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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국선열과 국민 함께하는 친근한 장소 만들고파”
- 사실 평소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곳의 존재를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그곳이 떠오른다. 바로 국립서울현충원이다. 6월을 앞둔 어느 날, 국립서울현충원에는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을 위로하듯 이팝나무꽃이 흩어져 내렸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로 가슴이 아려지는 그곳에서 김수삼(57) 현충원장을 만났다. 김수삼 원장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행시 4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국방부 군수기획과장, 직무감찰담당관, 기획총괄담당관, 국제군수협력과장, 기획관리관 등을 역임했다. 국립서울현충원도 국방부 소속이다. 김수삼 원장은 지난 1월, 제23대 국립서울현충원장으로 취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별도의 취임식을 치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TV에서 그를 볼 기회가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후와 5월 10일 취임식 때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기 때문. 김 원장은 “TV에서 저를 봤다며 반가워하는 지인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현충원장에 취임해 책임감을 느끼고 걱정도 많았는데요. 무사히 치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어요.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이 선거를 치르거나 당선될 때 현충원을 가장 먼저 찾는 것을 보고 정말로 중요한 곳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국민이나 자라나는 어린이, 청소년들도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목숨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의 중요성을 느끼고 자주 찾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국을 위한 선열들의 장소 ‘여기는 민족의 얼이 서린 곳. 조국과 함께 영원히 가는 이들, 해와 달이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 현충탑에 새겨진 글귀 서울 동작구에 자리한 국립서울현충원은 휴전 2년 후인 1955년 설립된 국군묘지가그 뿌리다. 6·25전쟁에서 전사·순직한 군인들을 안장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후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5년 국군묘지에서 ‘국립묘지’로 승격됐고, 군인이 아닌 순국선열 및 국가유공자 안장도 가능해졌다. 이어 1996년 국립현충원, 2006년 국립서울현충원으로 이름을 확정했다. 김수삼 원장은 “국립서울현충원은 조국의 독립과 수호, 발전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이 영면해 계시는 민족의 성역이다. 국난을 극복해온 민족의 얼과 호국 의지, 나라 사랑 정신이 가득 서려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총면적은 약 44만 평이며, 네 분의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총 18만 7000여 분의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모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국립대전현충원은 1985년 건립됐고, 국립연천현충원은 2025년 건립을 목표로 준공 중이다. 김 원장은 “서울현충원, 대전현충원, 연천현충원은 모두 같은 위상을 가진 국립묘지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서울, 대전, 연천현충원에 안장되는 대상자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립서울현충원은 국방부 소속이고, 대전과 연천현충원은 국가보훈처 소속이다. 김수삼 원장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며,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선열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서울현충원이 갖는 역사적인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의미 있는 곳의 원장으로 반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그의 소감은 어떨까. “올해 1월 국립서울현충원장에 취임해 현충탑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께 참배를 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상반기가 다 지나갔네요. 처음 참배를 드릴 때 현충원장으로 취임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한편, 막중한 책임과 사명을 느꼈습니다. 제가 당시 다짐한 것이 있어요. 장례와 추모 행사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와 엄중한 코로나19 상황 등에 맞춰 보다 체계적이고 품격 높은 안장 및 참배·추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공자 및 유가족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기 위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좀 더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김수삼 원장은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는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설 명절 때 유가족을 대신해 직원이 참배드리고 이를 사진 찍어 전송해주는 ‘설맞이 참배 대행 서비스’를 실시했다. 또한 유가족의 편의를 위해 참배용 사다리 및 참배용 원목 의자를 비치했고,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던 셔틀버스 운행도 시작했다고. 김 원장은 취임 후 가장 뜻깊었던 일로 지난 4월의 ‘제2충혼당 개관’을 꼽았다. 제1충혼당은 영현 2만 468위를 모신 후 2020년 7월 만장됐다. 제2충혼당은 2018년 착공돼 올해 4월 13일 완공됐다. 제2충혼당에는 3만 2952위를 추가로 안장할 수 있다. “제2충혼당 건립을 통해 유공자분들을 최고의 시설로 모실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나라 사랑 및 호국 정신을 후대에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제2충혼당 개관식에서 배우 신현준 씨가 사회를 봐주셨고, 가수 진미령 씨가 추모시를 낭독해주셨습니다. 두 분 모두 이곳 현충원에 잠들어 계신 유공자의 후손입니다. 행사 며칠 전에 갑자기 부탁드렸는데도 기꺼이 다른 일정을 조정하고 참여해주셨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유해 발굴 및 확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립서울현충원에는 6·25전쟁 당시 전사한 사실은 확인됐으나 유해를 찾지 못한 이들의 위패가 10만 3000여 위나 있다. 김수삼 원장은 “현재도 이분들의 유해를 찾기 위한 유해 발굴 사업이 꾸준히 진행 중이지만 발굴된 유해 중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호국용사는 극소수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 위쪽에 있는 무후선열제단에도 134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구한말 의병 활동 및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분들 가운데 유해를 찾지 못하고 후손이 없는 선열들의 위패다. 그러나 안장되어 있고 유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음에 따라 유가족이 꾸준히 현충원을 찾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 그 원인은 거주 지역이 멀어서 일 수도 있고, 가족이 달라지거나 건강 상태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분들은 대부분 젊은 나이에 전쟁에 참전했습니다. 때문에 기혼자가 적어 후손이 없거나, 남은 유가족 대부분이 형제나 조카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묘역을 찾는 유가족이나 친지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점점 쓸쓸한 묘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선열의 희생에 감사하며 ‘내가 후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잊지 말아야 합니다. 쓸쓸한 묘소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죠.” 현충원, 국민 속으로 일반 국민에게 ‘현충원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나?’, ‘실제로 현충원에 가본 적이 있나?’라고 물어보면, 현충원 근처에 사는 서울시민이나 견학을 가본 경우가 아니라면 스스로 현충원을 찾아가 봤다고 답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보통 TV를 통해 6월 6일 현충일 행사를 보면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접한 경우가 대부분일 터. 그렇기 때문에 현충원은 정부 관계자나 유공자의 후손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원래는 국립묘지였기 때문에 매우 엄숙한 공간이라고 느껴진다. 