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시니어 비즈니스 업계의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일까? 정부 차원에선 돌봄 인프라 부족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지만, 기업들 입장에선 ‘시니어 커뮤니티 형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중장년을 대상으로 한 상품 출시, 서비스 개발에 있어 중심 소비자인 시니어들의 소비 심리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을만한 통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 요양, 여가 등 다양한 기업들이 ‘시니어 플랫폼’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실제로 많은 중장년을 회원으로 확보한 기업은 거의 없다. 때문에 업계에선 시니어 커뮤니티를 ‘신기루’에 빗대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이웃, 일본의 오스탄스(オースタンス)社가 있다. 일본 최대의 시니어 온라인 커뮤니티 ‘취미인클럽(趣味人倶楽部)’을 운영하는 오스탄스는 ‘나이 듦’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꾸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나의 좋아함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콘텐츠, 커뮤니티, 데이터 기반 마케팅까지 아우르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대표 서비스인 취미인클럽은 올해 2월 기준으로 약 4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월간 방문자는 115만 명, 페이지뷰는 3천만 회에 달한다. 사진, 여행, 반려동물, 건강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시니어 이용자 간 자발적인 연결을 이끌어내고 있다.
오스탄스는 단순한 플랫폼 기업을 넘어, 시니어 행동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솔루션과 공공 프로젝트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시니어DX사업부’와 ‘시니어DX연구소’를 별도로 두고, 기업, 지자체와 함께 고령사회의 실질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최근에는 지역 고령자와의 실증 사업, 디지털 격차 해소를 넘어선 새로운 생활 인프라 구축, 시니어 문화 콘텐츠 기획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스탄스는 단지 일본의 대표적인 시니어 기업을 넘어, 아시아 고령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이들의 성공 비결을 묻기 위해, 오스탄스를 책임지고 있는 기쿠카와 료토(菊川諒人)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오스탄스는 시니어 인플루언서 그룹에서 출발해 거대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귀사가 내세우는 ‘나의 좋아함이 세상을 움직인다’라는 철학은 이러한 창업의 역사와 어떤 관련이 있나?
A. 오스탄스의 철학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10년 전, 세계적 댄서였던 친구의 무대를 만들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회사를 세웠다.”그 과정에서 시니어 댄서를 프로듀스한 영상이 팝 아티스트 브루노 마스(Bruno Mars)에게 공유되면서 단숨에 세계로 확산되었고, 이 경험은 “한 사람의 ‘좋아함’과 ‘도전’이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부모 세대의 “춤과 음악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시니어 전용 무대를 기획했고, 많은 분들이 그 무대에서 인생의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현재 우리가 운영하는 대학 동아리의 ‘시니어 판’에 해당하는 커뮤니티 ‘취미인클럽(趣味人倶楽部)’이 탄생했습니다.
결국 가까운 사람의 ‘좋아함’을 출발점으로 그 가치를 사회에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의 뿌리이며, 시니어의 도전과 호기심을 응원하고, 그것을 지속 가능한 사업 구조로 연결해 개인의 기쁨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되도록 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Q. 시니어 콘텐츠 기업으로서 ‘노화’에 대한 브랜드 관점은 무엇인가? 주요 타깃층은 누구인가?
A. 오스탄스는 ‘시니어=고령자’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선 새로운 세대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55~70세가 핵심이지만, 단순 연령이 아니라 자녀 독립·퇴직·돌봄·재취업 등 인생 이벤트와 가족관계, 생애 단계를 기준으로 세분화합니다. ‘노화’는 신체적 변화가 수반되지만, 더 큰 제약은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이 행동을 제한하는 데서 옵니다. 우리는 이를 ‘억제’가 아니라 ‘해방’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즉, 나이를 짐이 아닌 하나의 특징으로 다시 정의하고, 본래 지닌 호기심과 도전 의식이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브랜드 비전이며 고유한 가치입니다.
Q. 한국에서는 많은 기업이 ‘시니어 시장은 신기루 같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자신을 시니어로 인식하지 않거나, 시니어 대상 서비스에 거부감을 보인다. 오스탄스는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어떻게 극복했나?
