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기에 겪는 주요 증후군은 ‘상실(감)’이라고 한다.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관계 상실로 많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각 대표 증상과 솔루션을 알아본다.
사회적 역할 상실 ‘슈퍼노인증후군’
은퇴 이후에도 현업에 있을 때처럼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증상.
【솔루션】
1. 무리한 스케줄은 줄이고, 자신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명상하기.
2. 병원이나 센터를 찾는다면 배우자와 동반하기
가정에서의 역할 상실 ‘빈둥지증후군’
자녀가 취직·결혼 등으로 출가·독립하며 상실감과 외로움 등을 느끼는 증상
【솔루션】
1. 가정이 아닌 사회와 연결되는 역할을 찾자.
2. 갱년기와 맞물려 있다면 미리 관련 교육이나 상담을 받자
배우자와의 사별 ‘애도증후군’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별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증상
【솔루션】
1. 잘 운영되는 자조모임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자
2. 배우자와 추후 찾아올 부재 상황에 대한 얘기를 나누자
◇상실에 대처하는 중장년의 자세◇
상실 아닌 역할 변화로 인지하기
생애주기에 따라 예견되는 상실의 시점을 인지하고, 이에 따라 준비하자.
일·가정·개인 역할의 균형 맞추기
가정에서의 역할, 오롯이 개인의 역할 등을 일상에서 점검해보고 균형을 맞추자.
나는 누구인가? ‘자신’ 잃지 않기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간을 갖자.
퇴직 후엔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이 대부분 사라진다. 자녀가 출가하면 가정 내 부모의 역할도 줄어든다. 나이가 들며 겪는 사별(死別)은 모든 것을 잃은 듯 고통스럽다. 중장년기에 찾아오는 이러한 상실은 한편으론 예견된 아픔일 테다. 생애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슬기롭게 대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움말 임선진 국립정신건강센터 노인정신과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체 건강 못지않게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들어 각종 ‘OO증후군’을 염려하는 이가 많아졌다. 익히 아는 ‘명절증후군’처럼 특정 시기에 벌어진 일로 신체적·정신적 증상이 나타나곤 하는데, 가벼이 여겨 방치했다간 심각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동반된다. 요즘은 온라인에 다양한 증후군 자가진단지가 올라와 있어, 의심 증상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신뢰할 만한 자료인지 점검이 필요하며, 진단 후 오히려 무력감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임선진 국립정신건강센터 노인정신과 과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환자들이 오면 질환명을 말씀드리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고 덧붙인다. 특히 중장년이나 어르신의 경우 아직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아 더 조심스럽다. 자칫 질환명을 부각하면 ‘나는 병이 있는 사람이고,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무력감을 호소하는 등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며 “실제 의사들이 현장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증후군들도 있다. 이런 증후군은 아직 질병으로 고착될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다. 어떤 용어를 써서 질병화하기보다는 건강한 노년기를 위해 거치는 일시적인 상황, 도움을 받으면 호전될 증상, 나의 정체성을 찾는 시기 등으로 인식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임선진 과장은 중장년기에 겪는 증후군들의 주요 원인으로 ‘상실(감)’을 꼽았다. 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관계 상실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불면증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슈퍼노인증후군’, ‘빈둥지증후군’, ‘애도증후군’을 들 수 있다. 이들 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사회적 역할 상실 → 슈퍼노인증후군
은퇴 이후에도 현업에 있을 때처럼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증상. 주로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은퇴와 나이 듦으로 인해 과거보다 역량 발휘를 못 하는 상황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스스로를 사회 낙오자로 여기며 괴로워한다. 또는 무리한 계획을 세워 일정을 소화하느라 건강이 악화되기도 한다.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다. 일이 전부였고, 노는 건 사치였다.”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라면 공감할 얘기다. 그렇게 활동성과 생산성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를 살았던 이들은 은퇴 후에도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직장 다닐 때보다 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며 무언가를 바삐 해내고 있다는 만족과 안도를 느끼기도 한다. 다만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활동 무대는 점차 줄어든다. 그렇게 의욕과 다른 현실을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탓하기도 하고 좌절을 겪는다. 쉴 틈 없는 스케줄에 체력은 고갈되고 피로는 쌓여간다. 이러한 과정을 경험했다면 ‘슈퍼노인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일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모두 완벽하게 해내려는 강박을 지닌 ‘슈퍼우먼증후군’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임선진 과장은 “슈퍼노인증후군의 경우 사회적 역할 상실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며 지나치게 과도한 스케줄을 만들어놓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억지로 뭔가를 해보려다 역부족임을 깨닫고 한계에 부딪히며 좌절 또는 번아웃증후군(탈진증후군)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체로 전문가를 찾아오는 증상자들을 보면 상당히 지친 상태가 많다고. 대개 불안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고, 피로감, 가슴 두근거림, 숨 가쁨 등을 나타낸다.
[솔루션] 우선 일상 계획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무리한 스케줄은 줄이고, 대신 차분히 자신의 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명상 등을 해보면 좋다. 병원이나 센터를 찾는다면 배우자와 동반하길 권한다. 대체로 직장 생활에 몰두해 지냈던 남성들이 퇴직 후 증상을 보이는데, 이전과 일상에 별 차이가 없는 주부 입장에서는 남편이 겪는 고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현재 중장년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티 내지 않으려 하기에 더욱이 속사정을 알기 어렵다. 부부가 그런 상황을 함께 나누고, 가정에서의 역할을 찾아나감으로써 사회 역할에 대한 강박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다.
