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식은 미지수(χ) 값에 의해 참 또는 거짓이 된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지수라도 방정식 내 상수와 숫자, 사칙연산 등을 잘 따져보면 결국 답이 나온다. 이러한 방정식을 인생에 대입해보자. 나라는 상수와 주변인, 그들과의 연관성에 따라 ‘관계’라는 미지수 값이 매겨진다. 그렇게 적합한 미지수를 잘 찾으면, 참다운 인생이라는 등호도 성립된다. 생애주기에서 중년의 관계 방정식은 어쩌면 가장 어렵고 복잡할 수 있다. 그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알아둘 만한 몇 가지 조언을 담아봤다.
[1] 평생 현역 시대라는 ‘관계 전제 조건’
은퇴 후에는 비즈니스로 형성됐던 인맥이 자연스레 축소된다. 과거라면 섭섭한 마음은 들지언정 살아가는 데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넘어 150세 시대까지 예견되는 요즘,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은 계속돼야 한다. 평생 현역 시대를 사는 중장년에게 경제적 관계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감정적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며, 가급적 기존의 비즈니스 관계를 잘 유지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굳이 이러한 조언이 없더라도, 스스로 그 필요성을 체감하는 중장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최근 중장년들을 보면 가급적 직장 생활을 오래 하려 애쓰고, 은퇴 후에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 이때 본업이 내가 좋아하는 쪽이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관계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제2의 직업으로 전향한다 해도 또 다른 비즈니스 관계 형성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평생 현역 시대를 살아내려면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공적인 관계 확장은 꼭 필요하다. 다만 순수하게 나의 관심과 흥미에 따른 사적인 관계도 형성해둬야 한다. 노후에는 일과 즐거움을 두 축으로 균형감 있게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고 말했다.
[2] 때때로 탈피하는 ‘관계의 알고리즘’
중장년이 애용하는 유튜브에는 ‘알고리즘’이라는 기능이 있다. 이는 원하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편리하게 작용하지만, 자칫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만 독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알고리즘의 부작용이 바로 ‘확증편향’이다. 자신의 견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취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성향을 말한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인간관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오십의 기술'을 펴낸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우리는 흔히 편한 친구를 반복적으로 만난다. 나이 들수록 친구 관계는 줄어들고 압축적으로 변한다. 그렇게 나의 사고방식 또한 자주 만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덩어리처럼 압착된다. ‘내가 맞구나’라며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 확증편향이 생겨나는 것이다. 또 늘 비슷한 사람들과 치우친 생각만 이야기하다 보면 아무래도 지겨울 수밖에 없다. 긴 노후에는 삶의 영역, 특히 대인관계가 다채롭고 다양해야 한다. 안정적인 관계가 때로는 지루함을 준다. 때때로 제한된 관계의 알고리즘에서 탈피해보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존 관계의 알고리즘을 벗어날 수 있을까? 크게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낯선 곳에 나를 던져보는 방법이 있다. 이를테면 늘 만나던 친구가 아닌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다거나, 정치적 성향이 반대인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면 새로운 알고리즘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새로운 인생도 열리게 된다. 사실 아주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위험한 면도 있다.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계속 새로운 관계에 도전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3] 최대 수명 대비한 ‘최소 사회망’
나는 앞으로 얼마나 살게 될까? 예측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수명의 최댓값이 날로 증가하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독거노인 수도 이에 비례하는 양상을 보인다. 결혼을 했더라도 이혼이나 졸혼, 사별 등으로 언젠가는 혼자가 된다. 즉 수명이 길어질수록 얼마나 홀로 살게 될지도 미지수인 셈이다. 이렇게 독거 신세가 됐을 때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성향을 보인다. 족쇄라도 풀린 듯 대인관계를 더 왕성하게 펼쳐나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립된 상태로 외톨이를 자처하는 이도 있다.
김동철 박사는 “본래 기질이나 성향이 대인관계에 소극적이고 불편해하는 분들이 있다. 노후 관계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나서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타고난 성향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억지로 관계를 맺으려 했다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럴 땐 직접적인 일대일 관계가 아닌, 상대적으로 관계망이 느슨한 모임의 일원이 되어볼 수 있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강연이나 공연을 보러 가는 등 다수 속에 섞이는 경험을 해나가면 도움이 된다. 특별히 누군가와 인맥을 쌓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이런 방식의 간접적인 사회 관계망이라도 형성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고립이 일어나고, 노인성 우울증이나 고독사 등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염려했다.
[4] 더할수록 즐거운 ‘친구들의 집합소’
이호선 센터장의 조언대로 기나긴 노후를 함께할 친구가 기왕이면 여럿 있는 게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 기존에 친구들을 함께 볼 수 있는 모임이나 동창회 등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관계의 알고리즘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새로운 공동체 관계망을 찾아봐도 좋다. 더욱이 요즘에는 블로그나 카페, SNS 등을 이용하는 중장년이 늘어 관심사나 취향에 따라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게 어렵지 않다. 독서, 여행 같은 취미 동호회도 많고, 소셜 다이닝이나 자원봉사 등 사회 관계망을 이어주는 공동체 모임도 상당하다.
이 센터장은 “꼭 참여하길 추천하고 싶은 건 학습 공동체다. 오십 이후에 노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의미가 사라진다. 반면 배움은 늘 우리를 새롭게 한다. 때문에 학습 공동체는 가장 건전하고도 발전적인 모임 형태라 할 수 있다. 지식만 습득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형성된다. 시험과 과제를 거치면서 서로 성취를 확인하고, 나와 공동의 목표를 바라보는 이들과 토론해가며 상호 돌봄 과정도 경험하게 된다. 학습은 과정만으로도 성숙을 이루고, 학습 공동체는 성숙을 통한 자아실현을 가능케 한다. 노후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고 싶다면 학습 공동체에 참여해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도움말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숭실사이버대학교 기독교상담복지학과 학과장)
참고 '오십의 기술'(이호선 저, 카시오페아)
[브라보 마이 러브]
흔히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인생이 그렇듯이 사랑에도 정답이 없다. 인생이 각양각색이듯이 사랑도 천차만별이다. 인생이 어렵듯이 사랑도 참 어렵다. 그럼에도 달콤 쌉싸름한 그 유혹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 헤어질 수 있다면 당신은 사랑에 준비된 사람이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미숙했던 지난날을 위로하고 남은 날의 성숙한 촉매제가 될 당신의 중년 사랑을 보듬는다.
30년 만에 그를 만났다. 나는 새내기, 그는 대학 3학년이었으니. 이렇다 할 로맨스는 없었다. 손 정도는 잡았을 테지만 입맞춤을 해본 기억은 없다. 하기야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해본 적도 없고, 헤어지기 전 어느 가을 춘천에 한 번 같이 간 게 전부다. 이 말도 우습다. 만난 적이 있어야 헤어질 거 아닌가. 끌어모아 봤댔자 주머니 속 동전 몇 푼처럼 그와 함께한 기억도 추억도 궁색하기만 할 뿐.
그럼에도 나는 그를 대상으로 ‘만약에’ 게임을 해볼 때가 있다. 만약에 그와 사귐을 이어갔더라면, 그래서 만약에 둘이 맺어졌더라면, 만약에 그와 함께 황혼을 맞았더라면…. 밋밋하나마 평범한 결혼생활을 했을 것이며, 그랬다면 지금 나는 이혼녀가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근거 없이 그런 생각이 든다. 그는 섬세한 꽃봉오리를 터치할 때처럼 여린 여심을 건드릴 줄 아는 남자는 아니었기에 한창 감수성 예민한 시기엔 매력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소위 ‘나쁜 남자’와 대칭점에 서 있는 전형적인 ‘착한 남자’였다. 착한 여자, 착한 남자의 치명적인 결함은 조미료가 전혀 가미되지 않은 영양식처럼 매력이 없다는 것이니. 더구나 그는 대화거리 없는 공대생이었으니.
2013년, 이른바 황혼이혼과 함께 호주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내 나이는 딱 50세. 그는 52세가 되었을 테지. 그해 11월 말경, 대학 후배로부터 크리스마스와 송구영신 모임에 참석해달라는 연락이 왔다. 전공이 달라 잘 아는 후배는 아니었지만, 어느 모임이든 활달하고 적극적인 사람이 소위 총대를 메게 마련인지라 그 후배의 역할도 그랬던 것이다. 게다가 본인 소유의 장소까지 있다니 날짜만 정해지면 되는 일이라 모두들 ‘알았다, 가겠다’란 응답을 했으리라.
