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면 초조함에 휩싸일 때가 있다. 어영부영하다가 인생이 허무하게 지나가 버리면 어떡하나 싶다. 세상은 그 나이 먹도록 해놓은 게 얼마나 있냐고 다그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괴감에 빠져든다. 그래서일까? 딸이 당연히 알아서 잘살고 있으리라 여기면서도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한성희 원장의 신간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는 그 걱정에서부터 시작됐다.
한성희 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한 살 아기부터 85세 노인까지 마음이 아픈 사람이면 누구든 만났다. 그 과정에서 평생에 걸쳐 맞닥뜨릴 수 있는 여러 정신적 문제를 지켜보고 치료해왔다. 43년간 다양한 사례를 접한 그지만 자식에게는 서툰 엄마였다. 10여 년 전, 딸이 공부를 위해 떠난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고 사랑하는 이를 만나 결혼한다 했을 때 깨달았다. 더 이상 품 안의 어린아이가 아님을, 이제는 독립할 만큼 자랐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에겐 했지만 정작 딸에게는 하지 못한 말이 많았다. 그 마음을 담은 글은 2013년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로 세상에 나왔고, 독자들의 공감을 받으며 21만 부가 판매됐다.
“살면서 작가라고 불리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죽기 전에 책을 한번 내보면 좋겠다는 어렴풋한 생각은 있었지만요.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가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 상상도 못 했어요. 이제 아이가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고, 서로 떨어져 산 지 15년이 됐네요. 작년에 직접 마흔 번째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어 미국에 갔는데, 늘 앳돼 보였던 딸이 나름의 고민도 생긴 것 같고 지쳐 보였어요.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었던 거죠.”
중간 지점, 또 한 번의 파도
한 원장도 서른일곱에 떠난 미국 연수 당시 이른 ‘중년의 위기’를 겪었다. 진로 문제로 고민하며 초조한 와중에 일은 홍수처럼 쏟아졌다.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도 경력이 쌓이는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야 했다. 자유로운 시기는 끝났다고 여기며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로 살았다.
딸의 얼굴에서 과거의 자신이 겹쳐 보였다. 만약 마흔 살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면 엄마로서, 정신분석가로서 너무 늦기 전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신간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는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바람 잘 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응원을 담았다.
“두 돌이 지나면 말이 시작돼야 하듯, 인생 단계별 발달 과업이 있어요. 40대는 생산성을 다뤄야 할 단계입니다. 삶의 스펙트럼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회사와 가정의 일을 모두 신경 써야 하는 시기거든요. 매일매일 전쟁일 거예요. 요즘 40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다고 느껴요.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고요. SNS가 지배하는 세상에는 이미 부와 명예를 이룬 사람투성이죠. 그러다 보니 보통의 삶은 부족한 것이 돼버리고, 박탈감이 들 수 있어요. 게다가 오늘 열심히 한 그 일을 내일도 똑같이 반복해야 하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온전한 ‘나’는 없다며 우울해질 때도 있을 겁니다.”
더불어 바쁜 일상에 지치면 뭐든 새롭지 않다. 벌써 해봤거나, 했던 것의 변주 정도다. 무엇을 먹어도 비슷한 맛이고, 누구를 만나도 비슷한 얘기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면서 지루하다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고, 옛날에 재미있었던 순간만 기억난다. 그렇게 과거의 기억과 습관에 갇히게 된다. 다 해봐서 새로울 게 없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현재를 과거의 방식대로 살려고 하니 매사 심드렁해진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한 까닭이다.
딛고 나아가며 성장하기
마흔 이후 혼란을 겪더라도 한 원장은 “겁먹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은 유한하고 힘든 시절은 영원하지 않으며, 지나고 보면 가장 풍성한 때였구나 알게 된단다. 지금이야말로 세상의 기준에 맞춰오느라, 세상이 부여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느라 억눌러온 내면의 욕구를 돌아봐야 한다.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었던 모습을 찾다 보면 생의 의미와 목적을 찾게 되고, 어떤 시련이 오든 무너지지 않을 힘이 생길 테다. 남들이 뜯어말려도 강하게 끌리고 포기가 안 되는 길이 있다면 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이가 몇이든 무슨 상관이랴. 처음엔 의아한 선택처럼 보여도 선택이 쌓이고 쌓여 고유한 스토리가 된다. 대신 방향을 완전히 틀어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 인생의 여정에서 좀 더 집중할 만한 거리를 찾는 게 먼저다.
“그저 더 나아지고 싶은 건강한 본능을 들여다보면 됩니다. 저는 환자 한명 한명을 심도 있게 치료하고 싶어 오십에 뒤늦은 개원을 준비했고, 지금까지 해왔던 정신분석 공부를 좀 더 깊이 있게 해보고자 예순에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주변의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았고 고민이 깊었지만, 시작도 해보지 않고 그만두기는 싫었어요. 의사로서 걸어온 길이 흔히 말하는 성공 공식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래도 자신의 느낌을 믿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게 행복한 인생이지 않을까요. 스스로 완전한 어른이 됐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제야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구나 짐작해요.”
지난 2일 한국문화원연합회(이하 연합회) 제32대 회장으로 취임한 김대진 신임회장을 만났다. 김대진 회장은 선대부터 성남지역에서 살아온 원주민으로 판교 낙생농협 조합장과 판교신도시개발추진위원장, 성남시의원, 성남시의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김대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연합회가 우리 문화발전에 보다 기여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드는 그릇’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전국 232개 지방문화원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정부와의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정부와의 관계를 지목한 것은 연합회 예산 삭감의 여파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110억 원이 넘는 연합회 예산이 0원으로 전액 삭감된 것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지역 소멸을 앞당길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후 올해 연합회 예산은 대폭 삭감된 54억 원 수준으로 확정됐다.
정치적 경험 연합회 발전에 활용하고파
그는 당면 과제 중 하나로 지역문화재단과의 역할 중첩 등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각 지자체에서 지역문화재단을 앞다투어 설립하면서 지방문화원과의 사업영역 중복, 예산 배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연합회 내부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현안으로 지목하는 부분이다.
