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이었다. 중장년 사이 파크골프*가 인기라기에 한강변 파크골프장을 찾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성 장맛비가 예고돼 있었지만 기어이 갔다. ‘이런 날에도 치면 진짜 인기다!’ 하고…!
*1983년 일본 홋카이도 마쿠베쓰 강가에서 시작된 운동. 도심 속 공원이나 유휴부지에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해서 공원 골프(PARK GOLF)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등포 파크골프장’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혹시 아무도 없으면 어쩌지…’하는 불안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야말로 ‘줄 서서’ 파크골프를 치고 있었다.
파크골프는 클럽 한 개와 공 한 개, 그리고 티만 있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몇 천 원이면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비용도 저렴하다. 파크골프장 별 재미도 각양각색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전 수집한 정보 그대로 어르신들은 답했다.
“재밌어요.”
“꽤 운동이 돼요.”
“집에서 가까워요.”
“이용료가 저렴해요.”
한 어르신은 파크골프 예찬론자였다. 다른 운동 여러 가지 해봤지만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참 듣고 있다가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뜻밖의 말이 돌아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노인들이 다 집에만 있어 보세요. 자식이고 며느리고 손주고, 누가 좋아하겠어요? 우리도 다 압니다.”
“근데 파크골프장 나오면 운동하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끼리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고, 내내 같이 놀다가 저녁에 집에 가서는 바로 잡니다.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합니다.가지 말라고 할까 봐요.
본인 건강하지, 가정의 평화 가져오지, 종국에는 사회적 비용 안 들지. 삼박자를 다 갖춘 운동이라니까요?!”
속사정을 전한 어르신은 빙긋 웃으며 북적이는 필드로 시선을 돌렸다. 어쩐지 파크골프 열풍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노인들이 다 집에만 있어 보세요. 자식이고 며느리고 손주고, 누가 좋아하겠어요?
우리도 다 압니다.”
수년 전 실버 생활체육에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곧이어 ‘파크골프가 인기’라는 말이 전국 곳곳에서 들려왔다. 반짝 흥행이 아니었다. 파크골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계적 일상 회복이 되면서 아예 실버 생활체육 주요 종목으로 부상했다. 인근 공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서. 단지 그뿐일까? 현장에서 들은 파크골프의 진짜 인기 이유는 꽤 흥미롭다.
양평교 초입에 들어서며 걱정이 앞섰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성 장맛비가 예고돼 있었고,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었지만, 먹구름과 대기를 감도는 꿉꿉함은 양평교 아래 오가는 이 하나 없다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영등포 파크골프장’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불안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야말로 ‘줄 서서’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매일 영등포 파크골프장을 찾는 이는 500여 명. 영등포구파크골프협회 ‘사랑클럽’ 회원 A씨가 전한 인기는 그 이상이다. “파크골프가 정말 인기예요. 말도 못 해요. 체감상으로 매년 두 배씩 느는 것 같아요. 이거 봐요, 치려고 밀려 있는 거!”
영등포뿐만 아니다. 파크골프는 일대 붐을 맞았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회원이 그 방증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20년 4만 5000여 명 수준이던 회원은 2022년 10만 명을 넘어섰다. 2023년 6월 기준으로는 12만 명을 돌파했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고 즐기는 동호인쪾비동호인까지 합하면 그 수는 대략 40만~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983년 일본 홋카이도 마쿠베쓰 강가에서 시작된 파크골프는 도심 속 공원이나 유휴부지에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해서 ‘공원 골프’(PARK GOLF)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내에는 2000년 경남 진주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 상락원에 6홀이 들어서며 처음 소개됐다. 실버 세대 생활체육 핵심 종목으로 부상한 건 수년 사이다. 2022년 9월 발표된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스포츠 빅데이터 인사이트’ 제13호에 따르면 현재 실버 세대 생활체육 유행은 ‘게이트볼에서 파크골프로 전환’되고 있다.
현장은 클럽 한 개와 공 한 개, 그리고 티만 있으면 누구나 인근에서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의 편의성과 접근성에 열광한다. 몇 천 원이면 즐길 수 있는 저렴한 비용도 현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사랑클럽’ 회원 A씨는 “파크골프가 노인들에겐 최적의 운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운동 여러 가지 해봤지만, 이보다 좋은 운동은 없습니다. 접근하기 좋고, 이용료 저렴하고, 잔디 밟으면서 많이 걷고요.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어요? 고작해야 산책하는 건데, 산책은 지루해서 오래 못 해요. 근데 파크골프는 3시간이고 4시간이고 하죠!” 옆에서 듣고 있던 회원 B씨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장점이 정말 많아요. 마음이 젊어지는 것 같아요.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게 삶의 활력이 돼요.”
파크골프가 사랑받는 주요 요인 중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종주국 일본의 파크골프협회는 파크골프가 퍼진 요인에 대해 “경기보다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을 들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일반 골프장은 1번 홀에서 티업하면 다른 팀을 만날 수 없지만 파크골프는 한눈에 다 들어오기 때문에 교류가 이뤄지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랑클럽’은 회원 60여 명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 C씨의 말이다.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파크골프를 접하고 사람도 많이 알게 됐습니다. 자주 보니까 빨리 친해졌지요. 한번 어울리면 아침에 만나서 저녁까지 있다 가기도 합니다. 그게 너무 재밌어요.”
여기에 ‘한국판’ 파크골프만의 매력이 더해졌다. 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화해온 것이다. 파크골프는 하프 9홀(파33) 1라운드 18홀(파66)로 진행된다. 파3 네 개, 파4 네 개, 파5 한 개로 기본 제원은 일본과 같다. 차이는 한 홀의 거리다. 위험 방지, 연령이나 남녀 차이에 의한 핸디캡 최소화 등을 위해 거리를 100m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일본과 국내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9홀까지 연장 길이가 500m지만, 국내는 790m까지 가능하다. 파5 홀의 경우 일본은 60~100m, 국내는 100~150m다. 현재 국내는 대개 최장 거리인 150m를 선택하는 추세다.
이경호 대한파크골프협회 사무처장은 “국내 파크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한 요소”로 이를 지목한다. “일본은 ‘놀이’이고 우리는 ‘생활 스포츠’, 나아가 ‘경기’에 가깝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80대 이상이 파크골퍼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요. 우린 연장 길이가 기니까 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유입됐습니다.”이 사무처장은 배우기 쉬운 점도 파크골프 인구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파크골프는 6개월 정도 열심히 하면 3년, 5년 배운 사람과 대결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이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스포츠는 10년 이상 해야 우승할 수 있어요. 1~2년 바짝 해서는 대회 정상을 꿈꾸기 어렵지요. 그런데 파크골프는 노력 여하에 따라 6개월~1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춰지는 운동입니다. 전국 투어를 다니는 분들도 그 수가 상당합니다.”
