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어김없이 흐드러지게 피어 봄을 알리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이 어수선한 와중에 아차산에서 시화전 및 시낭송회가 열렸다.
주눅 들었던 날들을 잠시 잊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년 아차산 자락에서는 시화전 및 시낭송회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다소 늦춰 5월 23일에 개최됐다. 봄가을마다 열리는 아차산 시화전 및 시낭송회는 벌써 85회째다.
한국국보문학 그룹 산하 국보 낭송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전국의 시인 및 수필가 등 100여 명의 문인과 지인들이 참석해 시화를 전시하고 낭송을 하는 문화 잔치다.
5월 23일 오전 10시 서울 아차산 등산로 입구에 전시된 100여 점의 시화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모처럼 화창한 5월의 주말이라 많은 등산객이 눈에 띄었다. 모두들 가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시를 감상하며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를 읊조리며 시향에 흠뻑 취한 등산객들을 보면서 마음이 흡족했다. 아름다운 글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위축되고 침울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모두들 밝은 모습으로 행사를 즐겼다.
임수홍(한국문학신문 및 국보 문인협회 회장)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다소 늦었지만 이곳에서 해마다 봄가을 시낭송회와 시화전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역사의 전설을 머금은 아차산에 시화를 걸면서 화사하게 웃고 떠드는 문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코로나19의 어둠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5월의 수려한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시인들의 작품과 낭송은 조용한 숲속에서 은은한 울림과 감동으로 다가왔다. 고훈식(조엽문학회 회장·국보문학 심사위원) 회장은 감동이 넘치는 시 낭송을 위한 특강을 했다. “시인은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통찰이 중요합니다. 희로애락의 상황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 중 대미(大尾)를 장식한 보물찾기는 흥미로움과 더불어 동심의 세계로 푹 빠져들게 했다. 뜻있는 회원들의 정성 어린 찬조로 준비한 보물찾기 상품 중 으뜸상은 임수홍 이사장이 내놓은 70만 원 상당의 도금 다기 세트였다. 문인들은 저마다의 보물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뒤지면서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지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화려한 액세서리, 깔끔한 외투, 잘 정돈된 소매와 옷깃. 센스 있는 옷차림은 눈길을 끈다. 하지만 향기로운 사람에겐 눈길이 머문다. 길을 걷다 우연히 코끝을 스친 향기는 절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패션의 완성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향수다.
보이지 않는 패션, 향수
어떤 향기를 맡고 자연스레 내가 만났던 사람, 어린 시절 추억의 한 장면이 떠올랐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 ‘마르셀’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기를 맡고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한다. 이후 사람들은 향기가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불렀다. 또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레이첼 헤르츠(Rachel Herz) 박사는 실험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가 더 자극적이고 매혹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향기는 상대방에게 나를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명함인 셈이다. 당신은 어떤 향기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국내 향수 브랜드 ‘톰빌리’의 퍼퓸 디렉터 박재석(29) 씨는 먼저 내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한 후 각각의 향이 지닌 매력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이 활발한 이미지의 사람이라면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를 활용해 활발함을 더 강하게 표현할 수도 있고, 좀 더 무거운 계열의 향으로 활발한 이미지를 중화시켜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향수공방 ‘센토리움’을 운영 중인 오원택(33) 씨는 겨울에는 긴 소매, 여름에는 짧은 소매의 옷을 입듯 향수도 하나의 패션으로 계절에 맞춰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봄과 여름에는 가볍고, 경쾌하고, 싱그러운 느낌의 시트러스, 그린, 플로럴, 프루티 계열의 향수를 쓰고 가을과 겨울에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애니멀, 우디, 바닐라, 구루망(쿠키 같은 디저트류) 계열의 향수가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이어야 하며, 향수로 개성 있는 스타일링을 연출하려면 다양한 향을 직접 맡아보고 경험해봐야 한다.