우리 모임은 서울의 같은 지역, 같은 이름의 Y고교와 Y여고를 나온 사람 중에서 남자는 S대, 여자는 E여대 출신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그래서 이름도 ‘Y써클’이었다. 듣기에 따라 자발적이며 노골적인 짝짓기 모임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만(아닌 게 아니라 몇 쌍이 부부의 연으로 맺어졌고 지금까지 아들, 딸 낳고 잘살고 있다), 그건 지금 시각이고 시국 논쟁과 독서 토론 등 설익으면 설익은 대로 우리는 나름 진지했고 또한 그 나이 그대로 풋풋했다. 그러던 것이 세월 따라, 인연 따라 만남은 지지부진해졌고, 그날 연말 모임에 나온 멤버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던 기수라 할 수 있겠다.
오랜만의 해후라 서먹하기는 다들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는 이혼을 한 데다 외국 생활의 이물감까지 겹쳐 어색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만나게 되리라는 기대와 호기심에 마음이 들떴다. 먼저 도착한 나는 어둑한 실내에 적응이 되어 잠시 후 입구로 들어서는 그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중키에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몸피, 머리도 벗어지지 않았고, 배도 나오지 않은 그, 젊었을 때 그대로 웃는 인상의 그는 30년이 아닌, 3년도 아닌, 3개월 만에, 아니 고작 3일 만에 만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한두 번밖에 입지 않고 옷장에 걸어둔 옷처럼 시간의 고운 먼지만 앉은 사람 같아 보였다. 순한 성품대로, 좋은 머리대로, 얽힘 없는 폭신한 실뭉치처럼 인생이 순탄하게 풀려나가면 저런 모습일까.
그럼 나는? 대학 졸업 후 미팅으로 만난 남편과 1년을 사귀는 동안 고양이 발톱처럼 얌전히 감추고 있던 폭력성이 결혼 일주일 만에 정체를 드러냈다.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사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아이가 들어섰고, 결혼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이민길에 올랐다. 홍수에 떠밀리듯 주변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는 와중에 남편의 폭력은 일상이 되어갔다. 그렇게 내가 롤러코스터에 올라 비명을 지르고 있는 동안 그는 유유자적 회전목마를 타고 있었던가 싶었다.
우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서로 의례적인 안부를 물었다. 모임의 남녀 선후배들도 우리 관계를 알고 있었다. 요즘 말로 하면 썸 정도를 탄 것인데, 둘이 뜨거운 사이였고 그와 헤어진 후 내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해괴한 소문까지 났었다. 그 소문이 내 귀에까지 들렸을 때 나는 그저 웃고 말았다. 사실이 아닐 땐 따따부따 따지기보다 그저 웃어넘기는 버릇 그대로.
물론 그런 입방아에 오를 만한 ‘혐의’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당시 나는 20대 특유의 실존적 번민에 휩싸여 나는 누구이며 왜 사는지 등 근원적 물음의 답을 찾아 열병을 앓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그가 간이역처럼 나타났고, 지독한 정체성 상실의 시절을 통과하며 그와의 만남이 그렇게 와전되었던 것이다.
돌아가며 간단히 각자의 근황을 말한 뒤엔 얕은 물웅덩이처럼 이리 움푹, 저리 움푹 대화의 웅덩이를 만들며 20여 명이 앉은 자리의 연을 따라 시간을 보냈고, 분위기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자정 무렵까지 이어졌다. 귀갓길에 나섰을 땐 얼음 박힌 것 같진 않았지만 12월 중순의 찬 공기가 오싹 끼쳐오며 와인 한잔의 취기마저 몰아냈다. 집 방향에 따라 그 자리에서, 혹은 길을 건너서, 아예 한두 블록 멀찍이 떨어져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택시를 잡아 타고 꼬리등을 인사처럼 깜박이며 제각기 사라져갔다.
공교롭게도 그와 나의 방향은 같았기에 그가 함께 택시를 타자고 했고, 어쩌다 보니 그와 나, 둘만 끝까지 택시를 잡지 못한 채 덩그러니 길 한가운데 남게 되었다. 묘한 느낌이 든 것은 아마 그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가는 시추에이션이라니!
마침내 빈 택시 한 대가 우리 앞에 섰고, 그가 안으로 먼저 들어가고 내가 나중에 탔다. 크리스마스를 열흘 남짓 남겨두고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남녀가 30년 만에 해후를 한 후, 조붓한 공간에서 그것도 몸이 닿을락 말락 서로가 서로를 옆에 두고 앉아 있다. 지나친 상투성만 뺀다면 로맨틱한 설정이 아닌가. 더구나 택시 운전사는 오늘 만남의 의미를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우리 시대의 발라드로 분위기를 잡아주고 있으니.
그런데 정작 그와 나는 어쩌다 우연히 합석한 사람들처럼, “그간 잘 지냈니?” “네… 잘 지내셨어요?” “응, 나야 뭐. 고생 많았겠구나. 잘 살아야 한다. 내가 도울 일이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그럼 잘 가라.” 우리 동네 큰길가에 나를 내려놓기 전 20여 분간 이런 의례적인 말만 나누었을 뿐이다. 그게 다였다. 그게 다가 아니면? 가정을 가진 그와 이제 와서 무슨 일이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그와 나는 두 번 더 만났다. 역시 같은 모임을 통해서였다. 이후 모임의 발동이 꺼져 버렸고 더는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면 8년 전 그날의 모임이 떠오른다. 롤러코스터에 오르지 않고 그와 회전목마를 탔더라면 스릴과 재미는 없었겠지만 이따금 마주 웃으며 생의 무난한 동반이 되지 않았을까. 그가 내 사람이 될 이유가 딱히 없었듯이 되지 못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그러나 내가 과연 그 따분하고 ‘안전빵’인 회전목마에 기꺼이 올랐을까. 그때의 나는 회전목마 따위에는 아무 관심도 없지 않았나. 평생을 함께 돌고 있을 그의 ‘회전목마 아내’는 어떤 사람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사십대 후반, 또래의 여성 직장 동료들에게 독서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든 손문숙(51) 씨. 어느덧 4년째 모임을 통해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부터 퇴직 후 인생 계획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퇴직 후에는 작은 도서관을 꾸려 회원들과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는 그녀.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의 저자 손문숙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4년 째 직장의 여성 동료들과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임 소개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글쓰기 강사의 조언을 듣고 독서 학습 공동체에서 1년 동안 독서 토론을 공부했습니다. 독서 토론의 즐거움을 먼저 깨닫고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런 기쁨을 나눠주고 싶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여리 독서 모임은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사무관 이상으로 구성된 여성 관리자 네트워크에서 만든 동아리로 회원들은 여자이고 나이는 40대 후반 이상입니다. 1년 단위로 회원들을 모집하는데 매년 17명 정도 활동하고 있고 인천 북구도서관에 직장인 독서 동아리로 등록돼 있어 매월 1회 평일 퇴근 후 도서관에서 모임을 합니다.
Q. 모임에서 주로 도서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토론 방식은요?
토론할 책을 같이 의논해서 정하기 때문에 문학, 철학, 사회,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의 고정 관념을 깨우치고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지요.
우리가 하는 토론은 찬반으로 나눠 경쟁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아닌, 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비경쟁 방식입니다. 직장 동료들은 책 내용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정, 직장, 사회 문제 등 사적인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풀어냅니다.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 자녀에 대한 고민, 남편과 시댁과의 문제, 직장 이야기, 퇴직 후 인생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Q. 중년 이후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얻은 일상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또 동료들에게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나요?
저는 40대 후반에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나를 찾고 타자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가정, 사회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인생 2막에 작가로 살고 싶다는 멋진 꿈을 가지고 제 인생에 첫 번째 단독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회원들이 더 많았습니다. 독서 모임에 나오면서 1년 동안 같이 읽을 책 목록이 공지되면 시간 여유 있을 때 책을 미리 읽어둡니다. 매월 모임에 나올 때 한 번 더 읽고 토론 후에 블로그나 독서장에 기록을 남기면서 한 번 더 복기를 합니다. 그러면 한 책을 세 번 정도 읽는 셈이지요.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다보면 이해가 안 되던 것들도 알게 되고 본인의 생각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죠. 독서 모임을 통해 강제로라도 한 달에 한 권씩은 책을 읽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혼자 읽을 때는 읽고 나서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독서 토론을 하게 되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도 하고요.