파크골프는 ‘경기’로 자리 잡고 있다. 대회 규모로 확인된다. 국내 대회 상금이 3000만 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경제 효과는 현장에서 먼저 체감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산천어축제를 연이어 취소했던 강원도 화천군은 파크골프 대회를 유치해 특수를 누렸다. 약 한 달간 이어진 대회에 1500여 명의 선수단과 가족이 방문해 지역 음식점, 숙박업소는 물론 편의점과 카페까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이경호 사무처장은 “경제 효과는 두말하면 잔소리”라고 말한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파크골프장에도 라이가 있어요?’입니다.(웃음) 당연히 있지요. 다 다르고 각각의 특색이 있습니다. 대회 당일 처음 가서는 성적을 낼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습하러 현장에 일주일 전이나 열흘 전에 가서 현지에 체류하며 꽤 많은 비용을 씁니다. 1억 원을 투자해서 대회를 치른다고 하면, 그 열 배 이상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대회에 나가는 선수만 해도 500~600명입니다. 그 지역에 머물면서 쓰는 돈은 엄청납니다. 지자체에서 계속 유치 신청이 들어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파크골퍼들에게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클럽’ 회원들은 스포츠로 자리 잡은 파크골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고는 못 삽니다. 대회 나가는 사람들은 죽기 살기로 해요. 진짜 장난 아니에요!(웃음)”
현장은 단기적 경제 효과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파크골프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07년에 이미 OECD 국가의 평균 수준을 상회하는 장수 국가군으로 진입했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전망이다. 고령자의 진료비, 의료비는 당면한 문제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475만 9000원, 1인당 본인 부담 의료비는 110만 6000원에 달한다. 전체 인구 대비 각각 2.8배, 2.7배 수준이다. 반면 생활체육 참여자의 1인당 연관 의료비는 비참여자 대비 절반가량에 그친다. 생활체육 참여만으로 의료 비용 감소에 직접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장은 파크골프가 현재 최일선에 있는 운동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랑클럽’ 회원 A씨의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노인들이 집에만 있으면 자식이고 며느리고 손주고 누가 좋아하겠어요? 우리도 다 압니다. 근데 파크골프장에 나오면 운동하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끼리 점심 먹고, 커피 한잔하고, 때론 반주하기도 하고, 내내 놀다가 저녁에 집에 가서는 피곤해서 바로 잡니다. 아프다는 소리도 안 합니다. 아프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할까 봐요.(웃음) 또 실제로도 아프면 못 합니다. 그러니까 파크골프를 하기 위해서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요. 본인 건강하지, 가정의 평화 가져오지, 종국에는 사회적 비용 안 들지. 파크골프는 삼박자를 다 갖춘 운동이라니까요!”
‘티끌 모아 태산’ 전략이 주목받는 짠테크 시대. 애먼 돈을 낭비하지 않고 숨은 돈까지 찾을 수 있는 소소한 절약 방법을 소개한다.
PART1 | 복지 & 금융 | 무심히 방치한 돈, 몰라서 지나친 혜택. 유심히 알아보자.
[1] 정부 보조금 찾기
정부 지원금 혜택을 모르고 지나친다면 아까울 것이다. ‘정부24’ 홈페이지 내 ‘보조금24’ 메뉴에 접속해 연령, 거주지, 소득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 맞춤형 정부(지자체) 보조금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진행이 어렵다면 ‘보조금24 활용안내서’ 앱을 찾아보거나, 주민센터에서 ‘보조금24 정보제공 동의 신청서’ 작성 후 자녀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국민비서 구삐’ 알림 신청 또는 ‘보조금24 신청알리미’ 앱을 설치하면 관련 정보를 때맞춰 알려준다. 복지로 홈페이지를 통해 ‘맞춤형 급여안내’(복지멤버십) 서비스를 신청하면 개인 맞춤형 복지 정책을 생애주기에 따라 안내받을 수 있다.
[2] 카드 포인트 현금화하기
야금야금 쌓인 카드 포인트도 모이면 쏠쏠하다. 카드사마다 일일이 확인할 필요 없이, 금융결제원 ‘계좌정보 통합관리서비스’ 또는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 시스템’을 이용하면 된다. 모아둔 카드 포인트를 확인해 현금화(계좌이체) 또는 기부도 가능하다. 금융결제원 사이트에는 카드 및 계좌 자동이체 목록도 나오니 불필요한 건은 해지 신청해 새는 돈을 막자.
[3] 숨은 보험금 받기
‘내보험 찾아줌’ 사이트에서는 보험 가입 내역과 미청구 보험금, 휴면 보험금 조회가 가능하다. ‘연락처 한번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추후 숨은 보험금 발생 시 안내를 받아볼 수 있다.
[4] 무료 법률·세무상담 서비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료 법률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전국 150곳 공단 사무소를 방문하거나, PC·모바일·전화 등을 통해 비대면 상담도 가능하다(예약 필수, 문의 :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세무 관련 상담은 ‘마을세무사’를 이용한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누리집에서 마을세무사 연락처를 확인한 후 전화·팩스·이메일로 상담 신청하면 된다(문의 : 읍면동 주민센터).
[5] 통신비 미환급금 돌려받기
‘스마트 초이스’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통신 미환급액 및 유료방송 미환급액을 조회할 수 있다. 휴대전화 구입 시 지원금을 받지 않았다면 선택약정 할인 25%를 받는데, 이 부분도 확인 가능하다. 그밖에 요금 감면이나 멤버십 혜택 등 통신비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6] 본인부담액상한제 확인하기
건강보험 가입자가 부담한 연간 본인일부부담금 총액이 본인부담상한액(소득 구간에 따라 상이)을 넘었을 경우, 초과액은 공단에서 부담한다. 사전급여(의료기관에서 처리)와 사후환급으로 나뉘는데, 사후환급은 직접 신청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 및 신청 가능하다. 접속할 때 본인부담금 환급금(이중납부, 착오납부로 발생한 금액)도 확인해보면 좋다.
[7]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로 의료비 할인
만 65세 이상 고혈압·당뇨병 환자라면 월 3500원(진료비 1500원, 약제비 2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질병관리청). 지역 내 고혈압·당뇨병 등록·관리 의료기관 및 약국에서 신청 가능하며, 해당 기관 정보는 지역 보건소에 문의하면 된다.
[8] 틀니·임플란트 70% 지원
만 65세 이상 건강보험 대상자라면 틀니와 임플란트 진행 시 본인부담금 30%만 내면 된다. 진행 후에는 지원받을 수 없으니, 계획이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보건복지상담센터(129)로 문의해보자.
[9] 휴면계좌 잔금 찾기
서민금융진흥원 ‘휴면예금 찾아줌’에 접속하면 휴면예금 계좌 목록을 알 수 있다. 확인된 잔고는 본인 계좌로 이체하거나, 기부금으로 전환 가능하다.
[10] 내일배움카드로 지원받기
자격증 취득 등 뭔가 배우려 한다면 해당 기관이 ‘내일배움카드’ 사용 가능처인지 알아보자. 카드 발급 후 5년간 300만~500만 원의 직업능력훈련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11]약국 할증 시간 피하기
약국 조제료 야간가산제도에 의해 평일 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1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 사이 또는 일요일·공휴일에는 조제료의 30%가 할증된다. 일반의약품은 제외되며, 처방약이나 처방 일수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PART2 | 쇼핑 & 여가 | 즐거움을 위한 소비. 쇼핑과 여가 활동에도 틈새 절약법은 있다.
[12] 유통기한 임박, B급 상품 저렴하게
요즘 마트에서는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나 못난이 채소·과일 등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쿠팡 등 온라인 마켓에서도 하자 없는 반품 상품 등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B급 상품 아이템을 모아 판매하거나 정보를 알려주는 ‘떠리몰’, ‘임박몰’, ‘이유몰’, ‘라스트오더’ 등의 플랫폼(앱)도 살펴보면 좋다.
[13] ‘1+1 제품’ 보관하기
편의점에서도 ‘1+1’, ‘2+1’ 등 덤 이벤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짧아 소진이 어렵거나, 딱히 당장 필요 없는 덤 제품이라면 잠시 보관해두자. ‘우리동네GS’(GS편의점), ‘포켓CU’(CU편의점) 앱을 활용하면 가능하다.
