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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치 팔아 밥 퍼주는 남자, “식사가 저소득 가정 회복시켜”
- 조 대위는 차가운 수술대 위에 앉아 고뇌했다. 왼쪽 다리를 골반까지 잘라내는 수술을 앞둔 참이었다. 전선에서 적들과 싸워 입은 부상도 아니었다. 병명은 골육종. 의사는 극심한 통증을 막고, 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하지 절단만이 답이라고 했다. 대위는 기도했다. 이 병만 낫게 해준다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다고. 마침 응급환자 때문에 중단된 수술을 거부하고 여윈 몸을 일으켜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정말로 지금도 남을 위해 살고 있다. 조인검 사단법인 행복을나누는사람들 상임이사는 투병 당시를 떠올리면 어머니 생각이 먼저 난다고 했다. “건강하던 아들이 갑자기 그렇게 됐으니 심정이 어떻겠어요. 38kg까지 체중이 줄어든 아들을 업다시피 데리고 다니면서 안 가본 병원이 없을 정도로 애쓰셨어요.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어떤 치료 방법이 맞았는지 확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죠. 한약은 물론이고 벌침도 맞고, 굿판까지 벌였죠. 그러다 어느 날 통증이 줄더니 의사들도 놀랄 정도로 회복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의 노력이 저를 살렸다고 봐요.” 건강을 되찾으면 남을 위해 살겠다는 약속을 그는 지켰다. 군에서 대위로 제대한 후 그는 다양한 사회복지기관을 경험했다. 물론 생활은 쉽지 않았다. 사회복지기관에서 받는 돈은 대위 월급의 1/3도 되지 않았다. 애써 병마를 이겨낸 아들이 다시 고생길로 들어서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어머니의 반대도 있었다. 그렇게 돌봄이나 장기기증 등 다양한 기관을 거치다 그가 사회복지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있을 때였다. 건강 되찾자 시작한 사회복지활동 “장애가 있는 친구들 중 가족이 없는 어린 친구, 사고로 혼자 된 아이들은 돌보기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학교도 보내야 하고 식사도 챙겨야 하는데,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죠. 매일 새벽 애 혼자 사는 집에 방문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고요. 그래서 아예 그런 아이들 몇 명을 집으로 불러다 데리고 살았어요. 대중교통 타는 법을 알려주고, 검정고시도 보게 하면서 젊은 혈기에 가족처럼 보살피려고 했죠.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선 돌봐주는 사람 눈치 보느라 꾹 참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사고 보상금이 나오니까 아이들이 다 나가버렸어요. 제 입장에선 상실감이 컸죠. 차라리 돈이라도 좀 받으면서, 아이들이 할 말은 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결국 그 아이들은 큰 돈을 간수하지 못하고 다시 힘든 처지가 되더라고요.” 이후 그가 다시 시작한 일은 만성신부전 장애인들을 돕는 일이었다. 사회복지센터 로뎀나무 설립을 돕고,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단지 그들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지역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나눠주는 일을 함께 했다. 한 가지도 하기 어려운 봉사를 두 가지나 함께 한 것에는 숨은 뜻이 있었다. “제가 만성신부전 환자를 돕다 이후에는 백혈병 아이들을 돕는 일을 했는데, 지역에서 이런 환자들을 돕는 일을 하면 반응이 비슷해요. 혹시 병이 옮지는 않을까, 자신들에게 해가 되진 않을까 하며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것이죠. 환자 가족이 상처받을 만한 말도 쉽게 내뱉어요. 그래서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 단지 도움이 필요할 뿐이라고 진실을 알려줄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이 드나드는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렇게 식사도 드리고, 병원 가는 어르신이 있으면 환자들 갈 때 같이 태워드리며 가족처럼 지내기 시작했어요.” 백혈병 아이와 가족들은 더욱 도움이 절실했다. 일을 시작한 2007년 당시만 해도 백혈병을 앓는 아이들은 서울 인근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제대로 된 치료시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병원 지하 주차장에서 쪽잠을 자거나 근처에 쪽방을 얻어 생활하기 일쑤였다. 이를 본 조 이사가 지역 빈집을 찾아 이들을 위한 시설로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16가구를 대상으로 시작했고, 많을 때는 64가구까지 늘어났다. 아이들에겐 치료를 기다릴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하고, 부모들에게는 취업을 도와줬다. 이 활동은 2011년까지 계속됐다. “시행착오도 많아요. 환자 가족이 지낼 집을 마련하고 의기양양한 마음에 ‘위기가정지원센터’라고 그럴듯한 이름을 붙였죠. 그런데 형규라는 아이가 엄마한테 묻는 거예요. 우리도 ‘위기가정’이냐고요. 아차 싶었죠. 그래서 고민하지 않고 바로 떼어버렸습니다.(웃음) 또 하루는 방 한 칸에 도시가스 비용이 35만 원씩 나오길래 아이 부모에게 좀 줄여줄 수 없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감기 들면 바로 응급실 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입이 방정이다 싶었죠.” 식사로만 건강 찾는 노인 많아 지금 ‘행복을나누는사람들’에서 하고 있는 푸드뱅크 사업도 이 시기에 시작됐다. 환자 지원을 통해 관계를 맺게 된 병원 같은 집단 급식시설에서 매일 보관하는 예비식을 받아, 환자 가족과 지역 어르신에게 지원하던 것이 점차 규모가 커졌다. “김홍신 작가의 ‘겪어보면 안다’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굶어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 걸.’ 밥을 퍼주다 보면 진짜 밥이 하늘이라는 걸 알게 돼요. 어르신들 배 곪다가 식사를 제대로 꾸준히 하시면, 병원도 덜 가고, 소일거리도 열심히 하시게 돼요. 그러면 옆에서 모시던 자녀는 자기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결국 가정이 제대로 돌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죠.” 환자 가족 지원사업은 멈추었지만, 푸드뱅크는 계속되고 있다. 규모도 훨씬 커졌다. 처음 15가구로 시작한 이 사업에 음식을 희망하는 등록 가구는 1400가구가 넘는다. 모두 다 지원할 수 없어 3개월 단위로 혜택 가정을 순환한다. 신청은 지역 노인복지관이나 행정복지센터 등을 통해 접수받는다. 유관기관과의 공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희는 기부처를 발굴하고 수령, 검수, 포장, 배분을 준비하는 역할이에요. 그러면 유관기관 자원봉사자들이 오셔서 담당 지역의 가정으로 음식을 전달해주세요. 이 과정에서 냉장고 속을 살피며 그분들이 식사는 잘하시는지, 도움이 더 필요하진 않은지, 건강은 어떠신지 확인할 수 있어요. 음식 하나로 기부에서 전달까지 커다란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셈이죠.” 인터뷰 중 오후 3시가 되자 사무실이 부산해졌다. 음식을 전달하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지역 주민들로 모두 유관기관을 통해 봉사활동을 신청한 이들로 구성됐다. 차량도 자신의 차를 이용한다. 배달 과정에서 국물이 새거나 음식 냄새가 밸 수도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렇게 정성을 빈자리 곳곳에 눌러 담고 서둘러 출발했다. “푸드뱅크 신청을 유관기관을 통해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용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밥 달라’는 말은 하기 어려운 이야기잖아요. 하지만 기관을 통해 신청을 받으면 복지 차원의 권리라고 생각하세요.” ‘사고’로 시작한 김치 사업 조인검 이사가 하는 일에는 김치 사업도 있다. 기부받아 배분하는 일이 아닌 어엿한 제조업이다.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는 ‘복사골김치’다. “저희가 푸드뱅크 사업을 하니까 지자체에서 연락이 왔어요. 지역 빈곤아동을 위한 급식 지원 사업을 대행해줄 수 없냐는 것이었죠. 끼니당 2500원씩 예산이 배정된 사업이었어요. 당연히 오케이했죠. 수천만 원을 투자해 조리시설을 갖췄어요. 그런데 느닷없이 사업이 ‘아동급식카드’로 전환되어버렸어요. 아이들도 한식보다는 떡볶이 같은 분식을 선호하니까요. 시설을 처분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지역 병원에서 그 소식을 듣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병원 급식에 필요한 나박김치를 공급해달라고. 나박김치는 환자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요.” 조 이사가 김치 생산에 주목한 이유는 또 있었다. 바로 일자리 창출. 지역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에 김치 제조만 한 사업은 없었다. 현재 복사골김치에 근무 중인 근로자는 총 22명. 그중 17명이 65세 노인이다. 노인들에게 이 직장은 보통의 노인일자리 사업과는 엄연히 다르다. 전원이 정년 없는 정규직이다. 임금 수준도 최저임금의 120% 정도로 적지 않다. 암 같은 큰 병을 앓아도 일할 수 있다면 언제든 복귀할 수 있는 일터다. 