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계속된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경기침체까지 이어지며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2025년에도 비용, 소비 경험, 미래 가치 등 여러 가지를 심사숙고한 소비 경향이 이어질 전망이다. 불황기에 달라진 대표적인 4050의 소비 형태 세 가지를 꼽아봤다.
03 중고 거래
코로나19 이후 모바일과 전자상거래에 익숙해진 4050세대가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08년 4조 원에서 2023년 26조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5년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가 최대 43조 원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4060 소비 트렌드 조사업체 에이풀에 따르면 응답자의 90.9%가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선호하는 플랫폼은 당근마켓이다. 중고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가격이 저렴해서(67.3%)’가 압도적이었으며, ‘부담 없이 짧게 사용하기 위해(30.6%)’, ‘이사로 가구·용품 등 구매(11.3%)’가 뒤를 이었다.
중고 상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버리기 아까워서(59.7%)’가 가장 많았으며, ‘불필요한 짐을 줄이고자(43.6%)’, ‘경제적 도움을 얻고자(25.4%)’ 하는 이유도 있었다. 또한 중고 거래를 해본 제품으로는 생활가전(41.4%)이 가장 높았으며, 디지털 기기(32.2%), 의류·잡화(27.8%), 생활·주방(26.2%), 가구·인테리어(19.5%)가 뒤를 이었다.
중장년층의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3대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가 무섭게 성장했다. 당근마켓의 경우 2024년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가 4000만 명에 달해 대부분의 국민이 이를 이용해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당근마켓 월간 활성자 수는 1733만 4000명, 번개장터는 280만 9000명, 중고나라는 91만 3000명이다.
최근에는 명품 소비와 한정판 리셀도 중고 거래가 대세가 됐다. 1세대 명품 거래 플랫폼인 구구스를 비롯해 발란, 트렌비 등에서도 중고 명품 거래가 활발하다. 특히 트렌비의 경우 중고 명품 판매 비중이 1년 새 두 배 성장했다. 한정판 리셀 플랫폼은 크림과 무신사의 솔드아웃이 대표적이다. 크림의 경우 1년 동안 이용자 수가 24만 7000명 늘어 큰 증가세를 보였다.
반품 등으로 약간의 하자가 생긴 물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쿠팡이 2023년 반품마켓을 선보이자 3개월 만에 이용자가 35% 증가했다. 11번가는 반품이나 진열 및 미세 스크래치 등으로 이용에는 문제없지만 판매가 어려운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이는 리퍼블리를 운영한다. 홈플러스는 리퍼브 매장 그리니, 어썸마켓, 두원리퍼브를 선보이며 3년 만에 전국 30개 점포로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중고 거래가 단순히 돈을 아끼려는 소비 형태가 아니라, 자원 재활용 또는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본다. 중고 물품을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퍼졌으며,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는 것. 최근 이런 인식의 변화로 2030세대까지 중고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플랫폼도 활발해지고, 중장년들도 자신의 소비 방식의 하나로 드러내기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