A.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시니어’라는 단어에 부정적 뉘앙스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나는 아직 시니어가 아니다”라고 느끼고, 스스로를 시니어라 낙인 찍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케팅·서비스 설계에서 ‘시니어’라는 단어의 전면 사용을 거의 지양합니다. 투박한 디자인이나 ‘노인 취급’하는 표현은 업계의 수많은 실패 사례를 낳았습니다.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세대 구분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애 단계와 호기심입니다. 예컨대 노안을 고려한 색상 설계,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 세대별 유행과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 콘텐츠 등, 개인의 ‘지금’에 맞추는 설계를 통해 결과적으로 ‘시니어’라는 장벽을 자연스럽게 넘도록 합니다. 오스탄스의 도전은 ‘시니어’라는 별도 라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자연스럽게 실현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 축적이 오늘의 취미인클럽처럼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커뮤니티로 성장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Q. 한국에서는 고령자 온라인 커뮤니티 형성이 어렵습니다. 디지털 문해력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오스탄스는 성장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A. 취미인클럽 회원은 현재 약 43만 명입니다. 일본 50세 이상 인구가 6000만 명 이상임을 고려하면 아직 작은 규모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역시 ‘디지털 문해력의 벽’과 ‘사회적 고립 성향’이라는 큰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처음부터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높은 허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성공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먼저 한 줄 일기를 써본다, 누군가에게 댓글을 달아본다 같은 아주 작은 행동을 통해 “나도 참여할 수 있었다”는 감각을 갖도록 했습니다. 커뮤니티를 지탱하는 매니저와 세와야쿠(世話役, 도우미)를 육성해 다양한 취미·가치관에 맞는 만남을 원활히 했고, 커뮤니티 전체에서 ‘인사’ ‘감사’ 문화를 중시해 온라인에서도 인간적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운영했습니다. 이처럼 기술만으로는 형성되지 않는 ‘심리적 설계와 문화 만들기’가 필수라는 점을 배워 지금의 회원 기반을 쌓았습니다.
Q. 일본의 시니어는 IT·웹에 익숙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A. 사실상 ‘감정 중심’의 설계와 ‘장벽 제거형’ 기술 접근이 핵심이었습니다. 기술을 ‘가르친다’보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생기게 만드는 것을 중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을 올리면 누군가가 칭찬해 준다, 또래가 일기를 쓰는 것을 보고 나도 써본다 같은 경험을 통해 동기부여가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 기술 측면에서는 앱보다 웹 기반 UI(사용자 조작방식)를 우선해 기기·OS에 관계없이 접근 가능하게 하고, 입력·조작을 최소화한 단순한 구조를 지향했습니다. 신기능 도입 시에는 온라인 안내만이 아니라 오프라인 체험·전화 지원 등 ‘손이 가는 지원’을 병행했습니다. 이러한 아날로그+디지털 결합 지원이 진입 장벽을 실질적으로 낮췄습니다.
Q. 콘텐츠·커뮤니티를 넘어 ‘시니어DX(디지털 전환)사업부’와 ‘시니어DX연구소’를 설립했다. 어떤 배경과 목표가 있었나?
A. 고령층은 더 이상 의료·돌봄의 ‘수요자’만이 아니라 여가·소비·커뮤니티·사회참여의 주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성에 비해 사회·시장 차원의 분석이 충분하지 않아, 많은 기업·기관이 편견에 근거한 서비스를 내놓거나 잘못된 목표설정으로 실패합니다. 우리는 커뮤니티와 플랫폼 운영을 통해 얻은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시니어 소비자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기반을 만들고자 시니어DX연구소를 세웠습니다. 시니어DX사업부는 그 인사이트를 활용해 기업·지자체와 함께 마케팅·서비스 설계·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공동 기획·운영합니다. 목표는 현장의 목소리와 데이터 분석을 연결해, 현실적으로 작동하는 시니어 전략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Q. 오스탄스가 정의하는 ‘시니어DX’는 무엇인가? 단순한 디지털 격차 해소를 넘어 어떤 비전을 지향하나?
A. 우리가 말하는 ‘시니어DX’는 디지털을 통해 시니어가 ‘새로운 삶의 가능성과 커뮤니티’를 얻는 변화입니다. 디지털 기기 보급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삶의 질 향상·사회참여·연결 회복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단순 교육이 아니라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나는 설계를 중시합니다. 커뮤니티 참여, 취미 공유, 콘텐츠 제작 같은 ‘살아 있는 경험’ 속에 디지털 사용을 녹여 생활 인프라의 재설계를 지향합니다. 시니어가 소외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Q. 귀사와 협업을 원하는 기업들의 공통 니즈는 무엇인가?
