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마곡지구는 강서구 마곡동과 가양동 일대 약 336만㎡에 미래지식 첨단산업단지와 국제업무지구, 배후 주거단지 등을 조성하는 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마곡역, 9호선 양천향교역, 신방화역이 인근에 위치하며 하반기 공항철도 마곡나루역이 개통 예정이다.
이 같은 마곡지구의 개발 기대감에 힘입어 아파트 계약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미계약이 많았지만 현재 대형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권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합법적으로 거래되는 원주민 분양권에는 많게는 3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마곡지구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분양가(3.3㎡당 1200만원대)가 저렴했던 만큼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미래 가치를 따져봤을 때 기업들이 입주를 완료하는 5~10년 후에는 마곡지구가 크게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건설사들도 마곡지구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신규 분양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마곡지구 바로 옆에 위치한 강서구 공항동 긴등마을 재건축 단지인 '마곡 힐스테이트'를 이달 중 분양할 계획이다. 총 603가구 규모로 임대주택과 조합원 물량 등을 제외한 316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경동건설산업은 오는 21일 마곡지구 C14-1,2블록에 짓는 '서울 마곡지구 경동 미르웰' 오피스텔의 견본주택을 오픈한다. 전용면적 18~24㎡ 총 297실로 구성된다. 대우건설은 4월 중 마곡지구 B5-2블록에 총 552실 규모의 '마곡역 센트럴 푸르지오 시티' 오피스텔을 분양할 예정이다. 현대엠코도 8월 마곡지구 A13블록에 전용면적 59~84㎡ 총 1205가구를 공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마곡지구내 LG사이언스파크와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 입주가 확정되면서 기업 종사자 뿐만 아니라 시세 상승을 기대하는 지역 주민들까지 가세하면서 주택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