[14] 기프티콘도 사고팔고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몇몇 중고거래 앱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사고파는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자원 활용의 측면에서도 유익하다. 최근에는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도 중고거래가 가능하다. 일상카페, 니콘내콘, 기프티스타 등의 앱을 이용하면 된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기프티콘의 경우 유효기간이 지나면 상품가의 90%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으니 이점 참고하자(선물 구매자가 아닌 수신자에게 입금, 앱 내 선물하기 메뉴에서 진행).
[15] 유류비 아끼고, 가벼운 드라이브
주유하고 나왔는데 근방에서 더 값싼 주유소를 발견했다면, 안타깝지만 손해를 본 것이다. 주유할 일이 있다면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사이트또는 앱을 먼저 살펴보자. 시도별 최저가 주유소와 가격 정보, 현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 가장 저렴한 주유소 등을 알 수 있다.
[16] 비교 쇼핑 생활화
같은 제품이라도 언제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값이 다르다. 다양한 상품의 최저가를 알려주는 ‘비교 쇼핑’ 앱을 활용하자. 쿠차, 쇼핑스캐너, 다나와 등이 대표적이다. 핫딜 노마드족(특정 시간대에만 할인하는 핫딜 제품을 찾아다니는 소비자)을 위한 ‘세일포유’ 사이트에는 실시간 할인 정보가 올라온다.
[17] 돈·건강·환경 1석 3조,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
만 65세 이상이라면 지하철이 무료지만, 그 이전 세대라면 ‘알뜰교통카드’로 교통비를 아껴보자. 버스·지하철 정류장까지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앱과 연동), 카드사의 추가할인 혜택 포함 최대 30% 대중교통비가 절감된다. 미세먼지 발령일에는 마일리지를 2배 제공하고, 모인 마일리지는 캐시백으로 전환해 교통비에 충당할 수 있다. 후불카드(신용카드, 체크카드)와 선불카드(티머니, 캐시비, 원패스) 중 신청 가능하다.
PART3 | 생활 & 관리비 | 1와트의 전력, 한 방울의 물도 아끼는 절약 고수를 위한 관리비 절감 노하우.
[18] 겨울철 난방비 폭탄 막기
가스비는 온도에 비례한다. 보일러 온수 온도를 40℃정도로 설정하고, 중간 수압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온수 온도를 55℃에서 40℃로 줄이면 월 8610원가량 요금이 덜 나온다(일 온수 사용량 200kg 가정). 빈방의 난방밸브를 잠그거나(월 2만5923원 절감 예상) 보일러를 청소해도(월 1만3007원 절감 예상) 가스비를 아낄 수 있다. 보일러 실내 온도는 20℃를 기준으로 1℃ 올라갈 때마다 난방비가 15% 상승한다. 18~20℃로 맞추면 적당하다. 보일러를 끄면 재가동 시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돼, 10시간 이내로 귀가한다면 외출 모드를 이용한다. 한파에는 외출 모드 대신 15~17℃ 정도로 설정하면 동파를 막으면서 집안의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19] 졸졸 새는 대기전력 차단하기
세탁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등 대기전력이 있는 가전제품의 경우 전원을 껐더라도 콘센트를 꽂아둔 상태면 전력이 소비된다. 가정 내 대기전력왕은 바로 셋톱박스. TV(1.27W)의 10배(12.27W)에 이른다. 일일이 콘센트 관리가 어렵다면 대기전력을 차단해주는 콘센트타이머나 스마트 플러그를 사용하자.
[20] 탄소포인트제(에코마일리지) 인센티브
전기, 상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절감하고 감축률에 따라 탄소포인트를 부여하는 제도다. 온라인 탄소포인트제 누리집(서울시 거주자는 에코마일리지 홈페이지) 또는 관할 시·군·구 담당 부서를 방문해 신청 가능하다. 과거 1~2년간 월별 평균 사용량과 현재 사용량을 비교해 연 2회(6월, 12월) 현금, 상품권, 지역화폐 등의 형태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21] 돈 내고 버리는 폐가전, 무료로 처분하기
대형 생활 폐기물을 버리려면 시·군·구청을 통해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구매해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폐가전무상배출예약시스템’을 이용하면 무료로 처분 가능하다. 회원 가입 절차와 수수료 없이 원하는 날짜에 예약 후 지정된 장소에 폐가전을 내놓으면 된다.
[22] 전력피크대 피하기
전력피크대에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이 높게 나온다. 생산단가가 높은 발전기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겨울철 전력피크대는 오전 9~12시, 오후 4~7시이니 급하지 않다면 이 시간대를 피하자(봄·여름·가을은 오전 10~12시, 오후 1~5시).
[23] 마트 갈 때 들르는 빈병 무인회수기
고전적인 짠테크 방법으로 알려진 빈병 팔기. 최근에는 대형마트(롯데마트, 이마트 등)를 중심으로 빈병 무인회수기가 설치돼 있다. 보증금액은 빈병 용량에 따라 1병당 최소 70원부터 350원까지다(하루 최대 30병). 모아둔 빈병을 마트에 가져가 돌려받은 보증금을 장 볼 때 보태면 쏠쏠하다.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중장년 세대의 창업을 통한 도약을 지원하기 위해, ‘뛰기 젊은 나이, 50+’ 캠페인을 펼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점프업5060 프로젝트를 통해 창업에 성공하고 새 인생을 펼치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나이 들면 무얼 하면서 살까? 어떻게 해야 일터와 삶터를 분리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김은주, 박유하 부부는 은퇴 전부터 이어진 오랜 고민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살고 있는 주택 지하에 자리 잡은 모모책방으로 말이다.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사람들은 모모책방에 모여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공연을 관람한다. 늦은 시간까지 필사를 하거나, 외국 드라마 ‘빨간머리 앤’을 보며 영어 공부를 한다. 수업을 이끄는 강사는 물론 도봉동 이웃 주민이다.
모모책방에서는 번개모임이 잦다. 김은주 씨와 책방을 함께 운영하는 그의 동생이 문득 영화가 보고 싶어지면 모모책방 밴드나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소식을 올린다. 곧 관람을 희망하는 이웃들이 각자 간식을 챙겨 들고 삼삼오오 모여든다. 빔프로젝트를 내리고 책방이 어두워지면 모모책방은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흥미로운 마을공동체 사업에 응모하거나 새로운 활동을 기획할 때에도 주민들은 자연스레 모모책방을 찾는다.
문화 갈증 채우는 동네 책방
모모책방을 탄생시킨 김은주, 박유하 부부는 인생 후반부 계획을 세우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점프업5060 공고를 발견했다. 미래에 대한 여러 고민을 해결해줄 프로그램이라고 판단해 지원을 결정했다.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라 수료할 때쯤에 맞춰 모모책방의 문을 열었으니 그야말로 모범생이었다.
“책방을 사업 아이템으로 결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예요. 제 오랜 꿈이 서점을 여는 것이었고, 마을 문화공간에 대한 높은 수요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도봉구의 문화공간 인프라는 창동에만 몰려 있어요. 도봉동 주민들이 집 주변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만한 곳이 없죠. 책방을 비롯한 문화공간에 대한 갈망이 클 수밖에 없어요.”
걸림돌은 단 하나, 공간이었다. 책방을 열 공간이 마땅치 않아 고민하던 때에 이웃의 한마디가 해결책이 됐다. ‘지금 살고 있는 주택의 지하층을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 일터와 삶터를 분리하지 않고도 마을 책방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묘수였다. 그렇게 모모책방은 2019년 12월 도봉동 주택단지 한가운데, 부부가 거주하는 주택 지하에 자리 잡았다.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지만 정작 마주한 건 코로나19 대유행이란 이름의 터널이었다. 부부는 넋 놓고 앉아 있는 대신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섰다. 스마트 기기 조작이 서툴고,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집에 홀로 있어야 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돌봤다. 적은 인원이라도 모여 책방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왔다. 부모를 대신해 숙제나 준비물, 가정통신문 같은 학급 전달 사항을 읽어줬다. 김은주 씨와 그의 동생은 심리학을 전공한 지식을 살려 ‘점심 도시락’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점심을 함께하며 종일 붙어 지내야 했던 엄마와 아이들의 마음 건강을 살폈다.