①시트러스(Citrus) 레몬, 자몽, 라임 등 감귤류의 향으로 상쾌하고 활동적인 느낌을 준다.
②아로마틱 (Aromatic) 라벤더, 바질 등 허브류의 향으로 진중한 느낌을 준다.
③플로럴(Floral) 장미, 재스민 등의 꽃향기는 우아한 느낌을 준다.
④프루티(Fruity) 시트러스와는 다른 달콤하고 싱그러운 과일 향으로 발랄한 느낌을 준다.
⑤우디(Woody) 나무 향으로 향긋 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어 중후한 느낌을 준다.
향수, 제대로 맡는 법
향수의 향을 맡는 과정을 ‘시향(試香)’이라고 한다. 시향을 할 때는 향수와 시향지 사이에 7~15cm 간격을 두고 향수를 분사해야 한다. 시향지에 너무 가까이 대고 분사할 경우 본연의 향취가 느껴지지 않는다.
향수는 분사 후 시간 경과에 따라 톱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 3단계로 나뉘는데 톱 노트는 15분~2시간, 미들노트는 3~5시간, 베이스노트는 10~15시간 향이 지속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향수를 뿌린 직후의 향, 즉 톱 노트만 맡는다. 향을 단계별로 제대로 느끼려면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고 맡아야 한다. 반나절 정도라면 베이스 노트의 향까지 경험할 수 있다. 만약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최소 15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시향할 것을 권한다. 또 한 번에 3개 이하의 향수만 시향하는 게 좋다. 너무 많은 종류의 향수를 연달아 시향하면 후각이 무뎌져 나중에는 향을 제대로 못 맡게 된다. 이럴 때는 ‘커피’를 활용해보자. 커피 원두 향이 피로한 후각을 진정시켜준다.
마지막으로 피부에 ‘착향(着香)’을 해봐야 한다. 사람마다 고유한 체취가 있고 피부 온도와 습도 차이에 따라 같은 향수라도 향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잔향까지 마음에 들어도 꼭 착향을 해본 뒤 구매해야 후회가 없다.
향수, 제대로 입는 법
이렇게 고른 당신만의 향수, 어떻게 뿌리는 것이 좋을까? 향수는 기본적으로 맥박이 뛰는, 온기가 있는 부위에 뿌린다. 손목 안쪽, 목 뒤, 왼쪽 가슴 부근이 대표적이다. 손목에 향수를 뿌린 후엔 가볍게 톡톡 두드려주면 된다. 간혹 양 손목에 뿌려 비비는 사람이 있는데, 향수의 노트가 뭉개져 본연의 향을 잃어버린다. 팔꿈치 안쪽은 옷으로 덮여 있는 경우가 많아 향을 은은하게 오래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소매가 짧은 옷을 주로 입기 때문에 발향이 강한 편이다. 이외 외투 안쪽, 넥타이 뒷면, 바지, 치마 등 옷에 뿌려도 된다. 다만 실크와 가죽옷에 뿌리면 옷이 상하거나 향이 변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향의 지속력을 높이고 싶다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면 된다. 무(無)향 로션을 바르고 그 위에 향수를 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 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말이다. 그만큼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는 특별하다는 의미다. 당신만의 향기로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되고 싶다면 집을 나서기 전, 가볍게 향수를 걸쳐보자.