특히 지역문화재단의 경우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재단 이사장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예산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에 반해 지방문화원은 별도의 ‘지방문화원 진흥법’까지 제정돼 근거가 분명함에도 되레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김 회장은 평가했다.
김 회장은 “지방문화원이 왕성한 활동을 하기 위해 지역 정치인들이나 단체와 관계를 형성하면 지방선거 과정에서 색깔론에 휘말리기도 하고, 당락 결과가 예산 확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말하고, “이러한 환경에 의한 결과는 지역문화재단에 비해 영세한 지방문화원 종사자들의 근무조건에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진 회장은 또 “정부 포상 등 여러 부분에서 타 유사 단체와 비교했을 때 형평성을 갖추고, 위상이 뒤쳐지지 않도록 안팎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자신감은 과거 이력에서 나온다. 1976년 일명 ‘5.4 조치’로 성남시의 남단녹지가 그린벨트 준용지역으로 묶여 지역주민들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김 회장은 판교신도시개발추진위원회를 대표해서 지금의 판교 테크노벨리를 건립하는 물꼬를 텄다. 지역에서 아직까지 회자되는 ‘화형식’을 주도하기도 했고, 시의원 자격으로 정치적 협상까지 이끌었다. 강경책과 온건책을 두루 활용하며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이끌었던 경험을 연합회의 위상 재고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문화원 창의적 사업 활성화 할 것
김 회장은 그간 연합회가 진행해온 다양한 사업 중 지역 문화유산의 디지털 자료화 등을 중대한 성과로 꼽았다. 그는 “지역의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은 지방문화원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며 디지털화를 통해 학자나 동호인 뿐만 아니라 K컬처를 즐기는 외국인들과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은 연합회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는 각 지방문화원이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다양한 세대가 동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방문화원의 위상과 활동 강화를 위한 동기부여를 위해 “지역 행사에 전면에 나서는 일은 가급적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주목은 지역에서 받도록 하고 김 회장은 살림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여가문화 향상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고민하고, 지방문화원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중심이 되어 지역 소멸 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탑골미술관은 어르신들의 어릴 적 꿈을 작품으로 풀어낸 ‘꿈을 다시, 봄’ 기획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문화예술 생산자로서 어르신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그들이 잊고 있던 꿈들을 되새기고자 기획됐다. 박미라, 유기남, 이재영 등 작가 3인은 물감과 색연필을 소재로 그동안 가슴 속에 묻고 지냈던 어릴 적 꿈을 화폭에 펼쳤다.
박미라, 유기남 작가는 부부작가로 알려졌다. 이들은 퇴직 후 동창들과 부부동반 그림모임을 시작, 이후 유 작가 어머니의 추천을 통해 복지관 미술수업에 함께했다. 어머니인 이근숙 여사는 만 90세로, 20년째 서울노인복지센터 회원으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유 작가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림을 선물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덩달아 마음이 따스해진다”고 그림을 통한 행복감을 전했다. 박 작가는 “산에서 찍은 꽃과 풀 사진들을 그림에 옮겨 담고 있으면 꿈 많았던 나의 봄날이 떠올라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 설렌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이재영 작가는 잠시 잊고 지냈던 화가라는 꿈을 손자와 함께 이루고자 한다. 신문 기자 출신인 이 작가는 막 태어난 손자에게 ‘서울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다’는 꿈을 갖고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이후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이 작가는 현재 5살이 된 손자와 함께 서울 곳곳을 다니며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이젠 손자와 함께 전시를 여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는 3월 22일부터 4월 12일까지 실버도슨트의 상시 해설과 함께 진행된다. 개최 당일에는 ‘오프닝 행사’로 작가와의 대화를 마련, 작품과 그 과정에 얽힌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오는 4월 4일에는 ‘부부작가와 함께하는 아크릴화 체험 프로그램’을, 4월 11일에는 ‘이재영 작가와 함께하는 색연필로 서울 도심 그리기’ 등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의 의미를 더하고자 한다.
탑골미술관 관장 지웅스님은 “부부가 함께, 손자와 함께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60세를 훌쩍 넘어 새로운 꿈을 꾸는 작가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어르신들이 동기부여를 받아 새로운 취미 생활을 통해 활기찬 노후를 즐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2013년에 개관한 탑골미술관은 지역주민들과 어르신들에게 미술과 문화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전시를 비롯한 연계 프로그램, 강연, 워크숍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실버도슨트 해설을 비롯해 한뼘미술관을 통한 온라인으로 전시 관람도 가능하다.
웰컴 에이징을 위해서는 몸 건강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생을 즐기면서 오래 살 수 있는 첫 단계다.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라고 하는데, 과연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손성준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교수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알아봤다.
우리의 몸은 11개 기관(System)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기관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모두 제 기능을 해야 신체 대사 활동이 원활해진다. 신체 대사란 우리 몸이 에너지를 생성하고 소모하는 과정을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기관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므로 노화 속도를 늦추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
사망 위험 낮추는 심혈관계, 근골격계
노화와 관련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제일 큰 기관은 심혈관계다. 중장년 시기는 신체의 움직임이 적어지면서 혈압과 혈당이 높아지는데, 이는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심혈관계에 이상이 생기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고혈압, 고혈당증, 고지혈증은 물론 심근경색, 뇌졸중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심혈관계의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 손성준 교수는 “결론적으로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알려진 대로 그냥 걷기만 해서는 안 된다. 숨이 약간 찰 정도까지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심혈관계만큼 근골격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근육계와 골격계는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중년이 되면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며, 근감소증이 발병할 수 있다. 근육은 몸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므로 근육이 약해지면 뼈나 연골에 문제가 생기는데, 시니어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골관절염을 특히 유의해야 한다.