가정에서의 역할 상실→빈둥지증후군
자녀가 취직·결혼 등으로 출가·독립하며(둥지를 떠나며), 주 양육자였던 여성이 상실감과 외로움 등을 느끼는 증상이다. 갱년기와 맞물려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폐경기증후군’의 한 갈래로 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을 비롯해 목적 상실로 인한 무기력증, 자녀의 독립생활 및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 등을 호소한다.
슈퍼노인증후군이 사회생활에 몰두한 남성에게 다발(多發)한다면, 빈둥지증후군은 전업주부였던 여성이 많이 겪는다. 전업주부는 남편에 비해 육아 비중이 많고, 이에 헌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자녀의 출가쪾독립 등으로 육아에서 놓여나는 동시에 자신의 역할까지 상실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엄마’(부모)라는 역할에서 정체성을 느끼기 때문에, 더 이상 양육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곤 한다.
임 과장은 “자녀 양육에 올인했던 분일수록 빈둥지증후군을 겪을 확률이 높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도 많고, 일이 아니더라도 취미 생활 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성이 늘어났다. 그러나 현재의 중장년 세대는 전업주부가 많고, 이렇다 할 취미나 문화생활을 경험하지 않은 이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그 어느 세대보다 현재의 중장년이 빈둥지증후군을 더 많이 호소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솔루션] 그동안 양육과 가사를 위해 쏟았던 에너지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다. 슈퍼노인증후군이 사회적 역할에서 가정 내 역할로 전향하는 것과 반대로, 빈둥지증후군은 가정이 아닌 사회와 연결되는 역할을 찾아나서야 한다. 갱년기와 맞물려 있다면 심리적 증상은 배가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호르몬 감소가 일어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호르몬 치료를 병행한다. 가령 생리전증후군을 겪는 여성의 경우 시기적으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대처가 용이해진다. 이처럼 경년기 또한 언젠가 다가올 것임을 인지하고, 미리 관련 교육이나 상담을 받아보면 큰 도움이 된다.
배우자와의 사별→애도증후군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별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증상으로, 외상후애도증후군(외상성 애도)이라고도 한다. 주변인 중에서도 배우자의 죽음이 가장 큰 충격과 슬픔을 안긴다. 사별 후 수개월, 수년이 지났음에도 극도의 슬픔이 지속되거나, 눈물이 나고 우울증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배우자와의 사별은 크나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일정 기간 슬픔을 달랜 뒤에도 일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애도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배우자가 아닌 친척쪾친구쪾지인에 의해서도 일어나며,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건강 문제 등으로 물리적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독거노인이 늘면서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힘들어하는 ‘펫로스증후군’(Pet Loss Syndrome)도 생겨났다. 애도증후군은 가볍게는 경미한 불안감, 우울감, 상실감을 보이는데, 심한 경우 고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 식욕감퇴, 불면, 공황장애 등도 동반된다. 오랜 투병 생활 후 배우자를 떠나보낸 경우보다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사별했을 때 유발 가능성이 높다. 임 과장은 “애도증후군으로 인한 우울감이 심하면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중장년기 상실로 인한 질환 중 위험도가 가장 높다”며 “생전 배우자와 관계가 돈독했거나, 가정에서 고인의 역할이 클수록 상실감이 더 크다. 특히 가부장적 중장년의 경우 아내가 가사를 도맡았다면 식사, 빨래, 청소 등을 스스로 해내지 못할 때 그 부재를 더 강하게 느낀다. 이러한 기능적인 문제가 더해져 여성보다는 남성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솔루션] 우울감 등 증세가 심하면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에 따라 보조적으로 수면제나 항불안제를 일시적으로 권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치료 효과가 나타나면, 약을 하나씩 줄여가며 정상적인 애도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체로 고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유품을 정리하거나 의식(의례) 등을 통해 사별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가장 좋은 건 잘 운영되는 자조모임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일이다. 또 오롯이 배우자에게 기댔던 일이 있다면, 생전에 미리 역할을 나누고 익혀가며 추후 찾아올 부재 상황에 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노후 생활비 절약법 중 하나인 다운사이징(주택 축소). 올해처럼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천해도 될지 퀴즈를 풀며 알아보자.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에 효과적일까?
【O】 주택 다운사이징은 부동산 경기 침체나 시세, 세법 등 정책 변화와 관련 없이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노후 소득은 정해져 있으니 주거비 절감을 위해 고려해보라. 다만 수익형 부동산까지 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올해 집을 팔고 다운사이징 해도 무리 없을까?
【△】 집값이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다운사이징을 미루는 편이 낫다. 급하지 않다면 한 두 해 정도 여유를 갖고 타이밍을 살피도록 하자. 단, 어느 정도 차익이 발생한다면 ‘머리 아닌 어깨에서라도 팔 수 있다’는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출가한 자녀 방 때문에 큰 집 고수, 괜찮을까?
【X】 자녀의 방문이 잦은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비효율적일뿐더러, 오히려 외로움이나 허전함을 느껴 빈둥지 증후군이나 우울증을 호소할 수 있다. 취미 등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꾸며 활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주택 축소는 노후 생활비 절감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공과금 아끼듯 노력 여하에 달린 일은 아니다. 올해처럼 경기 침체와 부동산 시장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숙고와 결단이 필요할 수 있다. 주택 다운사이징을 고민 중인 이들을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담아봤다.