위기 속에서 탄생한 고향
김은주 씨는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모모책방이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정적으로 위로가 필요한 날 불쑥 찾아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친구가 되어주는 문화공간. 그게 바로 김은주, 박유하 부부가 생각하는 모모책방의 지향점이다. 이는 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막연하게 품고 있던 목표다. 어떻게 해야 실현할 수 있을지 막막하던 차에 되레 악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나 할까.
책방에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책들이 가득하다. 모두 김은주 씨와 그의 동생이 전공을 살려 선정했다. 이외에도 필사나 컬러링 키트를 구비해뒀다. 흉흉한 세상에 쫓겨 책방으로 찾아든 사람들이 마음을 돌보게끔 하기 위해서다. 도봉동 주민들은 갑갑한 집을 벗어나 책방에서 글씨를 끄적이고 책을 뒤적이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뛰어놀기 좋아할 나이에 집에만 있어야 했던 아이들에게는 더욱 답답한 시간이었을 터. 코로나19 시국에 유일한 놀이방이었던 책방은 아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줬다.
“고향이란 단순히 과거에 살던 동네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공유하는 추억이나 문화가 있어야 충족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에게는 고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책방을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에게 고향을 돌려주자’였어요. 요즘 아이들은 태어난 동네, 살던 동네, 학교 다닐 때쯤 이사 간 동네가 다 다르잖아요. 이웃 간 왕래도 없죠. 개인적으로 그 점이 안쓰러웠는데, 책방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모모책방과 마을 아이들은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됐다. 하교하던 길에 신발 끈이 풀어졌으니 묶어달라며 불쑥 책방을 찾고, 학교에서 그렸다는 동네 지도에는 모모책방이 ‘우리 동네 명소’로 표시돼 있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책방에 찾아올 때, 책방에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부부는 큰 보람을 느낀다.
모모책방의 사업 목표는 ‘적정 수준의 적자를 유지하기’다. 지금도 서적 판매로는 책방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익 모델만 운영하고 있다. 수익을 내는 데에만 급급하다 이웃들이 모모책방을 찾으려던 발걸음을 망설이게 될까 조심스럽기 때문. 책방의 공간을 활용해 유튜브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도 받았지만 역시 고개를 저었다. 하나의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한 뒤 편집하고 채널을 관리하는 동안 책방과 마을에 소홀해지기 싫어서다.
모모책방은 앞으로도 돈은 적게 벌더라도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선택해나갈 것이다. 큰길가 대신 주택가 안쪽에서, 누구든 들어올 수 있도록 언제나 문을 열어두고 있는 동네 책방. 모모책방은 아이들에게 고향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미란호골프장은 2004년 여름 정식으로 개장했으며, BMW 마스터스가 열렸던 마스터스 코스(천연공원, Natural Park)와 잭니클라우스 코스(산림 코스, Forest)로 이루어진 36홀 코스다. 골프장 전체에 1000여 개의 지하 배수 시설을 갖춰 비가 온 후 30분 이내에 라운딩이 가능하며, 천둥번개 센서 시스템을 구비해 골퍼들의 안전한 경기 운영을 돕고 있다.
골프 코스 외에도 골프장 내에 274개 객실을 보유한 5성급 호텔을 운영하고 있어 골프장 이용도 편리하고, 최고급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토리아풍 외관을 갖춘 클럽하우스에는 커피숍, 시가바, 사우나, 휴게실 등을 갖췄다. 홍차오공항에서 45분, 푸둥공항에서 1시간 거리이며, 인민광장에서는 25㎞ 정도 떨어져 있다.
2011년 우승 상금 200만 달러의 ‘상하이 마스터스 대회’에서는 매킬로이가 우승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2012~2015 ‘BMW 마스터스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선수들을 한데 모으는 데 성공했으며, 700만 달러의 큰 상금으로 중국 골프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거리는 모두 그린 앞까지를 나타내므로 실제로는 매 홀마다 10야드에서 20야드는 더 봐야 한다. 전체 캐디는 190명이라고 한다.
자연의 특징을 살린 마스터스 코스
마스터스 코스(파72, 7259야드)는 상하이 마스터스와 BMW 마스터스 대회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으며, HSBC 대회가 열리는 서산골프장과 더불어 상하이를 대표하는 명문 골프장으로 자리 잡았다. 회원제 코스로 반드시 회원을 동반해야만 라운드가 가능하다. 그린 스피드는 10피트를 넘나들며 기복이 심해(75%) 어려운 그린이다.
105개에 달하는 벙커는 골퍼들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한다. 특히 벙커가 길고 커서 실제 개수보다 훨씬 많아 보인다. 잔잔한 호수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수생식물을 볼 수 있으며, 큰 벙커와 난도 높은 레이아웃으로 도전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골프장 설계다.
3번 홀(파5, 496야드) 티 박스 왼쪽부터 멋진 돌과 작은 물길이 이어진다. 300~350야드 앞에서 페어웨이를 가르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며 큰 호수를 이룬다. 드라이버가 짧거나 세컨드 샷이 거리가 나지 않으면 슬라이스에 유의해야 한다.
7번 홀(파5, 516야드) 레이디 티 박스 앞의 오른쪽부터 거대한 모래땅과 링크스 풀이 150야드 이상 이어진다. 이 모래땅과 풀은 8번 홀과 공유하기도 한다. 그린 주변이 온통 벙커이기 때문에 정확한 샷이 매우 중요하다.
14번 홀(파4, 426야드)과 15번 홀(파5, 545야드), 16번 홀은 긴 벙커들이 길게 연속으로 이어지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18번 홀(파4, 407야드) 그린 앞 물과 벙커들이 위협적이다. 그린 오른쪽에는 BMW 마스터스 대회를 위해 관중석을 고정으로 만든 곳이 그대로 남아 있다. 2012~2015 네 차례에 걸친 BMW 마스터스 대회의 영광을 느껴볼 수 있다.
산림 표방하는 잭니클라우스 코스
잭니클라우스 코스는 산림 코스(Forest)를 표방하며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의외로 나무가 많지 않으며 물이 많은 평지 코스다. 기후와 토양의 문제로 잘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 골프장 측 설명이다.
잭니클라우스 코스(파72, 6240야드)는 티 박스가 3개만으로 되어 있다. 레귤러 티와 시니어 티, 그리고 레이디 티다. 후반 홀은 파3, 파4, 파5가 각각 3개씩 구성되어 있다. 물론 6240야드지만 실제로는 모든 거리가 그린 앞까지여서 300야드 이상 추가해야 하므로 결코 짧은 레귤러 티는 아니다.
2번 홀(파4, 440야드) 실제로는 460야드 이상 길고, 페어웨이가 좁으며 좌우에 OB가 있다. 페어웨이 오른쪽에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큰 나무들이 모처럼 산림 코스의 면모를 보여준다.
6번 홀(파4, 381야드) 페어웨이가 넓지만 220야드 지점 페어웨이 한가운데 작은 벙커가 자꾸 눈에 거슬린다. 그린 앞에는 벙커가 장사진을 치고 있다. 또한 그린이 좁고 가로로 길게 있어 부담스러우며, 정지가 되지 않을 만큼 지속적인 오르막이다.