김수삼 원장 역시 ‘일반인이 현충원에 들어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현충원이 무겁고 어려운 이미지가 아닌 국민과 함께하는 열린 호국공원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특히 44만 평의 국립서울현충원은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김 원장은 “봄에는 아름다운 수양벚꽃, 여름에는 이팝나무 가로수길, 가을에는 현충원 둘레를 잇는 은행나무길이 아름답다”면서 “이와 더불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과 숭고한 나라 사랑 정신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가슴 깊이 간직할 수 있는 뜻깊은 장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수삼 원장의 말대로 국립서울현충원은 아름답고 뜻깊은 곳이다. 현충원을 걷다 보면 느껴지는 감정도 많을 것. 지금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소중함을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근무 환경이 좋아서 오래 일하고 싶다”는 김 원장은 현충원의 명소로 현충천과 현충지를 추천했다. “현충원에 천이 있다는 것을 아는 분이 많지 않은데요. 현충천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사시사철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고기들도 많고요. 현충지는 조그마한 연못으로 가만히 앉아서 사색하거나 소위 ‘멍때리기’ 좋은 곳입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시기도 하는데요. 심지어 심신을 치유하신 분도 많아 후손들이 감사한 마음에 기증한 의자도 있어요. 저도 점심 식사 후 산책할 때 현충천과 현충지는 거의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수삼 원장은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국립서울현충원은 온라인을 통해 ‘기일 : 기억의 날’(당신을 기억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독립유공자가 서거한 달에 맞춰 업적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독립유공자 하면 어떤 분들이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은 우리가 잘 아는 김구 선생님이나 안중근 의사 같은 분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이분들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독립유공자들이 계십니다. 기일 프로젝트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되신 독립유공자들의 업적을 국민과 함께 기억하고,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기획했습니다. 한분 한분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5월 21일에는 국립서울현충원 경내에서 호국 문예 백일장과 그림 그리기 대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2년간은 비대면으로 개최됐다. 김 원장은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서 많은 이들의 현충원 방문을 뿌듯해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제한됐던 행사를 앞으로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시민들의 참여의 장을 넓히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수삼 원장은 재임 기간의 목표에 대해 “국민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열린 호국 추모공원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언제나 편안히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호국정신을 배우며 후손들에게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수삼 원장에게 현충원장으로서가 아닌 개인적인 목표를 물었다. 그는 “곧 정년을 맞이하기 때문에 퇴직 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먼저 퇴직하신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돈, 건강, 취미, 친구들이 있어야 노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근로소득은 정년까지 일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퇴직 이후에는 금융소득을 통해 번다는 목표로 퇴직연금, 리츠, 부동산 펀드 등을 적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요즘 사이버 대학이 많아 관심 있는 분야에 관한 공부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사회복지학과를 다니며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금은 한국어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졸업하면 외국인 학습자를 가르칠 수 있는 한국어교원자격증이 부여됩니다.”
- 2022-06-0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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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역술가 "청와대 풍수 보완 가능, 옮기려면 올해가 적기"
-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관심은 새 정부의 기조나 내각의 구성 등에 쏠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 대중의 관심은 ‘풍수’에 쏠렸다.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 선언하면서, 집무실을 용산의 국방부 자리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지관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흉터 논란’이 윤심을 움직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50년 넘게 동양철학에 몸담은 연구가는 좋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한다. “크게 경을 칠 것이야.” 1969년 천안의 한 주택가. 한 청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방 안에서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젊은 청년이었다. 마주 앉은 초로의 노인은 고개를 연신 숙일 뿐 말 한마디 제대로 섞지도 못하고 있었다. 청년의 입에서는 마치 직접 보고 온 것처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청년은 이제 74세가 되어 “당시엔 겁이 없었다”고 표현했다. 50년 넘도록 역학 발전에 힘쓰고 있는 청송학 노승우 선생의 이야기다. “그땐 마치 쾌도난마 같았습니다. 확신에 차서 함부로 말을 쏟아냈죠. 조금 아는 것 가지고 겁 없이 덤볐던 시절이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명당서 밤이슬 맞다 간첩 오해도 그가 동양철학에 몸담게 된 것은 가족의 영향이 컸다. 외조부였던 ‘간산’ 선생은 평생을 연구하며 천일기도를 두 번이나 성공한 도인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어느 날 “임진강 이남으로 가야 살 수 있다”며 평양북도 영변군에 살던 가족을 영월을 거쳐 계룡산으로까지 이끌었다. 그의 외숙부 역시 역학에 몸담았다. 외숙부인 ‘동호’ 선생은 그의 실질적인 스승이 되어 평생을 이끌었다. 명리학과 성명학을 공부하며 ‘이기’를 익혔고, 풍수학과 관상학을 통해 ‘형기’를 깨우쳤다. 젊은 치기에 철학원을 차렸다가 그만두었지만, 군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도 한동안 다시 개원하지는 않았다. 과연 그가 공부한 것들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운명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운명이 실제로 작동했는지 검증해야 했다. “2년 넘도록 전국의 땅만 보러 다녔어요. 전국의 지역문화원을 다니면서 배출된 역사적 인물을 확인하고, 실제로 태어난 생가를 찾아 터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죠. 지역민들에게 후손들은 잘 지내는지 물어보기도 했고요. 또 좋은 명당을 만나면 실제로 그곳에 누워 밤을 지새면서 좋은 기가 있는지 느껴보려고 했죠. 덕분에 새벽이슬 맞으며 산을 내려오다 간첩으로 오해받기도 했어요.(웃음)”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그의 성격은 많은 스승들에게 그를 이끌었다. 국한문으로 된 우리나라 최초의 역학서 ‘팔자대전’의 저자 김우재 선생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우재 선생은 국내에서 구전되던 역학 이론을 집대성해 책으로 엮었지만, 출판사들이 받아주지 않자 자비로 ‘팔자대전’을 출간했다. “책을 보고 반해서 무작정 찾아갔죠. 용산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찾아갔는데, 계단 앞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나 신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세상 물정 제대로 몰랐던 시절이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제대로 여쭙지도 못했지만, 청빈한 학자의 모습이었던 선생의 첫인상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이후 청송학은 두 명의 스승을 더 만난다. 일붕 서경보 스님과 청오 지창룡 선생이다. 특히 청오와는 한국역술인협회의 회장과 부회장 사이로 8년간 호흡을 맞췄다. 청오는 조선 시대부터 8대에 걸쳐 관상감을 배출했던 가문 출신으로, 현재의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자리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를 잡은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인천의 조용한 주택가 가운데 자리 잡은 것은 1976년의 일이다. 