◇ 노후 경제 측면
올해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연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3.25%→3.50%). 14년 만의 최고 수치다.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고된 가운데, 이번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하리라는 우려가 커졌다.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 상향,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중과 폐지,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10년으로 증가 등 세법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주택 축소는 노후 경제에 여전히 보탬이 될 수 있을까? 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에 효과적일까?
주택 다운사이징은 부동산 경기 침체나 시세, 세법 등 정책 변화와 관련 없이 생애주기에 따라 노후에 경제적 측면에서 권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노후 소득은 정해져 있으니 가능하면 집을 포함한 모든 지출을 줄여야 한다. 특히 주거비 절감 차원에서 주택 다운사이징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수익형 부동산까지 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집이 크면 재산세, 집 담보 대출금, 유지비 등 관리의 어려움도 따른다. 집의 규모를 줄이거나 값이 저렴한 곳으로 이주한 후 차액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면 좋다.
그렇다면 올해 집을 팔고 다운사이징해도 무리 없을까?
아무래도 집값이 높을 때 매도하는 게 이득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처럼 집값이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다운사이징을 미루는 편이 낫다. 급하지 않다면 한두 해 정도 여유를 갖고 타이밍을 살펴보길 권한다. 그렇다고 손해 보기 싫어서 더 가격이 올랐을 때 처분하려고 계속 미루다간 불필요한 기회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그 가격 이상은 받아야지’라는 소유효과(대상을 소유한 뒤 그 가치를 이전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로 인한 것이다. 시세 환상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차익이 발생한다면 눈을 질끈 감고 결단해야 한다. 그게 다운사이징을 실행에 옮기는 좋은 방법이고, 부동산 중심의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머리 아닌 어깨에서라도 팔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다운사이징 없이 큰 집에 살 때 장단점은?
현재 소유한 큰 집에 그대로 살면서 주택연금을 받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주거 환경이 바뀜으로써 겪는 거부감이나 불편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노부부만 거주하는 경우 주거 관리 비용이나 세금 등 지출이 많아져 경제적으로는 단점이 더 크다. 특히 부동산 중심의 재정 상태라면 활용할 노후 자금이 적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기존 주택 처분 및 새집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까?
큰 집을 매도한 후에는 가족 수에 알맞은 크기의 주택을 (전세가 아니라) 구입해서 거주하는 게 좋다. 다운사이징한 주택도 주택연금 등으로 활용하면 노후 경제에 보탬이 된다. 증여, 양도 등을 할 때는 증여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을 잘 확인해서 절세 방안을 꼭 찾아본다. 어렵다면 비용을 좀 내더라도 세무사나 부동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살던 집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간다면?
좋은 방법은 아니다. 세법 측면에서 본다면 부모의 큰 집을 매도해 (만일 1가구 1주택이라면 양도세 감면을 받고) 그 대금으로 자녀에게 알맞은 크기의 주택을 구입해 증여해주는 편이 경제적이다. 비교적 저렴한 소형 주택을 구입한다면 증여세도 그만큼 절약되기 때문이다. 굳이 집을 물려주고자 한다면 일시에 넘기기보단 장기간에 걸쳐 일부분씩 증여하는 것이 절세에 도움이 된다.
◇ 노후 웰빙 측면
주택 다운사이징은 노후 경제뿐 아니라 심신에도 영향을 끼친다. 큰 집을 청소하고 관리하려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자녀 출가나 사별 등으로 생긴 빈 공간은 상실감이나 공허함을 유발한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의료비 때문에 생활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겨날 수도 있다. 다운사이징이 주는 구체적인 효과를 김동철 심리학 박사에게 물어봤다.
심리학적으로 알맞은 노후의 집 크기는?
나이가 들수록 공간 지각 능력이 떨어지며, 오래 살던 집인데도 두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 공황장애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작은 공간이 주는 안락함도 있지만, 지나치게 협소해도 좋지 않다. 절약을 위해 너무 작은 집이나 원룸을 찾기도 하는데, 그보다는 웬만큼 동선이 생기는 구조가 낫다. 환경이 너무 단순하고 움직임이 덜하면 신체 및 인지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부 기준 방 2개가 있는 15~20평 정도면 알맞다.
다운사이징 때 가격이나 규모 외에 고려해야 할 점은?
물리적·사회적 접근성을 염두에 둔다. 가령 지방으로 가면 집값은 저렴해지지만 규모가 커지고 편의시설은 멀어진다. 공허함은 늘지만, 결핍을 채울 요소는 적어지는 셈이다. 사고나 위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자녀의 집 또는 의료·복지시설 등과 너무 멀지 않은 게 좋다. 1인 가구라 할지라도 집은 부부의 경우와 비슷하게 맞춘다. 동선 확보와 더불어 지인을 초대하는 등 사회적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큰 집에 살면 많이 움직여 활동성에 좋지 않을까?
한겨울과 한여름에 냉·난방비 아끼려다 건강을 해치는 분이 적지 않다. 절약 정신이 몸에 밴 시니어들은 큰 집에 있더라도 냉·난방을 모두 가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방이나 거실 정도만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켠다. 그러면 특정 공간만 가게 돼 오히려 활동성이 줄어든다. 작은 규모라면 곳곳에 냉·난방을 가동하기에 집 안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나이 들면 큰 집을 청소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정리정돈을 소홀히 하면 자칫 위생상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고, 결국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출가한 자녀 방 때문에 큰 집을 고수하는데, 괜찮을까?