16번 홀(파5, 505야드) 페어웨이 왼쪽은 벙커들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오른쪽은 긴 물길이 그린 오른쪽까지 이어지는 멋진 레이아웃이다. 위험도가 높아 그린에 공이 올라갈 때까지 신중한 샷이 필요하다.
18번 홀(파4, 400야드) 보기 드문 멋진 아일랜드 홀이다. 티잉 구역 앞 오른쪽부터 커다란 호수가 페어웨이를 따라 넓고 길게 이어지면서 오른쪽에 있는 그린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완벽한 아일랜드 홀이다. 아름다움과 공포가 공존하는 홀로, 그린 뒤에 자리한 멋진 호텔과 클럽하우스가 더욱 빛난다. 두 개의 그린으로, 왼쪽 그린은 480야드다. 주말이면 이것을 이용한다고 한다. 오른쪽 아일랜드 그린을 이용하면 너무 밀려서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9번 홀(파4, 418야드), 18번 홀(파4, 407야드)은 페어웨이 중간에서 바라본 클럽하우스와 호텔의 화려하고도 웅장한 모습과 함께 BMW 대회용으로 썼던 마스터스 코스의 갤러리 하우스가 아직도 그 영광을 재현하는 듯한 멋진 코스다. 기회가 된다면 꼭 라운드해볼 것을 강추한다.
트윈 도브스(Twin Doves)는 한국의 전자랜드가 운영하는 한국계 골프장이다. 2010년 9홀 개장, 2011년 11월에 27홀이 완공되었다. 골프장 내 30개의 골프텔이 준비되어 있어 골프장을 찾는 한국 골퍼들에게 매우 적합한 구조이며, 골프 지망생들의 겨울 전지훈련에도 안성맞춤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트윈 도브스 코스는 도그 레그가 거의 없고(2개만 도그 레그) 페어웨이가 넓으며, 그린이 크고 기복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그린 스피드는 매우 빨라 평소에도 9.6피트를 유지하고 있다. 그린과 페어웨이에는 모두 패스팰럼이 식재되어 있으며, 미국의 피터 루소가 설계했다.
골프장은 공항에서 30km 지점에 위치해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 지리적인 이점을 갖고 있다. 회원제로서 평일은 3일 전에 일반인의 부킹을 받는다. 회원 360명 중 한국인 50%, 베트남인 30%, 대만인 12%, 일본인 3% 정도라고 한다. 고객의 50%는 한국인이다.
5월 중순부터 12월까지는 우기지만 스콜성이라 라운드에는 크게 지장 없다. 날씨의 특색에 맞게 번개를 피하는 곳이 13곳이나 있어 골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성수기인 1월에는 1만 라운드를 소화하며 비수기에는 6000라운드 정도로 1년에 8만 라운드가 치러진다고 하니 연중 성업인 셈이다. 베트남골프협회로부터 베스트 클럽하우스로 선정된 바 있다. 베트남에 주로 서식하는 베트남 갈매기들이 한가로이 노니는 장면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이곳을 그대로 웅변해주고 있다.
루나(Luna) 코스(파36, 3605야드), 스텔라(Stella) 코스(파36, 3525야드), 솔레(Sole) 코스(파36, 3614야드) 등 모두 9홀 3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 코스가 시작될 때마다 티 박스 옆에 잔디로 만들어진 비둘기 로고와 코스 이름이 새겨져 있다. 전체적으로 나무가 많이 없고 중간중간 링크스풍의 모습도 나타난다.
루나 6번 홀(파4, 414야드)은 티잉 그라운드 왼쪽부터 100야드 길이의 벙커들과 링크스 풀이 어우러져 멋진 홀의 모습을 보여준다.
루나 9번 홀(파5, 555야드)은 티잉 그라운드 앞부터 큰 물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며 300야드 지점부터 그린 앞까지 크고 긴 호수가 도전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그린 공략 시 슬라이스를 주의해야 한다.
스텔라 코스는 파3와 파5가 각각 1개씩이며 7개 홀은 모두 파4로 구성되어 있다. 키가 큰 종려나무들과 야자수가 페어웨이 양쪽으로 늘어선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남국의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다.
스텔라 8번 홀(파4, 452야드)은 오르막에 긴 파4로 투온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 페어웨이 왼쪽으로 링크스풍은 물론 사막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벙커들이 줄지어 이어지며, 왼쪽으로 9번 홀이 마주하고 있다.
스텔라 9번 홀(파4, 411야드)은 살짝 내리막 홀이며, 전면 페어웨이에 무수한 벙커들이 티 샷 한 볼을 삼키려 하듯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칠 곳이 없을 정도의 모습이다. 그린 60야드 지점에서 30야드 폭의 물길이 가로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티 샷이 벙커에라도 들어간다면 세컨드 샷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때 레이아웃을 통한 끊어가기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다.
솔레 6번 홀(파4, 442야드)은 티 박스 앞 물길이 가로질러 오른쪽 페어웨이의 그린 120야드에서 다시 왼쪽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그린 60야드 앞부터 큰 벙커가 가로막고 있으며, 벙커 앞의 물길은 크고 작은 돌들이 갈수기여서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더욱 자연스러운 멋을 느낄 수 있다.
솔레 7번 홀(파5, 594야드)은 길고 서드 샷을 할 때 오르막이어서 최소 630야드는 봐야 한다. 그린 앞쪽의 벙커들이 막아서고 있어 스리온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멋진 27홀 코스다. 이곳 베트남 호찌민시를 방문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명문 골프장에서의 라운드를 강추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과거에 알지 못했던 다양한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와인이 각광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홈술과 혼술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주류 중에서도 특히 와인 소비가 괄목할 정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와인 수입액이 전년 대비 27% 가까이 증가했다. 그 결과 와인은 20%가량 수입이 줄어든 맥주로부터 수입 주류 1위 자리를 넘겨받았다. 올해 와인의 수입 증가폭은 작년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와인의 인기를 코로나19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규모가 큰 와인 수입사들이 저렴한 와인을 마트나 편의점을 통해 대량으로 공급함으로써 와인 대중화에 기여했고, 와인의 매력인 감각적인 즐거움과 다양성, 그리고 웰빙에 대한 관심이 근본적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와인을 글라스에 따르자 화려한 꽃향기가 피어났다. 난 ‘신의 물방울’의 주인공 시즈쿠처럼 어느 순간 장미꽃이 만발한 꽃밭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입안에 넣자 싱싱한 산딸기를 비롯한 과일 맛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이어 달콤하고 부드럽게 입안을 조여주는 타닌(떫은맛)과 정교하게 짠 교토(京都)의 직물처럼 복잡하고 우아하며 섬세한 맛에 혀가 매료됐다. 그리고 어질어질할 정도로 오래 이어지는 여운까지… 번개를 맞은 듯한 충격에 말을 잃고 말았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일본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작가 아기 다다시가 1985년 빈티지의 DRC 에세조(Echezeaux) 와인을 마시고 느낀 바를 ‘와인의 기쁨’이라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와인을 마실 때 느낄 수 있는 감각적 즐거움에 대해 이보다 멋지게 표현한 것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우리는 보통 ‘맛있다’는 짧은 찬사로 와인의 맛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하지 않는가.