그래서 이곳에는 장기 근속자가 많다. “저희도 염도 측정기 같은 장비를 쓰지만, 김치 담그는 것은 계절별로 원재료 특성이 다 달라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해요. 말 그대로 내공이 필요한 셈이죠. 나이 먹으면 미각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제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아요.” 이런 노력 덕분인지 복사골김치를 찾는 곳이 적지 않다. 공장에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적용해 지역 병원이나 지자체에도 납품 중이고, 2014년에는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선수들이 식사 때마다 복사골김치를 맛보았다. 복사골김치는 일자리 창출 외에 사회공헌활동의 선순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조 이사는 이야기한다. “푸드뱅크 사업에 필요한 임대료, 전기세, 차량 등은 모두 사회적 기업에서 나와요. 김치 팔아서 밥 퍼주는 셈이죠.(웃음) 물론 푸드뱅크를 통해 저희 김치가 직접 전달되기도 합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지역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해요. 앞으로는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한 노인 요양시설에 요양보호사를 보조할 수 있는 인력을 보내는 일을 하고 싶어요.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요. 발달장애인 일자리를 위해 유사한 사업을 진행 중인데,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요. 노인들은 수입이 생겨 생활이 안정되고, 환자 보호자들은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이 생기니 모두가 만족하는 구조입니다.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지역 주민 모두가 행복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 2024-07-1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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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베이비부머 은퇴 시작… 한은 “경제 성장률 0.38%p 하락”
- 올해부터 954만 명에 이르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 출생)가 법정 은퇴 연령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은 이로 인해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p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하며, 계속고용 정책을 통해 부정적 영향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일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를 발간했다. 분석 결과, 현 60대 고용률이 유지되는 시나리오에서는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2024~34년 기간 중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용률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경제성장률 하락 폭을 0.14%p로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2차 베이비부머는 은퇴 후 계속근로 의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2023.5월)에 따르면 55~79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계속근로를 희망하는 응답자의 비중이 2012년 59.2%에서 2023년 68.5%로 상승했으며, 평균 근로 희망 연령 역시 71.7세에서 73.0세로 높아졌다. 60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 또한 2010년 이후 상승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된 시기에 성장한 2차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근로 의지가 강할 뿐만 아니라, 교육 수준 또한 높은 편이다. 아울러 AI가 산업 전반에 침투하는 상황에서 IT활용도가 높고, 소득·자산 여건이 양호하며, 사회·문화 활동에 대한 수요도 크다. 이에 따라 2차 베이비부머의 계속고용이 이뤄진다면, 경제성장률 하락 폭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일본은 정부의 고령층 고용 촉진 노력으로 60대 고용률이 크게 상승한 바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재호 조사총괄팀 과장은 “향후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은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2차 베이비부머 인력 활용을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긴요하다. 특히 생애에 걸쳐 축적한 인적 자본을 장기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은 먼저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후 계속근로와 고용의 질적 제고를 동시에 이루기 위한 법·제도 마련에 사회적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령층의 재고용 의무화, 법정 정년 연장, 탄력적인 직무‧임금 체계 도입 등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는 고령층 고용 연장 제도와 관련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고령층 소비 여건 개선을 통한 내수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봤다. 2차 베이비부머는 보유 자산 등에 기반한 소비 여력과 사회·문화 활동에 대한 수요가 기존 세대에 비해 크기 때문에 자산 유동화, 연금제도 개선 등을 통해 이들의 소비를 활성화해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기반 약화에 대비할 수 있다.
- 2024-07-0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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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 “연령통합 사회, 청년도 노인도 하나의 어른”
- 노년에 접어들면 사회의 어른으로 기능하려는 책임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나이만 먹었다고 다 존경받는 어른이 될 순 없기에, 부담은 커지고 마음은 위축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른’의 책임을 노년에 한정하지 않는다. 청년·장년·노년 등 우리 사회 성인들이 세대 구분 없이 모두 하나의 어른으로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서로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노년의 책임은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살며 사회의 짐이 되지 않는 것. 그는 이러한 노인의 모습이 고령사회 존경받는 어른의 롤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 예견한다. 본지는 우리 시대 어른의 표상을 논하고, 세대 간 존경심을 엿보기 위해 ‘세대 간 존경-존중에 대한 인식조사’(2024)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2030·5060세대(500명)의 약 80%, 즉 대다수가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반응했다. 이는 10년 전 본지가 진행한 동명의 조사 결과보다 10%p 이상 높아진 수치로, 세대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된 셈이다. 평소 노년의 삶을 연구하고, 세대 간 교류를 고민해온 정순둘 교수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을 덧붙였다. “세대 간 갈등의 심각성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어떤 ‘경각심’을 드러낸 결과로 보여요. 갈등이라는 게 표면적으로 구체적인 뭔가가 나타나서 문제되기도 하지만, 어떤 징후를 갖고도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가령 노인을 향한 혐오 표현이 계속 생겨나는데, 이제는 우리가 이런 것들을 자제하고 주의해야 하지 않느냐는 경각심인 거죠. 그런 측면에서도 해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각심 높이는 갈등, 세대와 시대 이해해야 앞서 언급한 ‘노인 혐오’처럼 나이 든 어른을 공경하고 존경하던 문화는 사라져가고 있다. 게다가 ‘노시니어존’(노인 출입금지 구역)까지 생겨나며 자꾸만 세대를 구분 짓고 배척하는 분위기다. 이에 정 교수는 먼저 세대 갈등을 다루고 이해하려면 ‘생애주기’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그 세대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지 고려하는 과정이다. 한때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라는 노래가 유행했다. 그러나 자신의 젊은 시절 경험만을 잣대로 삼았다간 자칫 시대착오적인 견해를 드러낼 수 있다. “5060세대도 20~30대를 살아왔지만, 현재 2030세대가 사는 세상은 당시와 사회적 기반과 환경이 아예 달라요. 1970년대 20대와 2020년대 20대를 비교할 순 없죠. 