A. 가장 많은 요청은 신제품·신서비스 기획, 브랜딩·마케팅 콘텐츠 공동 개발, CRM(고객관계관리)·커뮤니티 구축입니다. 공통 키워드는 “정확한 시니어 인사이트”입니다. 연령 구분을 넘어 생활 리듬·가족관계·정서·소비 패턴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수요가 큽니다. “광고가 상투적이라 전달이 안 된다”, “중장년과 고령층을 어떻게 구분·접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민도 많습니다. 이에 우리는 △전략 설계 △콘텐츠 제작 △커뮤니티 실행 △리서치 분석까지 통합 지원합니다.
Q.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낸 사례가 있나?
A. 분야는 금융, 주거, 인테리어, 뷰티, 건강식품, 음료 등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거나 대상화하려는 다양한 산업에 걸쳐 있습니다. 우리 커뮤니티·노하우를 활용해 더 낮은 CPA(행동당 비용)로 효율적으로 시니어 고객에게 도달했고, 단지 ‘팔렸다’가 아니라 “스스로 찾기 어려운 상품을 만났다”, “설명이 이해하기 쉬워 내 것이라 느꼈다” 같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기억의 맛’과 같이 참여자의 개인 경험을 브랜드 스토리로 전환하는 캠페인, Q&A형 건강 콘텐츠처럼 쌍방향 소통을 강화한 캠페인은 해지율 감소·고객 생애가치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핵심은 기능적 가치뿐 아니라 ‘즐거움’과 ‘살맛(생기)’이라는 정서·사회적 연결을 함께 제공하는 웹 프로덕트를 제시해, ‘구매’뿐 아니라 ‘지속’에 기여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비즈니스 성과’와 ‘시니어의 행복감’의 양립을 실현했고, 이것이 기업이 우리를 선택하는 이유라고 봅니다.
Q. 지자체와의 협업에서 일본 지자체는 어떤 니즈를 갖고 있으며, 오스탄스에 무엇을 기대하나?
A. 일본 지자체의 최대 과제는 고령화에 따른 돌봄·의료비 증가입니다. 이에 건강수명 연장, 특히 노쇠(신체·정신의 허약) 예방과 등이 큰 니즈입니다. 우리는 지자체와 연계해 주민에게 직접 가치를 전달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지역별 웹 커뮤니티를 개발·운영해 온라인·오프라인 어디서든 쉽게 연결되도록 하고, 건강 증진 이벤트와 취미 기반 만남을 마련해 “재미있으니 계속한다”는 지속 동기를 설계합니다. 행정이 놓치기 쉬운 ‘생활 속 체감’을 중시하며, 민간 플랫폼의 접근성과 친밀감, 행동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통해 주민과 행정 사이의 다리가 되는 것을 기대합니다.
Q. 소개할 만한 성공적인 지자체 협업 사례가 있다면?
A. 예를 들면 도쿄 세타가야구(世田谷区)와는 ‘마을 단위 온라인 커뮤니티 모델’을 공동 개발했습니다. 지역별 커뮤니티 리더를 양성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결한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디지털 소외’를 과도하게 우려하기보다, 기존 지역 커뮤니티 인프라와 디지털을 연결해 새로운 ‘이웃 문화’를 창출했습니다. 주민 간 연결이 강화되었을 뿐 아니라, 행정이 파악하기 어려운 정서적 고립의 조기 발견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정의하는 콘텐츠는 예비 시니어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40대 후반·50대 초반까지 포괄하는 전략이 있나?
A. 있습니다. 실제로 취미인클럽 회원의 약 30%가 50대이며 40대 후반 가입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는 단순 연령 구분보다 “비슷한 고민과 기쁨을 공유하는 사람”이라는 동질감에 기초해 콘텐츠를 설계합니다. 부모 돌봄, 퇴직 후 재설계, 부부 관계, 건강 등은 40~60대 모두의 공통 주제입니다. 세대가 서로 이해·공감할 수 있도록 교차 설계하며, 커뮤니티의 확장성과 세대 간 연결을 동시에 지향합니다.
Q.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신규 프로젝트가 있다면?.
A. 현재 몇 가지 새로운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예컨대 업계의 단체들과 연계해 약 1000만 명 규모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종이 매체의 DX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TV 시청자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대규모 DX 프로젝트도 병행 중입니다. 공통점은 “기존의 거대한 접점을 디지털화해 시니어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단지 편의 제공이 아니라 ‘내일의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가치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또한 향후에는 다양한 업계·서비스와 공동으로 사업을 만들고, 세대와 국경을 넘어 사람들이 연결되는 경험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니어 DX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사회 자체를 풍요롭게 하는 ‘문화 만들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