자녀의 방문이 잦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또는 1년에 서너 번 찾아오는 자녀를 위해 방을 비워두는 건 비효율적일뿐더러, 그 공간으로 인해 외로움·허전함 등을 느껴 자칫 빈둥지증후군이나 우울증을 호소할 수 있다. 큰 집에 자녀의 방이 남아 있다면, 부부의 공간으로 새로 꾸며 활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도움말=김동환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장,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지난해 말 미국은퇴자협회(AARP)와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은 ‘제2의 인생연구’에서 미국 고령자를 대상으로 ‘노화’의 개념을 재정립했다. 연구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건강, 재무, 관계, 죽음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관념과는 다른 생각을 내놓았다. 그 결과부터 요약하자면, 이전보다 노화를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연재를 통해 담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는 그 네 번째 순서로 ‘관계’에 대해 알아봤다.
AARP ‘제2의 인생연구’에서 미국 중년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인간관계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또는 친구와의 관계가 매우 좋다고 평가한 이들은 40대 이하에서 56%였으나, 60대 69%, 80대 85% 등 나이에 비례해 그 수치가 증가했다. 한편 70대와 80대 각각 3%, 2%만이 주변인과 자신의 관계를 아주 낮게 평가하며, 나이에 반비례하는 양상을 띠었다.
미국 노인들은 자신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더 의미 있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60대 이상 중장년 세대의 50% 이상이 앞으로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역으로 60세 미만의 중년층에서는 과반수가 보다 의미 있는 관계로의 발전을 기대한다는 반응이었다.
어떤 유형의 관계에서 더 기쁨을 느끼느냐고 묻자, 전 연령대에서 가족을 친구보다 우선시했다. 아울러 앞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두 영역 모두 나이에 비례해 관계에 만족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노인병 전문의 루이스 애런슨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계가 양적으로 축소되면서 질 높은 관계가 형성된다. 대체로 가장 오랜 세월 함께 지낸 배우자나 자녀, 형제 등 가족에게 의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나이 들수록 넓지는 않더라도 핵심적인 관계는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미국 성인의 35%는 사회적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라 록 AARP 부사장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은 노년기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며 “직접 만남이 힘들다면, SNS 등을 통해 손주와 소통한다거나,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를 다져나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대 노인들은 디지털 연락처(이메일이나 SNS 주소 등) 관리도 중요하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다양한 관계를 확장하면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사회적 고립감도 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나이가 듦에 따라 관계에 변화를 일으키는 이슈들이 등장한다. 가령 직장 생활을 하면서 왕성하게 넓혀온 인적 네트워크가 은퇴와 동시에 사라지며 일종의 ‘관계 번아웃’을 경험할 수 있다. 또는 자녀의 독립이나 결혼 등으로 인해 겪는 ‘빈둥지증후군’, 배우자나 가까운 친구의 사별로 생기는 ‘상심증후군’ 등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관계 축소 또는 변화로 인해 자칫 무기력증, 우울증을 느낄 수 있다. 결국 이러한 부분 역시 관계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마음 터놓고 의지할 수 있고, 평소 나의 상태를 살펴줄 가족이나 친구가 꼭 필요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시어머님 간병을 번갈아 할 수 없으니까 정말 애가 타고, 일주일 넘게 혼자 맡아 하시는 형님께는 너무 죄송해서 어쩔 줄 모르겠더라고요.”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60만 명에 육박할 정도였던 지난 3월 중순 갑작스런 심장발작으로 시어머니가 입원한 B씨. 큰동서와 번갈아 간병을 할 요량으로 PCR 검사를 하려는데 본인이 코로나19 확진 후 격리 해제한 지 2주가 지나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좌절했다.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가족까지 급박하게 대처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고통과 역할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현실이 너무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어떤 가족은 자녀가 시간을 내어 찾아와도 요양원에 격리된 부모님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장례식에 조문도 받을 수 없었다. 방역 단계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예약한 결혼식장과 날짜는 번번이 바뀌고 연기되다가 예비 신랑 신부와 그 가족은 끝내 갈등 속에 파투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가족, 친구, 동료, 이웃과 사회를 갈라놓았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지침은 심리적 거리마저 소원하게 해 인간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쳐온 것이 사실이다.
마스크의 역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강제했던 실외 마스크 착용이 5월 2일부터 해제되었다. 혹시나 하고 청계천으로 산책 나선 날.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마스크 벗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기까지, 그리고 다음 날 외출할 때도 거리나 공원, 버스정류장, 지하철 등에서 마스크와 함께했다. 지난 2년 남짓 마스크에 길들여져, 규제가 이제는 생활의 도구가 된 것일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겨준 불편함과 제한이 안전과 건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준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2020년 첫 발병부터 지금까지 온 세상을 휩쓴 코로나19라는 역병(疫病)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준이 되면서, 그동안 단절되고 막혔던 부분을 어떻게 복구하고 대처해나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가족의 재발견
2021년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연령대별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코로나19 기간 중 SNS를 활용한 노년층의 행복도가 젊은 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대면하는 활동이 왕성했던 청년층은 행복도가 떨어진 것과 달리 비대면이더라도 가족과 유대를 잃지 않았던 노년층은 행복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신이 가진 인맥 안에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열망이 더 크기 때문이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2020년 조사를 바탕으로 발간한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1-코로나19 특집호’에서도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행복을 더욱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년층이 젊은 세대보다 감정을 잘 다스리고 삶의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도 행복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밝혀졌다.