은퇴를 앞둔 사람이 제일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돈이다.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돈을 벌지 않아도 과연 먹고살 수 있는지가 걱정스러운 것이다. 그렇다면 노후생활을 위해서 돈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궁금하다. 2017년 초 금융회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노후자금은 7억 내지 10억이 필요하다. 20억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정말 이렇게 큰돈이 필요한 걸까.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은퇴 후 부부가 생활하려면 월평균 200만원의 생활비가 든다. 만약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2.4%라면 10억원을 예치했을 때 월 200만원의 이자를 받는다. 금융회사에서 노후자금으로 10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이런 논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러한 주장은 자사 금융상품을 팔기 위한 공포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부지런히 돈을 모아 자기 회사에 맡기면 월 이자로 그만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정해서 말하면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 10억원의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적정생활비에 상응하는 월 200만원이 나올 수 있도록 현금흐름을 만들면 된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이런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한 사람이라면 국민연금을 통해 월 100만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 국민연금으로 적정생활비의 반은 해결하는 셈이다. 그리고 정년이 되었을 때 규모는 크지는 않더라도 집 한 채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노후에 이 집을 주택연금에 위탁하면 또 월 100만원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까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을 이용해 최소한 은퇴 후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 금융 회사의 말만 듣고 노후준비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생활비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물론 소비는 하방경직성이 있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은퇴 전에 미리 소비 수준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검소한 생활을 하겠다고 작정하면 살아가는 데 큰돈이 필요하지 않다.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은 비싸지 않다. 가격이 비싼 것들은 생필품이 아니고 대부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치품들이다.
돈만 있으면 노후준비가 다 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돈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인생 2막을 살기 위해선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은 자존감을 지켜주고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힘이다. 다만 그 일은 남의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로저스가 최근 자선단체에 180억달러를 기부했다. 우리 돈으로 20조원 가까이 되는 돈이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철학자였다. 그러나 철학자가 되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이 철학자가 될 수 있다면 전 재산과 바꾸어도 좋다고 했다. 올해 그의 나이 87세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돈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인생 2막에는 자신이 꿈꾸었던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면 더욱 좋다.
이란 책이 있다. 오래전 이 책을 사서 캐나다로 이민 간 지인에게 선물을 했더니 교포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며 좋아했다. 이 책은 의대를 나와 오랫동안 의사로 일했던 저자가 54세에 밴쿠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캐나다 역사를 수학하고 쓴 것이다. 의사는 그가 먹고살기 위해 택한 직업이었지만 은퇴 후에는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인생 2막은 바로 이런 일을 찾는 과정이다.
국내 H그룹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만돌린을 배우러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 지인도 있다. 그는 소기의 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지금은 이웃들에게 만돌린을 가르치고 있다. 간혹 서울시향과 협연하기도 한다. 그에게 직장을 중도에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단다. 직장에 있었으면 지금쯤 퇴직을 해야 하는데 자신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연주자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동창들과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하다가 은퇴 이후에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랬더니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되었다. 어느 정도의 돈, 좋아하는 일, 그리고 친구다. 얼마 전 란 책을 펴낸 김형석 교수도 무엇보다 친구의 떠남을 아쉬워했다. 나이 들어 친구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빌 게이츠 이전에 세계 제일의 부자는 월마트를 창업한 샘 월튼이었다. 그는 죽을 때 생을 잘못 살았다고 후회했다. 그의 주위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인 L회장도 그러지 않을까. 돈이 아무리 많으면 무엇하겠는가. 죽을 때 한 푼도 가져갈 수 없다. 더구나 주위에 자기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사람이 없다면 그 사람의 삶은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정한 친구를 얻을 수 있을까. 내가 먼저 그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후반생은 길지 않다. 평균수명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홀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건강수명은 70세에 불과하다. 60세에 정년퇴직한다면 10년이 내게 주어진 시간이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되겠다.
전반생에서 어쩔 수 없이 여러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었다면 후반생은 선택이 필요한 시기다. 많은 사람을 사귀기보다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느끼는 사람과의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 인생 2막에서 어느 정도의 돈, 자신이 좋아하는 일,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친구, 이 세 가지만 갖출 수 있다면 비교적 행복한 후반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장
놀 줄 모르는 시니어들은 특별히 즐기는 취미가 없다. 기껏해야 골프 아니면 등산이다. 이것도 그나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딱히 즐길 놀이가 없다. 이러니 놀 줄도 모른다고 신세대에게 무시당하는 것이다.