이후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다. 청송학은 “서울과 거리를 두고 술사가 아닌 학사로 산 것은 평생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이 일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재벌이나 정치권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죠. 특히 요즘 같은 선거철에는 더더욱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역학을 하는 사람은 보통 학문적인 연구에 집중하는 학사와 많은 이들의 환심을 사는 술사로 나뉘는데, 술사로 살았다면 돈 몇 푼에 소주잔이나 기울이다 지금의 성과는 이루지 못했을 겁니다. 큰돈은 만지지 못했지만, 그동안을 돌이켜보면 보람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특히 자랑스러워하는 일 중 하나는 역학을 ‘음지’에서 ‘양지’로, 그러니까 제도권 안으로 합류할 수 있도록 기여한 일이다. 역학을 공식 교육기관에서 가르친 건 2006년 서울교대 평생교육원의 관상학 강좌가 최초였다. 청송학이 전임강사를 맡았다. 이어 서라벌대학교 풍수지리학과,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풍수지리학 최고위과정, 용인대학교 풍수지리 고위과정 등을 통해 강단에 섰다. “특히 서라벌대학교의 경우 정식 학부과정이 생겨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부터 78세 넘은 할아버지까지 함께 가르치기도 했죠. 없던 교육과정이 처음 생긴 것이니까 어떻게 강의를 할 것인지, 교재는 무엇을 쓸 것인지 고민이 많았어요.” 다양한 그의 교육 이력 중에 흥미로운 부분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관련한 것이다. 의료법학연구소에서 의사와 병원행정 담당자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근무자 등을 대상으로 두개골의 형상으로 인간의 성격과 심리적 특성 및 운명 등을 추정하는 골상학을 강의했다. 역학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공개하지 못하는 교육도 많았다. 재벌그룹 계열사 인사담당자 수십 명을 앉혀놓고 관상학을 교육하기도 했다. 우수한 사원을 뽑겠다는 회사 측의 요청 때문이었다. 방송 출연도 고사하지 않는 편인데, 이 부분도 제도권 안에서 역학이 인정받기를 바라는 또 다른 노력 중 하나다. 역학이 무속과 구분되어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 한국동양운명철학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민간자격 시험 개발 등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대통령 관저 이전 올해가 적기 “공간이 사고를 지배한다고 했죠.” 풍수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자 청송학은 서양 정치인의 어록을 언급했다. 영국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이다. “집은 사람이 짓는 것이지만, 사람은 집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공간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동서양이 같은 철학을 공유한 셈이죠. 실제로 풍수학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중요한 정치적 결정이 나라의 국운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남산터널이 개통된 것도 중요한 사건이죠. 서울의 안산인 남산에 터널이 개통되면서 속살이 드러나자, 지창룡 선생님은 ‘나라의 인재들이 해외로 뻗어나가 활약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셨죠. 결국 그렇게 되었고요.” 풍수적으로 뚜렷한 공과가 있는 정치인으로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꼽았다. 복원사업을 통해 복개된 청계천에 다시 물이 흐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안심했다고 한다. “베이징을 흐르는 장강이나 워싱턴DC를 가로지르는 포토맥강 등 융성한 대도시에는 반드시 강이 있고 ‘서출동래’(西出東來)의 원칙을 가져요. 청계천 역시 수량이 부족해 아쉽지만 물이 다시 흐르게 한 덕분에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드넓은 한강 때문에 물이 풍부하다 생각하기 쉽지만, 풍수적으로 보면 사대문 안쪽은 물이 부족해 서울의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경복궁에 경회루를 조성한 것도 물이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한 비보(裨補)로 봐야 한다고. 청계천 복원사업이 공이었다면 과도 있다. 바로 아라뱃길 사업이다. 그는 “아라뱃길이 나면서 결과적으로 한강물이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게 된 셈이 됐다”며 “물자가 도망가고, 서울의 인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청와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정말 나쁜 자리일까. 청송학은 “풍수학자 입장에서 경복궁이나 청와대의 위치는 납득이 가지 않는 자리는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풍수학의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죠. 청룡의 역할을 하는 낙산이 백호에 비해 짧은 형세예요. 흥인문이라고 불렸던 동대문이 세조 1년(1455년)에 흥인지문으로 바뀐 기록이 나와요. 주변 지대가 다른 곳에 비해 낮아 땅의 기운을 돋우기 위한 지명 비보를 한 것이죠. 풍수학에서 부족한 자연적 요소를 인위적으로 보완하는 것을 비보(裨補)라고 하죠.” 청와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청와대의 단점으로 대통령 숙소인 관저의 위치가 골짜기에 가까워 경사가 심하고, 물이 부족한 점을 꼽았다. 재물로 사람이 치사해지기 쉬운 공간이라는 해석이다. 또 북악산의 몇몇 바위들이 종기처럼 흉하게 자리 잡은 것도 단점이라고 했다. 그는 “이 부분 역시 나무를 조성하고, 청계천의 수량을 늘리는 등 비보를 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고집한 국방부 청사 자리는 어떨까? 청송학은 “서울에서 가장 좋은 자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국방부 자리는 남산에서 둔지산으로 내려와 혈이 모이는 자리고, 완전한 남향인 점이 좋죠. 또 남쪽으로는 물이 모이는 자리여서 물자가 쌓이는 곳입니다. 훌륭한 터가 좋은 주인을 만나면 나라의 국운이 융성해질 수 있는 이상적인 자리 중 하나죠.” 그는 자리만큼이나 시기도 중요한데 임인년인 올해가 새로운 터에 자리 잡는 적기라고 설명했다. “십이지로 해석하면 자(子)시에 하늘이 열리고, 축(丑)시에 땅이 열리고, 인(寅)시에 사람이 열리죠. 임인년인 올해가 새로운 12년 인년의 시작인 만큼,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면 좋은 시기임에는 분명합니다.”
- 2022-05-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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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 어린이날·대통령 취임일에 궁능 무료 개방
-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지난 27일 ‘5월 궁능 무료·특별 개방’ 안내문을 공개했다. 어린이날과 대통령 취임일, 궁중문화축전과 관련해 2022년 5월 궁능유적기관 특별 개방 및 관람객 무료입장이 시행된다. 어린이날인 5일에는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창경궁, 종묘, 조선왕릉, 세종유적을 무료로 개방한다. 당초 무료입장 대상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와 동반 보호자 2인이었으나, 외국 국적의 어린이를 제외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문화재청이 지적을 수용해 이번 어린이날엔 궁능을 국적과 연령에 따른 구별 없이 누구에게나 무료로 개방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단, 창덕궁 후원은 특별 개방 및 무료입장에서 제외된다. 문화재청은 형평성 논란과 관련해 "현재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해 별도의 관람료 체계를 적용하고 있지만,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 나가는 사회적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관람료 규정체계 자체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 20대 대통령 취임일인 5월 10일에도 창덕궁 후원을 제외한 궁능이 무료로 개방된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그간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취임일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일까지 특별 무료입장을 시행한 바 있다. 또한 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일(2017년 5월 10일)의 경우 대통령 선거 다음날에 바로 이루어진 관계로 별도의 유·무료 입장 여부가 검토되지 않았다. 10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지는 궁중문화축전 기간에는 궁능 특별 개방이 시행된다. 우선 휴무일이 월요일인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과 화요일이 휴무일인 경복궁, 종묘는 축전 기간 중 휴무일에 특별 개방된다. 또한 특별 개방의 일환으로 종묘 자유관람제가 실시된다. 조선왕릉과 세종유적의 경우 휴무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정상 운영된다. 궁중문화축전 기간 동안 경복궁은 무료 개방된다. 단, 경복궁 야간 관람은 경복궁 홈페이지에서 관련 공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경복궁 외의 궁능은 대통령 취임일을 제외한 기간 동안 정상 운영(유료 개방)된다.