Q. 이번에 펴내신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에 담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요?
저와 독서 모임 회원들이 독서 토론을 통해 깨달은 자아와 인생에 대한 성찰과 긍정의 힘을 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카페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 나가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이 소수의 고상해 보이는 취미 생활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공기 마시듯 행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죠.
Q. 독자로 책을 접할 때와 이번처럼 저자가 되어 책을 접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다르던가요?
독자로 책을 읽을 때보다 독서 에세이 작가로서 원저작을 읽을 때는 좀 더 꼼꼼하게 읽고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생각과 통찰을 글로 담아내야 해서 일반 산문을 쓸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습니다.
Q. 우리네 인생에서 ‘독서’(또는 책)가 주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故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여성 중장년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입니다. 작중 니나를 통해 저자는 “모든 게 미정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라는 말로 우리 안에 있는 자아들 중의 하나에 우리를 고정시키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을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거침없이 옳다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죠. 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모험적으로 살아간 그녀의 삶의 방식은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도 동경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Q. ‘내 인생의 책’이라는 타이틀로 한 권을 꼽는다면 어떤 책이 될까요? 그 이유는요?
인상 깊은 좋은 책들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꼽고 싶습니다.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의 마음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은 실천하는 지식인이셨고 “삶에 대한 공부를 통해 우리가 변화와 창조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공부이다”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Q.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SNS 활동도 하고 계신데요. 주로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계신가요?
동료들과 토론한 책 이야기를 주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남깁니다. 처음에는 독서 토론을 한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서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해서 나중에 책으로 만들 수 있도록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습니다.
Q. 현재 교육행정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장차 퇴직 후에 작가가 되어 책을 쓰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저는 퇴직 후에 집필실을 겸해 여자들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지금의 독서 모임 회원들과 퇴직 후에도 우리들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어서입니다.
퇴직이 8년 반 정도 남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미래를 상상하며 차근차근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은 도서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으고 꾸준히 책을 쓰고 있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는 사십 초반에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중입니다.
몇 년 전부터 나만의 북큐레이션으로 무장하고 독자와 호흡하는 소소한 이벤트로 세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던 동네 책방을 되살려내고 있는 책방지기들이 등장했다. 이곳 동네 책방 한쪽에 앉아 차 한 잔 마시며 조용히 책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가슴속 묻어뒀던 작은 행복 하나가 ‘똑똑’ 심장을 두드리며 응답한다.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행복한 삶’이 좋다. 오늘 당장 떠날 것, 가까운 동네 책방으로!!”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 가입된 독립서점들을 살피다 보니 눈에 확 들어오는 이름이 있다. 마치 “저를 찾아와주세요…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드는 것처럼 시선을 붙잡아 맨 곳. 바로 ‘날일달월’이다.
일단 인터넷에서 ‘날일달월’ 웹사이트와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을 찾아봤다. 색다르다. 비건식당? 아니, 책방에서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을 판다고? 컴퓨터 모니터 화면 속에는 컬러풀한 채소들로 가지런히 상차림한 사진이 올라와 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이번 호에 소개할 동네 책방으로 선택했다.
‘날일달월’은 2호선 강변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강변역에는 동서울터미널이 있어 늘 사람이 북적이고 어수선한 곳이다. 이런 번잡스런 곳에 독립서점이라니? 의아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동네 책방이 산골에도 생기고 우리 동네 구석탱이에도 있는데 터미널이 무슨 상관일까 싶었다.
건물 3층에 위치한 ‘날일달월’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열심히 채소를 씻던 분이 반겨준다. 먼저 점심 메뉴로 미역콩국수진지를 주문하고 창가에 앉았다.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라 불리는 이효재 씨와 언뜻 인상이 비슷하다.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광목 앞치마를 둘렀다. 한눈에 봐도 대표인 듯 보였다.
창가를 제외한 벽면에는 책들이 가득 꽂혀 있다. 찬찬히 살펴보니 출판사별로 칸이 나뉘어 있다. 서가를 살펴보다 음식 준비에 바쁜 주방으로 다가가 물었다. “혹시 이곳 대표님이신가요?” 그러자 살포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제가 이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답장을 기다리지 못하고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이렇게 해서 여희숙 대표와 날일달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생채식 식당과 작은 책방의 조합
‘날일달월’은 2018년에 문을 열었다. 비영리법인인 한국도서관친구들 대표를 맡고 있는 여희숙 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생채식 식당이자 작은 책방이다. 여 대표는 교사 생활과 독서시민운동 등을 하며 평생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러면서도 오래전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저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2017년경 자녀들이 모두 성장해 독립을 하고 은퇴한 남편과 덩그러니 넓은 아파트에 살면서 큰 공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즈음 건강이 안 좋아진 남편 덕(?)에 먹거리도 완전히 바꾸게 됐다. 이래저래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패턴을 바꿔야 할 때 거추장스럽기만 한 대형 아파트를 호기롭게(?) 팔고 두 부부가 살기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로 옮겼다. 그리고 집 앞의 빌딩 3층을 임차해 책방 공사를 시작했다.
나만의 공간인 동네 책방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나니 전국 각지의 ‘도서관친구들’ 회원 성원이 하늘을 뚫을 듯했다. 이왕이면 전국 곳곳에 그물망처럼 뻗어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친환경 농산물이나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식재료를 소개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사실 전국에서 도서관 서포터즈를 하는 이들의 경우 귀농을 해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거나 여러 가지 먹거리 관련 일을 하는 이가 많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공유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여희숙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책’과 ‘가장 필요한 생채식 먹거리’가 조합된 ‘날일달월’이 탄생했다. 책방에 식당?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날일달월에 들어서면 오묘한 조합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흔히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확’ 풍기는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놀라게 된다. 여 대표는 생채식 먹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생채식이라 지지고 볶을 일이 없어요.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아서 책을 읽거나 고를 때 거슬리는 게 전혀 없습니다. 채식동호회나 환우회 카페 등을 통해 알고 방문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 오히려 이분들은 ‘채식 전문식당인 줄 알고 왔는데 책방이네?’ 하며 놀라고 가요.”
낭독모임, 희곡 대본 읽기 등 프로그램 다양
여희숙 대표는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꾸리고 진행해왔던 터라 작은 책방을 열고 나서도 꾸준히 모임을 이끌고 있다. 현재 4팀의 독서모임을 이곳에서 하고 있는데 성격도 다채롭다. 주로 시니어들이 함께하는 월요일의 독서모임은 낭독모임이다. 얼마 전 1년간 이어진 ‘열하일기’ 낭독이 끝나고 현재는 ‘돈키호테’를 낭독 중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새롭게 등장한 모임도 있다. ‘연극배우와 함께 희곡 대본 읽기’다. 연극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힘들어진 연기자들을 조금이나마 지원하고 싶어 ‘좋은 희곡 읽기 모임’ 대표인 장용철 연기자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희곡 대본을 함께 읽으며 연기의 맛을 조금 맛봤다. 이후 6주 코스로 ‘햄릿’을 낭독했고 현재는 ‘오이디푸스’를 함께 읽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도 2팀이나 있다. 22년간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한 여희숙 대표는 어린 시절의 독서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과의 모임은 아무리 피곤하고 힘이 들어도 이끌어나가고 있다. “어느 날은 오전 오후 꽉 찬 독서모임을 하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를 때가 많지만 마음만은 너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는다.
이밖에 ‘그림책 따라 그리기 100일 프로젝트’도 있다. 그림책 한 권을 정해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모임이다. 최근에는 안승준, 홍나리 작가의 ‘어느 날 우리는’을 따라 그렸다. 이 책에는 고양이와 사자, 돌고래 등의 동물들이 등장하며 그림책 속 QR코드를 스캔하면 노래와 함께 애니메이션 뮤직 비디오까지 감상할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의 호응이 특히 높다.
또 백승우 감독이 진행하는 금요시네마는 2018년 8월부터 꾸준하게 진행해왔다. 한 달에 한 번 매월 둘째 주 금요일 백 감독이 큐레이션한 작품을 함께 보며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날일달월의 빼놓을 수 없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한편 8월부터 11월까지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금요일, 달이 뜨면 심야책방으로!’ 이벤트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단법인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함께하는 ‘심야책방 2020’은 서울 지역에서 ‘날일달월’을 포함, 15곳의 동네 책방이 참여한다.