친구가 들려준 얘기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니 거실에서 아이들과 아내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현관에서 인기척이 나자 노랫소리가 딱 그치며 아들 녀석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딸아이도 엄마와 아버지의 눈치를 보다가 곧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와 둘이 거실에서 머쓱하게 앉아 있는데 아내가 눈을 흘기더니 부엌으로 가버렸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데 왜 일찍 와서 분위기를 깨냐는 눈치였다. 친구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이 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실 아버지도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화를 하려 하면 뒷걸음질부터 친다.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늘 엄하고 어려운 사람으로 인식되어왔기 때문이다. 어느 연구기관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를 물었더니 잔소리 많은 사람, 밤늦게 술에 취해 들어오는 사람, 휴일에 거실에서 TV만 보는 사람 등으로 답변을 했다. 문제는 또 있다. 아이들과 함께할 공통된 취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일찍 고민이라도 해봤으면 좋으련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남은 인생 잘 보내려면 지금부터라도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취미 한두 가지는 찾아봐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취미를 갖는 것이 좋을까. 취미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수동적 취미와 능동적 취미다. TV 시청은 대표적인 수동적 취미다. 남이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시간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도 수동적 취미에 속한다. 반면 능동적 취미는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을 갖고 자의적으로 여가를 즐기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면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등이 능동적 취미다. 그렇다면 수동적 취미가 좋을까, 능동적 취미가 좋을까.
수동적 취미와 능동적 취미
학자들은 일에 몰입했다가 그 몰입에서 벗어날 때 우리 몸에 좋은 엔도르핀이 나온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바이올린 주자가 한 시간 가까이 연주해야 하는 협주곡을 오케스트라와 하모니를 잘 이루어 마쳤을 때, 산악인이 암벽 등반을 마치고 무사히 평지에 두 발을 내딛었을 때, 엔도르핀이 솟는 것이다.
연구 조사에 의하면, 수동적 취미는 몰입을 하는 정도가 4%에 불과하다고 한다. 반면 능동적 취미는 47%에 달한다. 능동적 취미가 수동적 취미에 비해 몰입하는 정도가 훨씬 크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기왕 취미생활을 하려면 수동적 취미보다 능동적 취미가 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취미생활을 하면 이 밖에도 좋은 일이 많다.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게 되고 동호회를 결성할 수도 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에게 소속감의 욕구가 있는데 직장에서 은퇴한 후에는 소속감이 없어지며 자칫 정체성이 흔들리고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그런데 동호회를 만들어 참여하면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소속감의 욕구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가족이 함께 취미를 즐기면 공통 관심사가 생겨 가족 간 대화가 풍족해진다.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다.
취미의 고수들
취미를 통해 돈까지 벌수는 없을까? 있다! 필자의 과거 직장 동료 중 한 사람은 미술을 좋아해서 회사 업무가 끝나면 틈틈이 그림을 보러 다녔고, 보너스를 탈 때마다 그림을 수집했다. 그는 당시의 취미를 활용해 지금 강남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은퇴한 다른 동료들이 할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그는 재직 중의 취미를 생업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악기 연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돌린을 배웠던 지인은 재직 중에도 만돌린을 취미로 즐기다가 조기퇴직을 한 후 본격 연주를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정규 과정을 마친 그는 귀국한 뒤 주위 사람들에게 만돌린을 가르치고 있으며 가끔 시향과 협연도 하고 있다. 독서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선배 한 사람은 은퇴 후 북 카페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전업 작가로 변신했다. 벌써 저서가 몇 권이나 된다.
설령 수익과 연결되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좋아하는 일을 통해 봉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아름다운인생학교에서 강사료 없이 강의를 하는 분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다. 강사들은 봉사활동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이 배운다고 한다.
미국 CNN과 지에서 공동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미국인 62%가 여가시간에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며 보낸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찾을 수 있다면 은퇴 준비의 반은 끝난 셈이다. 나머지 반은 거기에 올인하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발견할 수 있을까? 먼저 종이에 원하는 바를 써본다.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남이 원하니까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느라 남은 생을 허비할 수는 없다.