인간관계에서 폭은 줄이되 깊이에 초점을 맞추면서 가족 간 대화가 늘어 사이가 더 좋아졌다는 사례도 많이 발견된다. 예전 같으면 퇴직한 아버지나, 취업 준비하는 자녀나 밖으로 돌기 바빠 ‘빈 둥지 증후군’인 어머니의 마음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부모 역시 MZ세대 자식이 얼마나 따로국밥 불통인지 화병이 났을 텐데, 코로나19 덕분에 온 가족이 서로를 지켜보고 관찰할 시간이 생기면서 ‘많이 힘들지?’ 물어봐 줄 수 있게 되었으니 한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자기를 들여다보고 주변을 살펴볼 특별한 시간을 주었다. 또 일상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접촉 아니어도 언제나 접속 중
긴 코로나19 터널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점점 비대면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SNS나 메신저, 원격 화상회의 장치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때로는 폭넓게 때로는 깊숙한 이야기까지 자유롭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영유아부터 청장년 대상 활동뿐 아니라 시니어 관련 교육, 봉사, 인지치료 등에도 비대면 화상 방식이 선호되는 추세다. 변화에 앞질러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곳도 눈에 띈다. 인천을 지역 기반으로 치매 예방 및 인지 교육을 펼치는 한국시니어교육센터의 경우, 예전처럼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로 직접 찾아가는 대신 매주 일정한 시간에 원격 화상강의 방식을 이용해 어르신들을 만나 소통하고 있다. 비대면 화상 프로그램 시행 초기에는 방역과 안전을 내세웠지만, 2년 남짓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면서 장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방역 기준이 완화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통을 병행할 수 있으니 그 효과와 만족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상의 소중함과 연결 : ‘딥 콘택트’(Deep Contact)
코로나19 이전 우리는 잘 차려입고 꾸미고 시간을 들여 어딘가로 이동해서 누군가를 만나 사교와 업무를 수행해왔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 대화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는지 돌이켜보자.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며 대부분의 만남이 비대면, 재택(혹은 특정 장소가 아닌 카페나 대중교통 등)으로 바뀌면서 모종의 해방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인간관계에서 고립과 단절을 가져와 고통으로 다가왔던 사람들도 어느덧 방역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여기저기 걸쳐놓고 집중하지 못했던 관계는 과감히 정리하고 자신에게 소중한 관계에 깊이 몰입하는 ‘딥 콘택트’의 시대가 주목받는 까닭이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나영돈)은 50~60대 신중년들의 재취업 성공스토리를 담은 취업 지원 동영상 ‘신중년들의 취업가이드’를 워크넷(www.work.go.kr)을 통해 서비스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총 15편의 동영상으로 구성된 ‘신중년들의 취업가이드’는 재취업에 성공한 신중년들의 취업 준비 경험과 비경 등을 생생한 인터뷰로 담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신중년들이 알아두면 도움이 될 구체적인 취업 정보도 제공한다.
신중년 재취업 사례(12편), 노동시장의 변화와 신중년 일자리 영향(1편), 새로운 형태의 신중년 일자리 소개(1편), 신중년 진출 가능 신직업(1편)으로 구성됐다.
또한, 사례 중심으로 동영상별 15분 내외로 제작된 만큼 동영상 시청에 집중될 수 있도록 제작되어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게 제작되었다고 평가된다.
새로운 분야로의 재취업형
57세 김모씨는 발로 뛰고 현장을 누빈 덕분에 재취업의 문을 열었다. 영어 학원 강사로 근무하다 코로나로 인한 학원 상황이 나빠져 퇴직한 김씨는 고용센터 위탁 교육기관에서 환경 분야 자격증을 취득하고 관련 직군의 회사에서 현장 실무를 경험하는 등의 노력으로 환경인허가 관련 회사에 취업했다.
“고용노동부의 정보지원을 꾸준히 찾아봤어요. 직접 일해보지는 못하지만, 현장 실무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고 고용센터를 통해서 관련 직군에서 일하는 분의 회사에 가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어요. 일종의 견학식으로요. 어깨너머로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런 게 비결일 것 같아요. ‘발로 뛰는 것!’ 가만히 있는다고 누가 제 할 일을 제 코앞에 가져다주지 않아요.”
경력을 살린 재취업형
운수회사 관리자였던 66세 박모씨는 전 직장에서 쌓은 경력과 경험을 살려 제 2인생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박씨는 이전의 일자리가 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바뀌면서 경쟁력을 잃어 그만두게 됐다. 퇴사 후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직업훈련과 자동차정비연합회 산하에서 교육받고 정비 능력을 발전시켜 자동차 검사원으로 재취업했다.
“퇴사하고서는 닥치는 대로 더 열심히 살았어요. 유사 업종 아르바이트도 하고, 영업용 화물차를 사서 운송도 직접하고 그랬다니까요? 그동안 평생 차와 관련한 일을 해서 자신 있었고 하나씩 단계를 밟아 오다 보니 자동차 검사원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개인 점포도 내 볼까 했는데 거의 다 판매나 식당 이런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언제 밥을 지어봤습니까, 뭘 팔아보길 했습니까, 그래서 잠깐 고민해보다가 자동차 분야로 굳히기를 했죠.”
우연한 기회를 살린 재취업형
57세 권모씨는 취미를 특기로 살려 재취업에 성공했다. 권씨는 식당에서 주방일을 하다 다쳐 일자리를 그만두게 된 후 건강 관리와 취미를 위해 점핑 운동을 하다가 전문가 프로그램 자격증을 따서 지금은 점핑 클럽 강사로 일하며 건강과 수익을 동시에 챙기고 있다.