기성세대의 청년기와 다르게 요즘 청년들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자신의 부모 세대만큼 풍족한 일자리 기회나 좋은 집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그들은 오늘날 5060세대보다 더 불행한 노후를 보낼지도 모르죠. 그런 데서 오는 좌절감, 무력감을 기성세대가 이해했으면 해요. 역으로 현재의 5060세대는 고성장 시대 주역으로 살며 많은 것을 이뤘고 경제력도 있지만, 그들의 부모처럼 봉양을 받긴 어려운 처지잖아요. 게다가 유례없는 긴 노후를 준비해야 하죠. 그런 점에서는 2030세대 또한 기성세대가 느끼는 고충을 헤아려주면 좋겠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신기술이 쏟아지고, 나날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는 요즘. 기성세대는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체득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2030세대에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년 세대 또한 사회 변화와 생애주기 간 속도가 어긋나는 괴리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라이프사이클은 느려지는 상황입니다. 과거 20~30대라면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겠지만, 요즘은 그 시점이 점점 뒤로 가고 있잖아요. 그런데 중장년들은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춰 ‘왜 아직도 취직을 못 했냐’, ‘나이가 몇인데 여태 결혼을 안 하냐’며 2030세대를 재촉하고 나무라곤 하죠. 즉 현재보다 빠른 라이프사이클을 살아왔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은 느린 기성세대와, 변화에 대한 적응은 빠르지만 과거보다 느린 라이프사이클을 사는 젊은 세대 모두 나름의 고충이 있는 거예요. 서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데서 오는 관점과 가치관의 차이가 결국 세대 간 차이와 갈등을 일으키는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5060세대, 고령사회 새로운 롤모델이 되다 현재의 5060세대가 겪는 고충은 또 있다. 그들이 본보기로 삼고 따라갈 롤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윗세대보다 노후가 훨씬 늘어난 데다, 그로 인해 일자리, 여가, 관계 등 다방면에서 삶의 양식과 가치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2030세대가 5060세대에게 조언을 구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듯, 그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앞서 말한 본지 조사에서 ‘어른의 부재가 가져올 악영향’을 묻자, 적지 않은 이들이 ‘다음 세대 어른의 부재’(25.8%, 복수 응답)를 꼽았다. 정 교수 또한 같은 맥락에서 우려를 내비쳤다. “존경받는 어른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 아닐까 해요. 그러한 존재가 없다면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다거나,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질 거예요. 그런 상황이 가장 염려스럽습니다. 현재 5060세대는 고령사회에서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해나가야 한다고 봐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고 하면 어쩐지 부담과 책임감이 밀려온다. 그런 이들에게 정 교수는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냄으로써 어른의 책임을 다할 수 있고, 그것으로도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노년, 즉 스스로 액티브 에이징(Ative Aging)을 실천하시길 권합니다. 건강한 존재로 사회에 짐이 되지 않는 것, 그게 노년의 역할이자 책임일 수 있죠. 긴 여생을 아무런 역할 없이 살아간다는 건 당사자도 힘들지만, 사회의 짐이 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역할을 갖기 위해선 무엇보다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경제력이 생기는 장점도 있지만 사회활동을 해야 여러 세대와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소외나 고립도 예방한다고 봐요. 기왕이면 노년에는 그 일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공헌 활동이면 더 좋고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사회적으로도 평생 일자리와 고령 인력 활용이 이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고령사회연령통합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인 정 교수는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연령통합’의 개념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연령통합은 곧 연령으로 인한 장벽을 없애는 거예요. 가령 65세가 되면 은퇴해야 한다, 고령자는 고용이 어렵다, 다 ‘나이’가 기준이잖아요.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면 결국 연령을 기준으로 삼던 제도들의 개혁이 필요해요. 이렇게 연령통합은 연령의 유연성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연령의 다양성 측면도 있어요. 지금은 세대가 너무 끼리끼리 뭉치잖아요. 카페나 식당을 가도 ‘여긴 젊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는 분위기면 들어서길 민망해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세대가 분리되기보다는 함께 섞여 지냈으면 하는 거죠. 제도적으로나마 세대 교류 공간을 확충해갈 수 있다고 봐요. 요즘은 아파트 몇 세대 기준으로 경로당을 짓잖아요. 그런 공간을 노인만이 아닌 아이들도 놀러 가고 청년들도 차 한잔하러 가는 동네 사랑방 같은 장소로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면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생각해요.” 나이가 주는 ‘노인’ 타이틀, 괘념치 말아야 정 교수는 지난해부터 제33대 한국노년학회 회장과 국민통합위원회 ‘노년의 역할이 살아 있는 사회’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작년 10월 발족한 특별위원회는 ‘노인의 역할과 세대 간 존중이 살아 있는 사회’를 목표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나가는 중이다. 여기에서도 그가 그동안 연구해온 연령통합의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이렇듯 여러 역할을 통해 정 교수가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궁극적으로는 65세라는 나이의 틀, 그로 인해 노인이 된다는 두려움이 사라졌으면 해요. 나이가 들고 ‘어른’으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마찬가지예요. 어른은 통상 청년, 장년, 중년, 노년 모두를 아우르는 거잖아요. 나이를 기준으로 누구는 젊은이, 누구는 늙은이 나누지 말고, 그저 시민의 한 사람으로 이해하고 바라봤으면 해요. 개개인뿐 아니라 사회도 그렇게 바뀌어야겠죠. 그렇게 나이와 무관하게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연령통합 사회’라고 봅니다.” 정 교수 또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연령통합 사회를 희망하고 있다. 끝으로 오랜 세월 노년의 삶을 연구해온 그가 자신의 노후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물었다. “아직 우리 사회에 나이 제한이 있으니, 65세가 되면 저도 은퇴하겠죠. 제2의 인생에서 선택은 두 가지예요.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하는 것, 또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 이쪽 일을 계속한다면 경험과 지식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겠지만, 그러다 꼰대가 될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되면 노후의 좋은 모델은 아닌 듯해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려고요. 한편으론 저 같은 노후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교육제도도 열려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평생교육이 있지만, 이 또한 세대를 분리한 교육이잖아요. 가령 어떤 분은 50세 넘어도 반도체학과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그런 접근이 필요해요. 물론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죠. 나이를 떠나 더 자유롭게 대학에서 제2의 전공도 공부하면서 제2의 인생을 꾸려보면 좋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 2024-04-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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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의 달 3월, 중장년 대상 교육 시작 “새로운 것 배워볼까?”