독일의 게슈탈트 심리학자 칼 둔커(Karl Duncker)는 와인과 연관해서 아주 흥미로운 분석을 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어떤 객체(object)인가 아니면 그 객체가 주는 즐거움(pleasure)인가?’라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이 무엇이고, 즐거움이 객체와 어떤 관계를 갖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무엇인가를 즐긴다’ 혹은 ‘무엇을 추구한다’고 말할 때 우리는 객체의 세 가지 단계(level) 중 하나를 적시하는 것이라며, 와인을 예로 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와인, 와인을 마시는 것(Drinking of the wine), 와인을 마실 때의 감각적 경험(Sensory experience in drinking wine)이 와인이라는 객체의 세 가지 단계다. 와인은 객체 그 자체이고, 와인을 마시는 것은 객체와의 커뮤니케이션이며, 와인을 마실 때의 감각적 경험은 객체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얻는 경험이다. 와인과 와인을 마시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fact)인 반면, 와인을 마실 때의 감각적 경험은 주관적이다. 와인과 와인을 마시는 것은 즐거움의 수단 혹은 원천이고, 와인을 마실 때의 감각적 경험이 즐거움이다.”
심리학자 둔커의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는 와인을 ‘감각적 경험이라는 즐거움의 수단 혹은 원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와인이 감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알코올 음료라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와인 애호가는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와인 애호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와인이 맛있다’라는 표현보다 훨씬 근사하고 유식해 보인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생긴다. 와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감각적 즐거움에 국한되는가?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와인을 마셔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행복한 경험에는 와인의 감각적 즐거움(sensory pleasure) 이외에 감정적인 즐거움(emotional pleasure)과 사회적인 즐거움(social pleasure)도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즐거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와인에 대한 지식 때문에 와인을 마시는 것이 더욱 즐거워질 때 혹은 그러한 지식을 갖춘 사람의 설명을 들으며 와인을 마실 때 우리는 지적인 즐거움(intellectual pleasure)도 가질 수 있다. 종교의식에서 와인을 사용할 때 와인 애호가는 정신적인 즐거움(spiritual pleasure)도 갖게 될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티에리 타옹(Thierry Tahon)은 ‘와인의 철학’에서 와인을 분석하는 즐거움과 분석한 것을 말하는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대담한, 영감에 찬 코멘트들이 쏟아지면서 아주 재미난 순간이 되기도 한다”고 경험을 들려준다. 즐거움의 종류 중에서 인지의 즐거움(cognitive pleasure)으로 분류할 수 있는 분석하는 즐거움은 사실 와인 경험이 적은 초보자에게는 즐거움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와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뽐내고 과시하는 수단으로 와인을 전락시키는 누군가 때문에 참기 힘든 괴로운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감각적인 경험은 주관적이라는 사실과, 와인에 대해 느낀 것을 말할 때 와인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반드시 구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그러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로알드 달(Roald Dahl)이 쓴 책 ‘맛’에서 소개하는 와인에 대한 분석은 주관적이고, 와인 전문가들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흥미롭다.
“조신한 포도주로군. 약간 수줍어하고 망설이는 듯하지만 어쨌든 아주 조신해.” “명랑한 포도주로군. 자비롭고 명랑해. 약간 외설적인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명랑해.” “아주 재미있고 귀여운 포도주로군. 상냥하고 우아하고, 뒷맛은 거의 여성적이네.”
이와 같이 우리는 와인을 마시면서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럴수록 와인과 더불어 사는 우리의 삶은 더 행복해진다. 또 어떠한 즐거움을 생각할 수 있을까? 나는 와인의 냄새로 인해 과거의 경험을 회상하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다.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어느 냄새를 맡는 순간 과거의 일이 갑자기 떠오르는 경험을 한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에는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를 먹다가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에서 작가의 이름을 딴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용어가 유래한다. 냄새를 통해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와인을 마실 때 코를 아주 활동적으로 만들고, 후각적인 경험을 즐긴다. 그래서 프루스트 현상은 어쩌면 와인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와인 전문가들이 냄새를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으로 자주 언급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와인 전문가 마이클 슈스터(Michael Schuster)는 ‘Essential Winetasting’이라는 책에서 “후각은 미각이 주는 육체적인 만족감에 대한 지적인 전주곡으로서 사람, 장소, 상황과 감정 등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떠오르게 한다”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와인 전문가 제이미 구드(Jamie Goode)는 ‘와인 테이스팅의 과학’에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냄새의 힘”에 대해 말한다.
위대한 와인 애호가였던 헤르만 헤세는 1905년에 발표한 수필 ‘와인연구’(Weinstudien)에서 “와인은 내게 컬러가 아니라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유아 시절로 돌려보내는 와인도 있고, 학창 시절이나 여행, 사랑의 경험, 우정 등을 회상시키는 와인도 있다”고 강조했다. 1919년에 출판된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에서는 와인을 ‘갖가지 추억을 여는 열쇠’라고 정의했다. ‘프루스트 현상’보다는 ‘헤세 현상’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헤세는 자신의 문학 작품에서 와인 한잔 마시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나는 와인을 마실 때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경험을 자주 한다. 숙성되어 페트롤 향을 물씬 풍기는 리슬링 와인을 마실 때, 오토바이를 탄 아버지 등에 매달려 논과 밭을 지나고 야산을 넘어 할아버지 산소에 가던 한식과 추석의 날들이 생각난다. 리치 향이 특징인 게뷔르츠트라미너 와인을 마실 때면, 가족과 함께 살던 독일 도시 부퍼탈에서 암스테르담에 당일치기로 놀러 가던 날 네덜란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리치로 만든 디저트를 먹고 좋아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프랑스 와인 산지 루시옹에서 그르나슈 그리로 만든 짠맛이 아주 강한 화이트 와인을 마셨을 때, 칠레의 와인 산지 레이다 밸리에서 스테파노 간돌리니(Stefano Gandolini)라는 와인메이커가 만든 짠맛의 소비뇽 블랑을 마셨을 때, 나는 부모님과 처음으로 해수욕장에 갔던 1970년대의 어느 날을 그리워했다.
와인에 대한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와인을 마시는 순간이 기다려진다. 티에리 타옹은 와인을 마시기 전에 ‘상상하는 즐거움’, ‘욕망하는 즐거움’을 가져보라고 권유한다. 이러한 즐거움도 참으로 중요하다. 오늘 저녁 가족과 함께 먹을 음식에 잘 어울릴 만한 와인을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담으며 저녁 식사 시간을 기대하는 마음과, 와인 잔에 따른 와인을 바라보며 이 와인은 어떤 향과 맛을 선사할지 궁금해하는 짧은 순간을 상상해보라. 시인 황지우는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을 통해 기다림의 숨겨진 의미, 즉 능동적인 기다림에 대해 알려주고, 티에리 타옹은 와인을 마시기 전의 능동적인 기다림, 즉 와인을 마시는 다가올 시간을 상상하는 즐거움과 욕망하는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와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은 향과 맛에 의한 감각적 즐거움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즐거움을 추구함으로써 와인 애호가로서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보자.
어색한 눈 맞춤이 오간다. “저… 당근이세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네 당근입니다.”
꽤나 은밀해 보이지만 동네에서 일어나는 흔한 중고거래의 현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2021년 1월 기준 주요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월간 순 사용자는 1432만 명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1명이 모바일 중고거래 앱을 이용해본 셈이다.
특히 중장년층이 중고 거래 시장에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모양새다. 회원 수 1875만 명의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는 2019년 상반기 대비 2021년 50대 이상 방문자 수가 10% 이상 증가했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따르면 월간 1500만여 명이 이용하는 가운데 중장년층 비중이 36%까지 올라온 상태다. 이용자 10명 중 4명이 중장년층이다.