“몸이 좋지 않아서 운동을 배우다가 점핑을 알게 되었어요. 조금씩 하다보니까 재미도 있고 몸이 회복 되는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 문득 ‘내가 가르칠 수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운동을 하면서 몸도 지키고 일도 하는 일석이조! 그때 점핑 강사를 선택했습니다. 점핑 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배우다 보면 전문가의 프로그램 자격증을 수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스가 있습니다. 또 일을 할 수 있는 클럽도 서로 공유하며 지내기 때문에 수입을 만들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점핑 강사는 수입도 만들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직업이라 신중년에게 특히 더 좋은 직업인 것 같습니다.”
고용센터를 적극 활용한 재취업형
전업주부 생활 중 빈둥지 증후군이 걱정돼 재취업을 결심한 56세 유모씨는 고용센터 취업컨설팅을 적극 활용해 재취업했다.
재취업 준비를 위해 고용센터를 방문해 취업정보에서부터 자기소개서, 이력서 쓰기 등까지 다양한 취업 지원을 받았고, 지금은 보험회사 총무팀으로 출근하면서 만족스러운 중년을 보내고 있다.
“몇 번의 이력서를 내고 몇 번의 거절 통보를 받고 그리고 달콤한 열매를 맛보는 것 아닐까요? 자기소개서 쓸 때 고용센터에 방문해서 교육해주시는 선생님께 이력서 쓰는 걸 좀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3일을 매일 갔었는데 성의를 다해 도와주셨고 그 덕에 취업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나영돈 원장은 “신중년들의 재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동영상을 통해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자들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들려주고자 한다”라며,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신중년들을 위한 맞춤형 경력설계 서비스를 더욱 개발하고 확대하여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신중년들의 취업가이드’ 동영상은 취업정보사이트 워크넷*과 유튜브 한국고용정보원 채널에서 볼 수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코앞이다. 그러나 이번 설 명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고향 방문이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 회사 한국갤럽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에 1박 이상 고향 방문을 계획하는 경우는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86%는 ‘1박 이상 집을 떠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명절 분위기와 코로나19로 축적된 생활 고충이 자칫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변화된 명절 분위기에 주의해야 할 3대 질환과 관리법을 최우성 청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외로운 부모님은 ‘빈 둥지 증후군’, 중년 여성이라면 ‘골다공증’ 조심해야
이번 설에는 고향 방문이 어려운 만큼, 자녀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진 부모님은 ‘빈 둥지 증후군’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빈 둥지 증후군’은 대학 입학, 취직, 결혼 등으로 자녀들이 독립해 집을 떠난 경우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을 의미한다. 특히 이런 증상이 중년 여성의 갱년기와 맞물리면, 우울증이 악화되고 정서적 스트레스가 가중되어 골밀도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실제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을 겪는 여성은 우울증이 없는 여성보다 대퇴경부 및 요추 골밀도가 낮아 골다공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우울증 여성은 뼈를 파괴하는 ‘인터루킨-6’ 단백질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부신피질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골밀도가 감소되어 뼈가 약해질 수 있다.
골다공증이란 뼈 강도가 약해져서 골절 위험이 증가되는 질환을 말한다. 한방에서는 골다공증 예방 및 치료에 골밀도 감소를 억제하는 한약을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생약 복합물인 ‘연골보강환(JSOG-6)’이 있다. 연골보강환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와 서울대 약대 천연물과학연구소의 공동 연구를 통해 골다공증 억제, 뼈 보호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최우성 청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중년 여성은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평소 뼈를 강화하는 비타민D와 칼슘 등을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스쿼트와 같은 체중 부하 운동으로 골밀도를 높이는 것이 좋으며, 골다공증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격한 운동이 오히려 골격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걷기, 조깅 등 가벼운 운동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명절에 집에서 술 즐기는 ‘홈술족’, 과음•과식으로 인한 ‘통풍’ 주의보
코로나19 여파에도 이번 설 음주량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주류 소비지출 금액은 전년 대비 13.7% 증가해 2003년 통계 이래 최대치를 보였다. 따라서 설 연휴 홈술이 습관이 될 수 있는 이른바 ‘홈술족’은 통풍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통풍은 몸속 요산이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관절 부근에 쌓이면서 윤활막과 연골, 주위 조직 등에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요산은 술과 기름진 음식, 육류 등에 다량 함유된 퓨린이라는 단백질에 의해 생성되기에 과음ㆍ과식은 통풍에 치명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남성 통풍 환자는 42만6613명으로 집계돼 전체 통풍 환자의 약 92%에 달했다. 이는 여성 통풍 환자(3만5666명)보다 무려 12배 가량 많은 수치다.