‘날마다 달마다 좋은 책과 음식을 먹으면 밝아진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는 ‘날일달월’. 이곳에서 금요일 둥근 달이 뜨면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조용히 책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 심야먹방 아닌 심야책방을 꿈꾸며.
Mini Interview ‘날일달월’ 여희숙 대표
여희숙 대표는 출판계와 교육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진주교대를 졸업하고 마산과 하동, 광양, 포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22년을 근무했다. 교사 시절 교실마다 작은 학급 도서관을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선생님’으로 소문이 날 만큼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생활화를 몸에 익히게 했다.
교사 일을 천직으로 알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왔던 여 대표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포스코를 다니던 남편이 서울로 발령이 나면서였다. 천직을 포기할 수 없어 주말 부부로 살기를 3년. 결국엔 사직서를 쓰고 남편과 합류하면서 서울 광진구에 정착했다. 낯선 서울 생활은 오로지 동네 도서관에서 책 읽는 즐거움으로 버텨냈다.
독서시민운동에 나서게 된 계기 역시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여희숙 씨를 사서가 눈여겨보고 도움을 요청하면서였다고. 이후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서관친구들’ 활동을 시작해 현재 전국 회원 1만2000명에 달하는 비영리법인 대표를 맡고 있다. ‘도서관친구들’은 보령, 정읍, 남원, 광주, 진주, 울산, 창녕 우포, 부산, 제주, 부천 등 전국 16개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4년부터 활동했으니 16년의 세월이다. 이렇듯 오랜 시간 독서시민운동가로 활동한 여 대표는 KBS, EBS, 교통방송 등을 통해 아이들의 독서와 토론 지도를 위한 학부모 강좌를 진행하거나 패널로 출연, 독서 토론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펴낸 책으로는 2001년 ‘1년을 쓰고 50년을 간직할 독서노트’를 시작으로 ‘책 읽는 교실’, ‘토론하는 교실’,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 ‘아이는 도서관에서 자란다’ 등이 있다.
‘날일달월’ 서울 광진구 구의강변로 57 서림빌딩 3층
로마법 수업
“성장할 것이다. 변화할 것이다.”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마지막 문장이다. 톨스토이는 인간은 매일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성찰과 학습을 통해 자기완성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없는 노력과 소중한 하루하루가 모여 ‘나다움’을 ‘내 나이’를 만드는 것이 인생이다. 이렇게 인생이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여야 하는 이유는 ‘자유’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행복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주저 없이 독서를 권한다. 독서는 노화의 지름길인 영혼의 경직성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내면을 성장시켜 ‘자유’를 얻게 해준다.
나이 들면서 타인과의 관계가 위축, 단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수록 타인과 더 부단히 만나고, 더 소통하고, 더 변화해야 한다. 노년이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젊은이에게 지혜를 전해주는 메신저’의 모습을 보일 때다. 사람들의 재능과 진실이 세상에 잘 스며들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이다. 주변을 마음의 여유와 탐미적 시선으로 보면 ‘아름답게 나이 드는 삶’으로 가꾸어갈 수 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는 ‘독서 토론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9명의 회원이 각자 공통의 책을 읽은 후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시간이 좋은 이유는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면서 내 세상이 더 넓어지는 걸 느낄 수 있어서다. 40대에서 60대에 속하는 회원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제각각이다. 그 시선을 독자들과도 공유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서평이 아닌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기사는 책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독서 후의 짧은 소감, 논제로 구성했다. 논제는 회원들이 발제해 모임에서 함께 토론한 주제들이다. 독자들도 소개한 책을 읽고 제시된 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2020년 6월의 책 1
- 도서명: 로마법 수업
- 지은이: 한동일
- 출판사: 문학동네
책을 선택할 때 저자의 이름만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꽤 있다. 본 도서가 그렇다. 한국인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이자 신부인 저자의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에 이어서 나온 책이다.
로마법은 오늘날 민법으로 발전된, 개인 간의 문제를 다룬 로마 사법을 말한다. 저자는 로마 문명의 특징인 절충과 조율에 로마인의 실용적 기질이 더해져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만들어진 로마법이야말로 인류가 시대를 초월해 추구해왔던 보편적 가치와 이상을 담은 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의 현실과 고대 로마 사회(로마법)를 비교하면서 어떻게 바람직한 인간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를 독자들에게 묻는다.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평등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질문한다. “로마 사회는 명목이나 실제에 있어서 불평등한 계급사회였고, 로마의 형법은 불평등한 법이다. 우리 사회는 명목상 평등한 사회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존재하는 실제로는 불평등한 사회다. 어느 사회가 더 나은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독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제 우리 사회를 실제로 평등한 사회로 실현해 나가자”고 부드럽게 제안한다.
이 책은 법률 서적이라기보다는 인문학에 더 가까운 도서다. 각 장은 진정한 자유인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변화, 특권과 책임, 계급과 돈, 인간과 노예, 여성문제, 신분과 권한, 결혼과 이혼, 간통, 사회 범죄와 형벌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정리해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성찰하게 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와 과제에 대해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가치다. 저자가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있다. 다음은 그것을 함축한 한 문장이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기억합시다.”
◇ 책 읽은 소감: 저자가 말하는 정의에 대체로 공감한다. 우리의 공동체에 대해 성찰해보도록 하는 게 이 책이 지닌 강점이다. 아울러 로마 사회의 실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됐다. 하지만 원론적 담론에 그친 한계와 새로운 제안의 부재가 아쉬웠다.
◇ 평점: 3.75(5점 만점)
◇ 논제
- 저자는 "‘신분상의 불평등 원칙에 기초하여 차별한 사회’와 ‘명목상 평등 원칙에 기초를 두고도 차별하는 사회’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낫거나 진보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합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55, 221)
-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제도 가운데 시공을 초월해 영영 변치 않을 절대 원칙이란 사실상 없는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법이란 시대의 반영인 동시에 시대가 요청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입법자라고 가정하고 지금 우리 현실에서 1) 반드시 폐지하고 싶은 법과 2) 꼭 제정하고 싶은 법이 있다면? (p.137)
- 로마 사회는 간통죄에 대해 여성에겐 엄격했고 남성에게는 관대했습니다. 그래도 로마법은 남녀가 동등하게 신의를 지킬 것을 권장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간통죄가 폐지된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자는 법이 관여하지 않는 영역에서도 우리가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묻습니다. 간통한 자들은 사랑이라 말하고 법에선 죄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고통을 당하고 자살까지 하는 현실입니다. 간통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154)
- 우리 사회의 젊은이들이 최소한의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인적자원 공급을 위해 출산을 장려한다면 고대 로마 사회의 노예가 자녀를 낳아 주인의 부를 충족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무엇이 다르냐고 저자는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리 사회의 비혼과 출산 기피 현상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p.68)
- 로마는 남성 중심적인 세계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은 인류법의 기원이라는 로마법에서조차 남성에게 귀속되는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여성의 권리가 완전 회복되기까지 2000여 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느리지만 끊임없는 투쟁으로 근래에 폭풍 같은 발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부족합니다. 성 평등, 가정에서부터 얼마나 실천하고 있나요? (p.90)
- 저자는 자유인으로서의 삶과 노예적인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제안합니다. 많은 사람이 바라는 자유에 대해 저자는 ‘묶여 있음으로 해서 자유로워진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나마 자유를 찾을 길은 사회의 일원으로 묶여 있다 할지라도 지위와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으로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저자의 관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여러분이 바라는 자유는? (pp.57~58)
주민을 위한 작은 복지관 커뮤니티 센터
지난 12월 23(월) 오후 7시부터 서울시 송파구 위례 신도시 안의 도심형 요양원인 KB 골든라이프케어 위례 빌리지 커뮤니티 센터(주민 사랑방)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특강이 있었다.
올해 9월에 개관한 커뮤니티 센터는 1층에 위치한 넓고 채광이 좋은 공간으로 지역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개관 후 주민들을 위한 첫 번째 강좌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초, 중, 고생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초빙 강의를 준비했다. 초빙 강사는 강남대학교 입학 사정관으로 활동 중인 박주용 강사였다.
맞벌이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지역 특성상 주민들의 자녀교육에 관한 관심과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강좌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란?