- “배움을 그만둔 사람은 20세든 80세든 늙은 것이다. 계속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포드의 창립자 헨리 포드가 남긴 말이다. 반갑게도 우리가 배움을 통해 젊어질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지역마다, 기관마다 중장년 대상 교육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배움의 달 3월,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고 참여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다시 가는 학교 ‘캠퍼스형 교육’ 과거 중장년 대상 교육기관이 적었을 때는 지역 동사무소나 노인복지센터 등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근래에는 캠퍼스 형태의 교육기관들이 생겨나면서 더 다양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캠퍼스’라는 명칭이 주는 낭만과 로망은 덤이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민대학’에서는 3월 초부터 수강생을 모집해 4월부터 1학기를 시작한다. 3월에 1학기를 시작하는 일반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의 수강신청을 놓친 이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서울시민대학은 중부권 캠퍼스(종로구), 동남권 캠퍼스(강동구), 모두의학교 캠퍼스(금천구) 등 세 곳을 운영한다. 체계적이고 폭 넓은 교육 콘텐츠를 통해 서울시민의 미래 역량 개발과 평생학습을 지원하며 지난 한 해 동안 1만6693명의 참여자가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했다. 2023년 서울시민대학 정규강좌 학습자 중 대다수(92%)가 40대 이상 중장년·노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학습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94% 이상)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개발된 ‘인생디자인학교’ 모델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킬 살롱’과 ‘프로젝트 실험실’ 과정에 참여할 중장년을 모집한다. 생애 맞춤형 경제 진단 및 핵심 경제역량 개발을 위한 ‘중장년 맞춤형 경제교실’도 선보일 계획이다. 공원·궁궐·박물관·미술관 등을 활용한 중장년 맞춤 문화‧여가 교육 프로그램도 상시로 제공한다. 교육을 통해 일자리 탐색 및 재취업 기회를 노린다면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경력설계 및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은평구), 중부캠퍼스(마포구), 남부캠퍼스(구로구), 북부캠퍼스(도봉구)에서 매월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 신중년 채용 트렌드 이해와 구직 서류 작성법, 유망 직종 자격증 활용 가이드, 스마트폰을 활용한 구직 방법 등 재취업에 도움 되는 알찬 강좌들이 마련돼 있다. 아울러 올해 3월 4일부터는 ‘디지털 직무역량개발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교육은 4월 또는 5월에 진행되며, 수강료는 2만~3만 원대로 부담 없는 가격이다. 선착순으로 모집을 마감하니 배우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모집 일정을 잘 기억해두고 서둘러 신청하자. 시공간 제약 없는 ‘온라인 교육’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교육 현장의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 교육 활성화다. 주로 오프라인 강좌에 머물던 중장년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단시간에 이뤄진 것이다. 이에 발맞춰 중장년들도 빠르게 비대면 교육 프로세스에 적응해나갔다. 학위 취득을 위해 온라인 교육 기반의 한국방송통신대학교나 사이버대학에 입학하기도 하지만, 유튜브나 온라인 지식 채널 등을 통한 학습도 활발해진 편이다. 온라인 강좌 서비스 플랫폼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케이무크’(K-MOOC, Korea Massive Open Online Course)다.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는 국내 유수 대학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다.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기존의 온라인 교육과 달리 교수자와 학습자, 또는 학습자 간 질의응답, 토론, 과제 제출 등 양방향 학습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수강인원 제한이 없고, 모든 강좌가 무료라는 장점도 있다. 인문·사회·예체능 강좌를 비롯해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매치업’(Match業)과 취업역량 강화 강좌, 해외 강좌 등 수백 개의 콘텐츠가 제공된다. 평가인정 학습 과정으로 승인받은 일부 강좌는 이수 후 학점은행제로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으니 참고하자. 국가평생학습포털 ‘늘배움’에서도 온라인 학습이 가능하다. 공공·유관기관 및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개발한 동영상 평생학습 콘텐츠로, 사이트에 올라온 강좌 수만 3000개가 넘는다. 이 중에서 학습목적별(취업·창업, 외국어, 자격증, 인문·교양, 건강·의료 등), 학습분류별(학력보완, 직업능력, 문화예술, 시민참여 등) 검색을 통해 원하는 교육을 찾아보면 된다. 늘배움 온라인 교육에 대한 학습 결과를 평생학습계좌제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학습 이력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고용 정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서울시평생학습포털’을 찾아도 좋다. 해당 홈페이지에서는 서울시민대학 프로그램 신청도 가능하다. 프로그램 수료 후에는 서울 시장명의의 수료증도 발급된다. ‘e학습여행’ 메뉴에서는 외국어, 자격증, 창업 등의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일자리에 관심 있다면, 중장년 특화 온라인 과정을 눈여겨볼 만하다.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 4050’의 일환으로, 시중에 판매되는 고품질의 인기 온라인 강좌를 매우 저렴하게 임차하여 제공한다. 일단 할인된 가격으로 강좌를 결제한 후 강좌를 수료하면(진도율 70% 이상) 자부담 금액을 100% 환급받을 수 있다. 중장년 특화 온라인 과정은 올해 2월 19일 시작해, 연말인 12월 15일까지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창업, IT 개발, 영상 제작, 마케팅 기법 등 직업전환 및 역량강화 교육부터 유튜버·쇼핑몰 등을 통한 부가수익 창출 강의까지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 2024-03-07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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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령사회, 일터도 혁신 필요” 김대환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 청룡의 해다. 김대환(60)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 생애 또 한 번 청룡의 해를 맞았다. 서예가 취미인 그는 매년 초 휘호를 쓴다. 올해의 휘호는 세심자신(洗心自新). ‘마음을 닦아 새로워지다’라는 의미다. 잘 닦아낸 개인의 삶을 사회와 나누고 싶다는 소망도 담겼다. 그리고 그 소망을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이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봄 김대환 사무총장은 노사발전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2022년 9월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 퇴직 후 반년 만에 제7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터에 복귀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행정관리담당관•국제협력관•근로기준정책관 등을 지내며 회갑 생의 절반은 ‘고용노동부’의 명함을 지니고 살았다. 덕분에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노사발전재단의 업무가 낯설지는 않았다. 익숙함은 장기로 발휘하되, 늘 새로움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던 나날 속 어느덧 한 해가 저물었다. “작년 봄 취임식 때 직원들과 인사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가 밝았네요. 취임 후 5개 지사, 13개 중장년내일센터, 6개 차별없는일터지원단을 방문해 직원 간담회를 열어 업무 현황을 들어봤어요. 재단의 운영 방향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재단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봤죠. 결국 ‘소통과 협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침 2011년 고용노동부 행정관리담당관 시절 만들었던 ‘한 권으로 통하는 고용노동 정책’이 떠올랐어요. 지금까지 발행되는 책인데, 한 권으로 고용노동부의 정책과 제도를 살펴볼 수 있죠. 재단에도 그런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여겼고, ‘한 권으로 보는 노사발전재단 사업’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이 강조하는 소통과 협업의 대상은 본부 내 부서들을 비롯해 지사 및 유관기관, 고객까지 아우른다. 가령 사내에서 부서 단위로 함께 일할 때 다른 부서의 업무도 알아야만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하다. ‘한 권으로 보는 노사발전재단 사업’은 전반적인 사내 업무를 한눈에 조망하는 일종의 참고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재단 직원들뿐만 아니라 유관기관이나 고객인 기업과 노동자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재단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손쉽게 알리고, 찾는 발걸음도 늘릴 수 있다고 봐요. 지원책이 있어도 알아보기 힘들면 유명무실하잖아요. 또 직원 간 공감의 장 형성을 위해 직원 소식지 ‘공감레터 : 우리는…’도 매주 발간하고 있습니다. 나름 지난해에는 소통 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보고, 올해는 협업 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평생현역 사회를 위한 일터 혁신 필요해 지난해 6월, 김 사무총장은 2022년 지역 단위 총괄 조직으로 신설된 5개 지사에 1~3급 직원 4명을 지사장으로 발령하며 기능 정상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밖에도 중앙노동위원회, 한국어촌어항공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해운조합 등과 업무 협약을 맺으며 사업 연계 및 확장에 총력을 기울였다. 