중장년층이 중고 거래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에 뛰어든 5060세대가 늘었다. 그만큼 이들도 온라인에 익숙해졌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5060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인터넷, 앱 사용을 배우면서 온라인 구매력이 더욱 증가했다”며 “코로나19로 오프라인이 제한되다 보니 온라인 구매가 불가피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잇따른 폐업과도 관련이 있다.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는 지난해 ‘폐업’이라는 키워드로 400여 개가 넘는 물품이 등록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고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겹쳐 식당과 헬스클럽, 카페, 문방구 등에서 업소용 냉장고, 카페용 실내장식 용품, 새것에 가까운 운동기구 등이 쏟아진 것이다.
또 중고시장에서는 잘만 고르면 새것과 다름없는 제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중장년층이 중고 거래를 통해 과거 익숙한 소비 방식인 ‘알뜰 거래’의 재미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에누리를 통해 서로 가격을 조정해 주는 인심 또한 살아있다. 고가의 기타를 어릴 적부터 기타를 배우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했던 할머니에게 나눔 한 사연, 할아버지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기를 사려는 중학생에게 아주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넘긴 사연 등이다.
이 교수는 “5060세대는 가정생활에 무르익은 연령대다. 생활 전반적으로 많은 것이 축적된 세대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갖고 있던 물건을 싼값에라도 나누고,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중고 거래 시장 뿐 아니라 중장년층의 높은 구매력을 통해 앞으로도 여러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0세대는 모든 게 빠르다. 자고 일어나면 유행이 바뀌어 있고, 며칠 전 신나게 쓰던 신조어는 한물간 취급을 한다. 좁히려 해도 좁혀지지 않는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20대 자녀, 혹은 회사의 막내 직원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시니어를 위해 알다가도 모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최신 문화를 파헤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오래되고 낡은 것 등 한때 부정적인 이미지로 여겨지던 중고 거래가 매력적인 쇼핑 창구이자 쏠쏠한 재테크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의 손을 탄 물건이라는 인식 때문에 알음알음 이용되곤 했지만, 최근 ‘N차 신상’(여러 차례 거래되더라도 신상품과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나면서 이색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시즌이 바뀔 때마다 ‘신상’을 외치던 백화점조차 중고 거래소를 들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신상보다 개성·희소성
요즘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이 MZ세대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앱으로 꼽힌다. 그만큼 중고 거래 열풍이 뜨겁다. 지난해 3월 보험 관리 플랫폼 굿리치가 2030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3%가 중고 거래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 10명 중 8명이 중고 거래를 해본 셈이다.
이 같은 인기 요인으로 MZ세대만의 가치관이 중고 거래의 성격과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란 MZ세대는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취향을 탐색하는 데 거침없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구매력을 따져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한다. 원하는 것은 많지만 잔고가 허락되지 않는 이들이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갖고 싶은 물건을 사는 행위는 지지리 궁상이 아닌 ‘가심비’ 높은 선택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중고 명품’ 거래가 활발하다.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턴백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20대 여성 절반 이상이 고가의 명품을 구매하고 1년 이내 되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온전한 소유보다는 순간의 경험과 개성 표현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다.
희소성 높은 한정판 상품을 웃돈 붙여 사고파는 ‘리셀’(Resell)도 시장에서 막대한 거래액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키 등에서 선착순이나 래플(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출시하는 한정판 운동화가 대표적인 품목이다. 대부분 출시와 동시에 품절대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평균 10만~20만 원을 웃돌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시중에 풀린 수량이 적을수록 가치가 급등한다. 이에 운동화 마니아뿐 아니라 재테크를 목적으로 구매 전쟁에 참여하는 이들도 많다.
한정판 모아놓은 ‘리셀숍’ 인기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위치한 브그즈트랩(BGZT랩)은 이 같은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 열풍을 타고 새롭게 떠오른 핫플레이스다. 번개장터에서 선보인 국내 최대 오프라인 리셀숍으로, 한정판 운동화를 전시·판매하는 곳이다.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1000명에 달해 입장을 위해 줄을 설 정도지만,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300여 종의 운동화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입구에 들어서면 휘황찬란한 운동화로 가득 찬 벽면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216족의 한정판 운동화를 모아놓은 ‘스니커즈 월’이다. 이곳에 자리한 운동화의 평균 가격은 약 150만 원. 바로 옆 ‘포디움 존’에는 국내에서 가장 희귀한 12켤레의 인기 운동화가 전시돼 있다. ‘나이키 덩크 SB 로우 스테이플 NYC 피존’(시세 약 7000만 원), ‘나이키 에어 조던1 하이 OG 디올’(시세 약 1250만 원) 등 자동차 한 대 가격을 호가하는 제품들이다. 가격은 신발 바닥에 부착된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한쪽에 마련된 ‘커뮤니티 존’이다. 한정판 스니커즈 전시 존과는 별도로, 중고물품 판매자가 물건을 로커에 넣어놓으면 구매자가 픽업해 갈 수 있는 곳이다. 번개장터 앱의 핵심 기능인 개인 간 중고 거래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온 것이다.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팀장은 “이제는 구하기 힘든 물건을 찾거나 취향을 탐색하는 차원으로 중고 거래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며 “안전하고 편리한 거래 환경이 마련될수록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물 더 알아보기
한정판 스니커즈는 어디서 들여오나? 주로 국내외 개인 컬렉터를 수소문하거나 비딩으로 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나이키 슈크림 SB 덩크 로우 화이트 시멘트’를 가장 어렵게 소싱했다. 2002년 500족 한정판으로 발매된 제품인데, 출시한 지 19년이 지나 손상·변색된 것들이 많았다. 상태가 양호한 제품을 찾기 위해 세 달 넘게 비딩하고 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가치가 급등하는 스니커즈의 특징은?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나이키 ‘마스야드’는 지드래곤의 착용으로 화제가 되면서 가치가 높아졌다. 또 아디다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카녜이 웨스트가 과거 나이키와 협업한 ‘에어 이지’는 앞으로 나올 수 없는 컬래버레이션이라는 점에서 그 희소성을 인정받았다.
가격이 결정되는 기준은? 대부분 가장 최근 거래된 가격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브그즈트랩은 국내외 각종 플랫폼의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시세를 반영해 일주일 단위로 가격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도움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라이프스타일 사업팀장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주’라고 하지만, 이 남자의 손주 사랑은 꽤 유별나다. 여름에는 ‘할아버지의 여름 캠프’를 준비해 손주들과 강원도 농막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가 하면, 겨울에는 산타 할아버지로 변신해 아이들 앞에 깜짝 선물을 들고 찾아온다. 그 모든 기록은 그의 블로그에 빼곡히 담겨 있다. 조용경(70)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회장의 이야기다. ‘워커홀릭’ 인생 2막을 매듭짓고, ‘손주홀릭’으로 노년을 지내고 있는 조 전 부회장의 특별한 손주 사랑법을 들여다봤다.
“축하해주세요. 제가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조 전 부회장의 블로그 중 ‘손자바보의 육아일기’ 카테고리에 게시된 첫 글이다. 글 안에는 그의 첫 손주 현우의 신생아 적 사진이 담겨 있다. 첫 글부터 1년 단위로 나뉘어 있는 폴더를 눌러보면 늘어나는 숫자만큼 쑥쑥 자라난 손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남이 봐도 대견한데, 할아버지 눈에는 오죽 사랑스러울까. 손주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지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표정은 싱글벙글하다.
“손주들이 태어나고 나니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고요. 무엇보다 저는 6·25 전쟁통에 태어나서 어린 시절의어떤 기록도 남아 있는 게 없어요. 그냥 백일 사진, 돌 사진 한두 장 정도가 다예요. 그게 참 안타까워서 우리 손주들은 태어나서부터 성장할 때까지의 기록을 남겨줘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죠.”