취미, 실패해도 괜찮아
다음의 세 가지 활동을 기준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를 찾아봐도 좋다. 첫째, 현재 흥미를 느끼고 있는 활동. 둘째, 과거에 하려고 했던 활동. 셋째, 앞으로 하려고 생각 중인 활동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넘겨버리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모두 기록한다. 똑같은 활동이 반복돼도 괜찮다. 리스트를 작성했다면 이 중 몇 가지를 골라 활동을 시작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좋다. 또 ‘시한부 인생을 산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고민을 통해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할 수 있다.
새롭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먼저 목표를 정해야 한다. 인생에서 달성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목표를 정하면 할 일이 보인다.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좌절도 느끼겠지만 보람도 얻을 수 있다. 이것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제2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며 입소문을 타는 골목이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로42길에 위치한 일명 ‘방배사이길’이다. 소박하지만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방배사이길 사이사이를 둘러봤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사진 이태인 기자 teinny@etoday.co.kr
1. 꽃향기가 솔솔 나는 편집숍 ‘세그먼트(Segment)’ & ‘키마(Kimma)’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조금씩 들여놓는 여느 편집숍과는 다르게 세그먼트는 한 브랜드의 제품들을 집중적으로 다양하게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세그먼트의 한쪽에는 100년 전통의 스웨덴 브러쉬 브랜드 이리스 한트베르크의 제품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그 벽면을 지나면 이곳의 또 다른 공간 ‘키마’가 연결된다. 키마는 잡지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정기적으로 꽃을 배송해주는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동 796-27
문의 (세그먼트) 02-533-2012, www.segment.kr (키마) 070-7644-1413, www.kimma.kr
2. 흰 우유 아이스크림과 하얀 도자기의 만남 ‘방배목장’& ‘세라워크’
나만의 도자기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공방 세라워크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함께 맛볼 수 있는 방배목장이 함께 있는 숍인숍(shop in shop) 매장이다. 초벌한 도자기 위에 연필로 스케치해 안료를 채색한 뒤 1250℃의 가마에 굽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도자기가 탄생한다. 세라워크 공방에서는 일일체험부터 60여 가지 세라워크의 고유 디자인을 마스터할 수 있는 정규 취미반, 전문가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한 날을 위한 생일파티나 이벤트 체험 신청도 가능하다. 방배목장에서 판매하는 천연우유로 만든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진한 우유 맛이 일품이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11
문의 02-796-4498, www.ceraworkcafe.com
3. 한 땀 한 땀 힐링이 되는 가죽공방 ‘알라맹(a la main)’
불어로 핸드 크래프트라는 뜻의 ‘알라맹(a la main)’은 그 이름답게 가죽 가방과 각종 소품을 전부 가죽을 이용해 수공으로 만들고 있다. 가죽 클래스를 신청하면 가죽 선택부터 실, 내피 그리고 재단과 바느질까지 전 과정을 손수 해내게 된다. 매주 월·수·목·토요일에 진행되는 수업에 오는 이들은 가죽 공예를 배우는 것과 더불어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소박한 즐거움을 만끽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20
문의 070-8832-7735, blog.naver.com/jimy0003
4. 나만의 향기를 찾는 공간 ‘향수공방(GN Perfume Studio)’
국내 1세대 조향사가 설립한 향수공방은 150여 가지의 조합향료와 향수베이스, 20여 가지의 천연향료를 이용해 나만의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시향해보고 맞춤향수 설문지, 심리테스트지 등을 작성한 뒤 퍼퓸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향수를 제작할 수 있다. 체험 비용은 완성된 향수(50ml) 한 병을 포함해 5만 원이다. 일반 향수 가격대에 질 좋은 재료로 직접 원하는 향을 골라 첨가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24
문의 070-4521-7737, blog.naver.com/diyperfume