- 2022-05-0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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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의 경청은 능력이며 정성입니다
-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다치거나 아프신 데 없으셨나요? 몸도 마음도 다 편안하셨는지 궁금하고 염려도 됩니다. 이번에 같이 나눌 이야기는 경청입니다. 우리말로는 ‘듣는 힘’. 그냥 들으면 되는 거지 듣는 데 왜 힘이 필요한지, 굳이 힘이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듣는 즐거움? 듣는 고통? 몇 년 전 ‘진정한 대화’를 주제로 한 모임에서 스무 명 남짓한 참가자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돌아가며 자신이 느낀 것을 나누었습니다. 갑자기 진행자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휴대전화 타이머로 정확히 15분씩 상대방 이야기를 듣기만 하라는 것입니다.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끼어들지 말 것. 눈을 마주 볼 것. 고개를 끄덕이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할 것.’ 그 장면에 있었다면 당신은 어땠을까요. 타이머가 작동하기 전 혼잣말을 했습니다. 30분씩 발표도 하는데 그깟 15분을 못 들을까 봐.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웬걸요. 5분이 그렇게 긴 시간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10분은 왜 아직 안 되는지 자꾸 벽시계를 힐끔거렸습니다. 중간에 참견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습니다. 열다섯 시간 같은 15분이 지나고 순서를 바꿨습니다. 또다시 15분이 지나고 나서야 종잡을 수 없는 제 얘기를 들어준 짝꿍이 그렇게 고맙고 귀할 수가 없었습니다. 총명(聰明)은 말귀에서 세상은 온통 말하기, 스피치, 웅변, 감정 표현하기, 의사 전달하기 등 화자(話者)에만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우리는 말하는 사람에만 집중해왔습니다. 말 잘하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현란한 말장난에 찬사를 던지고, 임기응변에도 혀를 내두릅니다. 하지만 똑똑하고 총명하기를 바란다면 말하기보다 듣기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말귀를 알아들어야 이해력이 빨라지게 마련입니다. “대화의 첫 규칙은 듣는 것이다. 말하고 있을 때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용서와 화해로 국가폭력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까지 품었던 노벨평화상 수상자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생전에 강조했듯, 듣는 데서 대화와 소통이 시작됩니다. 나아가 듣는 데서 배움이 싹틉니다. 세계 50대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20년 넘도록 컨설팅해온 버나드 페라리(Bernard T, Ferrari)는 이들의 성공 요인으로 오랜 시간 공들여 ‘참을성 있는 귀’를 만든 데 있다고 파악했습니다. 마음을 얻는 이청득심(以聽得心) ‘정관의치’(貞觀之治)로 중국 역사에서 황금시대를 펼쳤던 당 태종은 신하 위징(魏懲)의 직언을 명심했다고 합니다. “양쪽 의견을 들으면 밝게 되지만, 한쪽 의견만 들으면 어둡게 됩니다”(兼聽則明 偏聽則暗)라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귀에 새겨 덕망 있는 정치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귀를 열어 세상을 밝게 다스렸다는 말은 최근 대통령 선거를 치른 우리에게 절실한 요청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돈과 권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잘 듣는 일이 지름길이라는 걸 아는 총명한 지도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상향식 소통, 구언(求言) 백성 사랑하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세종대왕. 그는 세자 시절부터 학문이 높았고, 아버지 태종의 인정을 받을 만큼 통찰력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런 세종도 현안마다 의견을 구하고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특히 구언(求言)이라는 제도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여기서 올라온 상소는 승정원을 거치지 않고 임금에게 직접 전달되었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거리낌 없이 직언하라는 지도자의 태도는 들을 준비를 충분히 했을 때 가능한 것입니다. 폭망한 소통이 되지 않으려면 청와대 비서진으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대통령과 세상을 연결하기 위해 각계각층 다양한 인물을 소개했다고 합니다. 그 만남이 성공했는지 가늠하는 척도는 다름 아닌 ‘누가 말을 많이 했느냐’였습니다. 대통령이 자기 말은 줄이고 그날 참석자들 이야기를 주로 듣는 편이었다면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성공이랍니다. 반대로 주구장창 대통령 혼자 떠들었다면 경직된 분위기에 소통은 실패작이 되고 말았다고 합니다. “아, 대통령께서 말씀 잘하시대요, 아는 것도 많으시고….” 경청이 두 가지라고요? 경청이란 말을 검색하면 두 가지 한자가 나옵니다. 첫 번째는 경청(傾聽). 내 마음을 가까이 기울이는 게 바로 기울 경(傾)자가 갖고 있는 뜻입니다. 두 번째 경은 공경할 경을 쓰는 경청(敬聽)입니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마음을 기울여서 들어주는 것,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 모두 뜻은 일맥상통합니다. 두 가지 경청 모두 듣는 힘, 듣는 능력을 말합니다. 귀를 기울여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듣는 게 바로 경청입니다. ‘너는 지껄여’ 이런 식으로 귓등으로 듣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경청은 예의를 갖춰서 그 사람이 하는 말에 몸과 마음을 기울여 적극적으로 듣는 것입니다. 들을 청(聽)에 담겨 있는 속뜻 두 경청이란 말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청(聽)에는 ‘듣다, 들어주다, 판결하다, 결정하다, 다스리다, 받아들이다, 허락하다, 용서하다, 살피다, 밝히다, 기다리다, 따르다, 순종하다, 맡기다’ 등과 함께 ‘마을, 관청’까지 많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통계청, 산림청, 경찰청, 특허청 하듯이 관청을 나타내기도 하고, 어떤 결정이나 판결을 내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백성이나 주민의 어려움과 민원을 들어주는 게 관청, 마을이 하는 일입니다. 들어준다는 것은 듣는 사람의 에너지도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누군가의 자랑이든 고통이든 그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내 힘과 에너지를 끌어와 정성을 기울여야 합니다. 딴전을 피웠다간 단박에 들통 나서 말하는 상대가 서운해하거나 토라지기도 합니다. 듣기만 하고 집에 돌아오는 날이면 심신이 녹초가 되는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나를 해코지한 것도 아니고 물질적인 손실이나 육체적인 상해를 가한 것도 아닌데, 엄청나게 기운이 소진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들어준다는 것은 정성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까이 가야 합니다. 전화 통화할 때나, 얼굴을 마주할 때나, 자녀가 자기 방에서 불렀을 때나, 거실에서 남편이 불렀을 때 가까이 가야 합니다. 여보! 엄마! 불렀을 때 들은 척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냥 듣는 둥 마는 둥 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청이 아닙니다. 청이라는 건 내가 다가가는 것입니다. 아이 방에 들어가서, 그 사람 옆에 가서, 직접 전화해서 목소리로, 혹은 눈을 마주 보고 들어주는 것이 청입니다. 경청은 용서의 지름길 또 하나 청에 들어 있는 중요한 뜻은 ‘용서하다’입니다. 