통풍은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에 발생하고, 발등과 발목, 무릎 등에도 나타난다. 관절이 붓고 저리거나 열이 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플 정도로 통증이 심해 바람 풍(風)자를 써 통풍이라 한다.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퓨린 함량이 높은 술과 기름진 음식, 육류 섭취를 피해야 한다. 또한 퓨린 함량이 낮은 유제품과 채소를 통한 식이요법이 효과적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과격한 운동은 요산을 증가시키고 배출을 막는다. 운동은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체내에 쌓인 요산이 통풍의 주요 원인인 만큼, 요산을 몸 밖으로 빼주는 것이 통풍 치료의 기본이다. 한방에서는 통풍 치료를 위해 침ㆍ약침 치료와 한약 처방, 뜸ㆍ부항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침 치료로 막힌 경락을 소통시켜 통증을 완화하고, 순수 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 치료로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신경 재생을 돕는다. 더불어 환자 증상과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요산을 비롯한 노폐물들의 배출을 돕는다. 여기에 뜸과 부항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연휴에도 알바 뛰는 ‘투잡족’, 명절 지나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어
설 연휴에 고향 대신 일터를 찾는 ‘투잡족’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올해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직장인ㆍ취업준비생ㆍ대학생 12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인 39.8%는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휴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66%, 복수응답)’가 1위로 꼽혔다. 이처럼 설 명절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투잡족은 누적된 피로로 인한 ‘만성피로증후군’을 미리 예방할 필요가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집중력 저하와 기억력 감퇴, 근육통 등의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단순 피로와 달리 만성피로증후군은 수면과 휴식에도 피로감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증상이 지속되면 몸이 쇠약해지고 업무 능력 저하와 우울증까지 초래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만성피로증후군은 허로(虛勞)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허로란 ‘허(虛)하여 피로하다’는 것으로, 정신이 어두워지며, 허리와 등, 가슴, 옆구리의 근육과 뼈가 당기고 아프며, 식은땀이 자주 난다.
최우성 청주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 걷기, 자전거 타기 등 꾸준히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해 기초 체력을 기르고 하루 최소 6시간의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설은 가족이 한데 모여 새해의 건강을 기원하는 명절이다. 코로나19로 변화된 설 명절이지만 스스로 건강을 살펴보고 건강 관리를 계획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고 말했다.
배우자와의 사별 후 극심한 슬픔에 잠겨 고인의 길을 따라간 이들의 사례를 종종 접한다. 그 밖에 가족이나 친구, 반려동물, 애착했던 인물(연예인이나 정치인 등)의 죽음 뒤 황망한 심정을 떨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비극은 대개 상심증후군의 악화로 일어나곤 한다. 죽음이 아닌 물리적 단절이나 소외 등으로 같은 증상을 겪기도 하며, 특히 자녀 문제로 인한 상심 증상은 빈둥지증후군이라 일컫는다.
도움말 김동철 심리학 박사(김동철심리케어 원장)
심리학적으로 상심증후군은 애도(哀悼) 증상과 비슷해, 애도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랑했고, 많은 것을 함께했던 사람, 즉 배우자와의 사별은 가장 큰 상심을 안긴다. 일반적으로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애도기간을 보낸 후에도 극도의 슬픔이 지속되거나 눈물이 나고, 이전처럼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다면 상심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고인과 생활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 바뀌어야 상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보통 6개월 정도면 뇌가 새로운 습관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마다 함께했던 추억이 떠올라 슬픔에 잠기기도 해, 1년 정도 지나야 회복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애도기간을 거친 뒤에도 상심이 가시지 않고, 무기력증, 우울증, 분노 등이 동반되거나 면역력 저하 등 신체적 질환까지 나타난다면 곧장 병원이나 심리센터를 찾는 것이 좋다. 상심증후군은 자살과 관계된 척도로 검사가 이뤄질 만큼 위험한 증상으로, 주변에서도 유심히 살피고 도움을 줘야 한다.
사별 아닌 부재도 상심증후군 불러와
# A(68·여) 씨의 남편은 몇 해 전 치매 진단을 받고 결국 요양원에 들어갔다. 요양원은 외진 곳에 있었고, A 씨는 거동이 불편해 남편을 쉽게 볼 수가 없다. 은퇴 후에 일상을 함께 나누던 남편과의 생이별로 그녀는 무기력해졌고 삶의 무의미함마저 느낀다.
A 씨처럼 꼭 사별이 아닌, 배우자의 부재로도 상심증후군을 앓을 수 있다. 특히 치매나 다른 중병으로 온전한 대화와 교감이 어려운 상태에서 홀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사별 못지않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상심을 겪게 된다. 심해지면 망상장애나 정신분열증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면역력 저하를 비롯한 섭식장애, 근육통, 탈모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젊은 시절보다 중장년기에 사별(또는 부재)을 겪었을 때 상심증후군에 취약하다. 버팀목이었던 존재가 사라지면서 일상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자신의 삶마저 비관하게 되기 때문이다. 중장년기는 직장생활이나 양육 등의 의무가 줄어드는 시기로 미래 목표의 가치가 흐려져 더욱 무기력해질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누구에게나 사별은 예고된 이별과 다름없다. 상심증후군 예방법 중 하나는 언젠가는 맞이할 수밖에 없는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꼭 유서를 쓰거나 심각할 필요는 없다. 가령 “내가 죽으면 통장은 OO에 뒀으니 찾으면 돼”, “당신이 먼저 떠나면 난 고향에 내려갈까 해” 등 자연스럽게 죽음 이후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상심을 완화할 수 있다. 또, 이별의 아픔을 겪었더라도 작은 목표라도 세워 생활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한 달짜리 체크리스트를 만들거나, 하고 싶은 일을 버킷리스트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만약 이러한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사회적 빈 둥지 함께 겪는 아버지들
# 은행 지점장 출신 B(66·남) 씨는 퇴직과 동시에 인맥이 줄줄이 끊기며 자연스레 약속과 모임도 줄어들었다. 거금을 들여 유학을 다녀온 아들은 진로 문제로 B 씨와 다투더니 독립하겠다며 집을 떠났다. 노후자금도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그는 한없이 우울하다.