우리는 지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 시대를 정보혁명 시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부른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의 바람직한 교육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 트레이더들의 대량 해고 사건이 있었다. 평균 연봉이 4억~5억을 호가하는 트레이더들이 하는 영역을 ‘캔쇼’라는 인공지능에 맡겨놓으니 인간 600명이 한 달 걸리는 일을 켄쇼는 혼자서 3시간 20분 만에 끝내버렸다. ‘켄쇼’는 인간보다 더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한편 그만큼 비용도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바둑에서 알파고, 한돌 같은 인공지능이 나타나 한순간에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향후, 전문적인 분야로까지 인공지능이 확대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즉 의사보다 인공지능 로봇이 더욱 정확하게 병을 찾아내고 치료 방법까지 제시할 수 있는 시대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학교 교육의 진짜 문제는 상대평가 서열화이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시험점수를 잘 받고 수능을 잘 보기 위해서 학생들이 무한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학교에서는 수업을 통해 모든 문제에는 답이 정해져 있다고 가르치고 있지만, 인생에 있어서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즉,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 부모가 이 문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세상에 답이 정해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답이 정해져 있다고 배우지만 현실에서는 답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고 가르쳐 줘야 한다.
그리고 진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진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다. 인간의 내면적 가치를 위해서 다양한 독서를 통해서 ‘희망’을 찾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내면적 가치를 위한 공부는 독서이다
독서가 왜 좋은가? 독서를 통해서 깊은 사고와 문제의 연결방식을 알아갈 수가 있다.
첫째, 독서는 두뇌의 전 영역을 자극해서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다. 워싱턴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독서는 뇌의 17개 영역을 활성화’ 시킨다고 한다.
둘째, 간접경험을 통해 다양한 관점
➀ 뇌의 측두엽은 언어의 습득 및 1차 감각을 감지한다. 즉 뇌의 신경세포는 실제
일어나지 않아도 일어난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➁ 소설을 읽고 마치 주인공의 마음을 느끼는 것처럼, 다른 사람을 공감할 수 있다.
➂ 단순히 공감을 넘어,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셋째, 언어발달과 사고의 틀이 형성된다.
➀ 독해력 향상 : 글자가 아닌 글을 읽는 능력을 키워주고 의미 있는 언어를 습득
함으로써 그만큼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진다.
상호 질문 및 토론시간
위례신도시 내에서 자그마한 도서관 관장을 하고 있으며 고2 자녀를 둔 학부모인 김경이씨는 “위례신도시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신도시임에도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이 살고 있어 자녀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하였다. 아이가 좋아하는 바둑을 허락하면서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IT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는 초등학교 3, 5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김동희 씨는 IT 기술의 가장 핫한 분야는 딥 러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이들이 어떤 쪽으로 공부를 해야 보다, 좋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6학년 딸이 책을 너무 안 봐서 걱정이라는 김경아씨 부부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독서를 권유했지만 별 효과가 없어 그 방법이 궁금했다고 질문했다.
박주용 강사는 답변을 통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인 ‘해리포터’를 같이 읽으면서 중간중간 궁금증을 유발할 만한 대목에서 멈추면서 호기심을 유발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제시했다.
저녁 7시에 시작한 강의와 토론은 9시까지 분위기가 후끈할 정도로 가열되어 토론이 이어졌다. 이구동성으로 모두가 유익한 강의였다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유익한 강좌가 주민 사랑방에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젊음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풋풋함과 설렘.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눈빛에서 간절함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사람들. 인생 중흥기를 준비하는 취업동아리 ‘세듀50플러스’를 만났다.
취업동아리 ‘세듀50플러스’를 만나러 간 곳은 노사발전재단 서울서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이들이 모인 스터디 룸으로 들어가니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과 관련해 임순열 씨의 시범 강의가 한창이었다. 임순열 씨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 분야’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전문 강사를 준비하고자 하는 회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 자료를 준비해왔다. 세듀50플러스는 지난 6월 말 노사발전재단과 사학연금재단이 공동으로 진행했던 전문강사양성과정에 교육생으로 참여했던 사람들로 구성된 취업동아리다.
이근희 6월 25일 시작해서 5일간 수업을 받았어요. 교육이 끝나고 난 뒤 노사발전재단에서 취업과 관련한 커뮤니티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당분간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모이는 장소나 스터디에 필요한 것들을 논의했죠.
교육을 들었던 30명 중 25명이 동아리에 들어와 매달 만남을 이어갔다.
김현준 처음에는 별다른 명칭 없이 말 그대로 ‘취업동아리’였습니다. 그런데 50플러스남부캠퍼스에서 ‘단체설립지원프로젝트’ 공모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어차피 커뮤니티가 형성됐으니 우리도 전문적인 목적을 가지고 프로젝트에 지원하기로 했어요. 확실하게 함께할 사람만 모이자고 해서 15명이 모였습니다. 저희에게 맞는 단체명도 필요했어요. 그래서 시니어(Senior)의 ‘Se’와 교육(Education)의 ‘Edu’를 합친 ‘세듀’에 50세 이상을 뜻하는 ‘50플러스’를 붙여 시니어 강사를 준비하는 취업동아리 ‘세듀50플러스’가 됐습니다.
단체설립지원프로젝트에 힘을 쏟았지만 뚜렷한 활동 실적이 없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대신 50플러스남부캠퍼스 커뮤니티지원단에 지난 9월에 선정됐다.
유남열 50플러스남부캠퍼스에서 50만 원을 지원해주셨습니다. 우리 멤버들의 발전을 위해 도서구입비로 사용했습니다. ‘회사생활예절’,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90년생이 온다’를 함께 읽고 독서토론도 했어요. 책을 통해 미래의 교육생이나 수강생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전문강사 교육과정을 통해 만나기는 했지만 재취업, 창직 등도 실현하려고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이들은 노사발전재단이나 50플러스남부캠퍼스에서 모인다. 멤버를 구성하고 보니 개개인 모두 전문성을 갖고 살아온 인물들이었다.
장필규 퇴직하고 나서 힘든 상황을 다 겪은 분들입니다. 그런데 전문성과 열정 하나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전문 인력들이 모인 만큼 공유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활동하는 분도 있고 아직 활동을 안 하는 분도 계십니다. 일단 어디에 나가든지 강의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것은 대단한 힘이죠. 무료라도 자꾸 해보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해서 추진한 것이 콘텐츠 구축을 위한 4가지 프로젝트예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인성 교육 그리고 다문화 가정 교육입니다.
서미숙 주제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있어요. 오늘 시범강의를 하신 임순열 선생님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을 맡으셨고,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은 장필규 선생님, 인성 교육은 김석현 선생님이 담당자이십니다. 다문화 가정 교육은 정하지 않았어요.
권은경 자료 조사는 멤버들이 함께합니다. 동영상 편집이나 PPT 중 각자 잘하는 분야를 맡아서 제작하고 합쳐서 하나의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어요. 제 생각에는 콘텐츠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일단 빨리 공동 콘텐츠를 만들어서 멤버들이 활용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임순열 선생님이 시강을 했어요. 이 교육 콘텐츠는 내부 공유만 가능합니다. 단, 기본 틀을 흐리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취향에 맞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박원규 오늘 회칙도 다 정했어요. 공유한 교육 콘텐츠를 가지고 강의 나갔을 때 수입이 발생할 경우 10%는 후원금으로 동호회에 내는 것으로 했어요. 각자의 전문성을 토대로 한 공동 콘텐츠를 항상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무료로 강의해도 좋고 멤버들이 제각각 그 결실이 당장은 보이지 않더라도 차근차근 단단하게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세듀50플러스 활동을 하면서 점점 활동 영역을 넓히는 멤버가 늘어나고 있다. 총무 유남열 씨는 한 대학에서 청년 진로 상담을 시작했고, 임순열 씨도 강의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 장필규 씨는 사회복지사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이근희 대표의 경우 젊은 시절 본업이었던 영어 관련 강의 쪽으로 길을 열고 있다. 이들은 세듀50플러스 활동 외에 직무와 관련해 유익한 강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다닌다.
김석현 지금까지 각자 어떤 분야에 몸담아왔고 뭘 잘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왔습니다. 서로에게 어떤 인맥이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언제든 사람이 필요 할때 연결할 수 있는 저희만의 인맥 네트워크가 점차 형성되고 있어요. 사실 우리가 이렇게 만나 동아리를 만든 지 6개월 정도밖에 안 됐는데 꽤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서미숙 ‘천직 여행’이란 말이 참 좋아요. 젊을 때 만난 첫 번째 직업이 그냥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면, 그다음부터는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다니는 거래요. 잘할 수 있고, 즐겁고, 나한테 큰 무기가 되는 일이 천직인 거 같아요. 돈을 떠나서 진짜 내 일을 찾아가는 과정인 거죠.