그 사람의 사정, 입장,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면 그 사람이 했던 어떤 일을 용서할 수 있게 됩니다. ‘용서’(容恕)라는 말은 한자가 가리키는 대로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같아지는 것(같을 여 如+마음 심 心)이니까요.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생겼을 때 입장이나 처지를 잘 살피니까 용서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그 사람의 형편과 억울함, 서운함을 자세히 살펴서 밝혀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들을 청에는 ‘기다리다’란 뜻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성질이 참 급합니다. 그래서 했어, 안 했어? 갔어, 안 갔어? 잤어, 안 잤어? 빨리 결론을 듣고 싶어 합니다. 지금 행복하다는 거야, 불행하다는 거야? 기다리지 못하고 계속 재촉합니다. 그 사람이 이야기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기가 쉽습니다. 저도 많이 그랬으니까요. 경청의 달인 각양각색 새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지저귀며 봄 마중에 한창입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볼까요. 성큼 다가온 봄 내음에 취할지도 모릅니다. 새소리뿐 아니라 강아지나 고양이 소리, 아기 울음소리. 갓난아기는 졸릴 때, 배고플 때, 기저귀가 젖었을 때, 열 오르고 아플 때, 업어달라 할 때, 놀아달라 할 때 내는 소리가 다 다릅니다. 소중히 여기면 상대가 내는 소리에 저절로 귀를 쫑긋하게 됩니다. 어떤 상태인지, 뭐가 불편한지, 왜 울까 궁금해하고 관찰하고 지켜보면서 소리를 구별해내고 그 마음을 알아줄 수 있습니다. 당신과 갈등 관계인 사람이든, 자신을 학대하고 방치하고 미워하는 사람이든 간에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그 사람의 형편과 사정과 입장을 충분히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용서할 일이면 용서해주고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경청입니다. 들려도 안 들리는 척하지 말고, 못 들은 척하지 말고, 다정하게 살아보면 정말 좋겠습니다. 마음 미장공 네 번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은 경청의 달인입니다.
- 2022-04-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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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63년째 ‘온 에어’… 이성화 상업방송 최초 여성 아나운서
- 너나 할 것 없이 제 이야기 하고 싶어 야단인 세상이다. 들어보면 제각기 대단한 구석도 있고, 웃음 나는 구절도 있으며, 눈물 훔치게 하는 구간도 있다. 그러나 그 재미난 이야기 들어줄 사람 없이 혼자 떠들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이성화 관악FM DJ는 ‘듣는’ 아나운서다. 누구보다 말할 기회가 많지만 그에게는 언제나 듣는 일이 우선이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믿고 듣는, 현역 최장수 아나운서로 자리매김했는지도 모른다. 잘 듣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세상이지 않은가. 이성화 DJ는 1959년 부산 MBC에서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한 상업방송 최초의 여성 아나운서다. 이후 서울 MBC, RSB 라디오 서울(동양방송의 전신), TBC 동양방송까지 다양한 방송국의 개국 아나운서로 자리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인 KBS 제2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초대 DJ를 1964년부터 1972년까지 8년 동안 맡기도 했다. 아나운서, 현대사 한복판에 서다 1959년부터 1980년까지, 그가 아나운서로 한창 이름 날리던 때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사건이 많던 시기였다. 부산 MBC 아나운서로 일하던 때였다. 그는 우연히 들어선 다방 창가에 앉아 있는 엄순영 씨를 발견했다. 시선을 사로잡는 미모에 감탄한 이성화 아나운서는 엄 씨를 미스코리아 경남 대회에 출전시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그를 설득해 심사 3일 전에 아슬아슬하게 후보 등록을 마쳤는데, 부산 미스코리아에 선발되면서 엄 씨는 미스코리아 본선에 진출할 자격까지 얻었다. 당시 한국일보사에서 실시했던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는 경복궁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대회 전날 엄 씨와 함께 서울에 올라온 그는 당시 김지태 서울 MBC 사장의 자택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아침 사모님이 그를 깨우며 하는 말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미스 리, 쿠데타가 일어났대요’ 하시는데,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멍한 채로 대문을 열었더니 집 앞으로 탱크가 지나가지 뭐예요.” 그때가 1961년 5월 16일 아침이었다. 2년 차 사회 초년생이 5·16 군사정변의 순간을 직접 목도한 것이다. 그는 이외에도 아나운서 자리에 앉아 3·15 부정선거, 4·19혁명 등 굵직한 사건을 보도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정치인부터 유명 가수, 배우 등 명사를 만날 일이 많았다. 만났던 당시에는 몰랐으나 후에 역사적 인물이 된 경우도 있다. 그가 부회장을 맡았던 여류방송인클럽이 한 군부대를 위문차 방문한 일이 있었다. “안내받으며 사단 내부를 둘러보고 사단장을 비롯한 장성들과 기념 촬영을 했죠. 굉장히 대접받으며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에는 꿈에도 몰랐죠. 나란히 서서 사진 찍었던 사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역사적 인물이 될 거라고는 말예요.” 그는 지금도 김재규와 함께 있는 사진을 보면 권력이 다 무엇이고, 인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가를 생각한다. 5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와 배짱 인생무상, 덧없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전성기는 빛나기 마련이다. 그는 업계 안팎으로 일찍이 능력을 인정받은 1세대 커리어우먼이었다. 재치 있고 순발력이 좋다고 소문 난 덕분에 당시 생방송 스케줄이 잡힌 PD들에게는 섭외 1순위 아나운서였다. 게다가 당시 발간되던 잡지 ‘아리랑’에서 진행한 아나운서 인기 순위 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거머쥐기도 했다. “동양방송에서 ‘가로수를 누비며’를 진행하던 시절이었어요. 요즘처럼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남녀 간의 문제, 부부간의 문제를 다루는 일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요. 택시 기사와 전화 연결을 할 때 제가 ‘기사님 밤늦게 운전하고 들어가도 부인께서 식사 정성껏 챙겨주시면 덕분에 기운 나시죠? 그러면 기사님도 부인께 친절을 베풀어야지요’ 하면 바로 알아듣고 상대편에서 ‘그럼요. 다음 날 아침상에 달걀프라이가 올라온답니다’ 하고 대답하거든요. 듣는 사람들 모두 배꼽을 잡고 웃었지요.” 그의 인기에는 뛰어난 순발력과 더불어 듣기 좋은 음성이 한몫 단단히 했다. 연극 연출가 오사량은 ‘5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라며 그의 목소리를 극찬했다. 목을 써야 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평생 목 관리를 모르고 살았으니 천직이나 다름없다. 이성화 DJ의 방송 인생을 논할 때는 당찬 성격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 MBC의 방송요원 모집 공고를 보고 응시했다가 덜컥 합격해 방송 인생이 시작된 것, 예상 못한 순간에 순발력을 발하는 기지도 그의 당찬 성격에서 비롯됐다. 전국체육대회가 동대문운동장에서 열리던 시절, 육영수 여사가 직접 방문한 일이 있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전국체육대회 중계방송의 진행석에서 방송 준비를 하던 그는 마이크를 쥐고 대뜸 육 여사가 앉은 단상으로 올랐다. 