손 교수는 “골관절염 환자를 보면 과체중이거나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환자인 경우가 많다. 노화가 오면 11개 기관이 동시다발적으로 퇴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골관절염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치료법이 없는 불치병이라는 점이다.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은 가능하지만 완쾌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근골격계 건강을 위해서는 푸시업, 스쿼트, 계단 오르내리기 등 근력 운동이 필요하다. 그는 “근육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 섭취 또한 중요하다. 매일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건강한 몸을 위해서는 낙상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노화가 오면 균형감각이 떨어지면서 낙상 위험이 높아지고, 건강이 퇴화된다. 손 교수는 “65세 이상 어르신이 낙상을 당해 2주 이상 병원에 누워 있으면 근육이 빠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면서 “실제로 어르신의 입원 일수가 30일을 넘어가면 30% 이상은 1년 이내에 사망한다는 통계도 있다”고 위험성에 대해 설명했다.
낙상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키우는 스트레칭 운동이 필요하다. 손성준 교수는 한발 서기 운동을 추천했다. 한발 서기는 낙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40대는 20초, 50대는 15초, 60대는 10초 이상 버텨야 한다. 다만 손 교수는 스트레칭 운동은 유연성 증가에는 도움이 되지만, 실질적인 건강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다른 운동과 함께 할 것을 추천했다.
신체 활동 지수를 높여라
손성준 교수는 궁극적으로 신체 활동 지수(Physical Activity Level)를 최대로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신체 활동 지수가 낮으면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고, 혈당 조절에 애를 먹으며, 고지혈증도 우려된다. 또한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근감소증이 생기고 밸런스를 잡는 것도 어려워 낙상의 위험이 따른다. 반대로 신체 활동 지수가 높을수록 다치더라도 회복 가능성이 커지므로 건강한 삶을 지속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체 활동 지수를 높이는 운동법은 무엇일까. 손성준 교수는 “유산소 운동 50%, 근력 운동 30%, 균형감각 운동 20%, 5:3:2 비율로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하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포인트는 운동 시간을 줄이고 빈도를 늘려야 한다는 점이다. 손 교수는 “일주일에 세 번에서 다섯 번 운동하는 것을 권고한다. 시간은 하루에 15분에서 30분 정도 운동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60분씩 일주일에 이틀 운동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꾸준히 조금씩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체 활동 지수를 한 단계 높이는 것을 3개월 정도 목표로 삼고 운동하기를 추천합니다. 예를 들면 걷는 운동만 한 분은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을 목표로 하고, 조깅이 되는 분은 빠르게 뛰기에 도전해보는 겁니다.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고, 11개 기관이 모두 좋아지면서 웰컴 에이징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습니다.”
가치 있는 일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모습. 허송세월의 정의다. 새해를 허송세월로 지내고 싶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보다는 매 순간 의미 있는 일들로 꽉 찬 한 해를 바랄 테다. 윤정구(64)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이를 위해선 체험하는 시간의 개념인 ‘카이로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카이로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기회의 신’으로도 불린다. 인생의 기회는 경험의 시간을 사는 가운데 맞이하는 선물과도 같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일정한 속도와 방향을 갖고 기계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크로노스(Kronos)라 한다. 윤정구 교수가 언급한 카이로스(Kairos)는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특별한 시간이다. 가령 똑같은 10년이라도 허송세월로 보내는 이에게는 마치 100년처럼 길게 느껴지겠지만,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바삐 사는 이에게는 1년처럼 짧게 여겨질 수 있다. 절대적인 시간(크로노스)은 10년이더라도, 상대적 시간(카이로스)이 저마다 다른 것이다. 즉 크로노스는 양적인 시간, 카이로스는 질적인 시간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인사조직 전략, 조직경영 개발 등을 연구해온 윤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접근할 때, 현재 노동 현장에서 적용하는 시간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이 바뀌는데, 여전히 시간 개념은 산업화 시대 생산 노동자에게 적용했던 방식에 머물러 있어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를 벗어나지 못한 거죠. 아직은 주 5일 근무가 일반적인데요. 가령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해 회사에 약속한 일을 끝내는 데 4일이 걸렸다고 쳐요. 주 5일이라는 크로노스의 시간을 채우지 않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으로는 목표를 달성한 거잖아요. 그런 개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혁신은 일어날 수 없어요. 시간으로 산정한 임금이 책정되는데, 근로자가 애써 생산성을 늘리는 혁신을 감행할 이유가 있나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재택근무 등 일터에서의 논쟁 대부분이 본질을 벗어났다는 걸 알 수 있죠.”
기술의 민주화 시대,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현재, 일자리 이슈 중 하나는 ‘정년 연장’이다. 윤 교수는 카이로스의 개념에서 볼 때 은퇴 기준점을 ‘나이’로 책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 지적했다.
“양적인 시간으로 책정된 나이만 고려한 거예요. 개인의 경험이나 노력 등 질적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카이로스 개념에서의 나이는 다를 수 있죠. 결국 회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가치를 자신의 인적 자원을 통해 누가 더 많이 창출하느냐가 관건이잖아요. 한때는 젊은 직원들이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 인정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생성형 AI나 로봇 등이 보편적으로 보급되면서 누구나 기술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코딩, 알고리즘 등에 대한 지식이나 전문 자격증이 없어도 챗GPT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요. 이러한 기술의 민주화, 전문성의 민주화로 나이와 같은 태생적 요인이 인적 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었어요.”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로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거나 대체되리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고령자 일자리가 더욱 위협을 받으리라는 예측도 있었다. 그러나 윤 교수는 이러한 시대 변화가 고령자에겐 기회라고 역설했다. 카이로스의 또 다른 이름(기회)처럼 말이다.
“그동안 기술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수단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왔다면, 이제는 조직의 공유된 목적을 위해 기술과 인간이 협업하는 관계로 설정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나이와 무관하게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대안적 방법들이 마련될 수 있죠. 이때의 기술은 고령자에게 오히려 득이 됩니다. 고령 인력이 지닌 체력이나 모빌리티(기동성·유동성)의 한계를 상당 부분 해결해주니까요. 즉 정년을 따질 것 없이 기술과 잘 협력하면 장기간 안정적인 직장생활도 가능하리라 예상해요.”