장필규 시니어는 배워서 남 줘야 합니다. 그리고 죽기 살기가 아니라 즐기면서 살아야 해요. 일을 구하더라도 매일이 아닌, 유연하게 자기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죠. 중요한 것은 앞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일입니다. 영업도 하고 마케터도 되어야 합니다. 어디든 다니면서 도움도 받고 청하면서요. 다변적인 세일즈맨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준비된 강사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겠다는 것. 강사의 길을 넓히기 위해서 어떤 형태로든 모체를 키울 생각이다. 앞으로도 ‘세듀50플러스’의 성장은 물론,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국내외적인 불황 요인들이 겹쳐 수많은 기업이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아이디어 제품으로 독자적인 시장을 지키고 있는 회사가 있다. 특허를 획득한 이온생성기가 만들어지는 수전류 시스템을 세계 40개국에 수출하는 아리랑이온이 그곳이다. ㈜아리랑이온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신자 대표는 감사 경영의 대표주자로, 감사의 실천을 통해 인생의 바닥을 치고 솟아오른 놀라운 경험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녀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감사의 힘을 믿고 감사 전도사가 된 사연, 그리고 삶을 바꿔준 드라마틱한 CEO 성장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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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위 셀럽들에게 제대로 된 ‘물건’이라며 입소문이 난 제품이 있다. 바로 아리랑이온의 샤워기가 그것이다. 물 본연의 특성을 이용해 연구 개발된 이온화 장치를 통해 오직 물만으로 에너지 활성수를 만들어내는 아리랑이온의 특수한 샤워기는 강력한 세척 효과와 의료보건, 미용소염 등의 영역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세계 각국에서 특허와 ISO와 KC마크 인증 등을 이미 취득한 아리랑이온의 실력은 현재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아리랑이온의 핵심기술을 만든 사람은 바로 발명가 허성열 대표. 그리고 회사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그의 아내 김신자 대표다. 사실상 시니어 부부가 합동으로 이끌어가는 아리랑이온은 10여 년 전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회사였다. 아니 세상에 존재하기는커녕 그때 부부는 수십 년째 이어진 심각한 삶의 위기 속에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다.
가정은 내팽개치고 연구만 한 남편
“남편이 9남매 중 장남이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글을 못 읽었다고 해요. 그런데 팽이나 연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대요. 그래서 시아버지께서 공고에 입학시켰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이 남편에게 이온화가 뭐냐고 물었다고 해요. 책을 읽어서 내용을 알고 있던 남편이 이온화에 대해 설명하니 선생님이 깜짝 놀라셨대요. 그 이후로 남편은 평생 음이온을 생활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왔답니다. 늘 스승을 잘 만난 덕이라고 해요.”
말하자면 17세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허성열 대표는 끊임없이 이온화에 대한 연구를 했다. 특허를 내는 게 그의 유일한 일이었다. 문제는 가정은 내팽개치고 오직 연구만 했던 것. 발명 특허에만 매달린 남편을 대신해 집안을 지킨 이는 음악 교사였던 아내 김신자 대표.
“남편은 실험을 한다며 매달 1000만 원 이상씩 썼죠. 빚을 너무 많이 져서 월급을 타도 빚쟁이들이 가져갔어요. 빚쟁이들이 교무실에 와서 제 돈을 다 가져가는 바람에 성당에 가면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쌀로 끼니를 해결하기도 했어요. 집은 경매에 들어가 저녁 10시가 되면 찾아와 집 언제 비워줄 거냐며 독촉했죠. 정말 비참한 생활이었어요.”
비참의 끝을 만나다
집이 평화로울 리 없었다. 남편의 성격도 문제였다. 그야말로 불같은 성격이었던 남편은 그녀에게 걸핏하면 폭언을 쏟아내고 물건들을 부수기 일쑤였다. 부부간의 정이라곤 기대할 수 없었다.
“외롭고 슬펐죠. 남편의 마음속에는 다섯 살 아이가 있었던 거예요. 시아버지가 학대하면서 공부를 잘할 줄 알고 남편을 구박하고 때렸다고 해요. 결혼하고 나니 내가 그 아버지로 보였던 거예요. 너무 괴로웠지만 이혼을 하자니 주변 사람들이 쑤군거리면서 만족해할까봐 싫었어요. 그리고 내가 선택해서 결혼한 남편이기도 했고.”
2005년 그녀는 교직자로 정년퇴직을 했다. 40여 년간 일한 대가로 받은 퇴직금 덕분에 큰 빚은 어느 정도 갚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적 상황은 안 좋았다. 그런 데다 이제 일도 안 하게 됐으니 남편과 집 안에서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함께 있으면 더 싸울 것 같아 남편에게 “특허들 중 한 가지를 내놔봐라, 내가 구슬을 꿰어보겠다”고 했다. 그 말이 씨가 되었다.
도약의 계기가 된 기적의 200만 원
“이제는 돈을 구할 수도 없고 아파트는 경매에 들어가 쫓겨날 위기에 있었고 빚 이자에 먹고살기도 힘들었는데, 마지막으로 200만 원만 있으면 20번째로 낸 특허 제품을 몇 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더군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매달렸던 건 성경 말씀이었어요. 그리고 긍정에 관한 책을 읽고 실천하는 막연한 날들뿐이었어요.”
그런데 하늘이 마치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기라도 한 것처럼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 교통사고가 나서 합의금으로 200만 원을 받게 된 것이다. 그녀는 그 돈으로 이온샤워기를 열 개 만들어 강남 일대에 사는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제품을 권했다.
“그러다 잠실에 사는 건설 회사 회장의 아내가 이온샤워기를 써본 뒤 가족들의 아토피, 무좀, 속쓰림이 없어지고 화장실 냄새도 안 나는 걸 확인했다며 이온샤워기를 사줬어요. 그래서 회사를 차리고 저희 제품들을 납품하게 됐지요.”
그녀 인생의 전환점, 아리랑이온이라는 회사가 탄생하게 된 잊을 수 없는 2009년의 일이었다.
‘감사’ 덕분에 회사가 회생하다
김 대표가 남편의 강한 성격에 당하고만 산 것은 아니다. 그를 이기기 위해 마음 공부, 심리학 공부, 기 공부, 오행 공부를 2000년부터 시작했다. 그녀의 취미이자 위안이 독서가 된 계기이기도 했다.
“걱정, 근심, 좌절, 미움, 원망이 가득한 내 몸은 망가져 갔고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니 용기는 나지 않고 무서웠어요. 그 용기로 마음을 바꿔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는 결심을 했고 그때부터 책을 엄청나게 읽기 시작했죠. 나에게 용기를 주고 자존감을 지켜주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어요. 생명의 은인처럼 나를 살린 책들은 김상운의 ‘와칭’, 이재영의 ‘모든 것은 마음입니다’, 루이스 헤이의 ‘치유’, 로렌스 크레인의 ‘러브 유어 셀프’였어요. 지금도 시간만 나면 도서관 책방에 가서 쭈그려 앉아 읽고, 좋은 말은 적어 집 안과 회사 구석구석에 붙여놓고 되새깁니다. 그렇게 일주일에 책 다섯 권은 읽고 있어요.”
그녀의 버팀목이 된 또 하나의 계기는 ‘감사’였다. 사실 감사는 그녀를 버티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바꾼 커다란 주문과도 같았다. 그녀는 2012년 우연히 CEO 포럼에서 감사 경영에 관한 손욱 농심 회장의 강연을 듣게 됐다. 마음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을 들었던 그때, 회사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3개월간 매출이 안 좋을 때였어요. 그때 손욱 회장님 강연을 듣고 쓰레기통에서부터 화장실까지 ‘감사 미소’ 스티커를 붙였죠. 힘들다가도 그걸 보면 웃음이 나왔어요. 그러던 차에 바로 뉴욕에서 1000개, LA에서 1000개의 주문이 들어온 거예요. 덕분에 회사가 회생할 수 있었죠. 그 후로 저는 남이 믿든 안 믿든 확신을 가지고 ‘감사편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사랑 감사는 기적을 낳는다’
기적같이 다시 일어난 뒤 ‘감사’는 그녀의 신념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기적은 또 다른 기적을 만들었다.