단상 밑을 지키고 서 있던 경호원 둘이 막아섰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동양라디오에서 나왔는데 잠깐 인터뷰만 할게요’ 하고서 그 둘이 망설이는 틈을 타 단상에 올라섰어요. 올라가는 동안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한 다음 육영수 여사한테 ‘안녕하십니까. 이따 방송 시작하거든 날씨가 어떤지만 여쭤볼게요. 오늘 날씨가 좋지요? 하고 물으면 ‘네’ 하는 대답이랑 선수들 잘 뛰라는 말씀만 해주세요’ 그랬어요. 돌이켜 생각해도 보통 배짱으로는 하기 어려운 일이었지요.” 결국 그는 계획에 없던 영부인의 인터뷰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쾌지나 청춘에서 제2의 청춘을 열다 이후 1980년 신군부의 주도로 언론통폐합이 이뤄지면서 당시 몸담고 있던 TBC 방송이 문을 닫았다. 이때 그의 활약상에도 일시정지 버튼이 눌렸다. 밖에서 그만 일하고 가정으로 돌아오라는 남편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후 방송에 대한 욕심, 재능, 외부의 인정을 모두 던져두고 30년을 주부로 살았던 그는 9년 전 뜻하지 않게 아쉬움을 풀 기회를 얻었다. TBC 방송국 막내 PD였던 동료의 소개를 받아 비영리 라디오 방송국 관악FM에서 라디오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서울 관악구에 사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회화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맡았다.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고 발음이 정확해 한국어 선생님으로 발탁된 것이다. 그러나 반응이 좋지 못했고, 방송을 맡은 그 역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에 제작진과 함께 고민한 끝에 폐지됐던 ‘쾌지나 청춘’ 방송을 되살리는 카드를 선택했고, 그는 현재 9년째 ‘쾌지나 청춘’의 월요일 DJ를 맡고 있다. ‘쾌지나 청춘’은 국내 최초 어르신 방송단이 만드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6일간 오전 6시에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쾌지나 청춘’은 고정 코너 ‘생활의 지혜’, ‘생활 건강’과 요일마다 다른 여섯 가지 단독 코너로 이뤄진다. 이성화 DJ와 함께하는 월요일에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인터뷰 코너가 진행된다. 코너의 아이템 기획부터 게스트 섭외, 인물에 대한 사전 취재와 원고 작성은 모두 그의 몫이다. 녹음을 진행해보고 더 끌어낼 이야깃거리가 있다고 판단하면 회차를 늘려 추가 녹음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획 및 진행자만으로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완성할 수 없다. 관악FM 내의 오랜 파트너인 김우신 PD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베테랑 DJ로서 방송이 어떻게 제작되는지 알기에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방송 제작에 힘써준 그가 고맙기만 하다. “지금까지 기획진행 이성화, 기술편집 김우신 프로듀서였습니다.” 매 방송마다 빠짐없이 넣는 멘트만큼이나 그를 향한 애정이 빼곡하다. 한창때는 하루에 10시간도 방송했던 베테랑 방송인에게, 30년이란 기나긴 공백기를 뛰어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청취자에게 신청곡을 주문받으면 막내 작가가 서고로 뛰어올라가 CD를 찾는 동안 즉흥에서 멘트를 지어내던 시절과는 사뭇 딴판이지만, 라디오 DJ 일은 그에게 여전히 즐겁기만 한 분야다. 그는 매 방송이 끝난 뒤 직접 준비한 원고를 일일이 개인 블로그에 올리곤 한다. 젊을 때부터 습관처럼 하던 기록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 방송과 게스트를 홍보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여성·드라마, 그가 전할 새로운 이야기 평생을 진행자로 살았지만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꿈도 꾼다. 이를테면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상하고 제작하는 일 말이다. 만약 PD가 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는 중장년 여성들을 조명하는 프로그램 ‘라떼’를 만들고 싶다. 누군가의 어머니, 혹은 아내로만 살아오며 나이 들어버린 이들의 세월을 조명하고픈 욕심 때문이다. “여성들이 남모르게 겪은 고통과 고난 같은 사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가부장 사회의 제도와 법률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던 사람들이거든요.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었는데 각자의 가정에 자양분으로 쓰이고 만 거예요. 그래서 유능한 여자들이 가슴에 응어리가 많아요. 어디 가서 이런 이야기를 할 곳도 없으니 친구들이랑 만날 때나 털어놓고 말죠. 그런 얘기를 자주 듣는데 정말 가슴이 아파요.” 그만 해도 그랬다. 일에 욕심이 있고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남편의 반대를 거스르지 못해 끝내 집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시대를 살았다. 은행에 입사할 때 결혼하면 그만두겠다는 각서를 써야 했고, 여자가 남편과 아이를 두고 바깥일을 하면 손가락질하던 시절이었다. 당대 여성들에게 선망받는 방송인이었던 그도 방송을 마치면 아내이자 엄마로서 일할 줄만 알았지 자기 계발에 시간 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주부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아나운서로서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30년의 시간이 그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쉬운 만큼 그는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지금에 열중하다 보니 새로운 목표도 계속해서 생겨난다. 그는 80대에 들어서면서 드라마 공부를 시작했다. 예전부터 드라마 대본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야 도전할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촬영 현장에서 어엿한 스토리텔러로 활약하고픈 열정이 샘솟아 4년 전에는 전문 학원까지 등록해 수업도 들었다. “쾌지나 청춘 기획하고 진행하랴, 집에 가면 블로그 글도 올리랴. 게다가 남편 밥도 챙겨줘야 해요. 쉴 새 없이 바쁜데도 드라마가 너무 쓰고 싶어서 없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면서 대본을 썼어요. 드라마라는 게 제각기 다른 갈래의 사람들이 한데 얽혀 진행되는 이야기잖아요. 저도 그렇게 멋진 예술의 한 줄기로 끼고 싶은 거죠.” ‘옛날 사람’인 그는 그가 실제로 보고 들은 ‘옛날이야기’를 50분짜리 대본 한 편에 풀어냈다. 요즘 사람들의 AI, 우주 공간 같은 요즘 이야기 말고 욕심쟁이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명예를 탐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담았다고 했다. 그 대본으로 당장 드라마를 제작할 수 없고, 촬영 현장에서 스토리텔러로 활동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지금은 아는 것이 없지만, 그는 꾸준히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처음 아나운서 일을 시작했던 그 당찬 성격과 배짱을 무기로 내세우면서. 1세대 아나운서인 그는 아나운서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친화력을 꼽았다. 친화력이 있으려면 배려와 친절은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처음 보는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파악하며, 이를 이끌어내는 능력까지. 아나운서에게 필요한 모든 능력이 친화력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관악FM에서만 400명이 훌쩍 넘는 사람들을 만났다. 400개의 이야기를 듣고 400개의 아름다움을 뽑아낼 줄 아는 그는 친화력 그 자체나 다름없다. 이야기가 익숙하거든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 좋고, 몰랐던 세월의 이야기라면 새로워 좋다. 들을 줄 아는 아나운서, 한결같은 그의 인생이 아름답다.