자녀의 독립으로 상심과 외로움을 느끼는 증상은 빈둥지증후군이라 한다. 주로 갱년기 여성이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성도 이러한 증상을 보일 때가 있다. 특히 퇴직 후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소외를 당하면서 ‘사회적 빈둥지증후군’을 호소하는데, 여기에 자녀 문제로 가정에서의 빈둥지증후군까지 겹치면 증상이 악화된다. 그렇다고 전업주부의 증세가 덜한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 대신 아이와 밀착해 육아에 몰입해온 엄마들은 자녀가 떠났을 때의 충격과 슬픔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만약 갈등이나 배신, 반항심으로 자녀가 떠났다면 부모의 상심은 훨씬 크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있거나, 배우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상황을 겪는다면 증상 회복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빈둥지증후군 역시 예측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녀 독립 후 계획’을 미리 세워두면 좋다. 또, 자녀가 물리적으로 멀어졌을 뿐 아주 자신을 떠났다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늘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여기는 마음의 유대가 중요하다. 실천적 방법으로는 ‘봉사활동’이 있다. 자식에게 헌신했듯, 누군가를 돕는 일로 상심을 달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가급적 지속가능하면 더욱 좋다. 무엇보다 누구의 부모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빈 둥지를 새로움으로 채운다면 상심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
최근 모 대학에서 외로움의 경험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질문은 “어떨 때 가장 외로움을 느끼느냐?”로부터 시작된다. 외로움을 느낄 때 어떤 반응을 보이고, 외로움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무었을 하느냐로 질문을 닫는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그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구분해서 답을 달라고 했다.
“지금 외로우세요?”라는 질문을 불쑥 받고 보니 당황스럽다. 코로나19가 인간관계를 훼방하고 있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되니 너나없이 마음속의 작은 외로움이 꿈틀거린다. 국어사전에는 외로움을 “혼자가 되어 적적하고 쓸쓸한 느낌”이라고 정의한다.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내 나이까지 오버랩되며 더 쓸쓸한 느낌이 밀려온다.
정호승 시인의 시 ‘수선화에게’는 외로움에 대한 시상을 잘 표현했다.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린다고 하지 않는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씨는 자신의 저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통해 사람은 외로움이 존재의 본질이니까 격하게 외로워보라고 말한다. 또 그러려면 사람도 좀 적게 만나고, 바쁠수록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혼자 있을 때는 가끔씩 외롭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나보다. 특히 우리가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구하면서 또 다른 외로움을 강요한다.
직접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외로움의 강도가 가장 큰 것은 배우자나 가족을 잃은 뒤에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한다. 그다음은 퇴직이나 졸업 등 집단에서의 이탈과 자식이 부모 품을 떠나면서 받는 빈 둥지 증후군이다. 나도 심하게 외로움을 느꼈던 적이 있다. 30여 년간 다닌 직장에서 정년제도의 덫에 걸려 비명 한 번 못 질러보고 혼자가 되었을 때다. 아침에 허둥대며 출근하지 않아도 돼서 ‘룰루랄라’ 할 줄 알았는데 막상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허망하고 외로웠다. 유효 일자는 지났지만 겉은 멀쩡한 빵을 들고 먹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사람처럼 무기력해졌다.
최근 그때와 비슷한 경험을 또 했다. 주말마다 이용하던 테니스장이 코로나19로 폐쇄되자 식사를 하며 정담을 나누던 여러 모임들이 취소되었다. 나는 주말의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했고, 이제 뭘 하며 지내나 고민에 휩싸였다. 혼자 산행이나 도보여행도 해봤지만 함께할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불안과 외로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안 되겠다 싶었다.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재취업을 했다. 급여도 낮고 지방근무도 해야 하는 작은 업체였다. 그 뒤 주말부부로 지내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혼밥’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저녁이면 불 꺼진 빈방에 들어가기가 싫다. 젊은 동료들과도 잘 지내지만 순간순간 외롭다는 걸 느낀다. 대화는 해도 마음은 닫고 있는 게 보인다. SNS에서 맺어진 사람들도 많지만 서로 친한 척만 할 뿐이다. 그들에게 100만 원을 빌릴 자신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김소월의 시 ‘나그네’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고 말을 하니 더 그런 것 같다. 아프다고 소리치면 더 아프고, 보고 싶다고 말하면 더 보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래서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잊고 더 바쁘게 살려고 노력한다. 살아보니 외로움도 맷집처럼 면역력이 생겼다. 궁하면 통한다고 지독하게 외로워보면 반작용으로 이겨내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인간은 공동생활을 하지만 개별 생명체다. 언젠가는 누구나 혼자 남게 된다.
동호회 모임도 만날 때는 만남에만 열중하고, 모임이 끝나고 헤어지면서 외롭다는 말을 하지 말자. 외롭다는 말을 하면 더 외로워진다. 어차피 겪어야 할 코로나19 위기를 혼자 있는 기회로 삼자. 책도 읽고 공부도 하자. 밝은 햇빛을 받으며 걷고 신선한 공기도 맘껏 마셔보자. SNS 활동도 열심히 하고 줌(Zoom)으로 화상회의에도 적극 참석해보자. 인터넷 세상에 순응하고 따라가야 외로움이 덜하다. 외로움의 맷집을 길러야 한다.
자식들이 결혼해서 집을 떠나도, 다니러 온 손자들이 재잘거리다 돌아가도 잠시잠깐 허전함을 느끼고 이내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니어의 연륜이야말로 외로움의 면역력이다. 하루하루 바쁘고 보람 있게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