대한민국의 미래는 고령 인력에 달렸다
지난해 말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부양비(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날로 증가하며, 2075년에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고령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주요국을 웃도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급증하는 노인 부양비를 감당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해 윤 교수는 고령 인력 활용이 단초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라 진단했다.
“당장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그 아이들이 경제활동 인구로 성장하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해요.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 고령자 중 아직 활용되지 않은 인력을 동원하는 겁니다. 최근 매킨지 보고서를 보면 정년퇴임을 했는데 일을 안 하거나, 정년퇴임을 준비하는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 GDP가 얼마나 올라갈지를 예측했어요. 그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GDP의 14.7%가 성장한다고 나와요. 비교된 20여 개 국가 중 1위를 차지했을 만큼(일본 8.6%, 미국 7.2%, 영국 4.8% 등) 월등히 높은 수치죠. 우리가 매년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경제성장률이 2% 미만이잖아요. 고령 인력의 활용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예요. 그렇게 당분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고령 인력에서 찾아야 합니다.”
고령 인력은 조직원으로 일하기도 하지만 리더의 위치에 놓인 이가 상당수다. 저서 ‘진성 리더십’을 펴내고 대한리더십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온 윤 교수는 중장년·고령 리더들이 거버넌스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세계적으로 거버넌스가 역피라미드 구조로 바뀌고 있어요. 가령 글로벌 기업 리더들은 조직원들에게 이렇게 설명해요. 회사는 일종의 플랫폼이고, 리더는 그런 플랫폼을 디자인하는 사람이고, 이것들을 이용해서 네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증명해보라는 식이죠. 즉 회사보다는 개인의 성장을 위한다는 취지인데, 이렇게 말해도 직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분들도 있어요. 솔직히 말해 그건 진정성이 없어서일 가능성이 큽니다. 속으로는 회사의 성장과 이익을 우선하면서 겉으로만 그 직원을 위하는 것처럼 포장했기 때문이죠. 말뿐인 독려라는 걸 직원들도 느낄 텐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수밖에요.”
리더 입장에서 진정성을 갖기 힘든 건 직원에 대한 신뢰가 영글지 않은 탓도 있겠다. 신뢰라는 건 상호의 개념이다. 그런 점에서 윤 교수는 서로 간의 ‘신뢰 자본’을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A라는 사람이 내게 100만 원을 빌려달라 했을 때 그 돈을 못 받을 걸 전제로 손해를 감수하고 빌려준다면, 신뢰 자본 100만 원이 생긴 셈이에요. 반대로 A도 나에게 그렇게 해준다면 둘 사이의 신뢰 자본은 200만 원이 되죠. 그렇게 신뢰라는 건 서로가 상처받을 개연성에 대해 인정하는 거예요. 그러니 손해를 전혀 안 보겠다고 생각하는 관계에서는 신뢰가 생길 방법이 없어요. 그런 신뢰의 결여 때문에 요즘 젊은 조직원 중에는 공정성 같은 덕목을 따지는 이들이 많은 편입니다. 서로가 손익 계산기를 두드리는 거죠. 결국 그런 상황에서는 건강한 조직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이럴 때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은 긍휼감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긍휼감은 공감이나 연민을 넘어서는 행동 지향의 도덕적 정서인데요. 긍휼감을 가진 리더는 조직원의 고통도 자신의 것으로 내재화해 함께 풀어가려 하죠. 이런 태도를 보였을 때 조직원들도 리더에게 진정성과 신뢰를 느낄 수 있다고 봐요.”
우리 사회 빙산의 밑동을 복원하는 시간
현실적으로 흘러가는 크로노스의 시간 앞에 윤 교수의 정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카이로스의 시간 속에서 건강한 조직과 리더십, 지속 가능한 기업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특히 기업의 근간이 되는 조직원들의 고통을 눈여겨보고자 한다.
“조직에서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는,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해결하지 않고 오랫동안 돌보지 않은 결과예요. 돌봄을 받지 못한 고통이 문제로 터져 나왔을 때, 많은 리더가 원인인 ‘고통’을 해결하지 않고 밖으로 드러난 ‘결과’만 봉합하려 하죠. 일단 그렇게 문제를 덮고 시작하기 때문에 근원적 해결이 불가능하고, 반복되는 거예요. 조직과 경영을 연구한 학자로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그는 빙산의 형상에 비유해 설명을 이어갔다. 기업의 경우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 즉 핵심 사업이나 수익을 키우는 데 주목한다. 그러나 이러한 빙산의 윗동이 잘 성장하려면 이를 잘 지탱하는 수면 아래 밑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 밑동에 비유할 수 있는 게 바로 조직원이다.
“눈에 보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밑동을 이루는 조직원들의 고충이나 아픔에 대해 인정하고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이러한 현상은 기업에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정치•종교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이런 밑동을 간과한다고 생각해요. 정년퇴임 후에는 잃어버린 밑동을 어떻게 복원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며 카이로스의 시간을 채워가려 합니다.”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서른 중반에 딸아이의 장애를 알게 됐을 때 이지선(40) 씨의 인생에 변곡점이 찾아왔다. 왜 나에게,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억울하고 화가 났다. 나는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막막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내리막을 걷는 듯했으나 이내 깨달았다. 그건 인생 2막을 열어준, 삶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준 지점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마흔, 그는 또 하나의 상승 좌표인 보람일자리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이지선 씨에게 아이의 장애를 밝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숨기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사실 그의 삶을 논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이지선 씨는 서울시 보람일자리 장애인사업단의 참여자로 성민복지관에서 활동 중이다. 이러한 행보 역시 아이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딸아이를 위해 치료실에 다니다 보니 다른 발달장애 아동들을 보게 됐고, 그 부모들의 삶도 보게 됐어요. 처음에 내 삶에만 몰입돼 있을 때는 원망스럽고 서글펐는데, 차차 그런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더라고요. ‘그래, 일단 현장에 가서 보면 뭐라도 길을 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보람일자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꿈을 향한 출발점을 찾다
이지선 씨는 주 2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성민복지관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한다. 그가 전담하는 이는 자폐증과 뇌변병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어 의사소통과 신체활동이 쉽지 않은 편이다. 뭐든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나누고 싶지만 상호작용이 어려워 초반에는 꽤 막막했다고. 그래도 열심히 고민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며 교류해나가는 중이다.