- 2022-03-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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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당선... 노인 분야 정책 방향은?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석열 당선인은 오는 5월 10일 취임하면서 새로운 정부가 시작된다. ‘윤석열 시대’를 앞두고 그가 발표했던 공약들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노인 관련 정책에서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공약위키에 따르면, 세부 내용은 △환자 특성별 맞춤형 간병 지원을 통한 간병비 절반 감소 △요양·간병 가족 돌봄 휴가·휴직 기간 확대 △맞춤형 돌봄 계획 설계 및 지원 △양질의 간병 서비스 제공 △노인질환 예방 지원 강화 등이다. 구체적으로 요양, 간병 책임을 수행하는 돌봄 가족의 휴가 및 휴직 기간을 확대하고, 재가서비스 확대와 데이케어를 도입하는 등 간병인의 부담을 완화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노인의 치매, 생활습관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 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맞춤형 건강 지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쓸 것을 약속했다. 더불어 ‘어르신들을 위한 윤석열의 효도 공약’이라는 이름으로 1인당 30만 원씩 지급했던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10만 원 인상해주고, 65세 이상 대상포진 예방 접종을 무료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설에는 ‘석열씨의 심쿵약속’을 통해 노년층을 위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 지원을, 2월 14일에는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저소득층 독거노인을 위한 장수 사진 1회 무료촬영과 낙상사고 예방용품 지원을 공약했다. 7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해 개인당 장수 사진 1회 촬영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고 차상위계층·기초생활 수급자에 해당하는 노년층에게 미끄럼 방지 매트와 실내·외 안전 손잡이, 화장실용 안전손잡이 등의 용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윤 당선인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대국민 인사를 가졌으며 정권 인수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 2022-03-1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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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어붙은 아파트 시장 전망은?
-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가 지난해 연말부터 대출 규제 강화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에 아파트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부동산 업계는 올해 아파트 시장에서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파트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요소들이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참조 신한은행 ‘2022년 수도권 아파트 시장 연간전망’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월 전국주택동향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0.08% 올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0.02%)과 지방(0.13%)에서 상승했지만 서울에서는 상승세가 멈춰 섰다. 실제로도 ‘아파트 거래량 급감’, ‘서울 부동산 꺾였다’는 내용의 뉴스와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도 아파트 시장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일까? 우선 거래량이 급감한 것은 사실이나, 거래량 감소가 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지는 않다. 경제 논리에 의하면 거래량이 감소할 때 물건이 팔리지 않고 쌓이니 판매하는 사람들이 가격을 내리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장소희 신한금융투자 WM솔루션부 책임연구원은 신한은행 ‘2022년 수도권 아파트시장 연간전망’ 유튜브 영상에서 “호가를 낮춰 거래하려는 매도인이 적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난해 다양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던 이유로 수급 불균형을 꼽을 수 있다. 수급 불균형은 올해도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며, 오히려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부분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 사업을 거쳐 아파트가 공급되므로, 조합원을 제외하면 실질적 신규 공급이 많지 않다. 결국 올해도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누적된 공급 부족과 경기 회복으로 주택 가격이 지난해보다는 낮아지지만 상승세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경제성장률, 금리 등 경제 변수와 주택수급지수를 고려한 전망 모형을 통해 2022년 주택 가격을 예측한 결과, 지난해보다는 낮아지지만 인천, 대구 등 일부 공급 과잉 지역과 ‘영끌’ 추격 매수로 인한 단기 급등 지역을 제외하고는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금리 인상, 지켜보되 걱정 말자 선거는 올해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대통령 선거에 지방선거까지 겹쳐 있는 올해는 정치 변수에 따른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변동성이 큰 해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장소희 책임연구원은 “대선 후보마다 부동산 정책이 다르지만, 집권 1년 차인 올해에 정책이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방선거의 경우 정비 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자를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달라진다. 장 책임연구원은 “올해도 부동산 개발 공약들로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승이 멈춘 서울 강북권 타 아파트와 달리 용산구(0.03%)와 같이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단지는 상승세를 보였다. 기준금리 인상은 부동산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소로 해석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인상 초기 단계인 올해는 부동산 매매 수요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제 주체들이 코로나19에 적응하면서 소비 회복세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 최고치를 갱신 중인 통화량과 높은 인플레이션율 또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해석했다. 장 책임연구원은 “다만 여러 번에 걸쳐 지속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상황은 수요자 부담을 키우고 부동산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 2022-03-10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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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밤 11시까지 영업
- 내일(5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12종의 영업시간이 오후 11시까지로 한 시간 더 연장된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4일 중대본 모두발언을 통해 “고심 끝에 현재 밤 10시까지 허용되고 있는 식당, 카페 등 12종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내일(5일)부터 1시간 연장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연장은 오는 20일까지 적용된다. 사적모임 6명 제한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이에 따라 식당·카페, 노래(코인)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PC방, 멀티방·오락실, 파티룸, 카지노, 마사지업소·안마소, 유흥시설, 평생직업교육학원, 영화관·공연장은 내일부터 밤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전 차장은 “그간 추진된 손실보상 확대, 거리두기 일부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계속되어온 자영업·소상공인분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위험군 관리를 중심으로 방역체계가 개편됨에 따라 방역패스 중단, 동거인 자가격리 의무 면제 등의 다양한 조치들이 시행 중인 만큼 거리두기도 이와 연계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 지자체,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그리고 다양한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면밀히 검토해왔다”며 “앞으로도 위중증의 안정적 관리를 비롯한 의료 여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중대본은 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6만6853명 발생해 누적 369만148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186명으로 전날에 이어 다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도 31명 늘어나 797명이 집계됐다. 전 차장은 “1월 3째주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모두 위험도 ‘높음’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주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약 50% 수준까지 증가했지만, 누적 치명률, 중증화율 등 핵심 방역지표들은 현재까지 의료대응 역량 내에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어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와 관련해서는 “격리자 등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내일 오후 5시부터 자가 격리자의 선거 목적 외출을 허용했다”면서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소에 도착한 경우 일반 투표소와 분리된 전용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에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발열체크와 거리두기 등 투표소 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 2022-03-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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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환자도 직접 투표… 5일, 9일 오후 5시부터 외출 허용