“심리학 공부를 하니 모두가 ‘내가 변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기로 했어요. 또 하루에 다섯 가지 감사할 일을 찾기로 했어요. ‘시래깃국이 맛있어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웃어줘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고함을 안 쳐서 감사합니다, 남편이 그릇을 던졌는데 하나만 깨져서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감사를 찾고, 남편 생일에 감사한 내용을 모아 ‘100가지 감사 카드’를 만들어서 줬죠. 그러기를 네 번 했어요. 그랬더니 변하더군요. 이젠 신혼처럼 살고 있어요.”
남편은 이제 그녀에게 “당신 음식 솜씨가 좋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김치찌개를 끓여주면 “세상에 이렇게 행복한 일이 어딨냐”면서 감동한다고 한다.
“49년을 살면서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상대에게 감사를 하니 변화가 왔어요. 기적이에요.”
감사 습관은 ‘333법칙’으로
감사가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들을 목격한 그녀는 감사 경영을 회사에도 적용했다.
“감사 경영은 가장 멋진 기업 경영입니다. 사원들도 감사로, 고객들에게도 감사로, 가족에게도 감사로, 화장실 청소하는 분들에게도 감사로, 거리 청소를 하는 분들에게도 감사로, 끼어드는 앞차에게도 감사로 대해야 해요.”
그녀는 어느 책에서 배운 감사 습관 형성 방법을 소개했다. ‘333법칙’이 그것이다.
“결심이 사흘을 넘기기 어렵기에
3일은 습관을 길들이는 첫 번째 관문을 뜻합니다. 3주는 습관이 형성되는 최소한의 시간을 뜻해요. 하나의 세계가 깨지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의미하죠. 3개월은 100일을 뜻하는데,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데 100일의 시간이 걸렸듯 본능의 탈을 벗고 온전히 다시 태어나는 시간을 뜻합니다. 이렇듯 확신과 신념과 의지가 중요해요. 의지가 강한 저도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이제 김 대표는 매일 새벽 4시부터 성경 구절로 감사편지를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 에너지가 충만해지고 그 충만한 에너지 덕분에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풀어지고 이뤄진다는 게 그녀의 믿음이다.
진짜 어르신의 조건
어렸을 적, 6·25전쟁이 막 끝난 뒤의 일이다. 김 대표는 어머니와 함께 시장에 가서 당사주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얘가 여자인데도 장관감이다. 대단한 딸이니 잘 가르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장관이 되기 위해서였을까. 그 말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평생을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가치를 놓지 않고 살았다. 이제 CEO로서 많은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이 된 그녀는 백세시대의 삶에 대한 나름의 가치관을 세워두고 있다. 그녀는 백세시대 노년의 삶에서 중요하게 갖춰야 할 것들로 건강, 봉사, 독서, 취미, 경영을 꼽았다.
“요즘을 어른이 없는 세상이라고들 하죠. 제가 생각하는 어르신이란 부지런해서 자기관리를 잘하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과 미소로 잘 들어주는 사람이에요. 따뜻하고 어질고, 알아도 모른 체하며 잘못을 이해해주고 포근히 감싸는, 결 고운 노인이라면 참다운 어르신이라고 생각해요.”
관찰자로 진정한 자신 찾기
황혼이혼·졸혼이 화제가 되는 사회 현실은 시니어의 가정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상황을 이미 겪고 마침내 극복한 그녀가 할 말이 있을 듯했다.
“모멸감이 들 때 꾹꾹 억누르면 그 감정은 거세게 부글부글 끓어올라 몸과 마음의 병이 됩니다. 그러니까 억누르지 말고 관찰자로 가만히 바라봐야 해요. 남편 때문에 괴롭고 모욕감을 느끼면 남편에 대한 분노, 절망, 억울함이 나도 모르게 떠오르거든요. 괴로운 감정을 멈추고 싶을 때는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도 안 됩니다. 몸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일어나는 일을 바라봐야 합니다. 감정도 생각도 내 몸의 반응도 가만히 바라보세요. 억누르면 더 거세게 화가 나니까 있는 그대로 가만히 바라봐요. 그러면 저절로 사라지는 기적이 옵니다.”
사실 남편 입장에서 보면 아내에게 막말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의 응어리진 감정이 솟아오른 것이다. 그러니까 말도 생각도 감정도 남편의 것이 아니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남편을 미워할 근거가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진정한 나는 마음의 어떤 움직임이나 감정도 생각도 아닙니다. 나는 가만히 바라보는 관찰자예요. 그러면 영은 무한한 마음이 되고 응어리를 풀어놓으면 텅 빈 마음이 됩니다. 그 텅 빈 마음 안에 무한한 평화, 자비, 사랑, 연민, 근원의 감정이 차오르면 해탈할 수 있는 거죠. 그러니 가만히 주시하는 바람 자체가 되도록 멀리 관찰자로서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500억 원 모아 세상 변화시키고파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은 나를 먼저 사랑하는 것이고 그러면 가족 모두도 사랑으로 채워진다”는 믿음은 계속 확고해지고 있다는 김 대표. 그녀는 자신을 가리켜 ‘나의 생이 다할 때까지 행복을 전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믿거나 말거나 확고한 사랑과 감사의 실천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켜 사회에 기여하는 멋진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이제 그녀의 꿈은 500억 원을 모으는 것이라고 한다. 그 구체적이고 큰 숫자에 담긴 사연은 무엇일까.
“예술의전당 같은 성격의 작은 예술센터를 어려운 동네 열 곳에 짓기 위해서예요. 5층짜리 건물을 지어 동네 사람들이 가까운 예술센터를 찾아가 전시회, 음악회, 오페라, 독서토론, 인문학 강의 등을 경험하게 하고 싶어요. 그걸 경험한 사람들은 풍부한 감성으로 지성적이고 따뜻한 사람으로 변화해 가정의 태양이 될 거예요.”
“모든 삶의 답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꾸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너무 어렵다”는 모순적인 그녀의 말에는 자신이 치른 일의 고통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만큼은 확실하다며 단언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
“333법칙으로 죽을힘을 다해 실천하면 부자 되기 쉬워요. 어렵다지만 실천하면 태양은 거기에 있습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소중합니다’라고, ‘감사 미소’와 함께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토요일 이른 아침. 새벽 공기 헤치며 곳곳에서 달려온 이들이 ‘책’을 들고 하나둘 모여 앉는다. ‘나로부터 비롯되는 변화’를 기대하며 기분 좋은 에너지를 나누는 ‘독서포럼 양재나비’에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꿈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인생의 모자람을 채우는 소중한 시간. 그들에게 아침은 멋진 삶을 향해 나아가는 희망의 열쇠다.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의 3P자기경영연구소. 전국 각지로 퍼져 있는 ‘독서포럼 나비’의 본부 격인 ‘양재나비’가 매주 토요일 이곳에서 모임을 갖는다. 일상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오전 6시 40분부터 오전 9시까지가 정해진 독서 토론시간. 전국의 ‘독서포럼 나비’가 모두 ‘양재나비’의 토론시간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시간에 토론을 하는 곳도 있다.
‘독서포럼 나비’는 자기계발과 성장을 연구하고 강연도 하는 3P자기경영연구소 강규형(56) 대표가 만든 작은 독서 모임이다. ‘나로부터 비롯되는 변화’라는 화두를 가지고 두 명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전국적으로 400여 개 모임으로 늘었다. 이외에 나비의 독서법을 따라서 독서모임을 하는 모임도 상당수다. 미국, 브라질, 몽골에서도 ‘독서포럼 나비’라는 이름으로 독서모임이 생겨났다. 현재는 사단법인을 설립해 따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평일에 받은 피로를 풀어도 모자란 천금 같은 주말 아침에 굳이 일어나 책을 읽고 왜 토론하는 것인가. 그리고 독서모임 중에서도 사람들이 ‘독서포럼 나비’를 찾는 이유가 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분위기가 활기차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오면 간식 준비나 테이블, 의자 정리 등을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한다. 흥미로운 건 이곳에 오는 사람들의 호칭은 다 ‘선배님’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배움을 나눌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서로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다. 초·중등생이 참여하는 ‘주니어 나비’의 학생들에게도 예외 없이 선배님이라고 칭한다. 10대에서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지역,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이 모든 편견의 갈래를 넘어서 따뜻하고 기운찬 아침을 함께 맞이한다.