기관 간 협업 사업 중에는 ‘청춘문화공간’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업으로 노사발전재단과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뜻을 모아 전국 13개 중장년내일센터(구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2023년 명칭 변경)에 청춘문화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청춘문화공간은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이 한 공간에서 고용과 문화 서비스를 동시에 누리게끔 지원하고 있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여가·문화생활이 겸비돼야 활기찬 노후가 가능하다고 봐요. 때론 그런 여유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직업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하죠. 과거보다는 일자리가 더 다양해졌고, 취미를 살려 소득을 얻을 기회도 많아졌잖아요. 퇴직 후 뭘 할지 고민이라면, 이런 강의를 통해 평생 일자리를 구상하는 계기를 마련해보셔도 좋겠어요.” 2025년 초고령사회를 앞둔 현재. 은퇴 이후에도 평생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다. 이는 개인의 영역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도, 사회적으로도 고령 인력 활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30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으며 고용과 노동에 관련한 현안을 다뤄온 김 사무총장 역시 같은 고민을 하던 터였다. “OECD는 2018년 고령층 미취업 인구 중 25%가 취업하면 2050년에 1인당 GDP가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2023년 국내 고령층 미취업자 636만 명 중 3분의 1이 장래 일하기를 원했습니다. 고령층 취업자의 93%는 계속 일하기를 희망했고요. 고령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퇴직한 중장년을 취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사정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평생직장’보다는 ‘평생현역’이라는 맥락에서 중장년에 대한 지속적인 직업 능력 개발과 취업지원 시스템을 마련해나가야 해요. 기업에서도 고령층이 일하기 쉬운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유연근무 등 다양한 근무 방식의 도입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터에도 고령화에 따른 혁신이 필요한 셈이죠.” 고령 인력이 지닌 가치, 허비하지 않아야 상당수 기업이 코로나19를 겪으며 근무 방식에 변화를 감행했다. 그러나 체계를 구축하지 못해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발전재단에서는 작업환경 및 고용문화 개선, 장년 고용안정 체계 및 평생학습 구축 등에 대한 일터혁신 컨설팅을 무료로 시행중이다. ‘재취업지원 서비스 운영 가이드라인’도 제작해 기업 상황에 맞게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결국 고령 인력 활용의 실마리는 기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김 사무총장의 고견이다. “고령 인력 활용에서 중요한 것은 경영진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OECD에 따르면 고령자는 경험과 지식 활용뿐만 아니라 청년과의 기술 보완을 통해 팀 성과 및 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기업은 고령자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숙련된 인재’라고 인식하고, 다양한 연령의 노동력을 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기업의 성과를 제고해야 합니다.” 기업에서 채용 시 연령차별을 철폐하고 다양한 연령과 경험 및 전문성에 기반한 고용문화를 장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5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연령차별은 2018년 한 해에만 미국 경제에 8500억 달러의 손실을 발생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또한 그는 일본 고용정책 사례도 주목했다. “일본에서는 ‘생애현역사회’를 기본 뱡향으로 한 고령자 고용정책이 이뤄지고 있어요. 정책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기업이 고령자 고용연장을 위한 고용확보조치 노력의무 및 다양한 조성금 제도를 통해 아주 오랜 기간 단계적으로 의무화했다는 겁니다. 그런 토대를 만든 덕분에 법정의무를 만들었을 때도 기업이나 노동자에게 부담 없이 작용할 수 있었던 거죠.” 아울러 김 사무총장은 일터혁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끼실 수도 있겠는데요. 일터혁신은 결코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중소기업에서도 노사가 함께 각 기업의 상황에 맞게 공동의 목표를 수립하고, 근로자들이 중심이 되는 참여적 활동을 통해 조직과 제도, 문화와 관행을 바꾸려 노력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 재단의 서비스도 이용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개인의 인생이 사회의 쓸모가 되도록 김 사무총장 역시 재단에 몸담으며 우리 사회 고령 인력 활성화와 일터혁신을 위한 지원책 마련에 지속적으로 힘쓸 계획이다. 아울러 임기를 다한 이후에도 ‘평생현역’으로의 삶을 위해 개인적인 노력을 펼쳐가고자 한다. “중앙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퇴임하고, 평소 찾던 속리산 법주사에 딸린 한 암자의 주지스님을 뵈러 갔어요. 당시 스님께서 말씀하시길 ‘이제까지 공직에 있으면서 사회를 위해 일했는데, 앞으로는 보너스 인생을 산다고 여기고 더욱더 본격적으로 사회를 위해 봉사하라’ 하시더군요. 일단 재단에 머물면서 그 소임에 최선을 다할 테고요. 그 경험까지 아울러서 제가 지닌 것들을 사회에 잘 전수하고 나누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우리 사회 수많은 중장년이 스스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기쁨을 누리길 바랐다. 과거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신을 잘 돌보고 닦아나가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에 이르면 생애 전체가 사라지는 거잖아요.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자기가 쌓아온 것들을 사회에 쓸모 있게 나누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봐요. 현재의 저로 예를 들면 지나온 60년의 삶과 더불어 앞으로의 여생도 녹아 있는 셈이죠. 그 삶은 나라는 개인뿐 아니라 가깝게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영향을 끼쳐요. 멀게는 지면을 통해 이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도 자그마한 생각을 던져줄 수 있고요. 그런 의미를 되새기며 나의 과거, 미래, 현재를 아우르는 완연한 삶을 잘 닦아나가야겠습니다.” △노사발전재단은?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전국에 13개 중장년내일센터를 운영한다. 중장년층의 생애경력설계, 재취업 및 창업 등 일자리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초역량 증진 교육 ‘내일부스터’, 일대일 심층상담 방식으로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여 경력설계 컨설팅을 제공하는 ‘개인별 경력개발서비스’ 등 중장년 대상 체계적인 경력 관리를 지원한다. 만 40세 이상 중장년이라면 평생현역 활동을 위한 전직·재취업 지원, 산업별 특화서비스, 사업주지원 패키지, 청춘문화공간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 2024-02-1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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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후 도전의 길 찾아” 퇴직 후 맥주 회사 차린 日 교장선생님
- 현재 일본 인구 중 80세 이상은 10명 중 1명이다. 65세 이상은 곧 3명 중 1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시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이 글에서는 정년퇴직 후 경험이 없는 분야인 수제 맥주 회사를 창업한 일본의 65세 쓰카코시 씨 이야기를 소개한다. 도전의 시작 : No Play No Error 37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60세에 교장직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쓰카코시 토시노리(塚越敏典) 씨. 퇴직 후 첫 1년 동안은 미술관에서 주 4일 근무하며 생활했는데, 어느 날부터 평범한 일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단다.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가르쳤지만, 정작 자신은 도전한 경험이 없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무언가 흔적을 남겼는가?’였다. 60년 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남긴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두 번째 질문은 ‘평생을 살아온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였다. “저는 유키시에서 자랐고, 이곳에서 평생 교사로 근무하며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시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유키시는 일본 술, 배, 토마토, 포도 등으로 유명해요. 일본 술은 오래된 경쟁 업체가 많아서 이 지역 과일을 활용한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친구의 권유로 참가한 양조 체험 투어에서 처음으로 맥주 제조를 접한 쓰카코시 씨는 자신이 만든 맥주를 지인들에게 시음해보게 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는 고향인 유키시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역 활성화에도 공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쓰노미야시에 있는 맥주 공장에서 세 달 동안 양조법을 배운 뒤 2019년 수제 맥주 회사 ‘유키 맥주’를 창업했다. 지역 특산물 담은 유키 맥주 인구 약 5만 명의 유키시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바라키현 서쪽의 작은 도시다. 유키시에서 쓰카코시 씨가 만드는 유키 맥주의 특징은 뭘까? “과일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많아요. 예를 들어 배 원료를 사용한 맥주와 사과 원료를 사용한 맥주 등 계절에 따라 출시되는 제품도 있습니다. 우리의 대표 상품 브랜드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가장 인기 있는 I.P.A 맥주가 있어요. 인디아 페일 에일인데요. 홉 함량이 풍부해 쓴맛이 강하며 알코올 도수도 높습니다. 두 번째는 쓰무기 에일이라고 하는데, 유키시에서 유명한 유키 명주를 활용한 고유 맥주입니다. 명주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서 만든 천인데, 고치를 만드는 누에는 뽕잎만 먹지요. 쓰무기 에일은 이 뽕나무 열매(오디) 원료를 사용해 오직 이곳에서만 생산됩니다. 세 번째 KISS ALE라는 맥주는 오야마시의 딸기 농장에서 재배한 스카이베리 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인기 있는 맥주입니다.” 새로운 도전에도 자금은 필요하기 마련이다. 