“제가 담당하는 분은 애착 물건이 테이프더라고요. 그걸 계속 뜯고 만지면서 감각 추구를 하는데, 다른 활동에는 관심도 적었고 잘 움직이지 않으셨죠.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색깔 테이프를 뜯어 바닥에 그림을 그리듯 붙여봤어요. 그랬더니 테이프 그림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고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 긍정적 반응은 처음이었죠. 미약하지만 어떤 교감을 했다는 기분도 들었어요. 이렇게 조금이나마 그들의 일상에 동기부여를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알아가려 합니다.”
이지선 씨는 현장 경험을 쌓는 동시에 이론도 공부하며 전문성을 다지고 있다. 올해는 대학원에 입학해 가을학기부터 전공 강의도 듣는다. 아직은 보람일자리도, 대학원 생활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듯한 표정이다. 방황하고 막연했던 시기를 지나 새로운 출발점을 찾았기 때문일 터. 게다가 목표점도 생겼다. 바로 운동재활치료사가 되는 것이다.
“아직 수업을 들은 지는 2주밖에 안 됐지만, 명확한 꿈이 생겨 좋아요. 사실 아이 때문에 뭘 할 수 없을 거라고 낙담하곤 했는데, 아이 덕분에 이렇게 꿈도 찾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어요. 예전엔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긴 적도 있는데요. 그때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누군가를 돕는 일을 가치 있고 기쁘게 여기더라고요. 지금 그런 것들을 실현하고 있고,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잖아요. 더 이상 내가 초라하지도 않고, 삶이 고통스럽지도 않습니다.”
행복한 선행,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꿈을 갖게 된 요즘, 일상이 마냥 꿈 같다는 이지선 씨다. 그는 자신과 같은 경단녀 엄마들에게 보람일자리를 적극 권하고 싶다 말했다.
“일단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는 분들에겐 최적일 것 같아요. 저도 일주일의 대부분을 아이 치료에 할애해야 하는데요. 보람일자리는 월 최대 57시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면 아이 돌볼 시간이 줄어드는데, 그럼 결국 일을 포기하게 되죠. 그러지 않으면 아이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고요. 적절한 시간을 투자하면서 제2의 직업을 고민하고, 그에 대한 도움을 얻는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지선 씨는 원하는 분야가 분명했지만, 어떤 보람일자리에 도전할까 고민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경력을 발휘하거나 관심 있는 사업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분명 얻어 갈 게 많으리라고 말하는 그다.
“저도 막연히 시작했지만 여기 와서 경험 많은 선배 참여자들 이야기도 듣고, 관련 업무와 종사자들을 접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거든요. 또 보람일자리는 특성상 선행(善行)이 바탕이 되는데,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기분 나쁠 수 있을까요? 어떤 분야를 택하더라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니, 그만큼 보람은 따라오리라 생각해요. 사실 보람일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만큼의 시간을 어영부영 보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일을 함으로써 시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일상의 루틴도 만들어져서 자기계발이 되는 듯해요. 무엇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하고 어떤 기능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기니, 아이들에게도 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 것 같아 행복합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요즘은 그 말을 실감하고 삽니다. 아이들만 자라는 게 아니더라고요. 마흔 넘은 엄마도 함께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중년 이후 찾아온 여유. 그러나 무료하게 보내는 ‘빈 시간’이 계속되자 일상은 무기력해졌다. 나를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침 보람일자리 도서관지원단이 눈에 띄었다. 접수 마감 1시간을 남긴 때였다. 정신없이 서류를 작성하면서도 망설임은 없었다. 결과는 합격. 김요경 씨는 “이 일을 하게 된 건 운명과 같다”고 말한다.
더브릿지 작은도서관. 아담한 공간에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다. 도서관 업무는 난생처음이지만,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은 낯설지 않은 김요경 씨다. 두 자녀의 엄마이자 수학학원 강사로 지낸 경험 덕분이다. 최근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왔지만, 그는 소위 말하는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시절을 겪었다. 본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당시는 개인용 PC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로,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였다. 전산통계학과 졸업 후 공장자동화 프로그램을 주로 개발했는데,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일을 그만두게 됐다. 자녀 친구들을 가르치다 학원 강사까지 했지만 원하던 길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의 경력은 쓸모를 잃어가는 듯했다.
“프로그래머나 수학 강사나 해온 일은 이과 쪽인데, 도서관지원단 일은 문과에 가깝잖아요. 막상 내 적성에 맞을까 걱정되더라고요. 사실 여기 관장님께서도 보람일자리 파견을 처음 받아보신 터라, 제게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고민하셨죠. 일단 제가 잘하는 일이면서 도서관에 도움이 될 일을 찾는 게 관건이었습니다. 보니까 도서관 홈페이지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제가 만들어보겠다고 했죠. 관장님께서도 만족해하셨고, 그렇게 만든 홈페이지가 지금 쌩쌩 잘 돌아가고 있답니다.”
자신감 심어준 ‘보람’일자리
물론 그는 도서관 본연의 업무인 서가 정리 및 도서 관리, 북큐레이션 지원 등의 업무도 소화한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홍보물을 직접 제작하고, 도서관과 연계된 그룹홈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등 그간의 경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걸 할애하면서도 역으로 더 많은 걸 얻어가는 요즘, 하루하루 보람을 채워가고 있다.
“보람일자리에서 ‘일’도 중요하지만, ‘보람’이 주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특히 관장님이나 담당 사회복지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웠어요. 사실 노후에 뭘 할까 고민하다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거든요.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한 선택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나도 작은도서관을 한번 만들어볼까, 어떤 봉사활동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노후 계획도 결이 많이 달라진 셈이죠. 그렇게 보람일자리는 저를 또 다른 세상으로 연결해줬어요.”