두 번째 이유는 토론장 테이블 위에 책과 함께 올려진 ‘바인더’가 독서뿐만 아니라 자리관리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시간을 알뜰하게 활용하게 해주는 일종의 시스템 다이어리다. 강규형 대표가 젊은 시절부터 자신의 시간관리를 위해 사용해온 방법이 바인더였다고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는 바인더가 자신에게 스포츠업체 대표, 수억 원 연봉의 보험설계사 등의 이력을 만들어줬다고 수많은 강의를 통해 설명해왔다. 성공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의 시스템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모임에 녹아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니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그렇게 ‘양재나비’는 10년 세월 동안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는 독서모임이 됐다.
오전 6시 40분에 만나는 사람들
20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는 오용운 씨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의 소개로 ‘양재나비’를 알게 됐다. 노는 것도 좋지만 진지한 토론이 그리울 때가 있다고. 그때마다 찾는 곳이 양재나비다. 밝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끔이라도 족적을 남기려고 한다. 사실 이날은 책도 읽지 않았는데 꼭 참석해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고. 역시나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법무사인 박희봉 씨의 경우 혼자 하는 독서에 회의를 느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독서를 그렇게 많이 하시면서 왜 달라지는 것이 없냐”는 아들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사람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을 찾다가 이곳까지 왔다. 책을 읽어야 하니 자연스레 술 약속도 안 하게 됐고 다이어트 효과까지 봤다. 독서 정리를 위해 쓰기 시작한 바인더도 삶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자세 교정 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최준섭 씨는 평생 봤던 책보다 ‘양재나비’에서 읽은 책이 훨씬 더 많다고 했다. 책을 통해 얻는 지혜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이곳에서 받아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자연스레 몸에 배어 삶의 큰 방향을 찾은 느낌이다. 이날 가장 멀리에서 왔다는 강주광 씨가 사는 곳은 경상북도 안동시. 지난 겨울방학을 제외하고 작년 3월부터 1년여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아이와 함께 독서토론을 위해 달려왔다. 시간 맞춰 오려면 새벽 3시 반에는 출발해야 하는 강행군이다. 서울까지 오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안동 지역에서 독서모임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받아가는 기운이 남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송병훈 씨는 5학년 아들의 독서토론을 위해 따라왔다가 자신도 참여하게 됐다면서, 예전에는 소극적인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자평했다. 안동에서 온 강주광 씨처럼 먼 곳은 아니지만 꽤 거리가 있는 지역에서 첫차를 타고 혹은 자가용을 이용해 이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다.
‘양재나비’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최근에 책까지 냈다는 남윤희 씨, 잘나가는 유튜버를 꿈꾸는 부동산 중개업자 박병오 씨, 초등학교 선생님, 탈모 전문가, 금융전문가, 편입을 준비하는 청년 등 정말 많은 사람이 아침 독서토론을 통해 자신감은 물론 행복한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신나고 행복한 사람들의 기를 받고 싶다면? 새벽바람 마시면서 ‘독서포럼 양재나비’에 가보시라!
평범한 문학관을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충청북도 영동군 매곡면에 위치한 이 작은 문학관은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안정된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문학관과는 완전히 다르다. 소설가 이동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농민문학기념관은 그의 소장품들과 사유물 그리고 농민문학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번듯한 입구나 잘 차려 입은 안내인은 없지만 농민문학이 표현하고자 하는 삶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이곳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 누구에게는 훌륭한 박물관이 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학교 또는 도서관이 되기도 한다.
둘러보니 농민문학을 이야기할 장소로 여기만 한 곳이 있을까 싶다. 전형적인 농촌마을.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한 방문은 불편하다. 영동과 물한을 왕복하는 버스가 문학관 앞 노천리에 서지만 하루 다섯 번만 운행된다. 다행히 고속도로가 멀지 않아 경부고속도로 황간IC로 나오면 차로 20분 거리다.
과거의 흔적만 남은 마을 앞 가게 터를 지나 골목으로 좀 걸어 들어가자 마을회관이 보이고 그곳을 지나니 농민문학기념관 앞이다. 관장이자 창립자인 소설가 이동희의 사택을 겸한 곳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가정집과 구분하기 힘들다. 마당에는 작은 텃밭까지 있다.
민초의 삶 다룬 농민문학
이곳을 방문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농민문학에 대해서다. 농민문학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어왔다. 이데올로기의 갈등이 시작됐던 1930년대 초에는 일종의 노동자문학의 하위 개념으로 빈농을 계몽해 사회주의 사상을 따르도록 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이후 농촌의 자연이나 지방색, 농민의 생활을 그린 문학으로 변화해왔다.
대표적인 농민문학으로 손꼽히는 작품은 이광수(李光洙)의 , 이기영(李箕永)의 을 필두로, 이무영(李無影)의 ·, 김동리(金東里)의 등이다. 이동희 관장은 농민문학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든 농촌은 과거와 많이 바뀌었지만 땅과 흙은 변한 것이 없어요. 농민에게는 쌀이 떨어지고 보리도 나지 않는 절량기를 버텨온 정신이 있어요. 흙의 마음 말이에요. 농민문학은 그것을 표현하고 추구하는 문학입니다. 밭 갈고 논매는 이야기보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면해야 하는 삶의 이야기가 소재가 됩니다.”
소설가 이동희 일생의 자료 모아놔
농민문학기념관이 설립된 것은 2005년 2월 10일. 문학관 설립에는 이동희 관장의 스승인 소설가 이무영을 기념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 이동희 관장은 문학 지망생 시절 단국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하면서 이무영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그의 가르침을 통해 소설가로 활동하게 되었고, 단국대학교에서 스승의 강의를 이어받아 1978년부터 2003년까지 국문과 교수로 강단에 섰다. 대표작으로는 소설 과 등이 있다.
문학관 설립을 위해 이 관장은 한국전쟁 때 소이탄을 맞아 불탄 옛집 터에 흙벽돌을 쌓기 시작했다. 너와로 지붕을 이어 복원한 생가에 모교 연구실에 있던 책과 자료를 5톤 트럭으로 네댓 번 날라야 했다.
현재 농민문학기념관에는 농민문학 작가인 이무영 선생의 작품을 비롯해 소설가 류승규, 오유권, 박경수, 김용호, 구상, 권웅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영동 지역의 작가 박희선, 박운식, 장지성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 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도서는 단행본과 잡지를 포함해 약 5000권 정도다. 여기에는 1930년대 농민문학의 영향을 받은 북한의 책들과 잡지 도 포함되어 있다. 연변문학예술연구소에서 편찬한 , 한글 소설을 출간하는 중국 출판사의 단행본도 전시되어 있다.
이 관장은 이 문학관을 기반으로 한 모임 ‘한국농민문학’을 바탕으로 계간지 도 출간 중이다. 한국농민문학 회원은 약 500명. 1990년에 창간호를 발간해 2017년 여름호까지 통권 102호를 출간했다.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해
규모는 작지만 이 문학관을 통해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창작교실 ‘농민문학 사랑’을 운영하고 있고, 전원문학 콘서트도 연다. 얼마 전에는 농민문학 4대 작가 이무영, 류승규, 오유권, 박경수의 활동전도 열었다.
때로는 인근에 위치한 매곡초등학교 학생들의 글짓기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전교생이 30여 명에 불과한데, 그중 절반가량이 문학관에서 글쓰기를 배운다. 이 관장은 “아이들의 삶의 수양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들 반응도 좋다”고 설명한다. 학생들이 관심 있는 책을 선정해 독서 후 토론도 하고 독후감 쓰기, 시·수필·소설에 대한 설명이 수업으로 진행된다. 이 관장의 희망은 문학관 자료들이 필요한 많은 사람에게 쉽게 쓰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련 협회와 다른 문학관, 박물관과의 교류를 통해 안목도 넓히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시골 농촌의 작은 시설이지만 세계적인 문화유산과 호흡하고 있는 셈이죠. 소장품 등록이나 데이터베이스 작업을 통해 궁벽한 지역의 자료가 중앙으로 연결되도록 하고 싶어요. 또 한 집 한 집 민족의 애환을 지니고 있는 지역 농가를 개발해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갖게 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관람 정보
주소 충북 영동군 매곡면 노천리 622-3
전화 043-743-5186
관람시간 10:00~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명절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