매일 손익을 따지는 엄격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창업 자금은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활용했고,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수의 개인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통해 모금하기도 했습니다. 초기 목표 금액은 100만 엔이었지만 실제로는 175만 엔을 모았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가르쳐온 수많은 제자들로부터 후원을 받았으리라 예상했는데, 역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전의 어려움과 성취의 즐거움 경영 경험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제2의 커리어로 창업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사람 관리가 가장 어려웠어요. 이전에도 항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지만, 사장으로서 직원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고용하고 직접 관리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일부 직원을 고용해봤는데, 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어서 그들과의 협업을 종료해야 했습니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인사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듯이, 깊은 물 속은 들여다볼 수 있어도 사람 마음은 좀처럼 알기 어렵다. 적합하지 않은 인재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이른바 ‘미스 매칭’을 겪는 기업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맥주 회사를 창업해 좋았던 점은 뭐가 있는지 물었다. 쓰카코시 씨는 교직원 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늘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학교에서 가르치던 경제나 세금 관련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해보며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점도 좋단다. 이론보다 실무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했다. 유키 맥주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 12종은 각각 330ml 병당 600엔(약 5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기업에서 만드는 맥주의 약 3배 가격이다. 아무래도 수제 맥주는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어떤 판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특별한 전략은 없지만, 대기업 제품과 차별화되는 ‘수제 맥주’만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맛이 좋으면 반드시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NS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어요. 아직 서툰 부분도 있지만요….” 지역에 기여하는 삶 유키 맥주는 지난해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이 됐다. 개인사업자로 일할 때는 수익이 조금 나기도 했지만,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설비를 늘리고 창고를 만드는 등 투자를 해 대출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쓰카코시 씨는 매달 상환해야 할 대출금을 생각하면 잠을 이루기도 힘들 만큼 압박을 받지만,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니 잘 헤쳐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 쓰카코시 씨를 교사 시절부터 알고 지낸 학부모와 제자들이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정년퇴직하면 교육과는 다른 분야에서 일해보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제자들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유키 맥주를 4년 동안 운영해올 수 있었던 건 결국 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보답하고자 쓰카코시 씨는 매일 아침 지역에서 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을 한다. 쓰레기를 줍다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마주칠 때면 “너희들 나중에 성인이 되면 반드시 유키 맥주를 마셔야 한다!”고 외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장직을 맡은 경험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는 것도 그가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정년 전에는 항상 사람과 함께 있었는데, 요즘은 혼자서 종일 일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껴요. 늘 라디오를 듣고 있기는 하지만, 대화할 기회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침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잠시나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하루를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누가 저에게 부탁을 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예요.” 쓰카코시 씨는 유키 맥주가 대대손손 이어지기를 바란다. 손자가 성장해 자신의 사진을 공장 벽에 걸어두고 “이 사람이 창업자고 나는 3대째야”라고 말해주면 좋겠단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된 노년층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장면이다. 내가 하던 일을 손자·손녀가 이어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꾸려나간다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쓰카코시 씨는 수제 맥주 양조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전하고 있다. 맥주를 양조하며 느낀 창의적인 즐거움과 사회적인 만족감이 삶을 채워준다. 그는 노후에도 변화와 도전을 통해 뜻깊은 인생을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노 플레이 노 에러!’ 아무것도 하지 않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내가 존재했다는 걸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창업으로 회사를 세우는 길을 택했습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가치를 남길 수 있을 거예요. ‘예순이 지났는데, 앞으로 뭘 하겠어?’가 아니라 ‘앞으로 40년이나 남았네’라며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실천과 도전의 중요성’을 가르친 그는 현장에서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 롤모델이 되기를 자청했다. 정년퇴직 후에도 ‘노 플레이 노 에러’ 정신으로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의 삶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회에서 만족감을 찾아 기여하는 삶이 의미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50~60대 샐러리맨이 정년퇴직 후에 1인 창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년 후 기존 기업에 재고용되는 경우 월급과 직위가 대폭 낮아지고 단순 업무로 인해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1인 창업을 하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며, 소규모로 시작하니 리스크를 줄이고 평생 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창업할 때 동료나 후배에게 함께 일하자고 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신중해야 한다. 성공하면 이익 분배로 갈등이 생기고, 실패하면 책임을 떠넘기며 헤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년 후 창업은 혼자 개척해 나가는 것이 철칙이라고 조언한다. 그렇기에 쓰카코시 씨의 유키 맥주 창업기는 100세 시대에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다.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하는 삶의 가치를 더 많은 분들이 나누기를 기대한다.
- 2024-02-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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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자 계속고용' 일자리 정책에 영향 줄까?
- 2024년 고용영향 평가 대상과제로 ‘고령자 계속고용’을 비롯한 8개 과제가 선정됐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정책심의회를 개최, 고령자 일자리 참여 지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주요 정책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할 계획이다. 고용영향 평가는 2011년 첫 시행 이후 매년 중앙부처 및 자치단체의 주요 정책을 선정하여 고용의 양과 질에 미치는 경로와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정책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보다 고용친화적으로 운영되도록 제언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선정된 과제는 2월 중 과제별 연구진을 선정하고, 연말에 주요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평가결과는 관계부처 등에 전달되어 정책개선 및 제도운영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고용노동부는 정책제언에 대한 조치계획 및 추진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선정된 8개 과제는 다음과 같다. 2024 고용영향평가 과제 목록 △ 고령자 계속고용 및 신규고용 지원제도의 고용영향 △ 원하청 상생협력 지원정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 공공 아이돌봄서비스사업 확대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 부모육아휴직제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 신삽업, 신기술 분야 인력양성 확대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 간호사 교대제 개선사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전략’의 고용 양향 △ 전남 목포·해남·영암 고용 위기 및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지원에 따른 고용효과
