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서비스 이용자인 수급자 중 상당수가 중증 치매 어르신이라는 점이다. 서명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울 뿐 아니라, 서명을 강요했다가는 폭력 등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있어 요양보호사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대한요양보호사협회 고재경 회장은 “최근 개편된 ‘스마트 장기요양 앱’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의 업무가 늘었다”며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17년간 별문제 없이 진행되던 서명 생략 절차가 갑자기 강화되면서, 치매나 와상 상태 어르신에게 무리하게 서명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문제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고 있어, 요양보호사들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부터는 ‘요양보호사 추가배치 가산제’도 폐지돼 돌봄 현장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 제도는 법정 배치 기준보다 많은 인원을 고용한 장기요양기관에 인건비를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방식이었으나, 폐지되면서 기관들은 예비 인력을 둘 여유가 없어졌다.
고 회장은 “요양보호사를 법정 기준 이상으로 배치할 유인이 사라지면서 돌봄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기존에는 최소한 대체 인력을 둘 수 있었는데, 이젠 결원이 생기면 바로 업무 과중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낮은 처우도 문제다. 대부분의 돌봄기관에서 요양보호사의 처우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일반 기업에서는 당연한 장기근속에 대한 인센티브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엔 토ㆍ일요일까지 운영하는 기관들이 늘면서 휴일 보장도 쉽지 않아진 상태다.
이러한 현장 상황의 악화는 요양보호사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와 보건복지부 장기요양 통계를 살펴보면, 요양보호사 자격 보유자 291만 명 중 실제 활동 인원은 22.8%(약 66만 명)에 불과하다. 젊은 층이 기피하는 일자리가 되면서 평균 연령도 61.7세에 이르며, 이 중 10만 명은 70세 이상이다. 현장에서는 저소득 독거노인 지원 업무를 맡는 생활지원사나 간병 업무가 더 낫다는 말도 나온다.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구조가 정착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미흡한 실정이다.
요양보호사 인력난과 관련해 고 회장은 “정부가 외국인 돌봄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요양은 단순 노동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이 핵심인 영역”이라며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과 함께, 고령자 중심의 서비스에 적합한 전문 내국인 인력 육성 체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요양보호사협회는 지난 5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실에 ▲요양보호사 임금 호봉제 및 표준임금 가이드라인 도입 ▲장기요양요원지원센터의 기초자치단체 단위 확대를 위한 정부 예산 편성 ▲요양보호사의 과실 없이 서비스 제공이 종료될 경우 최소 3일간 수가 보장 ▲요양원 추가인력 가산제의 원안 복원 ▲노인장기요양보험 총지출 예산을 2026년까지 10% 이상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 제안서를 전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