5.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명품 디저트의 조화 ‘카페 라리(Cafe La Lee)’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앤틱 가구들이 돋보이는 카페 라리는 고품질의 원료를 사용한 100% 냉장 케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냉동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일품인 치즈케이크는 단골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저트 중 하나다. 계절별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는 과일 치즈케이크를 선보이는데, 7월에는 체리의 풍부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체리치즈케이크와 달콤 상큼한 오렌지치즈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3
문의 02-3477-7223, www.lalee.com
6. 마음을 담아 굽는 프랑스 빵집 ‘리블랑제(Lee Boulanger)’
제빵용 첨가제, 인위적 팽창제, 광택제, 저급 제과점용 가공유지 등을 사용하지 않고 신선하고 정직한 재료만을 사용하는 베이커리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보이는 오픈 키친에서 매일 정성껏 소량의 빵을 만들어 판매한다. 때문에 일반 빵집에 비해 진열된 빵이 적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직한 맛으로 승부하는 만큼 인기 있는 빵은 금세 동나기 때문에 시간대를 잘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다. 주로 빵이 나오는 시간은 오후 1시께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42길 46
문의 02-532-6410
예술의전당은 29일 10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아티스트 라운지’ 아홉 번째 공연을 선보인다. 이번 10월 공연에서는 ‘Jazz in Classic’이라는 타이틀로 짙은 재즈 감성이 묻어나는 클래식 음악으로 마련됐다.
프랑스 부페크람퐁 클라리넷 아티스트로 활발한 활동 중인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이 출연하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자 피아니스트 이미연이 피아노와 해설을 맡는다.
칼 닐센 바이올린 국제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를 비롯해 오사카 국제콩쿠르 2위 비올리스트 이한나, 서울시향 부수석을 역임한 첼리스트 이정란 등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휴식시간 없이 약 60분 동안 진행되며, 미국 작곡가 거쉬인의 오페라 중 ‘서머타임’, 뮤지컬 중 ‘I Got Rhythm',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랩소디 인 블루’, 그리고 쇤필드의 카페뮤직, 쉬켈레의 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 3중주를 위한 ‘세레나데’ 등이 연주된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1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개최되는 ‘예술의전당 아티스트 라운지’는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실력파 아티스트를 초청해 연주와 해설이 어우러진 실내악 무대로 꾸며진다.
국내 대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거듭나고 있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상반기 패키지 공연 예매가 시작됐다. 특히 내달 11일까지 조기 예매할 경우 티켓값의 50%가 특별 할인된다.
오는 4월 16일부터 7월 8일까지 네 차례 공연되는 이번 수원시향 상반기 패키지는 ‘최고연주가 시리즈’라는 테마로 각 분야를 대표하는 클래식계의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첫 공연으로 내달 16일 진행되는 정기연주회에는 수원시향 김대진 음악감독의 지휘로 ‘2013년 퀸엘리자베스콩쿨’ 1위인 피아니스트 보리스 길트버그를 초청하여 라흐마니노프 대표곡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연주되고, 유럽무대에서 찬사 받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이 감동을 전한다.
5월 16일은 정주영 부지휘자와 수원시립교향악단의 관악수석연주자들이 함께 하며 수원시향의 저력을 확인 할 수 있다. 6월 3일 정기연주회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25년 역사를 함께 한 후 코리안 심포니로 자리를 옮긴 지휘자 임헌정이 그의 대표 레퍼토리인 브람스를, 미국 등 해외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첼리스트 문태국과 함께 슈만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며 낭만의 진수를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7월 8일 정기연주회는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활발한 활동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지휘자 성기선과 국내 정상급 현악 앙상블인 ‘조이 오브 스트링스’의 음악감독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로 재직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가 함께 한다.
예매는 수원시립예술단 홈페이지(www.artsuwon.or.kr)와 전화(031-250-5362~5)를 통해 선착순 판매된다.
경기일보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