손주는 절친한 벗이자 스승
손주들을 위한 기록을 남긴 지 어느덧 11년째. 그 사이 고사리 같은 손발로 기어 다니던 두 손주는 친구들과 노는 데 푹 빠질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할아버지 뒤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닌다. 손녀 현아도 할아버지를 만나는 날이면 껌딱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함께 즐기는 놀잇거리가 꽤 다양하다. 바둑, 알까기, 배드민턴부터 최근에는 복잡한 보드게임까지 연마하고 있다.
“거창한 교육 철학은 없지만, 몸이 힘들어도 친구처럼 놀아주려고 해요. 누가 보든 말든 홀랑 벗고 팬티 하나만 입고 같이 수영장 들어가서 놀고, 침대에서 레슬링하고, 음식도 만들어서 먹이고 그러는 거죠. 어떨 때는 우리 집사람도 한심하다는 듯 봐요.(웃음) 그래도 손주들은 잔소리하는 할아버지보다 같이 놀아주는 할아버지를 좋아해요. 아이들에게 어른의 기준을 요구하는 대신, 어른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때로는 친구가 아닌 스승과 제자처럼 지내기도 한다. 대신 여기서 스승은 손주다. 그는 ‘논어’에 나오는 고사성어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세 사람이 같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를 인용하며 손주를 통해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손주와 가까이 지내는 그만의 두 번째 비결이다.
“작년에 동영상 편집을 공부하려고 학원을 알아보는데, 승우가 가르쳐주겠대요. 그러더니 영상 자르고 붙이기, 자막 쓰기, 음악 넣기 등 영상 편집하는 방법을 삐뚤빼뚤한 글씨로 1번부터 10번까지 적어온 거예요. 감동도 감동이지만 충격이었어요.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아이들과 소통을 잘하려면 계속 배워야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날 승우에게 ‘이제부터 승우가 할아버지 선생님이다!’ 하니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할아버지의 특별한 자연 수업
2014년 우연한 계기로 마련한 강원도 춘천의 농가 주택은 손주들의 또 다른 놀이터다. 봄에는 상추나 고추 모종을 심으며 싱그러운 계절을 느끼고, 가을에는 밤송이를 줍기 위해 뛰어다니고, 겨울에는 내리막길에서 썰매를 탄다. 모니터 안의 게임 화면보다 생동감 넘치고 즐거운 놀이다. 사계절 내내 자연 속에서 손주와 뒹굴며 행복을 느끼는 건 조 전 부회장도 마찬가지. 그중에서도 그는 ‘할아버지의 여름 캠프’를 잊지 못할 추억으로 꼽는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이어져온 가족만의 작은 연례행사다.
“자연 속에서 지내는 걸 손주들이 생각 이상으로 좋아하더라고요. 걔들 눈에는 모든 게 다 장난감이잖아요. 돌멩이도 장난감, 개구리도 장난감. 그 모습에 제가 위안을 받은 것 같아요. 덕분에 추억이 참 많아요. 낮에 너무 열심히 논 나머지 손주 녀석이 자다가 이불에 지도를 그린 적도 있고, 세 녀석과 파고라에 누워 별을 보며 잠들었던 기억도 나네요.”
마냥 평화롭게만 보이는 농촌 생활이지만, 위험천만한 상황도 종종 겪었다. 뱀이 수시로 마당이나 텃밭을 기어 다녀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기본, 말벌에 이마를 쏘여 응급실로 실려 간 적도 있었다. 이 정도면 자연에 신물 날 법도 한데, 손주들이 즐거워하면 그만이라는 그다.
“벌에 쏘였을 때는 눈앞에서 번개가 치는 줄 알았어요. 병원에 가려고 집 밖을 나서다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들어가서 손주들을 한 번씩 안아주기까지 했다니까요. 위험한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손주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더 이상 송충이도 무서워하지 않게 되고요.”
배려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는 때때로 자신의 조부모를 떠올린다. 조부모 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이 있어서다. 공립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조 전 부회장의 아버지는 직업 특성상 2~3년 주기로 전근을 다녔다. 어린 동생들은 아버지를 따라갔지만, 장손인 그는 열 살이 될 때까지 조부모와 함께 살았다.
“할아버지와 사랑방에서 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매일 새벽이 되면 깨워서 세수를 시키시고, 호롱불을 켜놓고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알려주셨죠. ‘일생지계재어유’(一生之計在於幼·일생의 계획은 유년 시절에 세운다)라는 옛말처럼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한 덕분에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인생의 스승으로 삼는 사람이 세 분 있는데, 그중 할아버지가 첫 스승이에요.”
손주 사랑도 유전인가 싶을 정도로 그의 조부모 역시 그를 애지중지 아꼈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 안다”는 그의 말이 이해되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사랑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듯했다.
“손자에 대한 사랑이 맹목적인 분들이셨어요. 모든 것을 제 중심으로 맞춰주셨죠. 집 앞 산이나 강도 쉽게 못 갔어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서 성장 과정에서 버릇없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죠.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손주들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더라고요.”
마지막까지도 ‘손주’
건설업계에서 30년간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자식 농사도 성황리에 끝마쳤으니 이제는 느긋이 노년을 즐기며 쉴 법도 한데, 조 전 부회장은 여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0여 년 전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점은 버킷리스트 대부분이 손주들에게 해줄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손주들과 몽골 초원에 누워 밤하늘의 별 바라보기, 2년에 한 번 손주들과 해외여행 가기, 장학금 만들어주기 등 온통 손주를 위한 이벤트뿐이라 손주들이 쓴 버킷리스트인지 헷갈릴 정도다. 물론 ‘할아버지의 여름 캠프’도 그중 일부다.
“2008년에 영화 ‘버킷리스트’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밤을 새워가며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30가지 정도를 꼬박 적었죠. 3년 뒤 현우가 태어나고 다시 펴봤어요. 그때 보니 손주하고 아무 관계 없는 것들만 써놨더라고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손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로 다시 썼죠. 몽골 여행은 올해 목표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졌지 뭐예요.”
이야기 도중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작은 USB 카드 3개가 눈에 들어왔다. 세 손주의 성장 과정과 함께한 추억을 사진으로 정리한 것이다. 틈날 때마다 사진기를 든 덕분에 두 손자는 2000장, 뒤늦게 태어난 손녀 현아는 700~800장 정도의 사진이 모였다. 첫머리에는 할아버지가 보내는 영상 편지도 담았다.
“올해 안에 선물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나중에 이걸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어도 영원히 제 곁에 있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요. 세 녀석이 할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나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기억해주었으면 해요.”
조 전 부회장과 함께 사는 둘째 손자 승우 군이 인터뷰 중 할아버지를 찾아 카페로 왔다. 자다 일어나니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아서였다. 그런 손주를 바라보는 조 전 부회장의 눈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인생 후반전에 주어진 새로운 삶의 에너지원, 나의 부활”을 마주할 때만 짓는 표정이었다.
손주 마음 엿보기
Q. 할아버지랑 뭐하고 놀 때 제일 좋아요?
A. 알까기 할 때요. 하지만 제가 이겨요. 오목은 할아버지가 더 잘해요. 여름에 같이 파고라에 누워서 자는 것도 재밌어요.
Q. 할아버지 왜 좋아요?
A. 너무너무 착해요. 잘 놀아주고, 원하는 거 많이 해줘요.
Q. 앞으로 할아버지랑 같이하고 싶은 건요?
A. 단둘이 미국으로 여행 가고 싶어요.
Q. 단둘이? 현우, 현아랑 셋이 가면 좋잖아요.
A. 아뇨, 할아버지랑 둘만 갈래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