보람일자리 참여 후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묻자 “바로 지금”(인터뷰하는 것)이라 답했다. 그렇게 매 순간 새로운 경험과 마주하고, 새록새록 호기심이 생겨나며 무력했던 일상도 활력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존감도 생겨났다.
“여기 와서 관장님께서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 담당자분들도 북돋아주신 덕분에 상당히 자신감을 얻었어요. 잘한다고 하니 어린애처럼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동기부여도 되더라고요. 앞으로 꼭 뭐를 하겠다고 정해두진 않았지만, 이것저것 둘러보고 배워가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긴 노후, 실현 가능한 도전을 향해
젊은 시절 못지않은 의욕을 불태우지만,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체력의 한계는 무시 못 한다는 김요경 씨. 인생 1막과 2막의 차이를 ‘건강’에서 느낀다고 했다. 무모한 도전보다는 심신을 돌보며 차분히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다짐이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엄청나게 무리했어요. 어지럽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갔다가 뇌경막하수종 진단을 받았어요. 그때 비로소 나이를 체감했죠. 인생 1막과 2막의 경계도 아마 그런 것 같아요.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있겠구나 깨달았습니다.”
의욕과 달리 체력이 부족해 도전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테다. 자칫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욕심을 비워내고 감사하는 마음을 들여놓기로 했다.
“저희 시어머니께서 103세까지 장수하셨는데, 100세 때 그러시더군요. 마음만큼은 열여섯이라고요. 제 마음도 그래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마음이야 그렇지만 무모하게 도전해서 건강 잃으면 손해잖아요. 이제 노후는 길게 봐야 하니까요. 욕심을 내려놓고, 어떤 목표나 기준점도 살짝 낮추려고 해요. 대단하지 않더라도 내가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살아가려 합니다.”
마카오의 대표 복합 리조트 운영사인 샌즈 차이나가 베네치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과 샌즈 리조트 마카오에서 23일 ‘샌즈 골프 데이’ 행사를 성료했다. 이날 행사에는 세계 정상급 프로골퍼 이민지와 이민우 남매, 리디아 고, 콜린 모리카와가 참석했다. 행사에는 마카오 주니어 골프 협회 소속 16명의 어린 선수들이 함께 참여해 프로골퍼들로부터 직접 멘토링을 받았다.
자리에 참석한 이민지는 최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2023'에서 우승하며 기염을 토했고, 리디아 고는 세계 랭킹 1위의 기록을 보유한 바 있다. 이민우는 2023 마카오 오픈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으며, 콜린 모리카와는 미국 라이더컵과 PGA 투어에서의 활약으로 유명하다.
윌프레드 웡 샌즈 차이나 사장은 “샌즈 차이나는 아시아의 스포츠 인재 개발을 지원하고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행사를 통해 기량이 뛰어난 프로들과 선수 지망생들을 한자리에 모아 동기부여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1부에서 진행된 프런트 론 챌린지에서 프로 골퍼들은 지정된 타깃에 장거리 샷을 시도하는 기술 챌린지로 정확도 높은 골프 실력을 뽐냈으며, 젊은 골퍼들의 도전도 이어졌다. 이어 16명의 젊은 골퍼를 4개 그룹으로 나누어 각 프로골퍼가 한 그룹씩 지도하는 기술 챌린지가 진행되었다. 행사를 주최한 샌즈 차이나는 마카오 청각장애인 협회에 총 10만 파타카(한화 약 1700만 원)를 기부했다.
이번 행사는 샌즈 차이나의 모회사인 라스베이거스 샌즈의 지원 아래 진행되었으며, 샌즈는 앞으로도 마카오의 젊은 선수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이지훈 하면 30대 이상은 ‘왜 하늘은’이라는 노래를 떠올린다. 30대 이하는 그를 뮤지컬 배우라고 생각한다. 가수로 데뷔한 이지훈은 2006년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이다.
벌써 1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인정받지 못한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러나 언젠가 진심이 통하는 때가 온다고 믿는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왜 하늘은’으로 데뷔한 이지훈. 어느덧 40대가 된 그는 자신의 삶을 관망하는 여유를 가졌다. “데뷔 때가 제일 전성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현재의 모습이다.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과거의 인기는 소중하고 감사한 추억이지만, 거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왜 하늘은’은 제게 굉장한 축복입니다. 그 곡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겠죠. 아직도 대중들이 ‘왜 하늘은’을 기억해주시는 것이 신기해요. 최근에 한 행사를 다녀왔는데, 마지막으로 ‘왜 하늘을’을 불렀어요. 그런데 관객분들이 노래 가사를 다 따라 부르는 거예요. 벌써 27년 된 노래인데 말이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혹독한 뮤지컬 배우 성장기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에 큰 뜻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뮤지컬 배우로 진출한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그저 제안이 들어와서 ‘얼떨결에’ 출연하게 됐다. 이지훈의 첫 뮤지컬 작품은 ‘알타 보이즈’다. 호기롭게 도전했는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가수고 연기 활동도 했으니까 뮤지컬도 잘 소화할 수 있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혹독하게 당했죠. 그 작품이 보이그룹 이야기를 다뤄서 춤을 많이 춰야 했어요. 저는 발라드 가수였기 때문에 춤추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준비하면서도 힘들었는데 무대에 올라가니까 혹평 세례가 쏟아지더라고요. 그때 상처를 받고 뮤지컬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 마음을 접었습니다.”
이지훈은 자신의 인생에 뮤지컬은 다시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2년 후인 2008년 뮤지컬 ‘햄릿’ 제안이 들어왔고, 절치부심의 마음으로 무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첫 작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뮤지컬의 매력을 깨달았다. 뮤지컬 배우 이지훈이 눈뜬 순간이다.