- 2024-02-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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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자 고용안정지원금 따라잡기
-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중장년 고용 우수기업 사례집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곳에서 고령 인력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으로 많은 기업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성장기를 함께해온 이들은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따라서 기업의 발전을 위해 고령 인력의 남다른 내공과 노하우를 젊은 직원들에게 전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령 인력의 고용은 개별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요구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2025년에는 우리나라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고,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하려면 고령 인력 활용이 불가피하다. 고령 인력의 입장에서도 기대수명이 점차 늘고 있는 데다, 정년퇴직 이후에도 활동적이고 안정된 삶을 원하기 때문에 근로 의지가 강하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정부는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및 고령자 고용지원금을 통해 고령자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이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사업주에게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계속 고용된 근로자 1인당 월 30만 원씩 최대 2년간 총 720만 원을 지원한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의 지원 대상 사업주는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2조가 정하는 우선지원 대상 기업 및 중견기업이다. 중견기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서 발급한 중견기업 확인서로 확인한다. 공공기관 등, 주점업, 사행시설 운영업, 무도장 운영업, 임금 체불 명단 공개 사업주, 보험료 체납 사업주, 중대 산업재해 발생 등으로 명단이 공표 중인 사업주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 대상 근로자는 계속고용 제도 시행일 이전부터 근무해온 근로자이면서 제도 시행일로부터 5년 이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다. 시행일 이후 입사한 자는 입사 때부터 변경된 제도(정년 연장 및 재고용)를 적용받으므로 지원할 수 없다. 재고용의 경우는 계속고용 제도 시행일로부터 5년 이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정년 다음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재고용한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해당 사업주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외국인(거주, 영주, 결혼이민자는 지원),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16조의10에 따라 사업주가 신고한 월평균 보수가 110만 원 미만인 근로자는 제외된다. 단시간 근로자라도 정년이 적용되고, 고용보험 피보험자로 사업주가 신고한 월평균 보수가 110만 원 이상이라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우선 계속고용 제도 시행일 전부터 정년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야 한다. 정년이 없거나 정년을 폐지한 기업이 새로이 정년을 도입하는 경우는 정년이 없었던 때보다 고용이 연장된 것이 아니므로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계속고용 제도를 명시해야 한다. 계속고용 제도란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정년을 운영 중인 사업주가 연장 또는 폐지하거나, 정년의 변경 없이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를 계속해서 고용하거나 재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정년 연장의 경우 현 정년에서 1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 다만 고령자고용법은 사업주가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 60세로 정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기업이 정년을 가령 57세로 정했어도 법에 따라 정년이 60세가 되는 것이므로 정년을 최소 61세 이상으로 연장하는 경우에만 지원된다. 재고용의 경우 정년퇴직자를 퇴직 후 6개월 이내에 재고용하는 것이다.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재고용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하되 기간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재고용 제도는 정년 이후에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일부 근로자만 선별적으로 재고용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취업규칙 등에 노사 합의로 정한 재고용하지 않을 수 있는 기준(가령 건강상의 이유, 해당 직무가 폐지된 경우 등)을 명시하고 그 기준에 따라 선별적으로 재고용한 경우에는 지원된다.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재고용 중 기업의 사정에 맞게 선택하여 운영하면 된다. 계속고용 제도는 취업규칙 등에 시행일을 명시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변경해야 한다. 즉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지방 관서에 취업규칙 변경 신고를 해야 하고, 10인 미만인 경우 인사규정, 운영규정 등에 명시하고 모든 근로자에게 공지해야 한다. 여기서 계속고용 제도의 시행일이란 노사 합의 등을 통해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시행하기로 명시한 날짜를 의미한다. 다만 시행일이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신고한 날보다 이전인 경우 취업규칙 등을 신고한 날부터 최대 30일 이내로 소급한 날을 시행일로 본다. 취업규칙 신고 의무가 없는 사업자의 경우 시행일을 명시한 규정을 기업 홈페이지, 전자메일, 인터넷 메신저 등의 방법으로 근로자들에게 공지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날이 계속고용 제도 시행일이 된다. 그리고 계속고용 제도 시행일이 속한 연도의 직전 연도를 기준으로 60세 이상 피보험자 비율이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 60세 이상 피보험자가 전체 피보험자의 30%를 초과한 사업장의 경우 이미 사실상 계속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다만 만 60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이 증가했다면 다음에 소개할 ‘고령자 고용지원금’ 신청이 가능하다. 지원금은 분기 단위로 산정하며, 계속고용 제도 적용을 받아 재직 중인 피보험자 수에 월 지원금인 30만 원을 곱하여 산정된다. 다만 한도가 있는데, 해당 분기 매월 말 피보험자 수 평균의 30%에 90만 원을 곱한 금액을 상한으로 한다. 그리고 지원 대상 근로자별로 계속 고용된 날부터 각각 2년간 지원한다. 고령자 고용지원금 고령자 고용지원금이란 신청 분기 월평균 만 60세 이상 근로자 수가 직전 3년 평균보다 증가한 경우 증가 인원 1명당 분기에 30만 원을 최대 2년까지 지원(총 240만 원)하는 제도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과 마찬가지로 우선지원 대상 기업 및 중견기업을 지원 대상으로 하며 공공기관 등, 주점업, 사행시설 운영업, 무도장 운영업, 임금 체불 명단 공개 사업주, 보험료 체납 사업주, 중대 산업재해 발생 등으로 명단이 공표 중인 사업주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 대상 근로자는 ① 매월 마지막 날 현재 만 60세 이상이어야 하고, ② 매월 말 현재 해당 사업장에서 피보험자격 취득 기간이 1년 초과한 고령자여야 하며, ③ 매월 말 현재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취득 중인 근로자에 해당해야 한다. 해당 사업주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지 않은 외국인(거주, 영주, 결혼이민자는 지원), 임금이 최저임금법 제5조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최저임금 미만인 사람은 제외된다. 고령자 고용지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사업 적용 기간과 고령자 수에 대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선 고용보험 성립일로부터 지원금을 최초 신청(지급)한 분기 시작일의 바로 전날까지의 기간(이하 ‘사업 적용 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한다. 가령 지원금 최초 신청 및 지급이 2023년 1분기인 경우 분기 시작일(1월 1일) 기준으로 바로 전날(2022년 12월 31일)까지의 사업 적용 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한다. 다음으로 분기별 매월 말 현재 고령자 수 월평균이 지원금을 최초로 신청한 분기 이전 사업 적용 기간별(1년~3년간) 매월 말 고령자 수 월평균보다 증가해야 한다. 사업 적용 기간별로 이전 고령자 수 산정 기간 및 대상이 다르다. 사업 적용 기간이 1년 이상 ~ 2년 미만인 경우 이전 1년을 산정 기간으로 하고, 산정 대상은 신청 분기 고령자 수와 동일 기준의 근로자 외에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근로계약 기간이 1년을 초과하는 고령자가 포함된다. 사업 적용 기간이 2년 이상~4년 미만인 경우 사업 적용 기간 중 최초 1년을 제외한 기간을, 4년 이상인 경우 이전 3년을 산정 기간으로 하며, 두 경우 모두 산정 대상은 신청 분기 고령자 수와 동일 기준으로 산정한다. 만 60세 이상 근로자 수가 증가한 경우에 지원하는 것이므로 감원 방지 의무는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분기별로 지원 대상 고령자 수에 30만 원을 곱한 금액으로 지원금이 산정된다. 다만 지원 한도가 있다. 월평균 피보험자 수가 10명을 초과하는 기업의 경우 지원금 신청 분기의 ① 고령자 수 증가 인원, ② 피보험자 수 월평균의 30%에 해당하는 인원, ③ 최대 30명 이내 중 가장 적은 인원을 지원한다. 월평균 피보험자 수가 10명 이하인 기업은 ① 고령자 수 증가 인원과 ② 지원 한도 3명 중 적은 인원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분기별로 신청 및 지급하며, 지원금의 지원 요건을 최초로 충족한 분기를 기준으로 2년간 지원한다. 지원금을 최초로 지급한 이후 특정 분기에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분기(기간)도 지급 기간 2년에는 포함된다. 고령자의 취업은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요구이자, 고령자와 기업이 ‘윈윈’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새해에는 독자가 운영하는 기업이 중장년 고용 우수기업 사례로 소개되길 기대해본다.