-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는 오는 5일과 9일 오후 5시부터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위해 일시적으로 외출할 수 있게 됐다. 외출 안내 문자나 확진·격리통지 문자 등을 보여주면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다만 투표장 이외의 장소에 가서는 안 되며, 투표를 마치면 반드시 귀가해야 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의 제20대 대통령선거 참여를 위한 일시적 외출 허용 방안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6일 공직선거법과 감염병예방법및관리에관한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감염병 환자 등의 외출 허용 근거와 절차가 마련되면서 감염병 환자도 선거를 위한 외출이 가능해졌다.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유권자는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과 선거 당일인 9일 오후 5시부터 외출이 가능하다. 5일은 오후 6시까지, 9일은 오후 6시부터 7시 30분까지 투표소에 도착해야만 투표가 가능하다. 투표장에 도착하면 신분증과 함께 외출안내 문자 또는 확진·격리 통지 문자 등을 투표 사무원에게 제시한 뒤, 안내에 따라 별도로 마련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한다. 담당 보건소장은 이들 유권자에게 외출 시 주의사항을 포함한 외출 안내 문자를 사전투표일 및 선거일 전날 낮 12시, 당일 낮 12시와 오후 4시에 발송할 예정이다. 투표를 마친 뒤에는 반드시 귀가해야 한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확진자들에 대한 외출을 허용한 것은 철저한 국민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란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방역)수칙들을 국민 여러분들께서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당부했다.
- 2022-03-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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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전환기 맞이한 86세대
- 86세대, 최초에는 ‘386세대’라 불렸던 이들은 잘 알려진 것처럼 30대의 1980년대 학번, 1960년대 생이었던 시대에 등장했다. 1990년대 새로운 담론이 요구되던 시기에. 6월 항쟁을 이끌었던 386세대의 등장은 사회 각계에서 ‘수혈’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386세대의 활약은 산업화를 거치며 우리 사회를 성장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밟고 서 있던 무대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나. 최근 86세대의 위기가 표면화된 장소는 바로 그들이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데뷔했던 정치권이었다. 지난해 30대인 이준석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면서, 여권의 주류 세력이었던 ‘86그룹’이 다시 조명됐다. 젊은 야당의 당대표와 대비되는 기득권 그룹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는 86그룹의 용퇴론으로 이어지며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여권에서는 86그룹이 당의 주류가 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만큼 세대교체를 위해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과, 당의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의 성장을 막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우리가 원한 것은 더 나은 세상이지 기득권이 아니다”라며 “동일 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조항의 제도화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86세대 용퇴론에 대한 화답으로 평가받는다. 사실상 86세대의 정치 일선에서 활약은 다음 총선에서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재계에서 ‘빠른 퇴장’ 요구받아 86세대는 6월 항쟁에서의 활약과 함께 투사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으로도 인정받는다. 한국 경제가 IMF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극복한 동력의 핵심에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재계에서 이들의 그림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경영진을 젊은 임원들로 대폭 물갈이했다. 비교적 보수적인 인사 성향으로 평가받던 현대차까지 임원들의 평균 연령을 크게 낮췄다. X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86세대가 설 곳은 많이 남지 않았다. 4대 그룹의 한 인사는 “이미 일부에서는 1970년대 초반생들도 인사 때 눈치를 보는 시기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86세대의 퇴장은 이미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고 평가한다. 사회의 주류에서, 주요 무대에서 내려오기를 강요받고 있는 86세대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고도성장 속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모든 책임론을 끌어안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한국 사회 만악의 근원 언론을 통해 평가되는 86세대는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 선민의식, 과잉 정치화, 낙관적 진보주의 등의 특성을 가진 집단으로 묘사된다. 독재정권을 끝냈다는 승리감에 도취돼 자기 최면에 걸렸고, 이는 선민의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언론의 평가뿐만 아니라 86세대를 겨냥한 서적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86 세대유감’이나 ‘불평등의 세대’ 같은 책이 대표적이다. 저자들의 86세대에 대한 평가 역시 냉정하다. 이들이 주류로 성장한 이면에는 ‘자신만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바탕이 됐고, 오히려 불공정함의 상징이 돼 ‘실패를 모르는 혜택을 입은 세대’가 되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시민사회 운동은 86세대에 의해 일궈졌지만, 이 세대에 의해 문이 닫혔다는 평가도 찾아볼 수 있다. 86은 쉬웠지만 우리는 어렵다 젊은 세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온라인 백과사전에서의 86세대에 대한 기록은 더욱 처참하다.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와 이로 인한 저출산 문제에서 연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의 원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은 “86세대가 노력하면 당연히 얻을 수 있었던 요소들, 연애·결혼·집·가족·노후 안정이 어느 순간 사치재가 되어버렸다”고 강변한다. 자신들에 대한 박한 평가를 86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86세대와 함께 활약했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유튜브 프로그램 ‘알릴레오’를 통해 “386 책임론은 다분히 보수 언론이 지어낸 프레임”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86세대가 물러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 86그룹이 주류인 여당과 현 정부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386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유시민 전 이사장은 그의 방송 말미에 386세대가 이런 책임론에 상처받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 그는 “후세대가 알아주기를 기대하지 말자. 민주화의 역사 사회적인 운동, 산업화 과정에서 겪었던 많은 일들에 대해, 그런 인생을 산 것이 괜찮았던 것 같다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세월을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도 부모 세대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끼리 공감하면서 마무리해도 괜찮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 2022-03-02 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