“독창 무대의 마지막 부분에서 관객의 반응과 환호가 터졌어요. 그게 뮤지컬의 희열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아, 이거구나! 관객 중에는 제 팬이 아닌 분들이 더 많잖아요. 그런 분들한테도 박수를 받을 수 있다니 감동적이었죠. 그 뒤로 꾸준하게 작품이 많이 들어왔어요.”
이지훈은 이후 ‘엘리자벳’, ‘위키드’, ‘엑스칼리버’ 등의 작품을 통해 호평을 받으며 뮤지컬 업계에서 자리를 잡아갔다. 특히 ‘엘리자벳’은 그에 대한 대중과 평단의 인식이 180도 바뀐 작품이다. 극 중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루케니 역을 맡은 이지훈은 맛깔나는 연기로 캐릭터를 소화했다. 2013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지훈은 ‘뮤지컬 배우’ 그 자체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배우 앞에 붙는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했다. 가창력을 입증받았던 그는 무대에서도 성량이 풍부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가수 출신이라는 이유로 기대보다는 우려를 받는다. ‘원래 이렇게 연기 잘했나’, ‘뮤지컬 언제부터 했지?’, ‘뮤지컬 배우로 재발견’ 등의 악의 없는 표현도 때로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사실 제가 처음 활동할 때만 해도 텃세가 있었어요. 지금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많지만, 그때는 작품이 많지도 않았고 대중화된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세계가 치열했거든요. 같이 연기하면서 진심을 느낀 후에야 동료들이 저를 인정해주셨죠. 또 워낙 뮤지컬 업계는 마니아층이 탄탄하니까 제 캐스팅 소식이 들리면 우려부터 표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색안경 끼고 보시는 분들이 있죠. 그래서 아직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중년은 아니지만
이지훈은 현재 뮤지컬 ‘벤허’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1세기 초 로마를 배경으로 하며, 유다 벤허라는 남성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의 휴먼 스토리를 담아낸 작품이다. 극 중 그가 맡은 역할은 ‘메셀라’다. 로마의 장교로 오랜 친구인 벤허를 배신하는 인물이다.
“메셀라가 악역이긴 하지만 관객들이 보시기에 연민의 감정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욕망덩어리가 된 서사를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메셀라가 유복한 벤허 집안으로 입양되고 사랑받으면서 자랐지만, 마음속에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쌓여서 로마 장교로 승격된 후 더 출세하기 위해 벤허를 배신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겠죠.”
이지훈은 메셀라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느낀다. ‘나 메셀라’라는 넘버(곡)가 있는데, 100m 거리를 전력 질주하는 느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진짜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느낌을 오랜만에 느껴본다”고 토로하지만, 좋은 자극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이지훈은 혹독한 연습으로 단점을 보완하면서 좋은 무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40대 중반인 이지훈은 “원래는 40대부터 중년이라고 하지만, 100세 시대인 현재는 50대는 되어야 중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중년이 아니다. 5년 남았다”라고 말하면서 웃음 지었다. 그는 메셀라 역을 소화하기 위해 7kg을 감량하는 열정을 발휘했다. 이 과정에서 강한 성취감을 느꼈다면서 동년배에게 동기 부여 메시지를 전했다.
“저도 이 나이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솔직히 버거웠어요. 그런데 결국 몸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느꼈죠. 해낼 수 있다는 나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늦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늦은 나이라고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됐든 꼭 도전해보십시오.”
18명 대가족 라이프
무명 시절이 없어서일까. 이지훈은 귀공자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그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정형편이 불우했다. 영화 ‘기생충’ 현실판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가족에 대한 마음이 상당히 애틋한 이지훈. 삶의 원동력이 종교와 가족이라고 할 정도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건설회사에 다니셨어요. 가족들한테 헌신하는 삶을 사셨고, 그때 돈을 좀 모았죠. 그런데 사업을 하면서 돈을 다 날리고 우리 집은 점점 밑바닥으로 내려갔어요. 정말 힘들었을 때는 반지하 단칸방에 살았죠. 지금도 기억나는 게 장마철이 되면 물이 엄청 새서 장판을 걷어 올리고 그랬어요. 곰팡이 냄새도 심했죠. 어린 마음에 창피해서 친구들을 한 번도 집에 부른 적이 없었어요.”
이지훈이 데뷔하면서 가세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그가 전세 자금을 마련한 덕에 단칸방에서 아파트로 단번에 옮겨갔다. 현재는 온 가족이 모여 산다. 5층짜리 빌라에 무려 18명의 대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 1층에는 부모님이 살고, 2층에는 형, 3층에는 누나, 4~5층에는 이지훈 가족이 각각 거주한다. 반지하 단칸방에서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소년의 꿈이 실현됐다.
“같이 사는 것은 장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서로 도와주는 부분도, 의지되는 부분도 많아요. 큰 조카들이 어린 조카들을 정말 많이 봐줬어요. 그 애들이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희 집도 강아지가 있는데, 저랑 아내가 외출하려고 하면 가족들에게 맡겨요. 또 방송에 나왔듯이 엘리베이터로 음식을 배달해서 서로 나눠 먹기도 하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큰 마당 하나를 두고 집을 네 채 지어서 살고 싶어요. 외국의 타운하우스처럼 말이죠.”