- 2024-01-2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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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식 정년 연장, 계속고용 정책에 숨겨진 3가지 핵심
- 연공형 임금 체계, 기업별 노조, 노동 시장 이중구조라는 측면에서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법정 정년 60세’는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2024년에는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을 들여다봤다. “공무원을 제외하고, 정년을 채운 분이 주변에 있나요?”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이하 연구원)에게 ‘우리나라도 60세 정년제가 있지 않나’ 묻자 돌아온 답이다.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제도’(60세 정년제)는 2013년 국회를 통과했고 2016년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정 연구원은 60세 정년제가 도입되기 전에도, 도입된 후에도 실제 은퇴 연령은 49.3세로 바뀌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년 연장은 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걸까. 일본의 정년 연장, 어떻게 다를까? 일본의 3대 재벌 그룹 중 하나로 꼽히는 스미토모그룹의 자회사 스미토모전설은 2021년 4월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70세까지 재고용하도록 사내 규정을 개편했다. 정부가 70세 계속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한 데다 60세 이상 직원의 100%가 65세까지 근무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다만 동일 직무에서의 정년은 60세이고 부장급 이상 직원에 한해 같은 직무에서 64세까지 일할 수 있다. 또한 60세 이상 근로자에게는 ‘현장 경험을 살린 관리 퍼포먼스로 베테랑 사원을 육성한다’는 미션을 준다. 기업들은 60세 정년 의무화가 법으로 제정되기 전부터 90% 이상이 도입하고,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시행했다. 사내 정년 연령이 60세더라도 실질적으로는 65세까지 일하는 곳이 많아, 일본의 정년 연령은 65세나 다름없다고 평가된다. 일본의 정년 연장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20년 넘는 논의 기간이 있었다. 둘째, 기업에 선택지를 주고 기업별 노사에 자율성을 줬다. 셋째, 소득 공백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법적으로 ‘60세 이상’을 정년으로 정의한다. 또한 65세까지 ‘고용 확보 조치’를 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노사정이 1:1:1로 10명씩 구성된 심의회에서 삼자 합의 후에 국회가 이를 토대로 논의했다. 고령자 계속고용 정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본 정부는 기업에 정년 연장, 정년 후 재고용, 정년 폐지라는 선택지를 주어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했다. 임금에 대해서도 중앙에서 결정한 지침은 있지만, 개별 기업의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이나 처우를 결정하도록 했다. 임금피크제라는 용어가 없음에도 60세 정년 이후 고용 방법을 선택할 때 자연스럽게 임금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스미토모전설은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면서 직무가 바뀌더라도 임금은 상승할 수 있도록 60세 이후에도 승진·승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65세 이후 70세까지 재고용할 때는 근무 평가에 따라 대상자를 제한하고, 기존 임금의 55~80% 수준으로 급여를 조정한다. 일본 정부는 이 과정에서 고령자가 임금 조정으로 생활에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두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고령자 고용계속급부 제도는 60세 이후 75% 이하로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에게 임금을 보조해준다. 재직노령연금은 후생연금과 임금을 동시에 받는 고령자에 한해 연금액 전부 혹은 일부를 지급 정지할 수 있는 제도(2025년까지 실시)다. 우리나라의 60세 정년제는 법적 의무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라 실제 이를 반영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6월 기준 300명 미만 사업장 중 정년제를 도입한 곳은 21.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60세 정년을 ‘법적 의무’로 정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 고령자 주된 일자리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업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고용을 선택할 것이고, 일자리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일본 기업 역시 80% 이상이 재고용을 선택하고 있다. 정혜윤 연구원은 “일본 기업도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재고용을 선호하지만, 노동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고령 인력 활용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정년제 효과나 후속 대책에 관한 논의가 없었고, 노사정이 각기 다른 주장을 하며 합의점을 만들지 못했다. 인구 고령화는 앞으로 이어질 추세이며 중소기업 인력 부족은 양국 공통 사항이기에, 정부는 노사가 함께 답을 찾고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참고 국회미래연구원 ‘정년 제도의 정책 과정 : 한국과 일본의 비교사례 분석’,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제123회 노동정책 포럼 : 고령자의 고용·취업에 대해 생각한다’ 도움말 정혜윤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
- 2024-01-1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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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 제도 개혁, 청년 고용이 걸림돌?… “상호 공존이 ‘열쇠’”
- 구직난으로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정년 연장은 취업 과정의 걸림돌로 느껴질 수 있다. 평균 수명 증가와 저출산・고령화, 은퇴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공백 등을 이유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지만, “결국 청년층의 밥그릇을 뺏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뒤따르기도 한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에게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청년들 역시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20대를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6명(63.9%)은 ‘정년 연장이 청년 신규 채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말 정년 연장은 젊은 세대의 일자리를 위협할까? 다양한 보고서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세대 갈등의 진실을 알아봤다. Point 1 노동총량설의 모순 ‘노동총량설’이라는 이론이 있다. 정해진 수의 일자리를 고령자들이 차지할 때 남는 일자리가 줄어 다른 연령층의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년 연장이 청년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이는 고령자가 계속 일하면서 기업의 소득을 확대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했다. 고령자를 몇 년 더 고용한다고 해서 청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단순히 생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1명의 정년을 연장했을 때 청년(15~29세) 고용은 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2020년 보고서를 들어 정년 연장을 반대하기도 한다. 물론 OECD 기준 청년층은 15세에서 24세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5~19세가 대부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고, 남성은 병역의무로 취업 나이가 더 늦기 때문에 분석 대상을 다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Point 2 중·고령층과 청년층의 다른 특성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청년 고용과 중·고령층 고용의 대체 관계’에 따르면, 고용 시장에서 청년층과 중·고령층은 서로 대신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고령층과 청년층의 일자리가 상호 보완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0대와 60대가 원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이 다를 뿐 아니라, 실제로 배치되는 직종과 업무에도 차이가 있어서다. 청년층은 보건사회복지 및 종교, 교육 전문가,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 등에서, 고령층은 농축산 숙련직, 운전 및 운송 관리직,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 가사 음식 및 판매 관련 단순 노무직 등에서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두 계층이 겹치는 직종은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 매장 판매직 정도다. 사업장에서 개인의 특성에 맞게 분업이 잘 이뤄지고 있다면, 중·고령층 일자리를 줄여도 이 자리를 청년층이 메운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2013년 법정 정년 연장이 사업체의 고용 규모에 미친 영향’ 논문에서는 한국의 정년 연장 법안이 주로 고령층 근로자와 대체 관계에 있는 중장년층 근로자의 고용을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Point 3 취업 시장 속 줄어드는 청년 수 정년 연장을 지금부터 준비한다 해도 수많은 난제 탓에 실제 제도가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저서 ‘인구 미래 공존’을 통해 시행 시기를 2028년경으로 추측한다. 2020년대 후반 정년 연장이 되었을 때 사회생활을 시작할 청년은 2000년 이후 출생아이다. 이들은 1990년대 출생 청년층에 비해 그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취업 경쟁률이 지금보다 완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이 시기가 청년 노동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년 연장의 적기’라 말한다. 이미 많은 전문가가 노동 시장에서 두 세대 간 대체성이 높지 않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과 사업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올지 모른다고 인식한다. 아직 노사정의 ‘임금 조정’에 대한 논의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 정책이 유의미하려면 ‘고령자의 임금을 낮춰 근로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기업의 고용 부담은 줄이고, 청년의 채용에 피해가 없는 형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일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년 연장의 청년층 일자리 효과’ 연구에서 “장년층의 임금을 낮춰 수용하면 기업의 부담과 청년층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고, 두 연령대가 부딪힐 이유도 없다”며 “임금 조정이 되지 않은 채 정년만 연장할 경우, 기업의 일자리 수요는 늘지 않는데 장년층을 계속 고용해야 하므로 청년층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2024-01-16 0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