이지훈의 대가족 삶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양가적이다. 효심 깊은 아들이라는 사실이 느껴지지만, 그가 늦은 나이에 그것도 외국인과 결혼한 이유는 시집살이 때문이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다. 이지훈은 2021년 14살 연하의 일본인 미우라 아야네(이하 아야네)와 결혼했다. 대중의 우려 섞인 반응에 그는 “시집살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며칠 전 제가 행사에 다녀왔는데, 아내가 집에 없는 거예요. 알고 보니 2층 형네 집에서 밥 먹고, 막내 조카한테 수학을 가르쳐주고 있더라고요. 사실 대중의 걱정은 알지만 저희 집은 서로 터치하지 않아요. 아내도 정말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모든 가족이 식사를 같이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가족은 저희 집이 꼭대기 층에 있다 보니 올라오지도 않아요.(웃음)”
이지훈은 1970년대생, 아야네는 1990년대생이다. 성향도 극과 극으로 정반대인 두 사람이지만 세대 차이 없이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취미 생활도 같다. 요즘 골프에 푹 빠진 부부는 언젠가 세계 100대 골프장 투어를 가고 싶단다. 이지훈은 “아내는 정말 착한 사람이다. 결혼 후에 성격도 유해지고,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극찬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첫 번째 좋은 아빠 되기, 두 번째 세계적으로 이름 한번 떨쳐보기라는 이지훈. “꿈은 원대하게 가질수록 좋지 않나”라며 웃음을 덧붙였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그이기에 행복한 미래도 꿈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탁을 처음 들어본 사람은 없지만, 개념·원리를 깨우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부자들을 위한’ 서비스 정도로 여기곤 한다. 고령화와 함께 구원투수로 떠오른 신탁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다. ‘보통 사람들을 위한’ 신탁 안내서를 시작한다.
Q 신탁이란 무엇인가?
신탁은 자산관리부터 증여·상속에 이르기까지 생애 전반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유연한’ 금융 서비스다. 통상적으로 Trust, 즉 신뢰·신임 관계를 바탕으로 ‘믿고 맡기는’ 상품으로 설명된다. 신관식 세무사의 설명은 좀 더 구체적이다. “신탁을 하면 소유권이 수탁자(신탁회사)로 바뀝니다. 부동산을 신탁하면 명의가 바뀌고, 주식을 신탁하면 주주명부의 이름이 바뀌는 식입니다. 즉, 소유권이 넘어갑니다. 굉장히 특이하죠? 이때 위탁자(고객)는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관리, 처분, 운용, 개발 등의 임무를 수탁자에게 부여합니다. 스스로 할 수 없으니까요. 맡고 맡긴다기보다 대신 해주라고 임무를 주는 겁니다.”
Q 고령화와 함께 주목받는 이유는?
신탁은 자익신탁과 타익신탁으로 나뉜다. 위탁자와 수익자가 같으면 자익신탁, 다르면 타익신탁이다. 원래 신탁은 투자 목적인 자익신탁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고령 인구가 늘면서 생전쪾사후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자익신탁과 함께 타익신탁도 주목받고 있다.
신 세무사가 종전 질문에 ‘스스로 할 수 없으니까’라고 한 부분에 집중해보면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다면 맡길 이유가 없죠. 그런데 나이 들면서 몸이나 정신 건강이 온전치 않아 자산관리를 못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치매가 그렇죠. 내가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없더라도 생전에 나를 위해 자산이 쓰이도록 할 수 있고, 사망했을 때는 누구에게 남은 자산을 줄 것인지까지 설정할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신탁입니다.”
Q 신탁은 초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 아닌가?
대표적인 오해다. 신 세무사는 “거의 대부분의 고객이 일반 서민”이라며 펄쩍 뛰었다. 서울 소재 30평형대 똘똘한 아파트 한 채만 소유해도 신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가 거의 10억 원이 넘습니다. 즉 상속세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상속세뿐만 아닙니다.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고려해야 할 게 많습니다. 그럼 자연히 상속 시점을 고민하게 됩니다. VIP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Q 유언대용신탁, 유언장과 무엇이 다른가?
가장 대표적인 신탁인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이 없더라도 신탁계약 형태로 재산 상속이 가능하도록 한 상품이다. 생전에는 본인을 수익자로 정하고 사후에는 생전에 정한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는 것이 목적이다. 상속은 위탁자 사망 사실과 수익자의 신분만 확인되면 바로 이뤄진다.
유언장으로 뜻을 전할 수도 있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 신 세무사의 설명이다. “유언대용신탁은 상속자와 상속인 모두 아는 행위입니다. 유언장은 상속인이 모르지요. 유언공증을 받아도 상속인은 모릅니다. 또 유언공증은 가장 마지막에 한 것이 효력을 가집니다. 도난, 분실, 훼손 우려도 있고요. 상속인들끼리 분쟁이 잦은 이유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언장으로는 작성한 사람의 의도대로 상속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Q 유언대용신탁을 하면 유류분에서 제외되나?
유류분은 상속인이 법률상 반드시 취득하도록 보장되어 있는 상속재산의 가액을 의미한다. 최소한의 상속분을 법으로 정했다는 뜻이다. 2020년 1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1심 판결에서 유언대용신탁을 유류분에서 제외한다고 판시한 적이 있긴 하나, 아직 그 관계를 속단하긴 이르다. 신 세무사는 판단 기준에 따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했다. “그 판결은 센세이션했습니다. 법조계는 물론 신탁업계에서도 신탁재산을 유류분에 포함한다는 의견이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유언대용신탁과 유류분의 관계는 법리적으로 매듭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유류분에서 제외될 수 있다, 없다를 아무도 함부로 얘기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Q 고령화와 함께 주목받는 신탁 상품은?
대표적으로 상조신탁, 봉안신탁 등이 있다. 상조신탁은 자산관리를 맡긴 금액 중 일부를 사망했을 때 상조 비용으로 사용하도록 지정하는 상품이고, 봉안신탁은 사후를 대비해 스스로 장지를 준비하는 상품이다. 펫신탁도 있다. 반려동물 주인이 사망 등의 이유로 반려동물과 함께하지 못할 경우,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주인에게 자금을 주는 상품이다.
Q 신탁, 어떤 사람에게 적합한가?
신 세무사는 먼저 독신을 꼽았다. 결혼하지 않았거나,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상속을 본인 뜻대로 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했다. 쉽게 말해 ‘예쁜 자식에게 좀 더 주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는 뜻이다. 자녀에게 장애가 있거나, 자산관리 능력이 부족해 동기부여가 필요한 경우도 신탁이 제격이라 했다. 끝으로 가업을 승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추천했다. “일종의 리스크 헤지(위험회피) 차원입니다. 각각의 재산을, 누가, 소유권 100%로 가져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야 위탁자 사망 후에도 각 상속인이 문제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